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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넷을 항해하면서 발견한 다시 읽고 싶은 글을 스크랩했습니다. 인터넷 공간이 워낙 넓다보니 전에 봐 두었던 글을 다시 찾기가 여간 어려운 게 아닙니다. 그래서 스크랩할만한 글을 갈무리합니다. (출처 표시를 하지 않으면 글이 게시가 안됩니다.)

[北山 편지603] 서로 부르는 호명(呼名)

北山편지채희동 최완택............... 조회 수 2666 추천 수 0 2006.08.24 23:56: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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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  
곡우 절기에 민들레 자매 형제에게, 민들레교회 이야기 603호 중에서  

사랑하는 민들레 자매 형제 여러분,
우리는 시방 부활절을 맞이했고 곡우(穀雨)절기에 들어 와 있습니다. 절기가 곡우에 들면 봄비가 잘 내려 백곡을 윤택하게 한다고 해서 절기 이름이 ‘곡우’(穀雨)입니다. 올 곡우 절기에는 때 맞은 봄비가 잘 내리고 있습니다. 참 감사한 일입니다.

옛날에 곡우 무렵이면 농가에서는 못자리를 하기 위해 볍씨를 물에 담갔습니다. 부활절과 함께 맞이한 곡우 절기에 그대의 마음 밭에 어떤 씨앗이 심어졌습니까?

“씨앗‘이란 무엇입니까?
씨앗안에는 생명이 있습니다. 그러므로 씨앗이란 한 생명의 구원이며 한 생명이 살 수 있는 힘이 깃들어 있습니다. 그런데 씨앗은 심지 않으면 한 알 그대로 있어 마치 무생물(無生物)같습니다. 위대한 생명과 생명력이 그 안에 깃들어 있되 심지 않으면, 심어 죽지 않으면 그것은 그냥 ‘한 알’일 뿐입니다. 그래서 농부는 죽어 있는 것 같은 볍씨를 물에 담가 싹을 틔우는 것입니다. 싹을 틔워 씨앗 자체는 죽고 형체를 바꿔 줄기와 잎이 있는 모가 되면 마침내 논에 옮겨 심겠지요.
민들레 식구 여러분,
부활절 지난 곡우 절기에 우리 주님께서는 우리 각 사람의 밭에 씨앗 하나씩을 심으셨습니다. 그 씨앗은 부활의 씨앗입니다. 나는 이 씨앗의 이름을‘서로 부르는 호명(呼名)’이라고 부르고 싶습니다.
호명(呼名)은 ‘이름을 부르는 것’입니다. ‘서로 부르는 호명’은 서로 서로 이름을 부르는 것입니다.
복음서를 기록한 네 명의 기자들은, 표현은 조금씩 다르지만, 하나같이 부활하신 예수를 처음 만난 사람은 ‘막달라 여자 마리아’라고 적고 잇습니다.
막달라 여자 마리아! 그녀는 예수께서 일찍이 일곱 마귀를 쫓아 내어 주었던 여인입니다. 일곱 마귀에 사로잡혀 있는 사람이라면 보통 사람의 힘과 능력으로는 전혀 손을 써 볼 수 없을 만큼 참담한 처지의 인간이였겠습니다. 그런데 어떤 계기로 그녀가 예수를 만났을 때, 그리고 예수가 그녀의 이름을 불렀을 때 그 순간 그녀에게서 죽음의 그림자는 사라졌고 좌절감과 절망감 대신 다시 살아난 생명이 약동하기 시작했을 것입니다.

예수, 당신은 나의 구원, 나의 생명,
나의 영원한 노래!

