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엇을 챙길 것인가
캘리포니아 남쪽에
역사상 최악의 재난이라는
대형(大型) 산불이 동시다발적으로 일어나,
뉴욕시보다 넓은 지역(地域)이
잿더미로 사라지면서,
재산과 인명피해는 말할 수가 없었다.
갑작스런 대피(待避)명령에 따라
삶의 터전인 집을 버리고
이재민 센터에서
불안에 떨다가 다시 돌아와 보니,
화마(火魔)가 할퀴고 떠난 자리는 흔적만
남아있을 뿐 어디에도 생명은
찾아볼 수가 없었다.
최근에 캘리포니아에서 일어난 크고
작은 화재(火災)에 대해
새로운 유형의 테러가 아닌가하고
의심해 보기도 하지만,
아직까진 확실한 물증은 없고
다만 방화(放火)로 추정되는 몇 건은 있었다.
오히려 그런 일보다는
지구 온난(溫暖)화와 기후 변화로 인한
자연적 재해라는 것이
더욱 설득력을 얻고 있다.
최근 들어 고온건조 기후가 늘어나면서
강수(降水)패턴도 변하고
악마의 바람도 더욱 강(强)해져,
한번 산불이 일어났다하면
진화란 거의 불가능한
상태다.
과거 산불은 숲의 순환(循環)구조상
긍정적인 면도 있었지만,
지금은 산불 규모 자체가 워낙
크다보니 엄청난 이산화탄소가 발생되어,
다시 지구온난화의 악순환 고리를
강화(强化)시키고 있다는
점이 문제다.
어찌 보면 인간을 향한
자연의 보복(報復)일지도 모르겠다.
그동안 인간들은 너무나
오만(傲慢)한 자세로 자연을 대했다.
개발이라는 미명하에 어디든
건물을 짓느라
수자원을 고갈시켰고,
환경(環境)순환 고리를 인위적으로
끊었던 것이 화가 되어,
지구촌 곳곳에는
가뭄과 산불 그리고 폭우(暴雨)로 인해
하루도 바람 잘 날 없는 불안한
세상이 된 것이다.
문제는 이런 일들이 이젠
강 건너 불구경하듯이
남의 이야기만 될 수 없다는데 있다.
우리는 전 국토의 70%가
산지(山地)여서
지금도 연평균 약 500건 정도가
산불이 발생하고 있지만,
앞으로 더 큰 대형 산불다발 지역에서
자유롭지 못하기 때문이다.
2년 전, 양양(襄陽)에서 산불이 났을 때,
순식간에 7번 국도를 넘나들면서
강릉까지 오지 않았던가.
대선을 앞두고 정치인들은
자기 정당의 손익계산에 여념이 없지만,
조금만 멀리 내다본다면
우리 후세들에게 가장 크게 영향을
미칠 환경(環境)에 관한 정책이
그 어떤 분야보다도
관심을 가져야 한다는 것이다.
물론 외적으론 소방시설을 확충하거나,
재난시스템 일원화를 통해
능동적으로 대처하는
일도 중요하겠지만 본질적으론
시민들의 의식개혁(意識改革)이 먼저
일어나야만 뜻하지 않는
재난들을 이겨낼 수 있다는 것이다.
나는 이번 캘리포니아 산불을 통해
역시 미국이라는 나라는
자원봉사자의 대국이라는 것을 실감했다.
그들은 이번 산불 때,
소방대원 두 배나 넘는 주민 소방단과
자경(自警)단을 만들어 봉사활동을
하는 동안, 자기가 사는
동네에도 불이나 집이 타고 있었지만,
그들은 인명구조 활동은 계속
했다는 안타까운 뉴스를
접할 때 나는 참으로
많은 것을 생각하게 되었다.
또한 일반 시민들도
물을 절약하기 위해 화재 기간에는
잔디에 물주는 일 뿐만 아니라
샤워나 빨래는 거의 하지 않았다고 한다.
도로는 곳곳에 통제(統制)하는 곳이 많아
어딜 가나 꽉 막혔지만
누구 하나 우회하는 사람 없이
질서 정연하게
유리에 쌓인 재 가루를 떨며,
자기 순서(順序)를 기다리는
그 모습을 보면서
선진국의 진면목을 볼 수 있었다.
