꼭 가야만 했나
지난 주 일요일 오후,
어느 방송사로부터 아프간에 대한
인터뷰를 할 수 있느냐는
전화를 받았다.
내가 아프간을 두 번 다녀왔고,
‘선교(宣敎)’에 관한 여러 경력이 있음을
알고 요청해 왔던 것이다.
다음 날 인터뷰를 하는 동안에 그 사건은
처음 내 생각과는 다르게 피를 나눈
내 형제의 이야기가 되어버렸다.
며칠 전 아프가니스탄에 봉사를 위해 떠난
분당 샘물교회 교인들이
탈레반 무장 세력에 납치(拉致)되면서,
이들의 무사귀환을 기원하면서도
그들의 무모한 선택을 했다는 의견과 더불어
정부를 실토하는 의견이 첨예하게
대립되고 있는 중이지만,
대체로 교회(敎會)에 대한 질책이 크다.
정부에서 몇 번의 주의를 주었음에도
그 모든 경고들을 무시하고
갔다가 그런 일을 당했으니,
대다수 국민들이 화가 난 것이다.
그런데 어느 사이트에 가 보니
정부에서 수차례 경고했다는
뉴스는 사실과는 다르다고 말하고 있었다.
나는 그 글을 보고서 곧 바로
샘물교회 홈페이지에 접속하려 했으나
이미 폭주하여 다운되어 있었고,
교회는 전화를 받을 수 없는 상황이었다.
어찌되었든 그러한 진실 여부는
차후에 밝힌다 해도,
먼저 이번 사태의 중심에 서있는
샘물교회를 알아보므로,
너무 일방적으로만 몰아 부치고 있는
사건의 진실을 조금이라도 가렸으면 하는 마음이다.
분당 샘물교회 박은조 목사는
이전에 강남구 논현동 서울영동교회에서
20년 가까이 안정적인 목회를 하다가,
뜻한바가 있어서 모든 것을 내려놓고
분당에서 한 상가 건물을 임대 사용해오다
일 년 전 지금의 건물을 구입한 후
리모델링하여 사용하고 있다.
샘물교회는 외적으로만
성장하는 교회가 아니라 한국교회에
지표가 되고 있는 모범적인 교회로 잘 알려져 있다.
언론매체에서 교회의 문제점을
지적할 때마다 빠짐없이 모범적인 대안(代案)
으로 나오는 곳이 바로 샘물교회다.
박 목사는 대형화를 멀리하고 이미
8개 교회를 분가시켰으며,
대안(代案)학교도 운영하고 있다.
교회 건물을 짓는 대신에
봉사와 선교에 최선을 다하고 있었다.
해외에 병원과 학교를 짓는 일 뿐 아니라,
국내에서는 교도소나 저소득층, 장애인 돕기에도
많은 예산(豫算)과 인력을 쓰고 있었다.
그가 이사장으로 있는 ‘한민족복지재단’도
북한에 식량과 의약품을 보내는 일에
크게 기여하고 있음은
여러 차례 소개(紹介)된 바 있었다.
이번 아프간 봉사(奉仕)도
샘물교회에서 설립한 병원과 유치원을
돌아보고 오다가 이런 일을 당한 것이다.
누가 뭐라 해도 적어도 샘물교회는
지금까지는 인근지역과
한국 사회에서는 좋은 평가를
받고 있다는 것을 객관적으로 얼마든지
증명(證明)할 수 있는 교회다.
그럼에도 이번 일로 인해
샘물교회에 대한 여론(與論)은
거의 대부분 부정적으로 흘러가고 있다.
어찌되었든 간에,
그 교회가 잘 했든 못했든 이번
아프간 사태의 책임(責任)은 한국 교회가
떠안을 수밖에 없지 않는가.
피랍된 이들의 무사귀환을 기도하지만
이번 일을 계기로 한국교회도
자성의 시간을 가져야
한다는 의견(意見)도 만만치 않다.
