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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넷을 항해하면서 발견한 다시 읽고 싶은 글을 스크랩했습니다. 인터넷 공간이 워낙 넓다보니 전에 봐 두었던 글을 다시 찾기가 여간 어려운 게 아닙니다. 그래서 스크랩할만한 글을 갈무리합니다. (출처 표시를 하지 않으면 글이 게시가 안됩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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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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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목회상담학회 제7차 가을학술대회를 2006년 11월 25일(토) 하루 종일 연세대학교에서 열렸습니다.
그 중에 발표논문 중에 내 관심을 끌었던 것이 위 논문입니다.
발표자는 가톨릭대학교 대학원 심리학과 상담심리학 전공으로 2006년 봄학기에 <마음챙김 척도개발>으로 문학박사학위를 취득하신 분입니다.
발표자께서는 명상을 하는 사람들에게 그 효과와 과정에 대한 측정이 어렵다는 것을 실감하고 이를 측정하려는 시도입니다. 명상이나 관상기도의 신체적, 심리적 효과에 대해 경험으로 효과가 있다는 것은 알고 있으나, 그것을 계측하려는 시도가 있어왔으나, 이렇다할 성과가 없었던 것이 현실입니다.
그러던 차에 박성현박사께서 이를 시도하고 그를 박사학위 논문으로 내놓은 것입니다.
발표 논문은 여러분께서 읽어보시면, 그분이 이 분야에 상당한 조예가 있음을 알 수 있을 것입니다. 특별히 명상의 효과에 대한 논의는 뛰어납니다.
관상기도에 관심이 있으시고, 이를 더욱 발달시키시려는 분은 꼭 한번 읽으시고, 서구에서 이와 관련된 연구가 얼마나 진척되고 있는 지를 확인해보시기 바랍니다.
박성현박사는 서울불교대학원 대학교에서 올해부터 겸임교수를 시작으로 전임교수를 향하여 가시고 계시는 신진학자이십니다. 많은 활동과 활약을 기대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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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빠싸나 명상, 마음챙김, 그리고 마음챙김을 근거로 한 심리치료
박성현 <서울불교대학원대학교>
위빠싸나 명상에 대한 심리치료적 접근
불교 전통의 명상을 심리치료에 적용하려는 시도가 꾸준히 이어져오고 있다. 특히, 명상의 한 방법인 위빠싸나 명상에 대한 관심이 최근 들어 크게 증가하고 있다. 명상이 서구사회에 도입된 초기에는 주로 신비주의적인 종교수행으로서 받아들여졌다. 그러나, 최근에는 심신의 고통을 치유하는 실제적인 방법으로 인식이 확장되고 있으며, 의학계나 심리학계에서 과학적 연구대상으로서의 위치를 확보하게 되었다.
불교명상이 상담 및 임상심리학 연구자들의 관심을 촉발하게 된 계기는 하바드 의과대학의 Benson(1975, 1985)이 심장질환의 치료에 명상을 활용하면서부터라고 할 수 있다. 1977년 미국 심리학회(APA: American Psychological Association)에서 명상의 임상적 효과에 대한 연구를 요청하면서 심리치료의 맥락에서 명상에 대한 연구들이 활발하게 진행되었다. 이때의 대부분의 논문들은 집중명상(concentration meditation; 지법 혹은 사마타 명상으로도 불림)과 Benson의 이완반응 프로그램을 주제로 하고 있다. 이러한 과학적 연구의 결과 명상이 스트레스 관련 질병을 개선할 뿐 아니라 심장병, 암 등과 같은 만성적, 난치성 질병의 고통을 예방하고 완화하며, 약물중독이나 우울증, 과잉행동, 주의력 결핍증 등과 같은 심리적 불균형 상태를 회복시키고, 자기-비난의 감소, 긴장-불안 감소, 다양한 정서 경험의 증가, 자기-정체감 증대 등 긍정적인 심리적 효과가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장현갑, 1996, 2004).
90년대 이후에는 연구의 흐름이 위빠싸나 명상(vipassana meditation; 관법, 통찰명상, 마음챙김 명상 혹은 사념처 수행으로도 불림)으로 전환되고 있다. 이러한 변화는 메사추세츠 대학의 Kabat-Zinn(1990)이 만성 통증 환자를 치료하기 위해 마음챙김에 근거한 스트레스 감소 프로그램(MBSR: Mindfulness-Based Stress Reduction)을 진행하면서부터라고 할 수 있다. MBSR에서는 위빠싸나 명상의 핵심기법인 마음챙김(mindfulness)을 임상환자들에게 훈련시킴으로써, 만성적인 통증의 조절 뿐 아니라 불안장애, 우울증, 공황장애와 같은 정서적, 행동적 장애의 치료에도 효과를 나타냈다(Davidson, & Kabat-Zinn, 2004). 일반인을 대상으로 한 MBSR 연구에서도 마음챙김 훈련이 스트레스의 완화와 정서적 안녕을 증진시키는 것으로 보고되고 있다(Astin, 1997; Shapiro, Schwartz, & Bonner, 1998).
MBSR 프로그램을 근간으로 우울증 재발 예방을 위해 구성된 마음챙김에 근거한 인지치료(MBCT: Mindfulness-Based Cognitive Therapy) 는 기존의 인지치료의 효과와 동등한 우울증 재발율 감소를 나타냈다(Segal, Williams, & Teasdale, 2002). 명상과 인지치료 원리를 통합하는 또 다른 프로그램인 Linehan(1993a, 1993b)의 변증법적 행동치료(DBT: Dialectical Behavior Therapy)는 경계선 성격장애 환자에게 마음챙김을 훈련함으로써 자살 및 자해 행동을 감소시키는 것으로 확인되고 있다. 또한, 다양한 심리장애의 공통원인으로 간주되는 경험적 회피를 차단하고 경험의 수용을 훈련하는 Hayes, Strosahl과 Wilson(1999)의 수용-참여 치료(ACT: Acceptance and Commitment Therapy)도 마음챙김 명상의 원리와 인지치료를 통합하는 대표적인 프로그램이라고 할 수 있다. 이 밖에도 마음챙김 명상과 심리치료를 통합한 치료기법들이 일반화된 불안장애(Roemer, & Orsillo, 2002),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Wolfsdorf, & Zlotnick, 2001), 약물남용(Marlat, 2002), 그리고 섭식장애(Telch, Agras, & Linehan, 2001)등의 치료에 효과가 있다는 연구들이 있다.
여러 심리치료의 접근들 중 특히 인지행동적 접근에서 위빠싸나 명상의 핵심원리인 마음챙김(mindfulness)을 심리치료에 통합하고자 하는 시도가 가장 활발하다. 이러한 마음챙김의 원리를 받아들인 인지행동치료법들이 한때의 유행이 아니라 인지행동치료의 새로운 제 3 동향을 형성할 정도로 폭넓은 관심을 받고 있다(김정호, 2004b). 인지행동치료의 첫 번째 흐름은 고전적, 조작적 조건화 원리와 관련된 기법을 특징으로 하는 행동치료이며, 두 번째 흐름은 1970년대 정서의 인지매개이론에 기초하여 출현한 인지치료라고 할 수 있다. 인지행동치료의 세 번째 흐름은 위에서 예로든 마음챙김에 근거한 인지치료(MBCT), 변증법적 행동치료(DBT), 그리고 수용-참여치료(ACT) 등이 대표적인 치료기법이라고 할 수 있다. 이러한 새로운 치료법들의 공통적인 특징은 마음챙김(mindfulness)과 수용(acceptance)의 원리를 치료의 핵심적인 기법으로 사용하며, 치료방법들이 체험적 요소를 강조하고 있다(문현미, 2005).
그렇다면 서양의 인지행동치료자들이 위빠싸나 명상의 원리를 자신들의 치료에 받아들이게 된 배경은 무엇일까? 전통적인 인지치료는 아리스토텔레스에서 기원하는 실재론적 또는 대응론적 진리관에 기초하고 있다. 즉, 우리의 마음밖에는 실재하는 존재들이 있으며, 그러한 존재의 상태를 올바르게 반영하는 사고나 명제가 진리라는 관점이다. 따라서 사고나 명제에는 옳고 그름이 있으며 실상을 올바르게 반영하는 사고가 적응적인 것이라는 생각을 내포하고 있다(권석만, 2006). 그러나, 인간은 실상을 올바르게 반영하는 합리적이며 적응적인 사고를 할 수도 있지만, 반대로 왜곡된 인식을 할 수도 있는 존재이다. 인지치료에서는 인간의 심리적 고통이나 정신병리는 이러한 인지내용이 현실을 부정적으로 왜곡하는데 기인한다고 가정한다. 그러므로, 인지치료의 과정은 내담자가 세상을 어떻게 인지적으로 파악하는지를 이해하고, 왜곡된 인지과정이 자신의 정서적, 행동적 문제에 어떤 영향을 미치고 있는지를 탐색하여, 이러한 부적응적인 인지내용을 현실적이고 유용한 내용으로 변화 혹은 대치하도록 개입하는 것이다(Beck, Rush, Shaw, & Emery, 1979). 전통적인 인지치료에서는 그동안 내용-중심적인 조작적 변화, 즉 심리적 경험의 내용에 초점을 맞추어 그 내용을 변화시키려는 치료적 개입을 시도해왔던 것이다.
최근에 심리치료자들은 내담자의 경험내용을 변화시키거나 통제하려는 치료방법에 한계를 느끼게 되고, 심리적 경험내용 보다는 그러한 경험에 대한 개인의 태도가 심리치료에서 보다 근본적인 초점이라는데 동의하고 있다(권석만, 2006). 즉, 심리치료자들은 처치나 조작에 의해 내담자의 부정적인 내적 경험을 변화시키는 것 보다 내담자 스스로 자신의 경험에 대해 이전과는 다른 방식으로 관계하는 방식을 배우도록 하는 것이 보다 근본적인 치료라는 것을 알게 되었다. 예를 들자면, 마음챙김에 근거한 인지치료(MBCT)에서는 인지내용(cognitive contents)의 변화 보다는 메타-인지적 과정(meta-cognitive process) 즉, 자신의 인지내용을 대하는 상위의 마음자세가 치료에서 더 중요하다고 가정한다. 이러한 메타-인지적 과정이 강화되면 내담자는 자신의 부정적 생각을 현실이나 자신에 대한 정확한 반영이 아니라 자각의 장에서 일어나는 하나의 정신적 사건으로 볼 수 있게 된다. 즉, 사고내용을 변화시키기 위한 노력 대신에 자신의 사고의 흐름을 있는 그대로 추적하도록 함으로써 자신의 사고내용과의 관계를 변화시키는 것을 목적으로 한다. 자신의 내적 경험에 대해 평가하거나 판단하지 않고 수용적인 태도로 관찰하는 힘을 배양시키기 위해 내담자는 위빠싸나 명상의 핵심인 마음챙김 기법을 훈련한다.
전통적인 인지치료에서도 사고내용을 관찰하는 기법으로서 자신의 사고 내용과의 거리두기(distancing), 즉각적인 경험에서 한걸음 비켜서서 사건과 그에 대한 자신의 반응사이의 공간을 만드는 탈중심화(de-centering)등의 메타-인지적인 주의조절에 관한 개념이 없었던 것은 아니다(Safran, & Segal, 1990). 그러나, 왜곡된 인지내용이 정서적 문제를 일으킨다는 인지 매개가설이 직관적으로 매우 설득력이 있었으므로, 비합리적인 사고내용을 보다 적응적인 내용으로 대치하는 것이 인지치료의 기제로써 광범위하게 인식되어져 왔다. 따라서, 인지내용에 대한 메타-인지적인 태도는 다소 주목을 받지 못했다고 할 수 있다. 위빠싸나 명상의 심리 치료적 효용이 알려짐에 따라 인지치료에서 주목받지 못했던 메타-인지적인 주의과정이 치료의 주요 기제로 다시금 부상하게 되었다. 이러한 상황에서 메타-인지적인 주의과정을 훈련하는 방법을 제공하는 위빠싸나 명상을 심리치료에 적용하려는 시도가 크게 증가하고 있다고 볼 수 있다.
서양의 심리치료자들이 동양의 위빠싸나 명상을 심리치료에 접목하고자 하는 시도는 동양의 정신수행법이 서양의 과학적 심리학과 만난다는 점만으로도 흥미로운 현상이다. 그러나, 이러한 동서양의 전통이 결합되어 보다 통합적인 인간이해를 바탕으로 효과적인 치료방법으로 발전할 것인지에 대해서는 섣불리 속단할 수 없다. 마음챙김을 근거로 한 심리치료의 효과에 대한 개념적, 경험적 논문들을 리뷰한 Baer(2003)는 마음챙김에 근거한 심리치료들이 ‘아마도 효과적(probably efficacious)’ 일 것이란 다소 유보적인 결론을 내리고 있다. 이는 마음챙김을 사용하는 치료기법들이 충분한 과학적 검증의 세례를 받기에는 아직 초기단계에 놓여있음을 말해준다. 우리나라에서도 마음챙김에 근거한 심리치료 이론과 프로그램이 도입되어 점차 확산되고 있는 추세에 있다. 이러한 상황에서 마음챙김에 근거한 심리치료가 제대로 자리매김하기 위해서는 위빠싸나 명상의 심리 치유적 기능이 무엇이며, 위빠싸나 명상의 핵심원리로 주목받고 있는 마음챙김이 무엇인지에 대한 정확한 이해가 필요하다.
위빠싸나 명상
불교 수행 전통에는 수많은 명상법이 있으나, 이를 크게 집중명상과 통찰명상의 두 가지 범주로 구분할 수 있다. 집중명상(concentration meditation)은 특정한 대상에 주의를 집중함으로써 모든 망념을 멈추게 하여 산란한 마음을 고요하게 안정시키는 방법으로서, 止法 혹은 사마타(samatha) 수행으로 부른다. 진언이나 만트라를 사용하는 명상법이 여기에 속한다. 반면, 통찰명상(insight meditation)은 몸과 마음에서 일어나는 현상을 관찰하고 알아차림으로써 존재의 실상을 체득하는 지혜를 얻는 수행법이며, 觀法, 위빠싸나 명상(vipassana meditation), 마음챙김 명상(mindfulness meditation), 혹은 사념처(四念處) 수행으로도 불린다(김정호, 2004a).
위빠싸나 명상은 불교의 초기경전 중 대념처경 (Maha Satipatthana Suttanta)에 자세히 설명되어 있는 불교의 전통적인 명상수행법으로서 지금도 그 전통이 미얀마, 태국, 스리랑카 등 동남아 불교권 내에서 유지되어 오고 있다(거해스님, 1997). 위빠싸나(vipassana)는 빠알리어의 위(vi)와 빠싸나(passana)의 복합어이다. vi는 ‘여러 가지’의 의미를 갖는데 특히, 불교에서는 모든 현상의 세 가지 자연적 성품인 무상(無常), 무아(無我), 고(苦)를 뜻한다. passana는 ‘꿰뚫어 본다’라는 뜻이다. 위빠싸나를 쉽게 풀이하면 ‘자신의 몸에서 일어나는 정신적-신체적(물리적) 현상의 성격을 정확하게 이해하려는 노력’을 말한다(Mahasi Sayadaw, 1978). 위빠싸나 수행의 목표와 사념처(四念處) 수행에 관한 정의를 대념처경의 내용을 통하여 살펴보면 아래와 같다(각묵스님, 2003).
