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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넷을 항해하면서 발견한 다시 읽고 싶은 글을 스크랩했습니다. 인터넷 공간이 워낙 넓다보니 전에 봐 두었던 글을 다시 찾기가 여간 어려운 게 아닙니다. 그래서 스크랩할만한 글을 갈무리합니다. (출처 표시를 하지 않으면 글이 게시가 안됩니다.) |
출처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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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구라도 '그대'가 되어 사랑하라
십자가에 매달린 주님처럼 누구라도 사랑할 수 있는 아름다운 사람
지난 목요일에는 아내와 세 살난 딸아이와 함께 고구마밭에 쪼그리고 앉아 하루 종일 고구마를 캤습니다. 고구마를 캐다가 따사로이 내리는 가을햇살을 맞으면서 하느님은 사랑이시라는 것을 온 몸으로 느낄 수 있었습니다. 딸 율미는 하느님이 주시는 햇살을 맞으며 흙장난에 마냥 신이 났습니다.
어제도 서리 오기 전에 퍼런 고추와 잎을 따기 위해 또 밭으로 갔습니다. 그날 고추밭에서도 하늘에서 내리는 가을햇살을 보며 '아, 하느님은 사랑이시구나'라고 느끼게 되었습니다. 우리의 몸과 영혼을 토실토실 익어가게 하는 가을햇살을 맞이하면서 사랑의 하느님의 존재를 느낄 수 없다면 우리는 어디에서 그분의 존재를 느낄 수 있겠습니까.
하느님께서 주시는 가을햇살은 사람에게만 주시는 것이 아니라 높은 산이나 낮은 들녘, 강이나 바다, 사람이나 들짐승에게도 차별없이 내려주시니 축복입니다. 그 가을햇살을 받고 저마다 탐스러운 열매로 익어가고 있으니까요.
고구마 캐러 합덕에 오고가는 길가에는 코스모스가 한들한들 피어나 가을바람에 춤을 추고 있어 제 마음을 일렁이게 했습니다. 그리고 차창 밖으로 보이는 붉게 타오르는 가을산은 마치 온 세상을 하느님의 색으로 물들이겠다는 것처럼 느꼈습니다.
엊그제 교역자 모임을 마치고 집에 오는데, 장병용 목사님께서 전화를 주셨습니다.
"채 목사, 뭐 해?"
"저는 지금 교역자 모임 마치고 집에 가는 길이에요. 목사님은 지금 뭐 하고
계세요?"
"나? 이 따사로이 내리는 가을햇살에 취해 있네. 그리고 저기, 저렇게 아름답게
물든 가을 단풍에 넋이 나갔네. 그려."
가을하늘이 주는 햇살을 두 팔 벌려 온 가슴으로 맞이하고 있노라면 우리 속에서 훅! 하고 살아나는 무엇이 있습니다. 우리 가슴을 뜨겁게 달구는 그 무엇이 있습니다. 그래서 이 가을날에 잠 못 이루게 하고 나를 헤매게 합니다. 그것은 사랑이었습니다.
가을산이 온통 붉은색으로 타오르듯 하느님은 우리를 사랑으로 물들입니다. 그렇습니다. 가을산이 단풍나무를 물들이듯, 하나님은 우리를 조금씩 사랑으로 물들였습니다. 그리고 우리는 우리 안에서 '꿈틀' 되살아나는 사랑을 아무에게라도 토해내지 않으면 안 됩니다.
점점 달아오르는 이 뜨거운 가슴을 밖으로 분출시키지 못하면 우리의 심장은 곧 터질 것 같아 누군가에게 내 사랑을 노래하지 않으면 안 됩니다. 내 가슴이 활활 불이 되어 타오를 것 같아, 뜨거운 불길을 주체할 수 없어 들로 산으로 뛰어다니지 않으면 안 됩니다. 그래서 고은 시인은 이 황홀한 가을날에 편지를 하지 않으면 안 되겠노라 노래했습니다.
"가을에 편지를 하겠어요."
가을에 편지를 하겠다함은 내 마음에 사랑이 알알이 익어가고 있다는 것이고, 내 마음이 누군가를 사랑할 준비가 되어있다는 것이요, 내 무르익은 사랑을 그대에게 드릴 준비가 되어있다는 것입니다. 그것은 무한히 내 마음이 그대를 향해 열려 있다는 것이며 세상을 향해 내가 달려가고 있다는 것입니다.
그래서 그대 향한 내 마음은 온통 붉은 가을산이 되어 뜨거운 바람이 되어 온 세상을 '그대'로 물들입니다. 꽃, 나무, 바람, 강물, 산, 들, 바다. 온통 가을색으로 물들인 곳에는 '그대'로 가득합니다. 가을은 사랑하는 그대의 충만함입니다. 가을하늘 아래 그대가 없는 곳은 하나도 없습니다.