먼저 무분별한
해외(海外)봉사에 대한 시각이다.
아무리 NGO단체의 초청으로 갔다 해도
이미 3년 전부터 여행 제한 국으로
분류된 위험한 지역이라는 것을
알면서도 특별한 대책 없이
떠났다는 지적이다.
작년에도 아프가니스탄 평화 축제는
한국 개신교의 해외 활동이 얼마나
적극적인지를 보여주는 상징적인 사건이었다.
당시 국내의 한 민간 기독교단체는
정부의 테러 경고에도 불구하고
수도 카불에서 사흘 동안 천 2백여 명이
참석하는 대규모 행사를 준비했지만,
끊임없이 제기된 테러 가능성 때문에
포기하면서 사태는 별 탈 없이 일단락됐었다.
아무리 좋은 비전이라 해도 무리수를
두면서까지 상대 국가를 자극하는
것은 분명 옳지 못하다는 의견이다.
봉사(奉仕) 자체를 부정할 사람은 없다.
다만 지혜로운 봉사가 필요하다는 것이다.
샘물교회 박 목사는 23일 성명서를 통해,
‘원래 그런 의도가 아니었는데...
심려를 끼쳐 죄송하다,
‘아프간 활동을 중지 시키겠다’라는 내용의
사과(謝過) 성명을 발표했었다.
이번 일은 그 교회 뿐 아니라
모든 한국교회의 해외 봉사에 대한
근본적인 변화(變化)가 예고되는 대목이었다.
그러나 우리는 이 일로 인(因)해 꼭
짚고 넘어가야 할 일이 있다.
도대체 23명은 모두가 위험하다고
하는 곳에 왜 떠나야 했던가에
대한 단상(斷想)이다.
그들은 단순히 여행하러 간 것이 아니라,
자기 돈 내고 봉사하러 갔다가
무장테러 집단 같은 탈레반에 납치된 것이다.
그들은 탈레반 정권 때 피해를 본
아프간 사람들을 치료하고 건물을 보수하며
사랑을 전하다가 납치되어 벌써
순교자(殉敎者)까지 생겼던 것이다.
어떤 분은 그들이 그 곳에 간 것은,
‘기독교인’이라는 이유 하나
때문이라고 말했다.
아무도 가지 않는 곳에
갔다는 것은 신에 대한 사랑이 아니면
불가능 했을 것이다.
우리나라 모든 언론들은
그들을 이해하는 측면보다는
처음부터 끝까지 질책만하고 있지만,
다른 나라에서는 용기 있고 부러운
행동이라며 극구 칭찬했고,
일본에서는 자국민 한 명도 아프간에
의료봉사 갔었는데 자랑스럽다고
말하며 한국인은 대단하다고 했다고 한다.
그는 이 일은 인류애(人類愛)를 부각시켜
한국인은 용기 있는 사람이 사는 곳이라고
알려야 한다고 주장(主張)하기까지 했다.
봉사단원 모두가 섬김의 삶을 살았지만,
이번에 먼저 하늘나라에 간
배 목사는 평소에도
힘들고 어려운 사람들을 보면
그대로 지나가지 못했던 사람이라고 한다.
2년 전에는 간경화로 죽을 뻔 했지만,
멈추지 않고 어려운 일을 도맡아
해오다 이번 일을 당했다.
부창부수(夫唱婦隨)라고
그의 부인도 역시 똑 같은 사람이다.
얼마 전 백혈병에 걸린
사람을 위해 골수 이식을 했었는데,
성함이라도 알려달라는 환자에게
끝까지 자신의 이름을 밝히지 않았다고 한다.
납치된 23명 모두가 나름대로 그런
마음을 갖고 오래 전부터
훈련받으며 준비하다가 이번 일을
당했으므로 보다 너그러운 마음으로
속히 귀환하길 기도(祈禱)하자는 것이다.