‘비구들이여 이 도는 유일한 길이니, 중생들의 청정을 위하고, 근심과 탄식을 다 건너기 위한 것이며, 육체적 고통과 정신적 고통을 사라지게 하고, 옳은 방법을 터득하고, 열반을 실현하기 위한 것이다. 그것은 바로 네 가지 마음챙김의 확립이다. 무엇이 네 가지인가? 몸에서 몸을 관찰하며 머문다. 세상에 대한 욕심과 싫어하는 마음을 버리면서 근면하게, 분명히 알아차리고 마음챙기는 자 되어 머문다. 느낌에서 느낌을 관찰하며 머문다. 세상에 대한 욕심과 싫어하는 마음을 버리면서 근면하게, 분명히 알아차리고 마음챙기는 자 되어 머문다. 마음에서 마음을 관찰하며 머문다. 세상에 대한 욕심과 싫어하는 마음을 버리면서 근면하게, 분명히 알아차리고 마음챙기는 자 되어 머문다. 법에서 법을 관찰하며 머문다. 세상에 대한 욕심과 싫어하는 마음을 버리면서 근면하게, 분명히 알아차리고 마음챙기는 자 되어 머문다.’(p15-16)
대념처경의 경전 내용에 의하면, 위빠싸나 명상이란 분명한 알아차림, 마음챙김, 집중된 주의력 그리고 지속적 주시 등의 작용에 의해 네 가지 대상인 몸(호흡, 동작, 신체감각 등), 느낌(즐겁고 괴로운 느낌 등), 마음(생각, 의도, 탐욕, 분노 등) 그리고 법(몸과 마음의 근본적 특성)을 관찰함으로서, 욕망과 고뇌를 벗어나게 하는 수행법이라고 할 수 있다(안승준, 1993).
위빠싸나 명상은 현재 미얀마, 태국, 스리랑카 등 동남아의 여러 수행센터에서 수행과 교육이 이루어지고 있으며, 우리나라에서도 봉인사, 보리수선원, 호두마을, 담마선원을 위시한 위빠싸나 수행센터들이 운영되고 있다. 위빠싸나 명상의 구체적인 수행법은 사마타 수행의 병행여부, 마음챙김의 대상과 방법, 명상의 수행순서 등에 따라 마하시 방식, 파아욱 방식, 고엔카 방식, 모곡 방식, 쉐우민 방식 등으로 다양하게 구분되고 있다(지산스님, 2005). 여기에서는 Mahasi Sayadaw에 의해 미얀마는 물론 전 세계적으로 널리 알려진 마하시 방식의 수행법의 특징을 살펴보고자 한다(김재성, 2002). 마하시 방식의 특징은 첫째, 좌선할 때 호흡에 동반되어 생겨나는 복부의 움직임을 일차적인 마음챙김의 대상으로 삼는다. 마하시 수행법의 두 번째 특징은 좌선과 행선(行禪)에 동일한 비중을 두고 있다. 여기에서 행선은 걷는 동작에 마음을 집중하여 관찰하는 것을 말하나, 넓게 보면 몸의 모든 동작이 포함되고 있다. 즉 좌선이 중요시되는 만큼 좌선 이외의 모든 몸의 동작에 대한 관찰도 강조되는 점이 마하시 수행법의 특징이다. 마하시 수행법을 좀 더 구체적으로 살펴보면, 수행자는 듣고, 냄새 맡고, 맛보고, 만지고, 생각할 때 마다 이들을 관찰하여 이러한 사실을 ‘봄, 봄’ ‘들음, 들음’ ‘냄새, 냄새’ ‘맛, 맛’ ‘닿음, 닿음’ ‘생각, 생각’이라고 알아차리도록 한다. 처음에는 분명하고 쉽게 지각되는 것으로부터 시작해야 하는데, 호흡을 할 때 마다 배가 일어나고 꺼지는 이 운동은 항상 분명하게 일어나므로 이 호흡의 움직임을 의식하는 것부터 시작한다. 배의 움직임을 보는 동안 마음이 다른 곳을 방황하거나, 또는 상상, 회상, 생각, 계획, 행복을 느낌, 싫증을 느낌 등으로 달아날 때 마다, 놓치지 말고 모든 현상들을 마음속으로 알아차린다. 마하시 명상법에서 수행자는 잠에서 깨어나는 순간부터 몸의 움직임, 세수하는 행위, 음식을 먹는 행위 등 매순간 모든 움직임을 부지런히 주시해야 하며, 몸의 감각들, 느낌들, 생각, 욕구, 의도 등 모든 정신적 현상들이 나타날 때마다 바로 알아차리는 것을 강조한다. 특별히 자각되는 몸과 마음의 현상이 없어질 때는 다시 배의 일어남과 사라짐을 주시하는 것으로 되돌아가는 과정을 반복하게 된다.
마하시 수행법에서 살펴본 바와 같이 위빠싸나 명상은 몸의 움직임(호흡 시에 일어나는 배의 움직임)에 대한 알아차림을 근간으로 하여, 느낌, 사고, 욕구, 감정 등 마음의 현상을 즉각적으로 알아차리는 것을 특징으로 한다. 이러한 수행을 통해 집중력과 알아차림의 능력이 배양되면, 일상적인 의식상태에서는 인식할 수 없는 미세한 몸과 마음의 작용에 대해서 보다 분명하고 즉각적으로 알아차릴 수 있게 된다. 이러한 끊임이 없고 분명한 알아차림은 몸과 마음의 현상에 대한 통찰을 낳게 된다. 통찰 경험의 내용은 내적 경험에 관여하는 몸과 마음의 작용을 구분해서 이해하게 되는 것과, 몸과 마음에서 일어나는 모든 현상들의 특성인 무상, 무아, 고의 특성을 이해하는 것이 포함된다. 무상의 체험이란 ‘모든 현상은 끊임없이 생겨나지만 반드시 사라진다’ 는 것에 대한 통찰이다. 무아는 ‘몸과 마음의 현상을 내가 원하는 데로 할 수 없으며, 그 현상의 성질대로 생성되었다가 소멸된다’ 는 것에 대한 자각을 의미한다. 이러한 자각은 모든 현상에 대해 나 혹은 내 것이라고 할 만한 것이 없음을 체험적으로 이해하게 한다. 고에 대한 통찰은 ‘이와 같이 무상하고 무아인 일체의 현상을 이해하지 못하고, 자신에게 좋은 것은 유지하고, 싫은 것은 배제하려는 욕망과 집착이 고통을 만들어낸다’ 는 깨달음이다(박성현, 박정숙, 2006).
마음챙김- 위빠싸나 명상의 핵심
위빠싸나 명상의 핵심을 간추려 보면 몸과 마음에서 일어나는 일체의 현상을 있는 그대로 즉각적이고 분명하게 알아차리는 것이라고 할 수 있다. 경험에 대해 있는 그대로 알아차린다는 것은 경험에 대해 비교, 분석, 판단, 혹은 추론 등을 개입하지 않고 순수하게 관찰하는 것을 말한다(김정호, 1996). 즉, 경험에 대해 생각하는데 초점을 두는 것이 아니라, 경험에 대해 직접적이고 체험적인 자각을 하는데 초점을 두는 것을 말한다(Teasdale, 1999b). 이러한 ‘있는 그대로의 알아차림(bare attention)’은 고통의 근절을 목표로 하는 위빠싸나 명상의 가장 핵심적인 방법으로 인식되고 있다(Hanh, 1976). 이러한 즉각적이고 분명한 알아차림을 의미하는 팔리어는 sati 이다. 마음챙김은 팔리어 sati의 번역어이다. sati의 사전적 의미는 자각(awareness), 주의(attention), 기억하기(remembering) 등의 의미를 담고 있다. 영어권에서는 sati가 noting, awareness, attention, 그리고 mindfulness 등으로 번역이 되다가 현재는 mindfulness로 정착이 되었다. sati에 대한 우리말 번역으로는 마음챙김 이외에 깨어있음, 주의깊음, 마음집중, 수동적 주의집중, 및 마음지킴 등이 있다(김정호, 2004a).
위빠사나 명상의 핵심이 마음챙김(sati)이므로 흔히 위빠싸나 명상을 Satipatthana Vipassana Meditation이라고도 한다. satipatthana 는 sati 와 patthana의 복합어로서 복합어의 의미를 검토해 보면 전체적인 의미를 더 잘 이해할 수 있다. sati는 ‘기억하다’라는 의미를 지닌 동사어근에서 파생된 명사이다. 하지만, 마음의 기능으로서의 sati는 ‘과거를 기억하는 기능’이라기보다는 '마음의 현전(presence of mind)', '현재에 대한 주의집중', '분명한 알아차림', '충분히 깨어있음', '주의 깊음' 등을 의미한다. patthana라는 말은 ‘긴밀하고, 확고하며, 흔들리지 않는 확립 혹은 적용’을 의미한다. 이 두 말을 결합해보면, sati-patthana는 ‘관찰 대상에 대한 긴밀하고 확고하며 흔들리지 않는 알아차림과 주의집중의 확립’이 된다. 위빠사나 명상에서 오직 하나의 가장 중요한 본질은 ‘자연스럽게 나타나는 현상들에 대해서 마음을 챙기고 관찰하는 것’이라고 할 수 있다(김재성, 2002). 대념처경에서 sati는 감관의 문을 지키는 문지기로 비유되며, 감관의 문을 통해 일어나고 사라지는 몸과 마음의 현상을 감지하는 것으로 정의된다. sati는 몸(동작, 호흡 등), 느낌(괴로운 느낌, 즐거운 느낌, 괴롭지도 즐겁지도 않은 느낌), 마음(탐욕, 성냄, 의심, 위축, 산란 등), 법(몸과 마음의 근본적 특성)을 대상으로 한 것으로서 현상의 ‘일어나고 사라지는 법’을 따라가며, 보면서, 머무는 것이다(각묵스님, 2003).
우 빤디따 사야도는 마음챙김(mindfulness)이 팔리어 sati의 영어 번역으로 사용되어지고 있지만, 이것은 불완전한 번역이며, ‘관찰하는 힘’(observing power)이 더 적절한 번역이라고 말한다. 이러한 정의는 몸과 마음에서 일어나는 현상에 휩쓸리지 않으면서 그것을 관찰할 수 있는 능력을 강조한 것이다. 마음챙김(sati)의 주요 특성들로는 즉시성 즉 지금 현재 일어나고 있는 대상에 대한 즉각적인 자각과, 들뜨지 않음 즉 관찰 대상에 주의를 집중하려는 의도적인 노력, 대상을 조작하지 않음 즉 몸과 마음에 나타나는 현상을 조작하거나, 조절하려하지 않고 다만 그곳에 지금 있는 대상을 있는 그대로 관찰하는 것, 그리고 보호함 즉 번뇌의 공격으로부터 막아주거나 보호하는 작용 등이 포함된다(김재성, 2002). 위빠사나 명상을 이론적으로 서양사회에 소개한 Nyanapopnika Thera(1972)는 마음챙김을 ‘연속적인 지각의 과정에서, 자신에게 그리고 자신 내부에서 실제로 일어나는 것에 대한 명확하고 집중된 마음의 알아차림’으로 정의하고 있다. 이상의 마음챙김에 대한 어원과 정의들을 종합해 볼 때 마음챙김이란 “자신의 정신적-신체적 현상을 수용적인 태도를 가지고 있는 그대로 관찰하여 정확하게 이해하려는 노력이며, 현재 경험에 대한 즉각적이고, 명확한 알아차림과 집중된 주의력을 배양함으로써 욕망과 고뇌로부터 자신을 보호하기 위한 것”이라고 정의할 수 있을 것이다(박성현, 2006).
마음챙김 - 현대 심리학의 견해
위에서 살펴 본 마음챙김의 정의가 심리치료영역에서 전혀 생소한 개념은 아니다. 내적 경험에 대한 주의와 알아차림 그리고 수용적 태도는 거의 모든 심리치료이론에서 강조되어 왔으며, 최근에는 마음챙김을 접목한 심리치료의 등장으로 인해 그 심리 치료적 의미가 다시 한번 재조명되고 있다고 볼 수 있다.
전통적인 심리치료이론에서 마음챙김과 유사한 치료적 개념을 정리하면 아래와 같다. 정신분석에서 강조되는 관찰자아(observing ego)와 참여자아(participating ego)의 개념은 내담자의 경험에 참여하면서도 동시에 적절한 주의공간을 두고 관찰자의 위치에 자신을 놓을 수 있는 분석가의 능력이라고 할 수 있다. 프로이드가 분석가의 최적의 주의태도(optimal attentional stance)로서 강조한 고르게 떠있는 주의(evenly suspended attention)는, 자각의 장에서 일어나는 모든 것들에 대해 고르고 동일하고 치우치지 않은 주의를 기울이며, 선택하고 집중하고 혹은 분별하려는 어떤 의도적 시도들을 하지 않는 것을 말한다. 이와 함께 내담자의 규칙으로 부과되는 자유연상은 경험되는 내적현상에 대해 의식적인 검열을 하지 않고 분석가에게 보고하는 것이다(문형춘, 2003). 인본주의 심리학에서는 내적 경험에 대한 자각과 수용의 문제가 심리치료의 핵심요인으로 주장된다. 상담자의 역할은 내담자가 자기개념의 형성과정에서 왜곡하거나 방어해왔던 유기체적인 경험들을 자발적으로 탐색하고, 개방적인 태도로 수용할 수 있도록 적절한 심리적 환경을 제공하는 것이다(Rogers, 1980). 게슈탈트 심리학에서도 내적 현상에 대한 알아차림과 접촉, 현재성 등이 강조되며 미결과제의 회피나 접촉에 대한 저항이 심리적 문제의 원인으로 간주된다(Perls, 1951). 실존치료에서도 문제에 대한 현상학적 태도를 채택함으로써 문제로부터의 주의 공간(attentional space)을 확장하는 탈집착(detachment)을 주요한 치료요인으로 본다(Bohart,1983). 동양적 상담의 한 모형인 온마음 상담에서도 경험에 대한 수용적 태도와 함께 문제가 되는 사건에 대한 내담자의 공상이 전개되는 과정을 면밀하게 탐색하는 있는 그대로 보기가 강조된다(윤호균, 2001).
서양의 심리학자들은 위빠싸나 명상의 핵심 기술인 마음챙김을 심리학적인 관점에서 조작적으로 재정의 해보고자 시도하였다. 마치 약초에서 생약 성분을 추출하듯이 마음챙김의 진수를 추출하여 이를 심리치료에 활용하려는 매우 서양적 방식의 시도라고 할 수 있다. 우선 마음챙김에 대한 서양 심리학자들의 다양한 개념적 정의들을 살펴보자. Goleman(1980)은 마음챙김을 고정화된 지각으로부터 탈피하여, 매 사건을 처음으로 발생한 것처럼 보면서, 자신의 경험의 있는 그대로의 사실에 직면하는 것이며, 내적 경험에 대해 반사적으로 반응하지 않고, 수용적으로 반응하는 과정으로 정의한다. Kabat-Zinn(1990)은 마음챙김을 현재의 순간에 주의를 집중하는 능력, 의도적으로 몸과 마음을 관찰하고 순간순간 체험한 것을 느끼며, 또한 체험한 것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는 과정으로 정의하고 있다. Martin(1997)은 어떤 특정한 관점에 집착함 없이, 주의가 조용하고 유연해졌을 때 나타나는, 자신과 세계를 새롭게 경험하는 심리적 자유의 상태로 마음챙김을 정의하고, 왜곡되지 않고 탐색적인 관찰, 개방적이고 수용적인 알아차림과 주의집중의 요소들이 포함된 개념을 제안한다. Teasdale 등(2000)은 마음챙김을 생각과 감정을 현실의 반영이 아닌 내적인 정신적 사건으로 자각하는 능력 혹은 자기 자신을 생각과 감정에서 분리하여 거리를 두는 능력으로 개념화한다. 이러한 마음챙김의 배양을 통해 메타-인지적 통찰(meta-cognitive insight)이 일어나는데 이는 부정적 사고와 느낌을 현실에 대한 정확한 표상이나 자기의 측면이 아니라, 지나쳐가는 정신적 사건으로 인식하는 것을 의미한다. Brown과 Ryan (2003)은 현재의 경험 혹은 현존하는 실재에 대한 주의(attention)와 자각(awareness)을 향상시키는 것으로, Baer(2003)는 지속적인 내적 외적 자극의 흐름을 그것들이 일어날 때 비판단적으로 관찰하는 것으로서 마음챙김을 정의한다. 마음챙김에 대한 서양 심리학자들의 개념적 정의들을 살펴보면, 마음챙김을 주의조절, 주의집중, 있는 그대로 자각하기, 비판단적 태도, 수용, 경험에 대한 개방성, 메타-인지적 기술과 통찰 등 다양한 측면에서 해석하고 있음을 볼 수 있다.
