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신글모든게시글모음 인기글(7일간 조회수높은순서)
m-5.jpg
현재접속자

오늘의

읽을꺼리

인터넷을 항해하면서 발견한 다시 읽고 싶은 글을 스크랩했습니다. 인터넷 공간이 워낙 넓다보니 전에 봐 두었던 글을 다시 찾기가 여간 어려운 게 아닙니다. 그래서 스크랩할만한 글을 갈무리합니다. (출처 표시를 하지 않으면 글이 게시가 안됩니다.)

[서울대권장도서백권07] 잃어버린 시간을 찾아서-마르셀

목회독서교육 이형식............... 조회 수 3840 추천 수 0 2005.06.02 10:06:05
.........
출처 : http://www.donga.com/fbin/moeum?n=book100$j_665&a=v&l=46&id=200504080246 


표지를 클릭하시면 할인된 가격으로 바로 구입하실 수 있습니다.

프루스트의 ‘잃어버린 시간을 찾아서’는 이별과 재회 또는 죽음과 부활의 이야기이다. ‘스완네 집 쪽으로’는 ‘잃어버린 시간을 찾아서’의 첫 편으로, 그러한 모색의 실마리에 해당한다.

작품세계의 저변을 이루고 있는 것은, 우리가 부단히 죽어 가고 있다는 세네카 식의 인식이다. 특히 망각현상이 그 극명한 예이다. 까마득히 먼 유년시절에 겪었던 일들은 물론, 불과 며칠 전의 일들도 쉽게 잊거나 잊혀진다. 그것이 프루스트가 인식한 우리의 정서적 모습이다. 다시 말해 살아 있음의 뚜렷한 징표인 우리의 정서적 퇴적물은 그렇게 덧없이 지워진다.

그러나 영영 지워지는 것일까? 그렇게 죽어 소멸되는 것일까? 그것이 ‘잃어버린 시간’의 중심적인 의문이다.

물론 지난 세월의 일들을 기록에 의지하여, 또는 다른 수단의 도움을 얻어 인위적으로 기억해 낼 수는 있다. 하지만 그러한 일들은 우리 개체 고유의 실존적 체험과는 무관한 사건들이다. 그러한 사건들의 특징은 온갖 유행이념이나 잡다한 교조(敎條), 주입되거나 들쑤셔진 억지감정 등에 의해 빚어진 그 무엇이라는 점이다. 따라서 그것들은 속성상 다소간의 거짓을 내포할 수밖에 없다.

하지만 우리의 뜻과는 상관없이 이루어지는 과거의 부활도 있다. 아직 봄바람 차가운 어느 날 오후 양지쪽 밭두렁을 무심히 걷던 중 문득 엄습하는 황홀감에 넋을 잃고 걸음을 멈추는 경우가 있을 것이다. 때로는 눈물이 왈칵 치솟기도 할 것이다.

하지만 참냉이 잎이 눈에 띄었다는 사실을 깨닫는 것은 그 다음 순간이다. 그리고 나물 캐던 누나를 따라다니던 시절이, 냉이죽조차 먹지 못해 누렇게 부황에 떠서 죽어 가던 이들을 대동하고 눈앞에 어른거리는 것은, 다시 한순간이 더 지나서이다. 또한 어떤 때는 어느 묏부리를 바라보는 순간 가슴이 설레지만, 아무 추억도 되살아나지 않는다. 부활된 것의 정체가 영영 밝혀지지 않는 경우이다.

‘잃어버린 시간’은 그토록 하찮은 사물에 의해 촉발된 황홀감이나 격정의 비밀을 깨달아 가는 역정을 그리고 있다. 또한 그 과정에서 터득한 ‘진정한 예술’의 본질을 규정하고 있다. 이 작품에서 말하는 ‘잃어버린 시간’은 ‘잃어버린 줄로 믿었던 시간’을 가리키는 반어법일 뿐이다. 다시 말해 우리의 존재적 체험은 결코 소멸되지 않는다는 의미를 내포하고 있다.

물론, 프루스트가 ‘되찾은 시간’이라고 명명한 그 시절 또한 단순한 과거의 어느 순간만이 아니다. 지극히 하찮은 사물과의 우연한 접촉에 의해 부활된 그 상태, 비등(沸騰)성 황홀감을 수반하는 그 찰나적 상태는 과거에도 현재에도 속하지 않는다.

그러한 사실을 깨닫는 순간, 소설의 주인공은 일체의 현상세계로부터 이탈한 자신의 초월적 본질을, 다시 말해 불멸의 가능성을 감지하기도 한다.

삶의 허망한 실상을 절감한 이들에게는 작은 위안이 될 수도 있고, 존재의 새 국면을 보여 줄 수도 있는 작품이다. 문학 및 예술을 공부하는 이들에게는 좋은 참고서가 될 것이다. 그러나 소설로서 어떠한 평가를 받을지는 세월의 여과작용을 더 기다려야 할 듯하다.

