최신글모든게시글모음 인기글(7일간 조회수높은순서)
m-5.jpg
현재접속자

동심의 세계는 모든 어른들의 마음의 고향입니다

동화읽는 어른은 순수합니다

동화읽는어른

[二吾 동화] 제 발자국을 좇아간 꽃사슴

이현주동화 최용우............... 조회 수 934 추천 수 0 2014.07.01 23:51:46
.........

[二吾 동화] 제 발자국을 좇아간 꽃사슴

 

 

오로리 숲에 꽃사슴이 살았어요.

아니, 오로리 숲에 꽃사슴이 살았더랍니다.

 

달빛이 휘영청 밝은 어느 날 밤.

꽃사슴이 작은 언덕에 서 있는데 어디선가 달콤한 음성이 들려왔어요.

 

“사랑해요, 주인님.”

“어쩌면 그렇게도 잘 생기셨나요?”

“주인님 덕분에 우리가 있어요. 고맙습니다.”

 

가만 들어보니 혼자서 내는 소리가 아니군요.

 

“존경합니다, 주인님.”

“주인님이 너무나 자랑스러워요.”

 

꽃사슴이 땅에 귀를 바짝 대고 물었어요.

소리가 그쪽에서 났거든요.

 

“누구니? 너희들 누구야?”

“우리가 누군지 모른다고요? 섭섭합니다, 주인님. 하지만 뭐, 괜찮아요. 태어나자마자 버려지는 게 우리거든요.”

“태어나자마자 버려지는 게 너희라고?”

“예, 주인님.”

“내가 너희들 주인이라면, 그렇다면, 내가 너희를 낳자마자 버린다는 거냐?”

“예, 주인님. 우리를 버리지 않으면 주인님은 살 수가 없답니다.”

“내가 너희를 버려야 살 수 있다고?”

“예, 주인님. 주인님과 우리는 떨어지고 싶어도 떨어질 수 없는 사이지만, 우리가 태어나는 순간 주인님은 우리를 등져야 한답니다. 그게 주인님과 우리의 슬픈 운명이니까요.”

“무슨 그런 운명이 다 있단 말이냐?”

“그러게 말입니다.”

“도대체 너희가 누구니?”

“주인님 발밑을 보셔요. 방금 우리들 가운데 막내가 태어났네요.”

 

꽃사슴이 자기 발밑을 보았어요.

거기 있는 것은, 휘영청 밝은 달빛에 드러난 발자국들이었습니다.

 

“아하, 너희였구나?”

“그래요, 주인님. 우린 주인님이 남기신 발자국이랍니다.”

“사랑해요, 주인님.”

“주인님 덕분에 우리가 생겨났어요. 고맙습니다, 주인님.”

“우리를 잊지 말아주셔요.”

“주인님 가시는 곳이면 거기가 지옥이라도 따라갈 거예요.”

 

꽃사슴이 뒤로 돌아섰어요.

두 줄로 나란히 이어져 있는 자기 발자국들을 바라보는 눈에 눈물이 그렁그렁 맺혔습니다.

 

“미안하다, 내가 여태껏 너희를 잊었구나. 너희가 이렇게 나를 따라오는 줄 몰랐어.”

“괜찮아요, 주인님. 주인님한테서 잊히는 게 우리 운명인걸요.”

“아니, 이제부턴 너희를 잊지 않겠다, 잊을 수 없어.”

 

꽃사슴은 오로리 숲에 남겨진 제 발자국을 좇아서 한 걸음 또 한 걸음 걷기 시작했어요.

그 뒤로 아무도 오로리 숲에서 꽃사슴을 보지 못했답니다.