마음챙김의 요소들을 조작적으로 정의하고자 하는 시도는, 마음챙김에 대한 합의된 조작적 정의가 없음으로, 마음챙김을 객관적으로 측정할 수 없다는 문제제기로부터 출발한 것이다(Baer, 2003). 마음챙김의 심리치료적 효과를 연구하기 위해서는 마음챙김을 측정 가능한 조작적 개념으로 재정의할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이러한 필요는 마음챙김에 근거한 심리치료들이 대개 전통적인 인지행동치료 기법들을 포함하고 있으므로, 마음챙김 훈련이 치료의 효과에 미치는 영향이 불분명하다는 비판이 있기 때문이기도 하다.
마음챙김을 조작적으로 정의한 연구들을 살펴보면 다음과 같다. Dimidjian과 Linehan(2003)은 마음챙김의 요소로 (1) 관찰하기 / 알아차림 (내적, 외적 현상에 주의를 기울이고 민감하게 자각하는 것) (2) 기술하기 / 명명하기 (내적, 외적 현상에 대해 이름을 붙이는 것) (3) 비판단적으로 수용하기 / 허용하기 (4) 현재의 순간에 집중하기 등을 제안하고 있다. Bishop 등(2004)은 마음챙김을 주의의 자기조절(self-regulation of attention)과 경험에의 지향(orientation to experience)과정으로 구분한다. 주의조절의 요소로는 (1) 지속적 주의(현재의 경험에 대한 자각을 유지하는 기술) (2) 주의의 변환(주의의 초점을 한 대상에서 다른 대상으로 옮길 수 있는 주의의 유연성) (3) 정교화 과정의 금지(사고, 느낌, 감각들이 일어났을 때 그것의 기원, 의미 등에 대한 반추적이고 이차적인 정교화 과정을 멈추는 것) 등이 포함된다. 경험지향의 요소는 (1) 수용(현재 순간의 실재에 대한 경험의 개방성, 현재의 경험을 바꾸거나 회피하려는 시도를 하지않고 허용하는 것) (2) 탐색(사고와 느낌의 본질을 이해하고 관찰하기 위한 의도적인 노력) 등을 포함한다. Hayes와 Feldman(2004)은 Bishop 등의 제안에 더해 내적, 외적 경험과 거리두기 혹은 탈-중심적 태도(distanced or de-centered relationship)를 포함시키고 있다. Germer(2005)는 마음챙김을 (1) 현재의 경험을 (2) 수용적으로 (3) 자각하여 알아차리는 것으로 정의한다. 박성현(2006)은 마음챙김을 (1) 현재 자각(현재 순간에 일어나는 몸과 마음의 경험에 대한 즉각적이고 명료한 알아차림) (2) 주의집중(현재의 경험이나 과업에 주의를 유지하고 집중하는 것) (3) 비판단적 수용(자신의 내적 경험에 대해 사유작용을 통한 평가나 판단을 멈추고, 발생한 경험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고 허용하는 태도) 및 (4) 탈-중심적 주의(마음의 현상에 휩싸이지 않고 관찰자의 위치에서 바라보는 것)로 정의하였다.
마음챙김의 조작적 정의와 관련된 또 다른 문제는 마음챙김의 성격을 어떻게 규정할 것인가와 관련된다. Bishop 등(2004)은 마음챙김을 심리적 상태(예를 들면, 비일상적으로 주의가 집중된 상태)보다는 특정한 심리적 양식(예를 들면, 내적 경험에 대해 수용적인 태도를 취하는 것)으로 보는 것을 선호한다. 마음챙김을 주의의 특정한 양식으로 보는 이유는 마음챙김이 특정한 심리적 과정이며 따라서 훈련을 통해 계발되어질 수 있는 기술(skill)과 유사하다는 특징 때문이다. 또한, 마음챙김은 명상을 통해서 뿐 아니라 상담이나 심리치료와 같은 다른 처치를 통해서도 학습되어질 수 있다고 본다(Bishop 등, 2004; Hayes, 2002). 이와 같이 마음챙김을 측정 가능한 심리학적 구성개념으로 정의하려는 노력의 결과 몇몇 유망한 마음챙김 측정도구가 개발되고 타당화되었다.
마음챙김의 심리치료적 기제
현대의 심리치료자들은 어떠한 심리치료 방법이 더 우월한가 보다는 다양한 심리치료 이론들에 걸쳐 공통적인 심리치료 요인이 무엇인가에 더 큰 관심을 보이고 있다. 신뢰가 있고, 협동적인 치료적 관계가 모든 효과적인 심리치료의 공통요인이라는 것은 잘 알려져 있다. 마음챙김 또한 효과적인 심리치료의 공통요인으로 주목받고 있다(Deikman, 1984; Goleman, 1980; Horowitz, 2002; Martin, 1997; Muran, 2002). 또한, 이러한 주장을 지지하는 많은 경험적 연구들이 발표되고 있다. 그렇다면 마음챙김의 훈련이 어떠한 과정을 거쳐 심리치료적 효과에 영향을 미치는가? 마음챙김에 대한 Germer(2005)의 정의를 다시 살펴보면 마음챙김은 (1) 현재의 경험을 (2) 수용적으로 (3) 자각하여 알아차리는 것이다. 이와 같이 매우 단순하게 보이는 과정을 훈련하는 것이 어떻게 다양한 심리적 장애들을 완화하고, 심리적 안녕감을 증진시키는가? 여기서는 불교 명상이론과 현대 심리학의 관점에서 바라본 마음챙김의 심리 치료적 메카니즘을 소개하고자 한다.
집착의 방지
불교 명상에서는 마음챙김의 훈련이 심리적 고통의 근본 원인인 집착을 감소시킴으로써 심리적 건강에 기여하는 것으로 본다. 불교에서는 탐(貪), 진(嗔), 치(痴)의 세 가지 독(三毒)을 집착의 뿌리라고 한다. 위빠싸나 명상의 근거경전인 대념처경(大念處經)에서는 감각적 욕망에 대한 집착(탐, 진)과 잘못된 견해에 대한 집착(치)을 고통의 원인으로 본다(각묵스님, 2005). Walsh(2000)는 탐(craving)을 즐겁고 좋은 경험이나 그러한 경험을 주는 대상에 대한 강박적인 욕망으로 정의한다. 반대로 진(aversion)은 혐오스런 경험이나 그러한 경험을 주는 대상에 대해 강박적으로 회피하고 투쟁하려는 경향을 말한다. 치(delusion)는 마음과 실재에 대한 잘못된 지각과 견해이다. 집착을 심리학적으로 개념화한 윤호균(2001)은 집착을 과거의 경험이나 기존의 관념 혹은 기억으로 말미암아 어떤 사람이나 사물 또는 사건에 대하여 자동적으로 특정한 방향으로 지각하거나 생각하거나 느끼거나 의도하도록 조건화된 상태로 정의하고 있다. 불교의 심리치료 이론이라고 할 수 있는 사성제(四聖諦)에서 괴로움의 원인인 집착을 벗어나는 여덟 가지 방법(八正道) 중 하나로 제시되는 것이 정념(正念) 즉 바른 마음챙김이다(각묵스님, 2005). 불교에서는 바른 마음챙김을 수행함으로써 탐(貪), 진(嗔), 치(痴)에 의한 집착이 일어나지 않거나 감소하게 되고, 이로써 괴로움이 소멸될 수 있다고 본다. 마음챙김과 집착의 관계는 초기불교의 십이연기론(十二緣起論)을 통해 보다 잘 드러난다. 연기란 모든 현상이 원인(因)과 조건(緣)의 상호작용으로 나타난 결과(因緣生起)임을 뜻한다. 십이연기론은 인간의 괴로움이 열두 가지의 과정들을 거쳐 나타나는 것으로 표현하고 있다. 이중 집착을 중심으로 한 연기과정의 전후 단계를 살펴보면 다음과 같다.
‘촉(觸)이 수(受)를 초래하고, 수가 애(愛)를 초래하고, 애가 취(取)를 초래하고, 취가 유(有)를 초래하고, 유가 생(生)을 초래하고, 생이 노사(老死)를 초래한다.’
촉(觸)은 감각기관이 감각대상에 부딪쳐서 생긴 의식 즉 감각현상을 의미한다. 감각기관인 눈과 그 대상인 장미꽃이 만나게 되면 시각현상이 나타나게 되는 것과 같다. 이와 같은 시각, 청각, 후각, 미각, 촉각 등이 있으므로 해서 그것을 원인으로 수(受)가 나타난다. 수(受)는 느낌(feeling)으로서 즐거운 느낌, 괴로운 느낌 등을 느끼는 것이다. 이러한 느낌을 원인으로 해서 애증(愛憎)이 나타난다. 즐거운 느낌을 가져오는 대상은 좋아하고, 괴로운 느낌을 가져오는 대상은 싫어하는 감정이 발생하게 된다. 애(愛)를 원인으로 하여 발생하는 것이 취(取)인데 이것을 집착심이라고 한다. 좋아하는 대상에 대해서는 강박적으로 놓치지 않으려하고(貪), 싫어하는 대상에 대해서는 강박적으로 회피하거나 거부하는(瞋)마음의 상태를 말한다. 이런 집착하는 마음이 일어나면, 그에 따른 의도와 욕구 그리고 행위(有)가 발생하게 되며, 결국 생, 노, 병, 사의 괴로움이 발생된다는 것이다.
십이연기의 과정에서 괴로움의 발생에 가장 문제가 되는 것은 애(愛)와 취(取)의 단계라고 할 수 있다. 감각대상에 대한 느낌의 발생인 수(受)는 생물학적인 적응적 가치가 있다. 그러나, 즐거운 느낌에 대해서는 그것을 붙잡으려하고, 괴로운 느낌에 대해서는 회피하거나 투쟁하려고 하는 분별심(分別心)이 개입하는 애취(愛取)의 단계로 옮겨가게 되면 그로부터 괴로움이 필연적으로 발생하게 된다. 불교에서는 탐하는 마음(貪)과 성내는 마음(瞋)인 집착심이 무명(無明) 즉 현상의 근본적인 실상(實相)에 대한 무지로부터 비롯된다고 본다. 다시 말해서 무명(無明)은 일체의 현상이 원인과 조건에 의해 일어나므로 인연(因緣)의 변화에 따라 끊임없이 변화하며(無常), 불변의 고정적인 실체로서의 주재자가 없다는 사실(無我)을 모르는 것을 말한다. 마음챙김 명상은 수(受)와 애취(愛取)사이에 차단막을 놓는 것이라고 할 수 있다(Johansson, 1979). 우 소바나 사야도(2003)도 갈애와 집착이 괴로움의 원인이 되며, 이러한 연쇄과정(輪回)에서 벗어나기 위해서는 느낌의 발생(受)으로부터 갈애와 집착이 생겨나지 않도록 수행하는 것을 설하고 있다.
그렇다면, 마음챙김 명상에서 제시하는 해법은 무엇일까? 마음챙김 명상의 방법은 즐겁거나 괴로운 느낌(受)이 발생할 때, 그로 인해 나타나는 감각적 쾌락에 대한 욕망(貪), 혹은 제거하려는 욕망(瞋)을 판단하지 않고, 단순하게 알아차리도록 한다. 이것을 놓아두는 수행이라고 하는데 욕망이 본래 있는 그대로 내버려 두는 것을 말한다. 욕망을 단순히 알아차리고, 욕망의 본래 속성을 알게 될 때, 그것은 단지 욕망일 뿐이라는 것을 인식하게 되고 더 이상 욕망에 집착하지 않게 된다고 한다(Ajahn Sumedho, 2003). 이와 같은 마음챙김의 방법-대상에 대한 느낌이 욕망과 분노로 발전하는 것을 막기 위해 그것을 있는 그대로 허용하라-은 매우 모순적이고 역설적으로 느껴질 것이다. 그렇지만, 이러한 마음챙김의 원리는 사적인 경험에 대한 회피와 수용의 결과를 연구한 심리학자들에 의해 타당한 원리임이 밝혀지고 있다. Hayes 등(Hayes, Wilson, Gifford, Follette, & Stroshal, 1996)은 특정한 사적인 경험(신체적 감각, 정서, 기억, 사고 등)에 접촉하지 않고 그 형태, 빈도 및 발생된 상황을 바꾸고자 행할 때 생기는 현상을 ‘경험의 회피’라 하고, 정신병리를 갖는 대부분의 사람들이 자신의 사적인 경험을 회피하는 방식으로 처리하고 있음을 포괄적으로 분석하였다. 경험을 회피하려는 시도로 인해 회피하고자 하는 생각이나 정서의 강도나 빈도가 오히려 증가한다는 것이 많은 연구들에서 밝혀진 바 있다. 예컨대, 사고, 부정적 정서, 그리고 신체적 감각의 억제에 관한 연구에서 역설적인 반동효과(rebound effect)가 입증되었다. 반면에, 불안을 충분히 경험하고 처리하는 것이 불안 및 공포증 치료의 핵심이며(Foa & Kozak, 1986), 우울한 기분을 충분히 경험하는 것이 우울상태에서 자연스럽게 벗어나게 하는 요소임이 시사된 바(Hunt, 1998)있다(문현미, 2005에서 재인용). 또한, 경험을 생각을 통해 분석하지 않고, 있는 그대로 알아차리고 경험하는 것이 우울이나 불안과 같은 정서적 문제를 해결하는데 유용한 주의 양식 혹은 정보처리 양식이라는 것을 보여주는 많은 실험적 연구들이 있다(Hayes et al, 1999; Teasdale, 1999b; Watkins & Teasdale, 2004).
이완반응
서양의 심리학자들에 의해 마음챙김의 배양이 어떠한 매개과정을 거쳐 심리적 장애의 완화나 행동변화 그리고 심리적 건강의 증진에 도움이 되는가에 대해 여러 가지의 가설이 제안되어 왔다. 마음챙김 훈련의 치료효과를 발생시키는 생리적 메카니즘으로 이완반응(relaxation response)으로 알려진 ‘생리적 이완상태’ 가 폭넓게 지지되고 있다(Benson, 1975, 1985; Kabat-Zinn, Wheeler, Light, Skillings, Scharf, Cropley 등, 1998). 명상중의 생리적 메카니즘에 대해서는 많은 연구(Banquet, 1973; Kras, 1977; Wallace, 1970, Wallace & Benson, 1972, 김기석, 1978, 장현갑, 1996, 2004)가 이루어졌다. 명상 과정 동안 명상자의 신체 내에서는 생리적 변화가 일어나는데, 여기에는 심장 박동수 감소, 산소소비량 감소, 혈압강하, 호흡률 하락, 피부저항력 증가, 알파파 활동의 규칙성과 진폭의 증가 등이 포함된다. 이러한 생리적 변화는 수면이나 최면상태의 변화와 구분되는 것으로서 명상수행은 근본적으로 깊은 생리적 이완 상태와 더불어 매우 뚜렷한 각성상태를 이끌었다. 명상에서 유도된 이완 상태는 스트레스 관리, 중독물질 사용 감소, 과도한 긴장의 감소 그리고 심리치료에 보조적 도움을 주는 등의 임상적 효과를 매개하는 것으로 확인되었다.