한마디 덧붙이자면 ‘잃어버린 시간을 찾아서’ 및 ‘스완네 집 쪽으로’라는 제목으로 출판된 경우가 많은데 ‘잃어버린 시절을 찾아서’ ‘스완 씨 댁 쪽으로’가 정확한 번역이다.

이형식 서울대 교수·불어교육과

List of Articles
번호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수
764 경포호수가에서 사람은 무엇으로 사는가? 피러한 2005-06-26 3469
763 목회독서교육 [서울대권장도서백권25]부분과 전체 (베르너 하이젠베르크) 신석민 2005-06-23 3524
762 목회독서교육 [서울대권장도서백권24] 슬픈열대 (클로드 레비스트로스) 김광억 2005-06-23 3231
761 목회독서교육 [서울대권장도서백권23] 그리스 로마 신화 김현진 2005-06-23 3511
760 목회독서교육 [서울대권장도서백권22] 정지용 전집 (정지용) 윤여탁 2005-06-23 3095
759 목회독서교육 [서울대권장도서백권21] 양철북 (귄터 그라스) 최윤영 2005-06-23 3260
758 목회독서교육 [서울대권장도서백권20] 자유론 (존 스튜어트 밀) file 유홍림 2005-06-23 3607
757 목회독서교육 [서울대권장도서백권19] 셰익스피어 4대비극 (섹스피어) 변창구 2005-06-23 4578
756 목회독서교육 [서울대권장도서백권18] 논어 (공자) 허남진 2005-06-23 3153
755 목회독서교육 [서울대권장도서백권17] 군주론 (니콜로 마키아벨리) 박상섭 2005-06-23 3146
754 경포호수가에서 세 치 혀의 능력 피러한 2005-06-19 3946
753 경포호수가에서 더 걱정스러운 일 피러한 2005-06-19 2619
752 목회독서교육 [서울대권장도서백권16] 허클베리 핀의 모험 (마크 트웨인) 조원철 2005-06-11 3545
751 목회독서교육 [서울대권장도서백권15] 탁류 (채만식) 우한용 2005-06-11 3116
750 목회독서교육 [서울대권장도서백권14] 역사 (헤로도토스) 허승일 2005-06-11 3383
749 목회독서교육 [서울대권장도서백권13] 카오스 (제임스 글리크) 김홍종 2005-06-11 3232
748 목회독서교육 [서울대권장도서백권12] 변신인형 (왕멍) 전형준 2005-06-10 3365
747 목회독서교육 [서울대권장도서백권11]젊은 예술가의 초상 (제임스 조이스) 김길중 2005-06-10 3351
746 목회독서교육 [서울대권장도서백권10] 도덕계보학 (프리드리히 니체) 최정운 2005-06-10 3342
745 목회독서교육 [서울대권장도서백권09] 한중록(혜경궁 홍씨) file 정병설 2005-06-10 3519
744 경포호수가에서 느낌 없이 사는 여자 피러한 2005-06-05 3028
743 목회독서교육 [서울대권장도서백권08] 국가 -플라톤 김남두 2005-06-02 3158
» 목회독서교육 [서울대권장도서백권07] 잃어버린 시간을 찾아서-마르셀 이형식 2005-06-02 3840
741 목회독서교육 [서울대권장도서백권06]] 간디 자서전-마하트마 K 간디 조홍식 2005-06-02 3378
740 목회독서교육 [서울대권장도서백권05] 백년 동안의 고독-가브리엘 김창민 2005-06-02 3370
739 경포호수가에서 그의 성공과 과제 피러한 2005-05-30 2638
738 목회독서교육 [서울대권장도서백권04] 루쉰 소설전집-루쉰 김월회 2005-05-28 3333
737 목회독서교육 [서울대권장도서백권03] 같기도하고 아니 같기도 하고- 로알드 file 김희준 2005-05-28 3824
736 목회독서교육 [서울대권장도서백권02] 돈키호테-세르반테스 file 김춘진 2005-05-28 3178
735 목회독서교육 [서울대권장도서백권01] 광장-최인훈 file 박성창 2005-05-28 3980
734 정치건강취미 뱃살 바이바이~ 최용우 2005-05-25 3252
733 100가지,50가지 알아두면 좋은 음식상식 50가지 최용우 2005-05-25 3713
732 생명환경자연 입구멍에 대한 짧은 생각들 이아무개 2005-05-23 4118
731 경포호수가에서 은혜와 배은망덕 피러한 2005-05-22 3110
730 경포호수가에서 가장 큰 변화 피러한 2005-05-15 2644

 

 혹 글을 퍼오실 때는 경로 (url)까지 함께 퍼와서 올려 주세요

자료를 올릴 때는 반드시 출처를 밝혀 주세요. 이단 자료는 통보 없이 즉시 삭제합니다.

    본 홈페이지는 조건없이 주고가신 예수님 처럼, 조건없이 퍼가기, 인용, 링크 모두 허용합니다.(단, 이단단체나, 상업적, 불법이용은 엄금)
    *운영자: 최용우 (010-7162-3514) * 9191az@hanmail.net * 30083 세종특별시 금남면 용포쑥티2길 5-7 (용포리 53-3)
XE Logi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