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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넷을 항해하면서 발견한 다시 읽고 싶은 글을 스크랩했습니다. 인터넷 공간이 워낙 넓다보니 전에 봐 두었던 글을 다시 찾기가 여간 어려운 게 아닙니다. 그래서 스크랩할만한 글을 갈무리합니다. (출처 표시를 하지 않으면 글이 게시가 안됩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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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 | http://www.donga.com/fbin/moeum?n=book100$j_665&a=v&l=43&id=200504190277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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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주적이고 자족적으로 살아가는 미국인의 원형을 그려낸 ‘허클베리 핀의 모험’을 통해서 19세기 미국인들은 유럽에 대한 문화적 열등감에서 어느 정도 벗어날 수 있었다. 또 이 소설은 미국문학의 전통을 만드는 데 중요한 밑바탕을 제공했다.
이 작품은 독자들의 흥미를 지속적으로 유발시키기 때문에 현재까지도 대중적 인기를 누리고 있으며 미국인 스스로의 정체성을 사유해 보게 하기 때문에 미국문학 전통을 논의할 때도 빼놓을 수 없다.
강을 따라 또는 숲 속에서 자연과 호흡하며 살아가는 주인공 헉(허클베리)의 삶은 문명사회가 부여하는 구속의 틀에서 벗어나 참다운 자유를 향유하고자 하는 현재의 미국인들이 시도해보고 싶은 꿈이기도 하다. 이 책은 이런 미국인들의 바람을 충족시켜줄 뿐 아니라 인종, 종교문제 등 당대의 사회문제를 천진난만한 어린 소년의 눈을 통해 날카롭게 지적하고 있다.
‘허클베리 핀의 모험’은 제목처럼 소년 헉이 미시시피 강을 따라 남쪽으로 내려가며 겪는 모험을 그리고 있다. 과부 더글러스가 강요하는 경직된 ‘문명화교육’에 불만을 품은 헉은 자신처럼 문화적 적응에서 도태된 아버지 팹과 외딴 오두막에서 자연과 더불어 원초적인 삶을 산다.
비록 숨 막히는 문명교육에서 벗어나기는 했지만 아버지의 폭력 역시 견디기가 힘들었던 헉은 근처 잭슨 섬으로 도망치게 된다. 그곳에서 헉은 노처녀 잡슨 에게서 도망친 흑인노예 짐을 만나게 된다. 이후 헉과 짐이 강을 따라 내려가며 벌이는 모험과 그 속에서 형성되는 돈독한 우정은 당시로서는 꿈도 꾸기 힘들었던 ‘흑과 백의 조화로운 공존’이 가능함을 시사한다. 헉은 짐과의 생활을 통해 그토록 갈망했던 자유를 만끽하면서 삶의 지혜를 배우게 되고, 심지어 짐에게서 그간 경험해 보지 못했던 부성애까지 느끼게 된다.
소설 중간엔 어린아이의 순진한 눈으로 당대사회의 왜곡된 모습을 비판한다.
뗏목이 부서져 헉은 그랜저포드 집안에 피신하게 되는데 이 가문은 근처 셰퍼드슨가(家)와 특별한 이유도 없이 총기를 난사하는 등 험악한 관계를 유지하고 있다. 이 두 집안의 싸움을 통해 작가는 우매한 인간들이 얼마나 잔인해질 수 있는가를 보여준다. 계속된 모험 중에 만난 사기꾼, 자칭 왕과 공작을 통해 인간이 돈 때문에 얼마나 비열할 수 있는지도 그리고 있다.
소설 후반부에는 지금까지 온전히 형성된 헉의 정신적 성장과 짐과의 흑백갈등을 넘어선 형제애가 갑자기 사라진다. 이들에게서 이전의 당당한 모험가의 모습은 간데없고 어린아이 톰의 황당한 지시에 복종하는 것이다. 인종문제에 대한 날카로운 비판의식이나 미래에 대한 비전도 사그라지면서 작가가 현실의 복잡한 문제에서 도피하는 것처럼 해석돼 ‘도피부’라고도 한다.
그러나 한편으론 톰이 상징하는 백인에 의해 흑인과 약자는 종국에는 복종할 수밖에 없다는 당시 미국사회의 현실을 고발한 것으로 해석할 수 있는 여지도 있다. 더불어 흑백문제에 관해 개방적이고 진취적인 사고를 가진 극소수의 백인이 톰이 상징하는 그 사회의 주류를 지배하는 문명에 의해 지배될 수밖에 없다는, ‘시대의 배타성’을 풍자하는 것으로 볼 수도 있다.
조철원 서울대 교수·영어영문학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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