깊은 생리적 이완 상태와 높은 각성상태는 삼매의 상태에서 명상수행자들이 경험하는 惺惺寂寂의 상태를 기술하는 것으로 보인다. 이러한 생리적 상태는 주의의 집중능력과 주의의 통제능력을 향상시킬 수 있는 신체적 기반이 된다. 강렬한 외부자극, 강한 정서와 연결된 사고, 발산되지 못한 감정에 주의가 끌려가며, 이렇게 끌려가는 주의를 의지에 의해 통제할 수 없는 상태는 심리적 장애를 가진 사람들의 공통적인 특징이다. 명상수행은 원치 않는 부적절한 대상에게서 주의를 빼앗기지 않고 원하는 대상에 의식을 집중하는 능력을 향상시키는 주의훈련이라고 할 수 있다(김 정호, 1994). 이러한 주의통제능력은 인간의 심리적 능력을 조절하기 위해 필수적이고 중요한 능력이며, 심리치료에서 요구되는 내성(introspection)능력의 기초라고 할 수 있다.
노출효과
Goleman(1971)은 마음챙김의 심리 치료적 메카니즘을 노출효과(exposure)에 따른 전반적인 탈-민감화(desensitization)과정으로 설명한다. 그는 행동주의적 심리치료의 대표적 방법인 체계적 둔감화와 유사한 과정이 마음챙김의 훈련과정에서 발생한다고 가정했다. 명상수행자는 반복적인 호흡에 대한 집중을 통해 이완상태에 도달하는 것을 학습하게 되고, 이완상태에서 불안을 야기하는 다양한 내적 경험들(느낌, 사고, 정서 등)을 주시하는 것을 또한 학습하게 된다. 이완상태와 불안은 양립할 수 없으므로 상호억제(reciprocal inhibition)작용이 일어나며 이에 따라 불안을 일으켰던 사고나 상황을 통제할 수 있게 됨으로써 불안자극에 대한 탈민감화가 일어난다고 본 것이다. Kabat-Zinn(1982) 또한 마음챙김 훈련에서 노출효과가 주요한 작용을 할 것으로 주장한다. 마음챙김 훈련을 통해 통증감각을 관찰하는 능력이 배양되고, 통증에 의해 유발되는 정서적 반응에 비판단적으로 반응하는 법을 배움으로써, 점차 과도한 정서적 반응 없이도 통증 감각을 경험할 수 있게 되는 탈민감화(de-sensitization)가 일어난다. 비록, 통증 감각이 감소되지 않을지라도, 그에 따른 정신적 고통이나 스트레스는 완화될 수 있다는 것이다. Linehan(1993a, 1993b)도 마음챙김 훈련이 노출 효과를 매개요인으로 하는데 동의하고 있다. 현재 나타난 사고와 정서에 대해 회피하거나 탈출하려 하지 않고 지속적인 관찰을 하는 것은, 이들에 의해 유발되는 공포반응과 회피행동을 감소시키게 된다. 따라서, 마음챙김 훈련은 부정적인 정서 상태를 인내할 수 있는 능력과 함께 그러한 정서 상태에 적절하게 대처할 능력을 증진시킬 수 있다.
탈자동화
Deikman(1966)은 습관적 형태의 자동적 지각, 인지, 행동 양식이 탈자동화 (deautomatization)되는 과정이 명상 중에 일어나며, 이에 따라 세계를 있는 그대로 보게 되는 지각상의 변화가 일어난다고 제안했다. 과거에 의식되지 않은 채 자신의 삶을 움직여 왔던 자동적이고 습관적이었던 인지과정이 약화됨에 따라 과거에 지니고 있던 욕망, 감정, 신념, 습관으로부터의 집착과 구속으로부터 보다 자유로워진다는 것이다. 자동적인 인지 과정이 제지되고 대신 수용적인 지각이 그 자리를 대치하게 되는데 Deikman은 이 과정을 적극적인 지적 양식 (active intellectual style)이 수용적인 지각적 양식(receptive perceptual mode)으로 변화하게 된다고 설명했다. Segal, Williams와 Teasdale(2002)도 마음챙김은 육체적 정신적 현상에 대한 비판단적이고 즉각적인 알아차림과 주시를 통해, 육체적, 정신적 현상에 의해 유발되는 느낌이나 감정에 강박적으로 집착하거나 회피하는 것을 막아주며, 습관화되고 자동적인 사고양식으로부터 벗어날 수 있는 새로운 시야를 제공한다고 주장한다.
수용
Deikman(1971)은 ‘양면적인 의식(bimodal consciousness)'이라는 개념을 발전시켰다. 인간의 의식은 적극적 양식과 수용적 양식으로 구성된다. 적극적 양식은 개인적인 목표의 성취를 향해 지향된 추구의 상태로서 상대적으로 언어적, 행동적이며 골-근육 체계가 관여된다. 수용적 양식은 내적으로 지향된 내성적이고 반성적인 태도로서 지각적 수용과 관련되며 비-행동적 수준에서 작용한다. 적극적 양식은 부정적인 정서를 일으키는 자극에 대해 그러한 자극을 제거하려고 하거나 회피하는 태도를 말한다. 대부분의 심리적 장애를 갖는 사람들은 자신의 인식의 왜곡으로부터 기인하는 부정적 자극이나 경험에 대해 회피하거나 투쟁하려고 함으로써 자신의 문제들을 오히려 지속시키거나 악화시킨다. 수용적 양식은 경험이 흘러가도록 허용하는(letting-go) 태도이다. 마음챙김 명상은 비판단적이고 비선택적으로 마음에서 경험되는 모든 사고, 감정, 느낌, 심상들을 그것이 긍정적이든 부정적이든 있는 그대로 수용하고 관찰하도록 함으로써 수용적 양식을 증진시킨다. Maupin(1969) 또한 명상이 자각과 결합된 깊은 수용성을 생산한다고 기술했다. 명상동안 일어나는 모든 경험에 대해 수용적이고 비-집착적 태도를 발전시킴으로서 수용적인 집중이 고양된다.
Hayes(1994)는 마음챙김 훈련을 통해 부정적인 정서를 있는 그대로 완전하게 경험하는 수용능력이 배양되며, 이를 통해 심리적 문제의 공통 원인인 회피행동이 감소된다고 주장한다. 그에 따르면 수용은 크게 세 수준으로 구분될 수 있다. 가장 낮은 수준은 부정적 정서를 인내(tolerance)하는 단계이다. 보다 발전된 수용의 단계는 부정적 경험을 기꺼이 경험(willingness)하는 단계이다. 수용의 가장 높은 수준은 인지적 탈융합(cognitive defusion)의 단계이다. 이 단계에서는 자신의 사고가 진실을 반영하거나 중요하다는 가정 그리고 항상 생각의 내용대로 행동해야 한다는 가정을 버리고, 자신의 생각과 사고과정을 단순히 관찰될 수 있는 정신적 사건으로 보게 된다. 사고란 그 내용이 아무리 혐오스럽다 해도 본래 해롭지 않으며 관찰될 수 있고 왔다가 지나가도록 허용될 수 있는 것이라고 이해하는 단계이다. 수용의 가장 높은 수준은 메타-인지적인 통찰을 포함하고 있다. Linehan(1993a)은 수용을 순간순간의 사적인 경험을 향하는 적극적인 과정으로 보았다. 근본적인 수용(radical acceptance)은 제한이나 왜곡, 판단, 평가, 유지하려고 애씀, 제거하려고 애씀 없이, 경험에 있는 그대로 완전히 열려있는 것이며, 무언가를 원함이나 원치 않음 없이 경험하는 것이라고 정의하였다. 마음챙김의 훈련은 자신의 사적경험에 대한 수용능력을 배양시킴으로써, 경험회피로 인해 유지되는 정신장애를 치료할 뿐 아니라, 심리적 안녕감을 증진시킬 수 있게 된다.
탈동일시 (dis-identification)
Shapiro(1976)는 인식되지 않고 통제되지 않았던 사고들이 필터로 작용함으로써 실재에 대한 지각을 왜곡하고 있음을 명상훈련을 통해 자각하게 된다고 말한다. 따라서 자동적으로 떠오르는 사고를 실재에 대한 정확한 반영이 아니라 정신의 장에서 일어나는 단지 하나의 정신작용으로 관찰할 수 있게 된다고 한다. 그는 사고로부터 떨어져 사고를 바라보고, 수용하며, 흘러가게 두는 과정을 '상위 인지(meta-cognition)'의 기능으로 설명한다. 이것은 나는 나의 사고가 아니며, 사고는 단지 어떠한 조건에 의해 형성된 정신현상으로 자각하는 과정을 말한다. 불교의 연기설에서 말하는 法有無我 즉 오온의 연기적 현상(생각 혹은 사고)만 존재할 뿐, 실체적 혹은 형이상학적 주체(나)는 없다는 것을 자각하게 되는 과정이라고 말할 수 있다. Kabat-Zinn(1982, 1990)도 마음챙김 훈련동안 통증이나 불안과 관련된 사고들을 비판단적으로 관찰함으로써, 참여자들은 그것들이 실재에 대한 반영이 아니라 '단지 생각일 뿐'임을 보게 되며 따라서 그것들을 회피하거나 제거하기 위한 불필요한 행동을 할 필요가 없다는 것을 이해하게 된다고 주장한다. Epstein(1987)은 마음챙김을 매 순간의 의식에 대한 철저하고 집요한 관찰을 촉진함으로써 궁극적으로는 세밀한 수준의 지각에 의해 모든 경험의 비-영구적 본성에 대한 지혜를 제공하는 방법으로 본다. 마음챙김은 순간순간의 경험의 변화를 알아차리는 관찰자아의 능력을 강화함으로써 자아의 치료적 분리를 촉진하게 된다. 마음챙김 명상에서 강조되는 것은 사고의 비합리성 여부가 아니라 사고의 비실체성, 그것의 순간성 그리고 명상자가 생각의 행위자라고 동일시하는 양식에 대한 검증이다. 이러한 '탈동일시(dis-identification)'과정 이야말로 마음챙김 명상의 독특한 심리치료기제라고 본다.
마음챙김을 근거로 한 심리치료
최근 수 십 년간, 서양의 정신건강 전문가들은 불교 용어나 전통을 받아들이는 데에 관심이 없는 서양인들이 접근할 수 있는 방식으로 마음챙김을 계발하는 처치 프로그램들을 만들어 왔다. 이러한 처치들에는 마음챙김에 근거한 스트레스 감소 프로그램(MBSR; Mindfulness-Based Stress Reduction. Kabat-Zinn, 1982; 1990), 마음챙김에 근거한 인지치료(MBCT; Mindfulness-Based Cognitive Therapy. Segal, Williams, & Teasdale, 2002), 변증법적 행동치료(DBT; Dialectical Behavior Therapy. Linehan, 1993 a; 1993b), 그리고 수용과 참여 치료(ACT; Acceptance and Commitment Therapy. Hayes, Strosahl, & Wilson(1999) 등이 있다. 마음챙김에 근거한 처치들에는 마음챙김을 가르치기 위한 많은 방법을 포함된다.
MBSR과 MBCT는 공식적 명상과 비공식적인 수행 모두가 포함되는데 반해, DBT와 ACT는 공식적 명상을 포함하지 않고, 주로 짧고도 덜 공식적인 활동과 훈련을 강조한다. 이러한 차이가 있지만, 모든 마음챙김에 근거한 치료법들의 일반적 지침은 참가자들이 자신의 일상적인 행동과 함께 내적 경험들―느낌, 감정, 생각 등―을 수용적인 태도로 주의를 기울여 알아차리는 것이다. 참가자들은 자신들에게 일어나는 사적인 경험들을 알아차리되, 또한 관찰한 것을 제거하거나 변화시키려는 시도를 삼가면서, 관찰된 모든 현상에 대한 친근한 호기심, 관심 그리고 수용의 태도를 지니도록 한다. 예를 들면, 떠오르는 어떤 생각이 비합리적이라거나 왜곡되었다고 평가하려는 시도나 그러한 생각을 변화시키려는 시도, 원치 않는 생각을 없애려는 시도, 불쾌한 감정이나 감각을 줄이려는 어떠한 시도도 하지 말도록 한다. 오히려, 인지, 감각, 그리고 감정을 생겨나고 사라질 때 단순히 알아차리고 관찰하도록 격려한다.
마음챙김에 근거한 접근은 스트레스 감소 또는 웰빙을 추구하는 사람들로부터 불안이나 정서적 혼란을 가지고 있는 사람들, 그리고 정신병이 있는 사람들에게 까지 광범위한 사람들에게 적용된다(Baer, 2006.) 이 글에서는 위에서 언급한 네 가지 마음챙김에 근거한 접근법들의 특징을 간단히 살펴보고자 한다.
마음챙김에 근거한 스트레스 감소프로그램
Mindfulness-Based Stress Reduction
마음챙김에 근거한 스트레스 감소프로그램(MBSR, Kabat-Zinn, 1982; 1990)은 만성적인 통증과 스트레스와 관련된 문제를 지닌 환자들을 위해 행동의학의 배경에서 개발되었다. 프로그램의 표준 형식을 보면, 2시간 반에서 3시간 동안 진행되는 매주 한 번의 회기를 8주 클래스로 하여 시행된다. 6번 째 주 동안에 하루 종일 진행되는 마음챙김 회기가 있다. 임상적인 진단 또는 병에 따라 참가자들을 모으기보다, MBSR은 광범위한 문제를 가지고 있는 개인들을 포함하여 집단을 구성한다. 어떠한 진단을 받았느냐 와는 상관없이 모든 참가자들은 마음챙김 기법을 실천함으로써 순간순간(moment-to-moment)의 내면의 흐름을 알아차리도록 한다.
MBSR은 공식적인 위빠싸나 명상수행과 같이 좌선, 행선(걷기명상)이 포함되며, 이밖에 보디 스캔, 하타요가, 일상생활에서의 마음챙김 그리고 스트레스에 대한 교육, 수행체험에 대한 토론과 개인면담 등으로 구성된다. 공식적인 프로그램 시간동안 훈련되는 위빠싸나 명상, 보디 스캔 및 요가 등은 집에서 시간을 정하여 수행하도록 숙제를 준다.
마음챙김에 근거한 인지치료
Mindfulness-Based Cognitive Therapy
MBCT는 우울증 환자들의 재발을 방지하기 위한 목적으로 MBSR을 기반으로 하여 개발된 치료법이다(Segal, Williams & Teasdale. 2002). 참가자들은 과거에 우울증 에피소드를 경험한 사람들로서 현재는 완화된 상태에 있는 사람들로 구성된다. MBCT는 보디 스캔, 좌선, 요가, 걷기 명상 그리고 일상생활에서의 비공식적인 마음챙김 수행 모두를 포함하고 있다. 우울증에 대한 강의와 재발을 예방하기 위한 행동적 계획 그리고 전통적인 인지치료에서 사용하는 기법들 (예를 들면, 자동적 사고에 대한 탐색 등)도 포함된다. 그러나, 전통적인 인지치료에서와는 달리 부정적인 자동적 사고에 대해 보다 합리적인 사고를 개발하는 것과 같은 사고를 바꾸도록 하는 시도를 하지 않는다. 대신, 사고에 대한 탈중심적인 접근(decentered approach)을 강조한다. 예를 들어 참가자는 자신들의 사고에 대한 마음챙김을 훈련하는 과정에서 “나의 삶은 엉망이다." 와 같은 자신의 자동적 사고를 인식하게 된다. 그룹의 지도자는 이러한 자동적 사고에 대한 믿음이 기분에 따라 달라질 수 있음에 주목하도록 한다. 우울증 환자들은 우울증의 에피소드가 진행되는 동안에는 이러한 생각이 사실이라고 믿으려는 경향이 강하다. 그러나, 증세가 완화되었을 때는, 그 사고를 믿지 않는 경향이 강하다. 이러한 점은 부정적인 자동적 사고가 진실 또는 실재의 표현이라기보다는 하나의 정신적 사건일 수 있음을 깨닫도록 해준다. 생각은 단지 생각일 뿐 사실이 아니라는 것을 체험적으로 이해하는 것을 메타-인지적 통찰(meta-cognitive insight)이라고 한다. MBCT에서는 부정적으로 왜곡된 사고를 합리적으로 교정하는 것보다는 사고라는 것이 단순히 의식의 장에서 벌어지는 정신적 사건일 수 있음을 경험하게 하는데 더 초점을 둔다. 이러한 생각과 실재간의 동일시에서 벗어나게 하는 탈동일시(dis-identification)를 우울증 재발을 방지하는 치료요인으로 가정한다.