두 번째 생각해 보아야 할 일은
그럼에도 아프간에는 계속적인 봉사가
필요(必要)한가에 대한 단상이다.
지금 한국교회가 파송한 선교사는
1만7천명으로 미국에 이어 세계 2위다.
특별히 아프간에 장기체류중인
10여개의 NGO단체에 소속된 선교사는
약 백여 명에 이르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배 목사 순교로 인해 정부는
이라크와 마찬가지로 아프간에서도
모든 한국 봉사자들을 철수(撤收)시키려고 하지만,
그들에 대한 봉사를 여기서 접을 수 없다.
아프간은 6.25 전쟁 때 우리의 모습이다.
30년 동안 내전(內戰)으로 인해
모든 것이 무너져 내려 피폐되어 있는
그들에게 47년 전에 받았던
사랑의 빚을 갚아야 할 의무(義務)가 있다.
나도 탈레반 정권이 무너지고
새 정부가 세워진 후,
다음 해에 내가 소속되어 있는
갈릴리세계선교회와 국제기아대책이 연합하여
북부 쪽으로 의료 봉사 간 적이 있었다.
그 다음해에는 역시 소속된 선교회와
KBS 방송국과 함께 카불로 봉사를 갔었는데,
기적 같은 일이 연일 일어났었다.
옛 탈레반 학교에서 진행된
양방과 한방, 치과 진료를 받으려고
사흘을 걸어서 굶고 온 그들에게
신은 특별한 긍휼(矜恤)을 베푸셨다.
연일 계속되는 놀라운 기적들이
소문이 나면서 사람들은 더 많이 모여들었다.
아프간 방송국에서도 취재해 갔지만,
우리는 방송을 원하지 않았다.
그 때 우리를 그 곳으로 인도하여
함께 봉사했던 선생님도
아프간에서도 의료혜택을 전혀
받을 수없는 오지(奧地)만 찾아다니며
크리닉을 세우고 진료를 계속 하고 있다.
그 나라에선 당연히 훈장을 주어야 할 사람이지만,
그도 얼마 전에 테러를 당하여 차가
전복되어 목숨이 위태로웠다.
그럼에도 그는 아프간 사람을 미워하지 않는다.
자신을 모르는 사람이 그런 것이지,
아는 사람은 그런 짓을 하지 않는 다는 것을
잘 알기 때문이다.
토마스는 대동강에 대리기 전에
활 맞아서 죽었지만, 많은 선교사들이
의사로 간호사, 교사로 조선을 찾아 왔었다.
그리고 6.25전쟁 중에도 목숨 걸고
이 땅에 수많은 서양NGO단체 선교사와
봉사자들이 찾아와 피를 뿌림으로
우리나라 근대화의 초석을 이루었듯이,
동일하게 목숨이 위태로우면서도
먼저 온 그들처럼 한 알의 밀알이 되고
있는 자랑스러운 한국 사람들이 있다.
오늘 그 의사(醫師)에게 메일이 왔는데,
클리닉이 있는 곳은 안전하지만
만약 인질들에게 인명피해가 있을 경우 정부에서
어떤 조치를 취할 수도 있기에 예의
주시하고 있다고 한다.
그는 마지막으로 이럴 때 일수록
2,800만 아프간 영혼을 위해
기도해달라고 부탁했다.
주여,
지금 우리가
그들을 위해 할 수 있는 일이란
당신께 긍휼을 구하는
기도밖에 없음을
고백합니다.
누구보다도
아프간을 사랑 했기에,
그 땅을 밟았던
그들을 긍휼히 여기시어,
사망의 음침한 골짜기 가운데서도
주님 보호하심으로 속히
돌아오게 하소서
또한 아프간 평화와 함께
지금도 사랑의 빚을 진 마음으로
밀알처럼 사역하고 있는
종들을 긍휼히 여기소서.
2007년 7월 29일 강릉에서 피러한 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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