 

월간 풍경소리 2013.12월호에서

List of Articles
번호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수
1458 성경365 [꼬랑지달린성경50] 마늘밭에 최용우 2015-04-30 559
1457 성경365 [꼬랑지달린성경49] 누룩과 천국 최용우 2015-04-30 870
1456 이현주동화 [二吾 동화] 왕으로 된 왕의 생각 최용우 2015-03-16 708
1455 이현주동화 [二吾 동화] 경찰, 약속을 지키다 최용우 2015-02-16 726
1454 이현주동화 [二吾 동화] 돌아오지 않는 강도 이현주 2015-01-16 738
1453 이현주동화 [二吾 동화] 바로 그 사람 이현주 2015-01-04 631
1452 이현주동화 [二吾 동화] 거북바위 이야기 이현주 2014-12-30 725
1451 이현주동화 [二吾 동화] 우와―! 최용우 2014-12-03 566
1450 이현주동화 [二吾 동화] 지구별 마지막 전쟁 이현주 2014-11-04 661
1449 이현주동화 [二吾 동화] 누가 눈을 쓸었나? 최용우 2014-10-01 796
1448 창작동화 봉구빵집 [1] 이정아 2014-09-23 1242
1447 이현주동화 [二吾 동화] 개울과 앵두나무 이현주 2014-08-12 1024
» 이현주동화 [二吾 동화] 제 발자국을 좇아간 꽃사슴 최용우 2014-07-01 934
1445 이현주동화 [二吾 동화] 거울 하느님 최용우 2014-06-01 1042
1444 이현주동화 [二吾 동화] 지렁이와 노래기 최용우 2014-05-01 1142
1443 이현주동화 [二吾 동화] 두 사람이 길에서 최용우 2014-04-01 1066
1442 신춘문예 [2014한국일보] 딱 좋은 날 -정신 정신 2014-03-27 1957
1441 신춘문예 [2014전북일보] 붕어빵 잉어빵 형제 - 김정미 김정미 2014-03-27 1708
1440 신춘문예 [2014서울신문] 메두사의 후예 -이꽃님 이꽃님 2014-03-27 1557
1439 신춘문예 [2014부산일보] 여우 엄마 - 방민경 방민경 2014-03-27 1786
1438 신춘문예 [2014문화일보] 나와 그 녀석 - 이혜수 이혜수 2014-03-17 1795
1437 신춘문예 [2014무등일보] 예민한 아빠 -윤미경 윤미경 2014-03-17 1398
1436 신춘문예 [2014동아일보] 사과에 구멍이 있어요! - 공문정 공문정 2014-03-17 2067
1435 신춘문예 [2014대구매일] 난 나쁜 아이가 아니에요 -김지원 김지원 2014-03-02 1651
1434 신춘문예 [2014국제신문] 동물원이 된 버스 -우애란 우애란 2014-02-06 1678
1433 신춘문예 [2014광주일보] 태권브이를 부탁해 -서귀옥 서귀옥 2014-01-31 1596
1432 신춘문예 [2014경상일보] 색종이 사진기 -이영아 이영아 2014-01-19 2369
1431 신춘문예 [2014경남신문] 다섯번째 마트료시카 -황지나 [1] 경남신문 2014-01-14 1764
1430 신춘문예 [2014강원일보] 황금살구 -조규영 조규영 2014-01-14 1786
1429 성경365 [꼬랑지달린성경48] 겨자나무 최용우 2013-11-04 2621
1428 성경365 [꼬랑지달린성경47] 가라지 [1] 최용우 2013-11-04 2083
1427 성경365 [꼬랑지달린성경46] 천국은 마치 이와 같으니 최용우 2013-11-04 2081
1426 성경365 [꼬랑지달린성경45] 귀신을 내쫒으신 예수님 최용우 2013-11-04 1883
1425 성경365 [꼬랑지달린성경44] 500억 빚진 사람 최용우 2013-11-04 1947
1424 성경365 [꼬랑지달린성경43] 청년을 살리심 최용우 2013-11-04 1594
    본 홈페이지는 조건없이 주고가신 예수님 처럼, 조건없이 퍼가기, 인용, 링크 모두 허용합니다.(단, 이단단체나, 상업적, 불법이용은 엄금)
    *운영자: 최용우 (010-7162-3514) * 9191az@hanmail.net * 30083 세종특별시 금남면 용포쑥티2길 5-7 (용포리 53-3)
XE Logi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