변증법적 행동 치료
Dialectical Behavior Therapy
DBT는 경계선 성격장애 환자를 위해 개발된 프로그램이며, 최근에는 다른 심리장애를 가진 사람들에게도 적용되어지고 있다. DBT는 대립되는 사상들의 균형, 통합 또는 합성을 강조하는 변증법적 세계관에 근거를 두고 있다. DBT에서 중심적인 변증법은 수용과 변화의 통합이다. DBT는 내담자들이 자신의 사고, 정서 및 행동을 변화하도록 돕기 위해 고안된 다양한 인지-행동적 전략들을 포함한다. 또한 수용과 변화의 합성을 촉진하기 위해 마음챙김 기술을 훈련시킨다. Linehan(1993a)은 경계선 성격장애를 갖는 내담자들이 장시간의 명상 훈련을 견디는 것이 어려우므로, 보다 짧고 덜 공식적인 마음챙김 훈련들을 사용하는 방식을 취한다. Linehan은 경계선 성격장애자들의 자해나 자살시도와 같은 문제행동들의 근원에는 사소한 부정적인 정서상태도 인내할 수 없는 정서공포증(emotion phobia)이 자리하고 있다는데 주목했다. 따라서, 부정적인 정서가 생겼을 때 이를 인내하도록 돕는 방법으로서 마음챙김을 훈련한다. 참가자들은 자신의 정서상태에 주의를 지향하는 훈련을 한다. 여기에는 세 가지의 마음챙김 “무엇” 기술들 (Mindfulness "What" Skills)이 포함된다. 관찰하기, 기술하기 그리고 참여하기가 세 가지 기술이다. 관찰하기(Observing)는 현재 순간에 일어나는 경험들에 대해 그것을 변화시키거나 그것으로부터 벗어나려고 시도하지 않고, 경험을 알아차리고, 느끼며, 경험에 주의를 기울이는 것을 말한다. 관찰하기의 표적은 생각, 신체감각, 정서적 상태 혹은 충동과 같은 내적 경험이 될 수도 있으며, 보이는 것, 소리, 그리고 냄새와 같은 환경의 자극이 될 수도 있다. 기술하기(Describing)는 관찰된 경험에 말을 사용하여 이름붙이기를 하는 것을 말한다. 생각을 생각으로 이름붙이는 것은 생각이 반드시 사실이거나 중요하지 않다는 것을 인식하도록 돕는다. 예를 들어, “나는 이것을 할 수 없어”라는 생각은 그것을 할 수 없는 상태와 같지 않다. 그러한 사고들에 이름을 붙이는 훈련은 습관적이고 자동적으로 사고를 믿는 경향 혹은 사고에 따라 행동하려는 경향을 줄여준다고 한다. 동일한 원리가 정서나 충동에도 적용된다. 참여자들은 자신의 느낌과 충동에도 불구하고 어떤 행동을 할지 안할지를 선택할 수 있다는 점을 배우게 된다.
참여하기(Participating)는 현재 순간의 활동에 완전히 참여하는 것, 그리고 자발적으로 자의식 없이 활동하는 것을 말한다. 참여하기는 집단회기에서 그룹 활동-노래 부르기 또는 간단한 게임과 같은-에 참여하는 훈련을 통해 이루어진다. 참여자들은 스스로를 할 수 있는 한 완전히 그 활동에 던지도록 격려된다. 집단원들은 또한 운동, 춤, 요가, 음악, 기술이나 공예, 요리 또는 다른 활동과 같은 그들이 집단회기 밖에서 참여하기를 연습할 수 있는 활동들을 찾아보도록 격려될 수 있다.
수용과 참여 치료
(Acceptance and Commitment Therapy)
ACT는 마음챙김-수용 과정과 행동-변화 과정을 통합하는데 초점을 두며, 다양한 범위의 문제와 장애에 적용될 수 있는 포괄적 심리치료 접근방법이다. ACT의 중심개념은 경험 회피이다. ACT는 많은 형태의 정신병리들이 부정적인 내적 경험들을 회피하기 위한 부질없고 역효과를 가져오는 노력들-물질 남용, 해리, 폭식 또는 부정적 경험을 불러오는 대인, 장소 및 상황을 회피하는 행동을 함으로써-과 관련되어 있다고 주장한다(Hayes, Wilson, Gifford, Follette, & Strosahl, 1996). 경험회피 상황에서, ACT는 심리적 유연성을 가르친다. 여기에는 현재 순간의 경험을 있는 그대로 기꺼이 경험하는 것과 함께 은유적인 언어를 통해 교육되는 마음챙김 과정을 포함하고 있다.
ACT에서는 경험의 회피가 인지적 융합(cognitive fusion)이라고 하는 언어적 과정을 통해 생긴다고 한다. 인지적 융합이란 인간이 현실 혹은 실재를 있는 그대로 보는 것이 아니라 상징적인 언어를 통해 지각하는 상황을 말한다. 고양이에게 할퀸 경험이 있는 사람은 현재 경험하는 고양이를 현재의 고양이로 지각하는 것이 아니라 과거의 경험에 의해 언어화된(상징화된) 고양이로서 지각한다. 이러한 인지적 융합이 지나치게 일어나면 고양이라는 생각만으로도 공포를 형성하게 된다. 따라서, 불쾌한 감정을 동반하는 생각을 회피하려는 자동적인 반응양식이 고착화되게 된다. 따라서, 경험의 회피를 방지하기 위해서는 인지적 탈융합(cognitive defusion)이 일어나야 한다. 인지적 탈융합을 촉진하기 위해 ACT는 마음챙김의 원리를 이용한다. 참가자들은 자신의 사고가 진실을 반영하며 혹은 중요하다는 가정 그리고 항상 사고내용대로 행동해야 한다는 가정을 버리고 자신의 생각과 사고과정을 관찰하도록 배운다. 참가자들은 그들의 사고를 관찰될 수 있는 사건으로 보게 되며, 반드시 믿을 필요는 없다는 것을 알게 된다. 예를 들어, 시냇물위의 나뭇잎 훈련에서는 참가자들은 눈을 감고 시냇물과 그 위에 떠다니는 나뭇잎들을 상상하도록 한다. 생각이 떠오를 때, 참가자들은 각각의 생각을 하나의 나뭇잎위에 올려놓고 시냇물을 따라 떠가는 생각을 바라본다. 인지적 탈융합의 궁극적인 목적은 원하지 않는 생각들이 현존함에도 불구하고 건설적인 행동을 하도록 하는 것이다. 예를 들어, 복잡하고 어려운 문제에 닥쳤을 때 “재앙이 일어날거야”라는 생각과 융합된 사람은 그 생각을 믿게 되고, 관련된 정서(공포와 같은)를 경험하며, 그에 따른 행동을 취하게 될 것이다. 탈융합은 그 사람이 그 생각을 하나의 생각으로서 인식하도록 하며, 건설적인 행동을 추구하면서 그 생각이 왔다가 지나가도록 허용하게 한다.
결어
지금까지 위빠싸나 명상과 마음챙김, 그리고 마음챙김에 근거한 심리치료법들에 대해 간략하게 살펴보았다. 서양 심리치료자들은 위빠싸나 명상의 심리치유적 기능에 주목하고, 그 핵심원리인 마음챙김의 구성요소들을 심리치료 이론 및 실제에 접목시키는 시도를 하여왔다. 국내에서도 심리학자들에 의해 마음챙김 명상을 심리치료의 이론과 실제에 통합하려는 연구들이 늘어나고 있다(김정규, 2003; 김정호, 2001; 장현갑; 2004). 불교학계에서도 불교이론이나 명상을 심리치료적인 시각에서 접근하려는 시도가 등장하고 있다(김재성, 2006).
동양 명상과 서양 심리학을 접목하려는 노력은 이제 이론적인 성과뿐 아니라 실제 치료의 영역에서도 괄목할 만한 성과를 보여주고 있다. 마음챙김에 근거한 심리치료 방법들의 유망한 결과는 앞으로의 심리치료이론과 실제가 나아가야 할 방향에 대해 여러 가지 시사점을 던진다. 첫째, 마음챙김에 근거한 치료법들은 인간을 이해하기 위해 동양의 지혜와 서양의 기술이 어떻게 통합될 수 있는가에 대한 하나의 모형을 제시하고 있다. 서양 심리학은 문제행동에 대한 체계화된 진단과 그에 따른 치료전략을 평가할 수 있는 과학적인 방법론을 발달시켜왔다. 또한, 서양 심리학은 정서조절이나 행동변화와 관련된 경험적인 지식들을 제공할 수 있다. 반면, 동양의 명상은 치료의 핵심요소로서 그간 서양 심리학에서 다소 간과되어왔던 주의(attention) 혹은 의식(consciousness)의 계발에 대한 방법을 제공한다. 동양의 지혜는 인간이 행복해지기 위해서는 효율적으로 욕망을 충족시키는 법을 배우는 것보다, 자신의 현재를 있는 그대로 자각하고 수용하며 충분히 존재하는 법을 배워야 한다고 가르친다. Segal 등(2002)은 인간의 삶의 양식에는 두 가지가 있다고 한다. 하나는 행위양식(Doing Mode)이며, 다른 하나는 존재양식(Being Mode)이다. 행위양식에서는 자신의 현재상태와 자신이 바라는 이상적인 상태를 끊임없이 비교하고 평가함으로써, 그 둘 사이의 괴리를 해소하기 위해 목표성취를 위한 행위를 하게 된다. 행위양식은 그것이 적절하게 작동될 경우, 인간이 성장하고 변화하고 발전하기 위해서 필수불가결한 삶의 방식이다. 그러나 때로 행위양식에 적합하지 않은 문제에 대해서도 경직되고 습관적으로 행위양식을 통해 문제해결을 시도할 경우 부작용이 발생할 수 있다. 우울증이 반복적으로 재발하는 환자들은 현실과 목표의 괴리에 지나치게 예민하며, 이에 따라 발생하는 부정적 감정을 회피하거나 제거하기 위해 끊임없이 괴리와 관련된 생각들을 반복하게 된다. 이러한 반복적이고도 부정적인 사고패턴을 반추적인 사고양식이라고 부른다. 이러한 반추적인 사고양식은 우울증을 지속시키는 부정적인 반응양식으로 알려져 있다(Nolen-Hoeksema, 1991). 성취 지향적이고 경쟁적인 현대사회에서 행위양식은 생존을 위해 어린시절부터 배워왔던 매우 익숙한 양식이다. 그러나, 모든 삶의 문제들에 대해 해결지향적인 행위양식이 답을 제공해 주지는 않는다.
때로는 현재의 경험이 원하지 않는 상태일지라도 그것을 있는 그대로 허용하고 머무는 방식이 더 효과적일 수 있다. 존재양식(Being Mode)은 현재의 상태를 이상적인 상태와 비교하거나 평가하려는 시도를 멈추는 곳에서부터 출발한다. 자신의 주의 혹은 의식을 현재의 상태(그것이 어떤 것이든)에 두고, 그것을 변화시키려는 의도를 내지 않은 채, 단순히 순간순간의 경험을 충분히 경험하고자 한다. 이것을 노력없는 노력(effortless effort)이라고 한다. 마음챙김의 훈련을 통해 행위양식에만 과도하게 의존했던 삶의 방식이 존재양식으로 바뀌게 된다. 존재양식이 배양되면 현 상태와 이상적인 목표 간의 괴리로 인한 부정적인 정서가 나타나더라도 부정적인 정서를 변화시키기 위한 습관적이고 반응적인 사고나 행동패턴에 휩쓸리지 않게 된다. 반면, 부정적인 정서를 있는 그대로 기꺼이 경험하면서도 그것에 휩싸이지 않는 탈-중심적인 관찰능력이 증가하게 된다. 자신의 내적인 경험과 어느 정도의 주의 공간이 확보됨으로써, 반응적이고 자동적으로 자신의 정서에 휩쓸려 행동하기 보다는 보다 유연하고 선택적으로 자신의 행동을 결정할 수 있게 된다.
마음챙김에 근거한 심리치료에서는 존재양식과 행위양식의 균형과 조화를 강조한다. 마음챙김이나 수용을 강조하는 치료자들은 행위양식이 과도하고 경직된 방식으로 적용될 경우 심리적 문제를 지속시키지만, 내담자들이 자신의 가치가 반영된 활동이나 목표에 적극적으로 참여하고 변화를 추구하도록 격려하는 것이 치료효과를 높일 수 있다는데 동의한다. 하지만, 내담자들은 우선 마음챙김과 수용에 대한 훈련을 통해 존재양식을 익혀야 한다. Linehan(1993a)은 수용은 변화의 형이라고 말한다. 이것은 자신의 사적인 경험이나 삶의 문제에 대해 수용적인 태도를 배우는 것은 자신의 가치와 의미가 반영된 삶으로의 변화를 가능하게 하는 토대가 된다는 말일 것이다.
둘째, 마음챙김에 근거한 심리치료는 몸과 마음이 서로 긴밀히 연결되어 있다는 심신치유적 관점을 강조한다. 일찍이 프로이드는 마음의 문제가 신체적인 장애로 표현될 수 있음을 보여주었다. 무의식속에 억압된 정서적 갈등이 다양한 신체화 장애의 원인이 될 수 있다는 것은 이미 상식적인 지식이 되었다. 동양의 명상은 정신적 깨달음을 목표로 하고 있으나 몸에 대한 절제와 더불어 몸의 현상에 대한 면밀한 관찰을 수행의 출발점으로 삼는다. 불교에서는 육체에 집착하지 않으면서도 육체를 보호해야 한다고 말한다. 이는 육체를 돌보지 않으면 정신적 향상을 이룰 수 없기 때문이다(김재성, 2006). 불교에서는 육체와 정신적 현상은 서로에 의지하여 존재하는 것으로 인식한다. 육체는 마음의 상태와 의지작용에 의해 영향을 받는다. 육체가 외부의 대상세계와 만나는 것 즉 보고, 듣고, 만지는 접촉이 육체에 영향을 주므로 이를 잘 주의하고 살피는 것이 필요하다. 마음챙김에 근거한 심리치료에서는 자신의 마음뿐 아니라 신체에서 일어나는 현상들(통증, 가려움을 포함하는 신체감각들)에 대해 주의를 모으고, 그것을 수용하는 마음으로 관찰하는 훈련을 한다. 공식적인 명상이 포함되지 않는 경우는 자신의 일상생활의 활동들을 한번에 한 가지씩 행하면서 온 마음을 기울여 그 활동에 집중하도록 격려한다.
셋째, 마음챙김에 근거한 심리치료는 마음의 부정적인 요소를 제거하는 것 보다는 마음의 긍정적인 요소를 배양시킴으로써 심리증상을 해결하는 긍정심리학적 지향을 가지고 있다(Shapiro 등, 2002). Walsh(2000)는 동양 심리치료의 기제로서 마음을 가라앉히기, 정신적 요소를 재 균형잡기 및 탈동일시 세 가지를 들고 있다. 이 중 마음을 가라앉히기(tranquility)는 과거와 미래에 대한 생각과 환상에서 방황하는 훈련되지 않는 마음을 집중시키고 가라앉히는 과정을 말한다. 정신적 요소를 재 균형잡기는 마음챙김이나 인내와 같은 건강한 정신기능들을 증가시키는 것이다. 이와 같이 동양의 명상은 긍정적인 마음의 힘을 키움으로써 부정적인 정신기능을 치유하는 전략을 취한다고 할 수 있다.