더불어 나는 이번 산불로 인해
인생(人生)에 대한
많은 교훈을 얻게 되었다.
먼저 인간의 무력감(無力感)이다.
강풍(强風)은 사람의 모든 노력도
허사로 만들어 놓았다.
수많은 자원봉사자도 있고
좋은 소방차 그리고
헬리콥터와 비행기까지 있었지만
강풍(强風) 앞에서는 속수무책이었다.
사람이 할 수 있는 일이란
바람이 멈출 때까지 기다렸다가,
물 뿌리고 소화액을 뿌리는 정도였다.
어느 기자(記者)는 불타고 있는
자기 집을 가리키며
생방송을 진행하고 있었다.
‘저기 불타는 곳이 거실(居室)이고,
그 뒤에가 창고입니다.
저는 저 집에서
25년 동안 살았는데...
물론 가족들은 모두 안전하게
빠져 나왔지만...
아, 호스에서 물이 뿜어져 나오지만
역부족인 것 같습니다...’
나는 그 짤막한 1분짜리 뉴스가
그 어떤 뉴스보다도
호소력 있게 보였던 것은,
한평생 자신이 그토록
아끼고 사랑했던 물건들이
불에 타고 있음에도 바라만 보아야 하는
그의 안타까움을 도대체 무엇으로
비유(比喩)할 수 있단 말인가.
두 번째는 인생에서 가장
중요(重要)한 것이
무엇인가를 생각해 보았다.
당시 주민들은 대피할 수 있는
시간적 여유가 10분밖에 없었다고 한다.
재난지역으로 선포(宣布)된 주민들은
순식간에 집에서 도망쳐
나와야 하는데
그 때 무엇을 갖고 나왔겠는가.
먼저 지갑과 유가증권들,
그리고 패물과 비싼 골동품들이었을까.
소돔성의 롯 아내처럼
괜히 뒤돌아보다 소금기둥 되면
어찌하겠는가.
그런 상황에선 목숨보다 더 중한 것이
없기에 다른 것은 다 부질없어
보일 수밖에 없다.
알렉산더 대왕은 동서 세계를
하나로 만들겠다는 꿈을
위해 희랍으로 출전(出戰)하기 앞서서,
자신의 모든 보물을 신하들에게 나누어 주었다.
‘저희에게 다 주시면 폐하의 보고는...’
‘다 준 것은 아니다.
내가 가장 아끼는 보물은
내 가슴 속에 있는 희망(希望)이란다...’
그를 대왕(大王)으로 만든 것은
어떤 물욕도 명예도 권력도 아니었다.
오직 백성들에게
꿈을 안겨 주었던 희망,
그것이 그를 위대한 사람으로
만들었던 진정한
그의 보물(寶物)이었던 것이다.
이번에 일어난 캘리포니아 대형 산불은
앞으로 지구 곳곳에서 일어날
지진과 여러 재난들과는
비교(比較)할 수 없는
작은 흔적일지도 모르겠다.
그 때는 순식간에
생(生)을 마감할지 아니면,
이번처럼 최소 10분이라도
시간적 여유(餘裕)가 있다면 나는 과연
무엇을 갖고 떠날 것인가.
바이블에는 분명
그 날과 그 시(時)는 아무도
모른다고 했기에,
지금 내 인생에서 가장 중요한 것이
무엇인가를 미리 준비(準備)
하지 않으면
당황할 수밖에 없기에,
오늘이 마치 그날 인 것처럼
미리 챙겨두며
살아야하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주여,
마지막 그 날에
제가 꼭 챙겨야 할 것은
무엇입니까.
설마
사람들이 생명보다
귀하게 여기는,
통장과 패물,
어떤 문서들이 아니길
소원합니다.
마지막 그 날에
불에도
타지 않을 저의
보물은 오직 당신이오니,
늘 그의 이름을
의지하고,
늘 그의 이름이
드러나는 삶이되길
소원합니다.
2007년 11월 첫 주 4일에 강릉에서 피러한 드립니다.
사진작가ꁾ크로스맵사이트 해와달사이트(최용덕님) 포남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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