그런데 사람들이 막달라 여자 마리아의 구원이시며 생명이신 예수를 잡아다가 십자가에 못박았습니다. 그 죽음의 현장에서 예수가 사랑하던 제자들은 다 도망쳤지만 막달라 여자 마리아(와 다른 여자들)은 끝까지 남아 있었다고 네 명의 복음서 기자들은 증언을 같이합니다. 이 점은 실로 놀라운 일이나 좀 생각해 보면 아주 당연한 일입니다.
그 분이 내게 생명을 새로 주셨으니 이제부터는 내 생명 다하도록, 어떤 처지에서라도, 그 분곁에 있겠다는 다시 살아난 사람의 순수한 사랑과 열정이 막달라 여자 마리아에게 있었던 것입니다. 그런데 ‘나의 구원이시며 생명이신 주님이 십자가에 못박혀 죽으셨다?!’ 마리아는 다시 나락으로 굴러 떨어지는 절망과 슬픔을 맛봅니다. 이미 부활의 환희를 체험했음에도 불구하고 그 주님을 ‘지금,여기’에서 눈으로 볼 수 없고 손으로 만질 수 없는 상황이 되었을 때 그 인간의 절망과 슬픔은 그 깊이를 알 수 없을만큼 처절한 것이었으리라.
그런데 이제 마리아는 주님의 시체마저 볼 수 없는 ‘빈 무덤’앞에 서 있습니다. 기가 막혔을 것입니다. 말로 형용할 수 없었을 것입니다.
그래서 빈 무덤 밖에서 울고 있었습니다. “아이고 주님, 아이고 주님...”
누군가가 “왜 울고 있느냐?”고 묻습니다.
“누군가가 제 주님을 꺼내 갔습니다. 어디에다 모셨는지 모르겠습니다.”라고 마리아가 대답합니다.
이 말은 마리아가 찾고 있는 것이‘우리 주님의 시체’라는 말입니다. 마리아는 예수의 ‘시체’를 찾고 있었습니다.
그러자 예수께서 “왜 울고 있느냐? 누구를 찾고 있느냐?” 하고 물으셨습니다.
마리아는 그 분이 동산지기인 줄 알고 “여보세요, 당신이 그 분을 옮겨 갔거든 어디에다 모셨는지 알려 주세요. 내가 모셔 가겠습니다.”하고 대답합니다.
마리아는 아직 ‘예수의 시체’를 찾고 있습니다.
그 때 예수께서 “마리아!”하고 부르시자 마리아는 예수께 돌아서서 히브리말로 “라뽀니!”하고 불렀습니다. ( 이말은 ‘선생님!’이라는 뜻입니다.)

서로 부르는 호명(呼名)!
주님은 당신을 갈망하며 이름 부르는 마리아의 이름을 불러 주셨습니다. 마리아는 주님이 자기 이름을 부르자 ‘선생님!’하고 주님을 불렀습니다.
“서로 부르는 호명(呼名)!” 이것이 부활의 기쁜 소식입니다. 이것은 말로 형용할 수가 없습니다. 그렇습니다. 이름을 불러 주면 죽었던 것이 살아납니다. 주님이 내 이름을 불러 주시기 전에는 우리도 죽어 있었습니다. 그러나 부활하신 주님이 내 이름을 불러 주시매 다시 살아납니다.

사랑하는 민들레 식구 여러분,
부활하신 주님이 부활을 갈망하는 그대의 이름을 불러 주셨습니다. 그대는 시방 부활하신 주님의 이름을 부르고 잇습니까? 서로 부르는 호명(呼名)으로 우리 가운데 부활의 은총이 충만해지는 것입니다.

그대가 시방 살아있는 것이라면 분명히 부활한 것이고 또한 그리스도 예수의 부활의 은총을 입었습니다. 그렇다면 이제 그대 옆에 죽은 또는 죽어가는 이름들을 새롭게, 다정하게 불러 주세요.

이름은 그 이름으로 불려지는 사물이나 존재를 일깨워 줍니다. 부활하신 예수가 막달라 여자 마리아의 이름을 불러 주셨을 때 마리아는 ‘예수의 시체’를 찾는 상태에서 깨어나 ‘다시 사신 주님의 혙존’을 봅니다. 그래서 그녀는 예수의 이름을 신명나게 불렀습니다. 그 순간 그녀는 부활했습니다. 부활의 은총의 빛에서 서로 부르는 호명(呼名)이야말로 가장 아름다운 생명의 길입니다.

우선 이 땅에서 그대가 결코 헤어질 수 없는, 그러나 자꾸 잊혀지고 있는 이름들을 떠올려 그 이름들을 다정하게 불러 주세요. 반드시 새로운 생명으로, 큰 기쁨으로 다시 만나게 될 것입니다.

천지간(天地間)에 빛을 잃은 하늘, 생명력 잃어가는 땅, 힘없는 바람, 썪어가는 공기와 물의 이름을 불러주세요. ‘소위 하느님의 자녀들’ 때문에 제 구실을 못하게 된 피조물들이 다함께 신음하며 고통하며 그대 ‘하느님의 자녀’가 나타나기를 고대하면서 그대 이름을 부르고 잇습니다. 듣고 있습니까? 왜 대답을 하지 않습니까?

잊지 마세요. 부활하신 주님이 그대의 이름을 부르시자마자 그대가 대답하고 부활했습니다. 시방 죽은, 죽어가는 것들이 그대의 이름을 부르고 있습니다. 그 이름을 불러 주세요. 그 부름에 대답하세요.서로 부르는 호명은 부활을 낳습니다 . (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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