마지막으로, 마음챙김에 근거한 심리치료는 우리의 몸과 마음 그리고 세계의 본질에 대한 의식의 확장과 통찰을 핵심적인 치유요인으로 가정한다. Kornfield(1979)는 마음챙김 명상이란 한 인간이 어떻게 세상을 바라보고 관계하는가에 대해 특정한 변화를 초래하기 위한 정신적 훈련이라고 정의한다. 마음챙김 명상을 통해 단순한 이완반응을 넘어서는 보다 넓은 범위의 의식의 확장이 일어난다고 한다. 명상을 연구하는 것은 인간 의식의 성장 과정을 이해하는 것이고, 인간 정신의 한계에 대한 우리의 이해를 확장하는 것이라고 한다. 현대 심리학자들도 마음챙김 명상이 이완반응이나 집중력의 개발뿐만 아니라, 자신과 세계에 대한 통찰을 가져옴으로써 스스로를 보다 자유롭고 성숙하게 해주는 방법을 제공한다는데 의견을 같이 하고 있다(김정호, 1994a, 1996; 권석만, 1997, 1998; Kabat-Zinn, 1990). 마음챙김에 근거한 심리치료자들이 치료요인으로 강조하는 탈동일시(dis-identification), 인지적 탈융합(cognitive defusion), 그리고 상위 인지적 통찰(meta-cognitive insight)은 거의 동일한 의미를 담고 있다. 즉, 자신의 의식에서 일어나는 정신적 내용과 과정을 현실이나 자신과 동일시하지 않고, 단지 정신적인 사건일 뿐이라고 자각하는 것이다. 이러한 통찰은 과거의 성장환경과 관계경험에 의해 형성된 자기를 보다 확장된 관점에서 바라볼 수 있을 때 일어날 수 있으므로, 자기초월적인 자기이해라고 할 수 있다. 이는 불교에서 말하는 깨달음의 요체인 무상(無常)과 무아(無我)의 심리학적 표현이라고 할 수 있다.
21세기는 동양과 서양의 통합의 시대라고 한다. 인간이해에 대한 동서양의 지혜가 통합적으로 연구되고 실천되는 장이 심리치료의 영역에서도 이미 시작되었다고 할 수 있다. 과학적 방법론과 종교적 수행의 접목, 몸과 마음의 연결성을 강조하기, 수용과 변화의 변증법적 통합, 긍정적인 마음의 힘에 대한 관심 그리고 자기초월적인 의식의 확장에 대한 관심이 보다 폭넓은 인간이해에 기반한 효과적인 심리치료의 가능성을 높일 것으로 생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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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중에 발표논문 중에 내 관심을 끌었던 것이 위 논문입니다.
발표자는 가톨릭대학교 대학원 심리학과 상담심리학 전공으로 2006년 봄학기에 <마음챙김 척도개발>으로 문학박사학위를 취득하신 분입니다.
발표자께서는 명상을 하는 사람들에게 그 효과와 과정에 대한 측정이 어렵다는 것을 실감하고 이를 측정하려는 시도입니다. 명상이나 관상기도의 신체적, 심리적 효과에 대해 경험으로 효과가 있다는 것은 알고 있으나, 그것을 계측하려는 시도가 있어왔으나, 이렇다할 성과가 없었던 것이 현실입니다.
그러던 차에 박성현박사께서 이를 시도하고 그를 박사학위 논문으로 내놓은 것입니다.
발표 논문은 여러분께서 읽어보시면, 그분이 이 분야에 상당한 조예가 있음을 알 수 있을 것입니다. 특별히 명상의 효과에 대한 논의는 뛰어납니다.
관상기도에 관심이 있으시고, 이를 더욱 발달시키시려는 분은 꼭 한번 읽으시고, 서구에서 이와 관련된 연구가 얼마나 진척되고 있는 지를 확인해보시기 바랍니다.
박성현박사는 서울불교대학원 대학교에서 올해부터 겸임교수를 시작으로 전임교수를 향하여 가시고 계시는 신진학자이십니다. 많은 활동과 활약을 기대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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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빠싸나 명상, 마음챙김, 그리고 마음챙김을 근거로 한 심리치료
박성현 <서울불교대학원대학교>
위빠싸나 명상에 대한 심리치료적 접근
불교 전통의 명상을 심리치료에 적용하려는 시도가 꾸준히 이어져오고 있다. 특히, 명상의 한 방법인 위빠싸나 명상에 대한 관심이 최근 들어 크게 증가하고 있다. 명상이 서구사회에 도입된 초기에는 주로 신비주의적인 종교수행으로서 받아들여졌다. 그러나, 최근에는 심신의 고통을 치유하는 실제적인 방법으로 인식이 확장되고 있으며, 의학계나 심리학계에서 과학적 연구대상으로서의 위치를 확보하게 되었다.
불교명상이 상담 및 임상심리학 연구자들의 관심을 촉발하게 된 계기는 하바드 의과대학의 Benson(1975, 1985)이 심장질환의 치료에 명상을 활용하면서부터라고 할 수 있다. 1977년 미국 심리학회(APA: American Psychological Association)에서 명상의 임상적 효과에 대한 연구를 요청하면서 심리치료의 맥락에서 명상에 대한 연구들이 활발하게 진행되었다. 이때의 대부분의 논문들은 집중명상(concentration meditation; 지법 혹은 사마타 명상으로도 불림)과 Benson의 이완반응 프로그램을 주제로 하고 있다. 이러한 과학적 연구의 결과 명상이 스트레스 관련 질병을 개선할 뿐 아니라 심장병, 암 등과 같은 만성적, 난치성 질병의 고통을 예방하고 완화하며, 약물중독이나 우울증, 과잉행동, 주의력 결핍증 등과 같은 심리적 불균형 상태를 회복시키고, 자기-비난의 감소, 긴장-불안 감소, 다양한 정서 경험의 증가, 자기-정체감 증대 등 긍정적인 심리적 효과가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장현갑, 1996, 2004).
90년대 이후에는 연구의 흐름이 위빠싸나 명상(vipassana meditation; 관법, 통찰명상, 마음챙김 명상 혹은 사념처 수행으로도 불림)으로 전환되고 있다. 이러한 변화는 메사추세츠 대학의 Kabat-Zinn(1990)이 만성 통증 환자를 치료하기 위해 마음챙김에 근거한 스트레스 감소 프로그램(MBSR: Mindfulness-Based Stress Reduction)을 진행하면서부터라고 할 수 있다. MBSR에서는 위빠싸나 명상의 핵심기법인 마음챙김(mindfulness)을 임상환자들에게 훈련시킴으로써, 만성적인 통증의 조절 뿐 아니라 불안장애, 우울증, 공황장애와 같은 정서적, 행동적 장애의 치료에도 효과를 나타냈다(Davidson, & Kabat-Zinn, 2004). 일반인을 대상으로 한 MBSR 연구에서도 마음챙김 훈련이 스트레스의 완화와 정서적 안녕을 증진시키는 것으로 보고되고 있다(Astin, 1997; Shapiro, Schwartz, & Bonner, 1998).
MBSR 프로그램을 근간으로 우울증 재발 예방을 위해 구성된 마음챙김에 근거한 인지치료(MBCT: Mindfulness-Based Cognitive Therapy) 는 기존의 인지치료의 효과와 동등한 우울증 재발율 감소를 나타냈다(Segal, Williams, & Teasdale, 2002). 명상과 인지치료 원리를 통합하는 또 다른 프로그램인 Linehan(1993a, 1993b)의 변증법적 행동치료(DBT: Dialectical Behavior Therapy)는 경계선 성격장애 환자에게 마음챙김을 훈련함으로써 자살 및 자해 행동을 감소시키는 것으로 확인되고 있다. 또한, 다양한 심리장애의 공통원인으로 간주되는 경험적 회피를 차단하고 경험의 수용을 훈련하는 Hayes, Strosahl과 Wilson(1999)의 수용-참여 치료(ACT: Acceptance and Commitment Therapy)도 마음챙김 명상의 원리와 인지치료를 통합하는 대표적인 프로그램이라고 할 수 있다. 이 밖에도 마음챙김 명상과 심리치료를 통합한 치료기법들이 일반화된 불안장애(Roemer, & Orsillo, 2002),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Wolfsdorf, & Zlotnick, 2001), 약물남용(Marlat, 2002), 그리고 섭식장애(Telch, Agras, & Linehan, 2001)등의 치료에 효과가 있다는 연구들이 있다.
여러 심리치료의 접근들 중 특히 인지행동적 접근에서 위빠싸나 명상의 핵심원리인 마음챙김(mindfulness)을 심리치료에 통합하고자 하는 시도가 가장 활발하다. 이러한 마음챙김의 원리를 받아들인 인지행동치료법들이 한때의 유행이 아니라 인지행동치료의 새로운 제 3 동향을 형성할 정도로 폭넓은 관심을 받고 있다(김정호, 2004b). 인지행동치료의 첫 번째 흐름은 고전적, 조작적 조건화 원리와 관련된 기법을 특징으로 하는 행동치료이며, 두 번째 흐름은 1970년대 정서의 인지매개이론에 기초하여 출현한 인지치료라고 할 수 있다. 인지행동치료의 세 번째 흐름은 위에서 예로든 마음챙김에 근거한 인지치료(MBCT), 변증법적 행동치료(DBT), 그리고 수용-참여치료(ACT) 등이 대표적인 치료기법이라고 할 수 있다. 이러한 새로운 치료법들의 공통적인 특징은 마음챙김(mindfulness)과 수용(acceptance)의 원리를 치료의 핵심적인 기법으로 사용하며, 치료방법들이 체험적 요소를 강조하고 있다(문현미, 2005).
그렇다면 서양의 인지행동치료자들이 위빠싸나 명상의 원리를 자신들의 치료에 받아들이게 된 배경은 무엇일까? 전통적인 인지치료는 아리스토텔레스에서 기원하는 실재론적 또는 대응론적 진리관에 기초하고 있다. 즉, 우리의 마음밖에는 실재하는 존재들이 있으며, 그러한 존재의 상태를 올바르게 반영하는 사고나 명제가 진리라는 관점이다. 따라서 사고나 명제에는 옳고 그름이 있으며 실상을 올바르게 반영하는 사고가 적응적인 것이라는 생각을 내포하고 있다(권석만, 2006). 그러나, 인간은 실상을 올바르게 반영하는 합리적이며 적응적인 사고를 할 수도 있지만, 반대로 왜곡된 인식을 할 수도 있는 존재이다. 인지치료에서는 인간의 심리적 고통이나 정신병리는 이러한 인지내용이 현실을 부정적으로 왜곡하는데 기인한다고 가정한다. 그러므로, 인지치료의 과정은 내담자가 세상을 어떻게 인지적으로 파악하는지를 이해하고, 왜곡된 인지과정이 자신의 정서적, 행동적 문제에 어떤 영향을 미치고 있는지를 탐색하여, 이러한 부적응적인 인지내용을 현실적이고 유용한 내용으로 변화 혹은 대치하도록 개입하는 것이다(Beck, Rush, Shaw, & Emery, 1979). 전통적인 인지치료에서는 그동안 내용-중심적인 조작적 변화, 즉 심리적 경험의 내용에 초점을 맞추어 그 내용을 변화시키려는 치료적 개입을 시도해왔던 것이다.
최근에 심리치료자들은 내담자의 경험내용을 변화시키거나 통제하려는 치료방법에 한계를 느끼게 되고, 심리적 경험내용 보다는 그러한 경험에 대한 개인의 태도가 심리치료에서 보다 근본적인 초점이라는데 동의하고 있다(권석만, 2006). 즉, 심리치료자들은 처치나 조작에 의해 내담자의 부정적인 내적 경험을 변화시키는 것 보다 내담자 스스로 자신의 경험에 대해 이전과는 다른 방식으로 관계하는 방식을 배우도록 하는 것이 보다 근본적인 치료라는 것을 알게 되었다. 예를 들자면, 마음챙김에 근거한 인지치료(MBCT)에서는 인지내용(cognitive contents)의 변화 보다는 메타-인지적 과정(meta-cognitive process) 즉, 자신의 인지내용을 대하는 상위의 마음자세가 치료에서 더 중요하다고 가정한다. 이러한 메타-인지적 과정이 강화되면 내담자는 자신의 부정적 생각을 현실이나 자신에 대한 정확한 반영이 아니라 자각의 장에서 일어나는 하나의 정신적 사건으로 볼 수 있게 된다. 즉, 사고내용을 변화시키기 위한 노력 대신에 자신의 사고의 흐름을 있는 그대로 추적하도록 함으로써 자신의 사고내용과의 관계를 변화시키는 것을 목적으로 한다. 자신의 내적 경험에 대해 평가하거나 판단하지 않고 수용적인 태도로 관찰하는 힘을 배양시키기 위해 내담자는 위빠싸나 명상의 핵심인 마음챙김 기법을 훈련한다.
전통적인 인지치료에서도 사고내용을 관찰하는 기법으로서 자신의 사고 내용과의 거리두기(distancing), 즉각적인 경험에서 한걸음 비켜서서 사건과 그에 대한 자신의 반응사이의 공간을 만드는 탈중심화(de-centering)등의 메타-인지적인 주의조절에 관한 개념이 없었던 것은 아니다(Safran, & Segal, 1990). 그러나, 왜곡된 인지내용이 정서적 문제를 일으킨다는 인지 매개가설이 직관적으로 매우 설득력이 있었으므로, 비합리적인 사고내용을 보다 적응적인 내용으로 대치하는 것이 인지치료의 기제로써 광범위하게 인식되어져 왔다. 따라서, 인지내용에 대한 메타-인지적인 태도는 다소 주목을 받지 못했다고 할 수 있다. 위빠싸나 명상의 심리 치료적 효용이 알려짐에 따라 인지치료에서 주목받지 못했던 메타-인지적인 주의과정이 치료의 주요 기제로 다시금 부상하게 되었다. 이러한 상황에서 메타-인지적인 주의과정을 훈련하는 방법을 제공하는 위빠싸나 명상을 심리치료에 적용하려는 시도가 크게 증가하고 있다고 볼 수 있다.
서양의 심리치료자들이 동양의 위빠싸나 명상을 심리치료에 접목하고자 하는 시도는 동양의 정신수행법이 서양의 과학적 심리학과 만난다는 점만으로도 흥미로운 현상이다. 그러나, 이러한 동서양의 전통이 결합되어 보다 통합적인 인간이해를 바탕으로 효과적인 치료방법으로 발전할 것인지에 대해서는 섣불리 속단할 수 없다. 마음챙김을 근거로 한 심리치료의 효과에 대한 개념적, 경험적 논문들을 리뷰한 Baer(2003)는 마음챙김에 근거한 심리치료들이 ‘아마도 효과적(probably efficacious)’ 일 것이란 다소 유보적인 결론을 내리고 있다. 이는 마음챙김을 사용하는 치료기법들이 충분한 과학적 검증의 세례를 받기에는 아직 초기단계에 놓여있음을 말해준다. 우리나라에서도 마음챙김에 근거한 심리치료 이론과 프로그램이 도입되어 점차 확산되고 있는 추세에 있다. 이러한 상황에서 마음챙김에 근거한 심리치료가 제대로 자리매김하기 위해서는 위빠싸나 명상의 심리 치유적 기능이 무엇이며, 위빠싸나 명상의 핵심원리로 주목받고 있는 마음챙김이 무엇인지에 대한 정확한 이해가 필요하다.