가을산처럼 사랑으로 타오르는 나에게는 높고 낮음도, 아름답고 추함도, 부유하고 가난함도, 사람이나 자연이나 모든 것이 내 사랑의 그대가 되어 다만 내 사랑을 드릴뿐입니다. 이 세상 어느 곳도 그 무엇도 내 사랑을 드릴 그대 아닌 것이 하나도 없습니다.
이렇게 가을은 우리를 사랑으로 붉게 물들이고 우리 가슴을 뜨겁게 달굽니다. 그 뜨건 사랑을 어찌할 수 없어 들길을 뛰어 보아도 가라앉지 않고, 강물에 뛰어들어 보아도 식지 않습니다. 이 뜨겁고 강렬한 가을의 사랑은 우리 마음을 헤매게 합니다. 그래서 시인은 이렇게 노래했습니다.
"가을에 편지를 하겠어요.
모든 것을 헤매인 마음 보내 드려요."
나를 버려야 하고, 내 존재를 흔들어 놓는 아, 주체할 수 없는 이 뜨거운 사랑은 나를 헤매게 합니다. 나를 가만히 있게 하지 않고 들로 산으로 뛰어다니게 하는, 나를 잠 못 이루게 하는, 처음도 끝도 없이 헤매게 하는 이 사랑은 누굴 향한 사랑입니까.
그것은 이 세상 어디에나 계신 분, 처음이요 끝이신 분, 높고 낮음에 흔들리지 않고 언제나 한결같으신 분, 삼라만상의 주인이신 분, 가을산을 붉게 물들이신 분, 그래서 나를 마구 헤매게 하고 내 가슴을 사랑으로 물들이신 분, 바로 그대는 나의 주님이십니다. 그렇습니다. 내 사랑은 바로 주님을 향한 사랑이었습니다. 주님을 향한 나의 사랑은 식을 줄 몰라 강물에 뛰어들어도 식지 않고, 들길을 달리면 달릴수록 더 뜨겁게 타오릅니다.
가을산이 붉게 물들수록 주님은 내 마음에 붉게 물듭니다. 세상이 온통 가을의 색으로 변할수록 세상은 온통 주님의 색으로 변해 갑니다. 그것은 사랑입니다. 가을산이 온통 붉게 물들듯 세상이 온통 주님으로, 사랑으로 물들면 얼마나 좋을까요. 얼마나 황홀할까요.
이토록 뜨거운 가을날에 예수를 향한 황홀한 사랑에 취해 헤매는 우리는 참 아름다운 사람입니다. 세상 사람들의 눈도 의식하지 않고 저들이 판단하는 잣대로 사랑하지 않고, 어떤 조건과 목적을 가지고 만나지 않는 가을산처럼 뜨거운 사랑 하나로 주님을 사랑하는 우리는 참 행복한 사람입니다.
그래서 신앙인은 가을산처럼 뜨거운 사랑으로 사는 자입니다. 그 사랑 때문에 헤매는 자입니다. 그래서 마침내 가을산처럼 사랑의 존재가 되는 것입니다.
시인은 자기의 편지를, 자기의 사랑을 '누구라도 그대가 되어 받아' 달라고 노래합니다.
"가을에 편지를 하겠어요.
누구라도 그대가 되어 받아 주세요."
'누구라도 그대가 되어' 사랑하라. 이것은 '누구라도 그대가 되어' 가을햇살처럼 하늘의 은총을 골고루 내려주신 하느님의 사랑입니다. 이것은 "네 이웃을 네 몸과 같이 사랑하라" 하신 우리 주님의 말씀입니다. 내가 좋아하는 사람만 좋아하고, 내가 사랑하는 사람만 사랑하면 그게 사랑이겠습니까?
우리는 주님처럼 누구라도 그대가 되어 사랑하는 사랑의 사람이 되어야 합니다. 주님은 누구라도 그대가 되시어 계신 분이요, 꽃, 바람, 햇볕, 물, 나무, 풀, 강, 산이 되어 계신 분입니다. 누구라도 그대가 되어 계신 주님은 누구라도 차별하거나 선별하여 사랑하지 않으시고 누구라도 그대가 되어 사랑하시는 사랑의 주님이십니다.
십자가에 당신을 매단 주님의 지극한 사랑은 사람만을, 기독교인만을, 의인만을 위함이 아니라 이 세상 누구라도, 죄인까지도, 작은 미생물까지 그대로 여겨 사랑하신 것입니다. 이 가을날에 우리의 사랑도 차등이 있어서는 안 됩니다. 우리도 누구라도 그대가 되어 사랑해야 하며, 아니 누구라도 주님이라고 여기며 사랑해야 하며, 네 이웃을 내 몸처럼 사랑하는 사랑의 사람이 되어야 합니다.
이 가을날에 '누구라도 그대가 되어' 편지를 써보세요. '누구라도 주님이 되어' 모든 이들을 가을산처럼 사랑해 보세요. 이것이 곧 주님을 사랑하는 것이며 그리하면 여러분은 아름다운 사람입니다.
2004년
10월 11일 22:44: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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