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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二吾 동화] 거북바위 이야기
들판에 바위가 있었어요.
거북처럼 생겨서 거북바위라고 불렸지요.
아주 오래 전 이야깁니다.
지금은 없는 바위 이야기에요.
거북바위는 늘 심심했어요.
함께 놀아주는 동무들이 별로 없었거든요.
소나무한테는 새들이 있고
민들레한테는 나비가 있고
해바라기한테는 벌이 있고
이름 모르는 풀잎엔 이슬이라도 맺히는데,
거북바위한테는 어쩌다가 개미가 지나가고
그것도 아주 급한 걸음으로 지나가고
비에 젖은 나뭇잎이 붙어 있다가
바람에 마르면 떨어져나갈 뿐이었지요.
거북바위는 흙이 되고 싶었어요.
흙에는 나무와 풀들이 자라고
온갖 꽃들이 피어나고
들쥐가 집을 짓고
새끼들쥐들이 태어나고
지렁이가 굴을 파고
그래요, 흙에는 모든 생명 있는 것들이 살지요.
거북바위는 흙이 되고 싶었습니다,
그것도 아주 간절하게.
그러던 어느 날,
바람 불고 비 내리고 천둥번개 치던 날.
우르르 꽝!
하늘에서 벼락이 떨어졌어요.
그 넓은 들판에, 하필이면 거북바위를 골라서!
거북바위는 둘로 갈라졌지요.
가슴에 커다란 상처가 난 겁니다.
그 상처로 빗물이 새어들기 시작했어요.
빗물이 새어들면서
바람이 드나들고
낮에는 햇빛이 스며들고
밤에는 별빛이 스며들고
그때마다 거북바위는 몸으로 느꼈지요.
아, 내 상처가 자꾸만 커지는구나.
빗물이 새어들고
바람이 드나들고
햇빛이, 별빛이 스며들어서
내 상처가 아물지를 못하는구나.
아물지 못할 뿐 아니라 오히려 갈수록 커지는구나.
이러다가 마침내 죽고 말겠구나.
거북바위 하나 세상에서 사라지고 말겠구나.
상처라는 게 본디 그렇거든요.
나아서 아물든지 아니면 자꾸만 커져서
상처 난 몸을 통째로 삼켜버리고
그래서 상처 난 몸과 함께 없어지든지.
둘 중에 하나,
그것이 상처의 운명이거든요.
거북바위 상처는 어느 쪽이었을까요?
빗물이 새어들고
바람이 드나들고
햇빛, 별빛이 스며드는 걸 막을 수 없었기에
거북바위 상처는 마침내
거북바위보다 커져서
거북바위를 삼키고 말았답니다.
불쌍한 거북바위!
벼락 맞은 거북바위!
벼락 맞은 제 상처에 삼켜버린 거북바위!
하지만, 오랜 세월 거북바위를 거기 있게 했던
빈자리는 사라지지 않았어요.
빈자리라는 게 본디 그런 겁니다.
세상없어도 사라지지 않는 게 빈자리거든요.
그리고 그 빈자리에는 언제나 뭔가 있게 마련이지요.
오랜 세월 거북바위가 차지했던 빈자리에
지금은 거북바위 대신,
소나무 가지에 새들이 노래하고
민들레가 피어나고
이름 모를 풀잎에 이슬 맺히고
그것들 위로 비가 내리고
바람이 불고
낮에는 햇빛, 밤에는 별빛이 내려와
말없이 놀다 가지요.
아픈 상처로 저를 삼키고……
그래서 마침내 흙으로 된 바위가 있었답니다.
월간<풍경소리> 2014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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