위빠싸나 명상
불교 수행 전통에는 수많은 명상법이 있으나, 이를 크게 집중명상과 통찰명상의 두 가지 범주로 구분할 수 있다. 집중명상(concentration meditation)은 특정한 대상에 주의를 집중함으로써 모든 망념을 멈추게 하여 산란한 마음을 고요하게 안정시키는 방법으로서, 止法 혹은 사마타(samatha) 수행으로 부른다. 진언이나 만트라를 사용하는 명상법이 여기에 속한다. 반면, 통찰명상(insight meditation)은 몸과 마음에서 일어나는 현상을 관찰하고 알아차림으로써 존재의 실상을 체득하는 지혜를 얻는 수행법이며, 觀法, 위빠싸나 명상(vipassana meditation), 마음챙김 명상(mindfulness meditation), 혹은 사념처(四念處) 수행으로도 불린다(김정호, 2004a).
위빠싸나 명상은 불교의 초기경전 중 대념처경 (Maha Satipatthana Suttanta)에 자세히 설명되어 있는 불교의 전통적인 명상수행법으로서 지금도 그 전통이 미얀마, 태국, 스리랑카 등 동남아 불교권 내에서 유지되어 오고 있다(거해스님, 1997). 위빠싸나(vipassana)는 빠알리어의 위(vi)와 빠싸나(passana)의 복합어이다. vi는 ‘여러 가지’의 의미를 갖는데 특히, 불교에서는 모든 현상의 세 가지 자연적 성품인 무상(無常), 무아(無我), 고(苦)를 뜻한다. passana는 ‘꿰뚫어 본다’라는 뜻이다. 위빠싸나를 쉽게 풀이하면 ‘자신의 몸에서 일어나는 정신적-신체적(물리적) 현상의 성격을 정확하게 이해하려는 노력’을 말한다(Mahasi Sayadaw, 1978). 위빠싸나 수행의 목표와 사념처(四念處) 수행에 관한 정의를 대념처경의 내용을 통하여 살펴보면 아래와 같다(각묵스님, 2003).
‘비구들이여 이 도는 유일한 길이니, 중생들의 청정을 위하고, 근심과 탄식을 다 건너기 위한 것이며, 육체적 고통과 정신적 고통을 사라지게 하고, 옳은 방법을 터득하고, 열반을 실현하기 위한 것이다. 그것은 바로 네 가지 마음챙김의 확립이다. 무엇이 네 가지인가? 몸에서 몸을 관찰하며 머문다. 세상에 대한 욕심과 싫어하는 마음을 버리면서 근면하게, 분명히 알아차리고 마음챙기는 자 되어 머문다. 느낌에서 느낌을 관찰하며 머문다. 세상에 대한 욕심과 싫어하는 마음을 버리면서 근면하게, 분명히 알아차리고 마음챙기는 자 되어 머문다. 마음에서 마음을 관찰하며 머문다. 세상에 대한 욕심과 싫어하는 마음을 버리면서 근면하게, 분명히 알아차리고 마음챙기는 자 되어 머문다. 법에서 법을 관찰하며 머문다. 세상에 대한 욕심과 싫어하는 마음을 버리면서 근면하게, 분명히 알아차리고 마음챙기는 자 되어 머문다.’(p15-16)
대념처경의 경전 내용에 의하면, 위빠싸나 명상이란 분명한 알아차림, 마음챙김, 집중된 주의력 그리고 지속적 주시 등의 작용에 의해 네 가지 대상인 몸(호흡, 동작, 신체감각 등), 느낌(즐겁고 괴로운 느낌 등), 마음(생각, 의도, 탐욕, 분노 등) 그리고 법(몸과 마음의 근본적 특성)을 관찰함으로서, 욕망과 고뇌를 벗어나게 하는 수행법이라고 할 수 있다(안승준, 1993).
위빠싸나 명상은 현재 미얀마, 태국, 스리랑카 등 동남아의 여러 수행센터에서 수행과 교육이 이루어지고 있으며, 우리나라에서도 봉인사, 보리수선원, 호두마을, 담마선원을 위시한 위빠싸나 수행센터들이 운영되고 있다. 위빠싸나 명상의 구체적인 수행법은 사마타 수행의 병행여부, 마음챙김의 대상과 방법, 명상의 수행순서 등에 따라 마하시 방식, 파아욱 방식, 고엔카 방식, 모곡 방식, 쉐우민 방식 등으로 다양하게 구분되고 있다(지산스님, 2005). 여기에서는 Mahasi Sayadaw에 의해 미얀마는 물론 전 세계적으로 널리 알려진 마하시 방식의 수행법의 특징을 살펴보고자 한다(김재성, 2002). 마하시 방식의 특징은 첫째, 좌선할 때 호흡에 동반되어 생겨나는 복부의 움직임을 일차적인 마음챙김의 대상으로 삼는다. 마하시 수행법의 두 번째 특징은 좌선과 행선(行禪)에 동일한 비중을 두고 있다. 여기에서 행선은 걷는 동작에 마음을 집중하여 관찰하는 것을 말하나, 넓게 보면 몸의 모든 동작이 포함되고 있다. 즉 좌선이 중요시되는 만큼 좌선 이외의 모든 몸의 동작에 대한 관찰도 강조되는 점이 마하시 수행법의 특징이다. 마하시 수행법을 좀 더 구체적으로 살펴보면, 수행자는 듣고, 냄새 맡고, 맛보고, 만지고, 생각할 때 마다 이들을 관찰하여 이러한 사실을 ‘봄, 봄’ ‘들음, 들음’ ‘냄새, 냄새’ ‘맛, 맛’ ‘닿음, 닿음’ ‘생각, 생각’이라고 알아차리도록 한다. 처음에는 분명하고 쉽게 지각되는 것으로부터 시작해야 하는데, 호흡을 할 때 마다 배가 일어나고 꺼지는 이 운동은 항상 분명하게 일어나므로 이 호흡의 움직임을 의식하는 것부터 시작한다. 배의 움직임을 보는 동안 마음이 다른 곳을 방황하거나, 또는 상상, 회상, 생각, 계획, 행복을 느낌, 싫증을 느낌 등으로 달아날 때 마다, 놓치지 말고 모든 현상들을 마음속으로 알아차린다. 마하시 명상법에서 수행자는 잠에서 깨어나는 순간부터 몸의 움직임, 세수하는 행위, 음식을 먹는 행위 등 매순간 모든 움직임을 부지런히 주시해야 하며, 몸의 감각들, 느낌들, 생각, 욕구, 의도 등 모든 정신적 현상들이 나타날 때마다 바로 알아차리는 것을 강조한다. 특별히 자각되는 몸과 마음의 현상이 없어질 때는 다시 배의 일어남과 사라짐을 주시하는 것으로 되돌아가는 과정을 반복하게 된다.
마하시 수행법에서 살펴본 바와 같이 위빠싸나 명상은 몸의 움직임(호흡 시에 일어나는 배의 움직임)에 대한 알아차림을 근간으로 하여, 느낌, 사고, 욕구, 감정 등 마음의 현상을 즉각적으로 알아차리는 것을 특징으로 한다. 이러한 수행을 통해 집중력과 알아차림의 능력이 배양되면, 일상적인 의식상태에서는 인식할 수 없는 미세한 몸과 마음의 작용에 대해서 보다 분명하고 즉각적으로 알아차릴 수 있게 된다. 이러한 끊임이 없고 분명한 알아차림은 몸과 마음의 현상에 대한 통찰을 낳게 된다. 통찰 경험의 내용은 내적 경험에 관여하는 몸과 마음의 작용을 구분해서 이해하게 되는 것과, 몸과 마음에서 일어나는 모든 현상들의 특성인 무상, 무아, 고의 특성을 이해하는 것이 포함된다. 무상의 체험이란 ‘모든 현상은 끊임없이 생겨나지만 반드시 사라진다’ 는 것에 대한 통찰이다. 무아는 ‘몸과 마음의 현상을 내가 원하는 데로 할 수 없으며, 그 현상의 성질대로 생성되었다가 소멸된다’ 는 것에 대한 자각을 의미한다. 이러한 자각은 모든 현상에 대해 나 혹은 내 것이라고 할 만한 것이 없음을 체험적으로 이해하게 한다. 고에 대한 통찰은 ‘이와 같이 무상하고 무아인 일체의 현상을 이해하지 못하고, 자신에게 좋은 것은 유지하고, 싫은 것은 배제하려는 욕망과 집착이 고통을 만들어낸다’ 는 깨달음이다(박성현, 박정숙, 2006).
마음챙김- 위빠싸나 명상의 핵심
위빠싸나 명상의 핵심을 간추려 보면 몸과 마음에서 일어나는 일체의 현상을 있는 그대로 즉각적이고 분명하게 알아차리는 것이라고 할 수 있다. 경험에 대해 있는 그대로 알아차린다는 것은 경험에 대해 비교, 분석, 판단, 혹은 추론 등을 개입하지 않고 순수하게 관찰하는 것을 말한다(김정호, 1996). 즉, 경험에 대해 생각하는데 초점을 두는 것이 아니라, 경험에 대해 직접적이고 체험적인 자각을 하는데 초점을 두는 것을 말한다(Teasdale, 1999b). 이러한 ‘있는 그대로의 알아차림(bare attention)’은 고통의 근절을 목표로 하는 위빠싸나 명상의 가장 핵심적인 방법으로 인식되고 있다(Hanh, 1976). 이러한 즉각적이고 분명한 알아차림을 의미하는 팔리어는 sati 이다. 마음챙김은 팔리어 sati의 번역어이다. sati의 사전적 의미는 자각(awareness), 주의(attention), 기억하기(remembering) 등의 의미를 담고 있다. 영어권에서는 sati가 noting, awareness, attention, 그리고 mindfulness 등으로 번역이 되다가 현재는 mindfulness로 정착이 되었다. sati에 대한 우리말 번역으로는 마음챙김 이외에 깨어있음, 주의깊음, 마음집중, 수동적 주의집중, 및 마음지킴 등이 있다(김정호, 2004a).
위빠사나 명상의 핵심이 마음챙김(sati)이므로 흔히 위빠싸나 명상을 Satipatthana Vipassana Meditation이라고도 한다. satipatthana 는 sati 와 patthana의 복합어로서 복합어의 의미를 검토해 보면 전체적인 의미를 더 잘 이해할 수 있다. sati는 ‘기억하다’라는 의미를 지닌 동사어근에서 파생된 명사이다. 하지만, 마음의 기능으로서의 sati는 ‘과거를 기억하는 기능’이라기보다는 '마음의 현전(presence of mind)', '현재에 대한 주의집중', '분명한 알아차림', '충분히 깨어있음', '주의 깊음' 등을 의미한다. patthana라는 말은 ‘긴밀하고, 확고하며, 흔들리지 않는 확립 혹은 적용’을 의미한다. 이 두 말을 결합해보면, sati-patthana는 ‘관찰 대상에 대한 긴밀하고 확고하며 흔들리지 않는 알아차림과 주의집중의 확립’이 된다. 위빠사나 명상에서 오직 하나의 가장 중요한 본질은 ‘자연스럽게 나타나는 현상들에 대해서 마음을 챙기고 관찰하는 것’이라고 할 수 있다(김재성, 2002). 대념처경에서 sati는 감관의 문을 지키는 문지기로 비유되며, 감관의 문을 통해 일어나고 사라지는 몸과 마음의 현상을 감지하는 것으로 정의된다. sati는 몸(동작, 호흡 등), 느낌(괴로운 느낌, 즐거운 느낌, 괴롭지도 즐겁지도 않은 느낌), 마음(탐욕, 성냄, 의심, 위축, 산란 등), 법(몸과 마음의 근본적 특성)을 대상으로 한 것으로서 현상의 ‘일어나고 사라지는 법’을 따라가며, 보면서, 머무는 것이다(각묵스님, 2003).
우 빤디따 사야도는 마음챙김(mindfulness)이 팔리어 sati의 영어 번역으로 사용되어지고 있지만, 이것은 불완전한 번역이며, ‘관찰하는 힘’(observing power)이 더 적절한 번역이라고 말한다. 이러한 정의는 몸과 마음에서 일어나는 현상에 휩쓸리지 않으면서 그것을 관찰할 수 있는 능력을 강조한 것이다. 마음챙김(sati)의 주요 특성들로는 즉시성 즉 지금 현재 일어나고 있는 대상에 대한 즉각적인 자각과, 들뜨지 않음 즉 관찰 대상에 주의를 집중하려는 의도적인 노력, 대상을 조작하지 않음 즉 몸과 마음에 나타나는 현상을 조작하거나, 조절하려하지 않고 다만 그곳에 지금 있는 대상을 있는 그대로 관찰하는 것, 그리고 보호함 즉 번뇌의 공격으로부터 막아주거나 보호하는 작용 등이 포함된다(김재성, 2002). 위빠사나 명상을 이론적으로 서양사회에 소개한 Nyanapopnika Thera(1972)는 마음챙김을 ‘연속적인 지각의 과정에서, 자신에게 그리고 자신 내부에서 실제로 일어나는 것에 대한 명확하고 집중된 마음의 알아차림’으로 정의하고 있다. 이상의 마음챙김에 대한 어원과 정의들을 종합해 볼 때 마음챙김이란 “자신의 정신적-신체적 현상을 수용적인 태도를 가지고 있는 그대로 관찰하여 정확하게 이해하려는 노력이며, 현재 경험에 대한 즉각적이고, 명확한 알아차림과 집중된 주의력을 배양함으로써 욕망과 고뇌로부터 자신을 보호하기 위한 것”이라고 정의할 수 있을 것이다(박성현, 2006).
마음챙김 - 현대 심리학의 견해
위에서 살펴 본 마음챙김의 정의가 심리치료영역에서 전혀 생소한 개념은 아니다. 내적 경험에 대한 주의와 알아차림 그리고 수용적 태도는 거의 모든 심리치료이론에서 강조되어 왔으며, 최근에는 마음챙김을 접목한 심리치료의 등장으로 인해 그 심리 치료적 의미가 다시 한번 재조명되고 있다고 볼 수 있다.
전통적인 심리치료이론에서 마음챙김과 유사한 치료적 개념을 정리하면 아래와 같다. 정신분석에서 강조되는 관찰자아(observing ego)와 참여자아(participating ego)의 개념은 내담자의 경험에 참여하면서도 동시에 적절한 주의공간을 두고 관찰자의 위치에 자신을 놓을 수 있는 분석가의 능력이라고 할 수 있다. 프로이드가 분석가의 최적의 주의태도(optimal attentional stance)로서 강조한 고르게 떠있는 주의(evenly suspended attention)는, 자각의 장에서 일어나는 모든 것들에 대해 고르고 동일하고 치우치지 않은 주의를 기울이며, 선택하고 집중하고 혹은 분별하려는 어떤 의도적 시도들을 하지 않는 것을 말한다. 이와 함께 내담자의 규칙으로 부과되는 자유연상은 경험되는 내적현상에 대해 의식적인 검열을 하지 않고 분석가에게 보고하는 것이다(문형춘, 2003). 인본주의 심리학에서는 내적 경험에 대한 자각과 수용의 문제가 심리치료의 핵심요인으로 주장된다. 상담자의 역할은 내담자가 자기개념의 형성과정에서 왜곡하거나 방어해왔던 유기체적인 경험들을 자발적으로 탐색하고, 개방적인 태도로 수용할 수 있도록 적절한 심리적 환경을 제공하는 것이다(Rogers, 1980). 게슈탈트 심리학에서도 내적 현상에 대한 알아차림과 접촉, 현재성 등이 강조되며 미결과제의 회피나 접촉에 대한 저항이 심리적 문제의 원인으로 간주된다(Perls, 1951). 실존치료에서도 문제에 대한 현상학적 태도를 채택함으로써 문제로부터의 주의 공간(attentional space)을 확장하는 탈집착(detachment)을 주요한 치료요인으로 본다(Bohart,1983). 동양적 상담의 한 모형인 온마음 상담에서도 경험에 대한 수용적 태도와 함께 문제가 되는 사건에 대한 내담자의 공상이 전개되는 과정을 면밀하게 탐색하는 있는 그대로 보기가 강조된다(윤호균, 2001).
서양의 심리학자들은 위빠싸나 명상의 핵심 기술인 마음챙김을 심리학적인 관점에서 조작적으로 재정의 해보고자 시도하였다. 마치 약초에서 생약 성분을 추출하듯이 마음챙김의 진수를 추출하여 이를 심리치료에 활용하려는 매우 서양적 방식의 시도라고 할 수 있다. 우선 마음챙김에 대한 서양 심리학자들의 다양한 개념적 정의들을 살펴보자. Goleman(1980)은 마음챙김을 고정화된 지각으로부터 탈피하여, 매 사건을 처음으로 발생한 것처럼 보면서, 자신의 경험의 있는 그대로의 사실에 직면하는 것이며, 내적 경험에 대해 반사적으로 반응하지 않고, 수용적으로 반응하는 과정으로 정의한다. Kabat-Zinn(1990)은 마음챙김을 현재의 순간에 주의를 집중하는 능력, 의도적으로 몸과 마음을 관찰하고 순간순간 체험한 것을 느끼며, 또한 체험한 것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는 과정으로 정의하고 있다. Martin(1997)은 어떤 특정한 관점에 집착함 없이, 주의가 조용하고 유연해졌을 때 나타나는, 자신과 세계를 새롭게 경험하는 심리적 자유의 상태로 마음챙김을 정의하고, 왜곡되지 않고 탐색적인 관찰, 개방적이고 수용적인 알아차림과 주의집중의 요소들이 포함된 개념을 제안한다. Teasdale 등(2000)은 마음챙김을 생각과 감정을 현실의 반영이 아닌 내적인 정신적 사건으로 자각하는 능력 혹은 자기 자신을 생각과 감정에서 분리하여 거리를 두는 능력으로 개념화한다. 이러한 마음챙김의 배양을 통해 메타-인지적 통찰(meta-cognitive insight)이 일어나는데 이는 부정적 사고와 느낌을 현실에 대한 정확한 표상이나 자기의 측면이 아니라, 지나쳐가는 정신적 사건으로 인식하는 것을 의미한다. Brown과 Ryan (2003)은 현재의 경험 혹은 현존하는 실재에 대한 주의(attention)와 자각(awareness)을 향상시키는 것으로, Baer(2003)는 지속적인 내적 외적 자극의 흐름을 그것들이 일어날 때 비판단적으로 관찰하는 것으로서 마음챙김을 정의한다. 마음챙김에 대한 서양 심리학자들의 개념적 정의들을 살펴보면, 마음챙김을 주의조절, 주의집중, 있는 그대로 자각하기, 비판단적 태도, 수용, 경험에 대한 개방성, 메타-인지적 기술과 통찰 등 다양한 측면에서 해석하고 있음을 볼 수 있다.
마음챙김의 요소들을 조작적으로 정의하고자 하는 시도는, 마음챙김에 대한 합의된 조작적 정의가 없음으로, 마음챙김을 객관적으로 측정할 수 없다는 문제제기로부터 출발한 것이다(Baer, 2003). 마음챙김의 심리치료적 효과를 연구하기 위해서는 마음챙김을 측정 가능한 조작적 개념으로 재정의할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이러한 필요는 마음챙김에 근거한 심리치료들이 대개 전통적인 인지행동치료 기법들을 포함하고 있으므로, 마음챙김 훈련이 치료의 효과에 미치는 영향이 불분명하다는 비판이 있기 때문이기도 하다.
마음챙김을 조작적으로 정의한 연구들을 살펴보면 다음과 같다. Dimidjian과 Linehan(2003)은 마음챙김의 요소로 (1) 관찰하기 / 알아차림 (내적, 외적 현상에 주의를 기울이고 민감하게 자각하는 것) (2) 기술하기 / 명명하기 (내적, 외적 현상에 대해 이름을 붙이는 것) (3) 비판단적으로 수용하기 / 허용하기 (4) 현재의 순간에 집중하기 등을 제안하고 있다. Bishop 등(2004)은 마음챙김을 주의의 자기조절(self-regulation of attention)과 경험에의 지향(orientation to experience)과정으로 구분한다. 주의조절의 요소로는 (1) 지속적 주의(현재의 경험에 대한 자각을 유지하는 기술) (2) 주의의 변환(주의의 초점을 한 대상에서 다른 대상으로 옮길 수 있는 주의의 유연성) (3) 정교화 과정의 금지(사고, 느낌, 감각들이 일어났을 때 그것의 기원, 의미 등에 대한 반추적이고 이차적인 정교화 과정을 멈추는 것) 등이 포함된다. 경험지향의 요소는 (1) 수용(현재 순간의 실재에 대한 경험의 개방성, 현재의 경험을 바꾸거나 회피하려는 시도를 하지않고 허용하는 것) (2) 탐색(사고와 느낌의 본질을 이해하고 관찰하기 위한 의도적인 노력) 등을 포함한다. Hayes와 Feldman(2004)은 Bishop 등의 제안에 더해 내적, 외적 경험과 거리두기 혹은 탈-중심적 태도(distanced or de-centered relationship)를 포함시키고 있다. Germer(2005)는 마음챙김을 (1) 현재의 경험을 (2) 수용적으로 (3) 자각하여 알아차리는 것으로 정의한다. 박성현(2006)은 마음챙김을 (1) 현재 자각(현재 순간에 일어나는 몸과 마음의 경험에 대한 즉각적이고 명료한 알아차림) (2) 주의집중(현재의 경험이나 과업에 주의를 유지하고 집중하는 것) (3) 비판단적 수용(자신의 내적 경험에 대해 사유작용을 통한 평가나 판단을 멈추고, 발생한 경험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고 허용하는 태도) 및 (4) 탈-중심적 주의(마음의 현상에 휩싸이지 않고 관찰자의 위치에서 바라보는 것)로 정의하였다.
마음챙김의 조작적 정의와 관련된 또 다른 문제는 마음챙김의 성격을 어떻게 규정할 것인가와 관련된다. Bishop 등(2004)은 마음챙김을 심리적 상태(예를 들면, 비일상적으로 주의가 집중된 상태)보다는 특정한 심리적 양식(예를 들면, 내적 경험에 대해 수용적인 태도를 취하는 것)으로 보는 것을 선호한다. 마음챙김을 주의의 특정한 양식으로 보는 이유는 마음챙김이 특정한 심리적 과정이며 따라서 훈련을 통해 계발되어질 수 있는 기술(skill)과 유사하다는 특징 때문이다. 또한, 마음챙김은 명상을 통해서 뿐 아니라 상담이나 심리치료와 같은 다른 처치를 통해서도 학습되어질 수 있다고 본다(Bishop 등, 2004; Hayes, 2002). 이와 같이 마음챙김을 측정 가능한 심리학적 구성개념으로 정의하려는 노력의 결과 몇몇 유망한 마음챙김 측정도구가 개발되고 타당화되었다.
마음챙김의 심리치료적 기제
현대의 심리치료자들은 어떠한 심리치료 방법이 더 우월한가 보다는 다양한 심리치료 이론들에 걸쳐 공통적인 심리치료 요인이 무엇인가에 더 큰 관심을 보이고 있다. 신뢰가 있고, 협동적인 치료적 관계가 모든 효과적인 심리치료의 공통요인이라는 것은 잘 알려져 있다. 마음챙김 또한 효과적인 심리치료의 공통요인으로 주목받고 있다(Deikman, 1984; Goleman, 1980; Horowitz, 2002; Martin, 1997; Muran, 2002). 또한, 이러한 주장을 지지하는 많은 경험적 연구들이 발표되고 있다. 그렇다면 마음챙김의 훈련이 어떠한 과정을 거쳐 심리치료적 효과에 영향을 미치는가? 마음챙김에 대한 Germer(2005)의 정의를 다시 살펴보면 마음챙김은 (1) 현재의 경험을 (2) 수용적으로 (3) 자각하여 알아차리는 것이다. 이와 같이 매우 단순하게 보이는 과정을 훈련하는 것이 어떻게 다양한 심리적 장애들을 완화하고, 심리적 안녕감을 증진시키는가? 여기서는 불교 명상이론과 현대 심리학의 관점에서 바라본 마음챙김의 심리 치료적 메카니즘을 소개하고자 한다.
집착의 방지
불교 명상에서는 마음챙김의 훈련이 심리적 고통의 근본 원인인 집착을 감소시킴으로써 심리적 건강에 기여하는 것으로 본다. 불교에서는 탐(貪), 진(嗔), 치(痴)의 세 가지 독(三毒)을 집착의 뿌리라고 한다. 위빠싸나 명상의 근거경전인 대념처경(大念處經)에서는 감각적 욕망에 대한 집착(탐, 진)과 잘못된 견해에 대한 집착(치)을 고통의 원인으로 본다(각묵스님, 2005). Walsh(2000)는 탐(craving)을 즐겁고 좋은 경험이나 그러한 경험을 주는 대상에 대한 강박적인 욕망으로 정의한다. 반대로 진(aversion)은 혐오스런 경험이나 그러한 경험을 주는 대상에 대해 강박적으로 회피하고 투쟁하려는 경향을 말한다. 치(delusion)는 마음과 실재에 대한 잘못된 지각과 견해이다. 집착을 심리학적으로 개념화한 윤호균(2001)은 집착을 과거의 경험이나 기존의 관념 혹은 기억으로 말미암아 어떤 사람이나 사물 또는 사건에 대하여 자동적으로 특정한 방향으로 지각하거나 생각하거나 느끼거나 의도하도록 조건화된 상태로 정의하고 있다. 불교의 심리치료 이론이라고 할 수 있는 사성제(四聖諦)에서 괴로움의 원인인 집착을 벗어나는 여덟 가지 방법(八正道) 중 하나로 제시되는 것이 정념(正念) 즉 바른 마음챙김이다(각묵스님, 2005). 불교에서는 바른 마음챙김을 수행함으로써 탐(貪), 진(嗔), 치(痴)에 의한 집착이 일어나지 않거나 감소하게 되고, 이로써 괴로움이 소멸될 수 있다고 본다. 마음챙김과 집착의 관계는 초기불교의 십이연기론(十二緣起論)을 통해 보다 잘 드러난다. 연기란 모든 현상이 원인(因)과 조건(緣)의 상호작용으로 나타난 결과(因緣生起)임을 뜻한다. 십이연기론은 인간의 괴로움이 열두 가지의 과정들을 거쳐 나타나는 것으로 표현하고 있다. 이중 집착을 중심으로 한 연기과정의 전후 단계를 살펴보면 다음과 같다.
‘촉(觸)이 수(受)를 초래하고, 수가 애(愛)를 초래하고, 애가 취(取)를 초래하고, 취가 유(有)를 초래하고, 유가 생(生)을 초래하고, 생이 노사(老死)를 초래한다.’
촉(觸)은 감각기관이 감각대상에 부딪쳐서 생긴 의식 즉 감각현상을 의미한다. 감각기관인 눈과 그 대상인 장미꽃이 만나게 되면 시각현상이 나타나게 되는 것과 같다. 이와 같은 시각, 청각, 후각, 미각, 촉각 등이 있으므로 해서 그것을 원인으로 수(受)가 나타난다. 수(受)는 느낌(feeling)으로서 즐거운 느낌, 괴로운 느낌 등을 느끼는 것이다. 이러한 느낌을 원인으로 해서 애증(愛憎)이 나타난다. 즐거운 느낌을 가져오는 대상은 좋아하고, 괴로운 느낌을 가져오는 대상은 싫어하는 감정이 발생하게 된다. 애(愛)를 원인으로 하여 발생하는 것이 취(取)인데 이것을 집착심이라고 한다. 좋아하는 대상에 대해서는 강박적으로 놓치지 않으려하고(貪), 싫어하는 대상에 대해서는 강박적으로 회피하거나 거부하는(瞋)마음의 상태를 말한다. 이런 집착하는 마음이 일어나면, 그에 따른 의도와 욕구 그리고 행위(有)가 발생하게 되며, 결국 생, 노, 병, 사의 괴로움이 발생된다는 것이다.
십이연기의 과정에서 괴로움의 발생에 가장 문제가 되는 것은 애(愛)와 취(取)의 단계라고 할 수 있다. 감각대상에 대한 느낌의 발생인 수(受)는 생물학적인 적응적 가치가 있다. 그러나, 즐거운 느낌에 대해서는 그것을 붙잡으려하고, 괴로운 느낌에 대해서는 회피하거나 투쟁하려고 하는 분별심(分別心)이 개입하는 애취(愛取)의 단계로 옮겨가게 되면 그로부터 괴로움이 필연적으로 발생하게 된다. 불교에서는 탐하는 마음(貪)과 성내는 마음(瞋)인 집착심이 무명(無明) 즉 현상의 근본적인 실상(實相)에 대한 무지로부터 비롯된다고 본다. 다시 말해서 무명(無明)은 일체의 현상이 원인과 조건에 의해 일어나므로 인연(因緣)의 변화에 따라 끊임없이 변화하며(無常), 불변의 고정적인 실체로서의 주재자가 없다는 사실(無我)을 모르는 것을 말한다. 마음챙김 명상은 수(受)와 애취(愛取)사이에 차단막을 놓는 것이라고 할 수 있다(Johansson, 1979). 우 소바나 사야도(2003)도 갈애와 집착이 괴로움의 원인이 되며, 이러한 연쇄과정(輪回)에서 벗어나기 위해서는 느낌의 발생(受)으로부터 갈애와 집착이 생겨나지 않도록 수행하는 것을 설하고 있다.
그렇다면, 마음챙김 명상에서 제시하는 해법은 무엇일까? 마음챙김 명상의 방법은 즐겁거나 괴로운 느낌(受)이 발생할 때, 그로 인해 나타나는 감각적 쾌락에 대한 욕망(貪), 혹은 제거하려는 욕망(瞋)을 판단하지 않고, 단순하게 알아차리도록 한다. 이것을 놓아두는 수행이라고 하는데 욕망이 본래 있는 그대로 내버려 두는 것을 말한다. 욕망을 단순히 알아차리고, 욕망의 본래 속성을 알게 될 때, 그것은 단지 욕망일 뿐이라는 것을 인식하게 되고 더 이상 욕망에 집착하지 않게 된다고 한다(Ajahn Sumedho, 2003). 이와 같은 마음챙김의 방법-대상에 대한 느낌이 욕망과 분노로 발전하는 것을 막기 위해 그것을 있는 그대로 허용하라-은 매우 모순적이고 역설적으로 느껴질 것이다. 그렇지만, 이러한 마음챙김의 원리는 사적인 경험에 대한 회피와 수용의 결과를 연구한 심리학자들에 의해 타당한 원리임이 밝혀지고 있다. Hayes 등(Hayes, Wilson, Gifford, Follette, & Stroshal, 1996)은 특정한 사적인 경험(신체적 감각, 정서, 기억, 사고 등)에 접촉하지 않고 그 형태, 빈도 및 발생된 상황을 바꾸고자 행할 때 생기는 현상을 ‘경험의 회피’라 하고, 정신병리를 갖는 대부분의 사람들이 자신의 사적인 경험을 회피하는 방식으로 처리하고 있음을 포괄적으로 분석하였다. 경험을 회피하려는 시도로 인해 회피하고자 하는 생각이나 정서의 강도나 빈도가 오히려 증가한다는 것이 많은 연구들에서 밝혀진 바 있다. 예컨대, 사고, 부정적 정서, 그리고 신체적 감각의 억제에 관한 연구에서 역설적인 반동효과(rebound effect)가 입증되었다. 반면에, 불안을 충분히 경험하고 처리하는 것이 불안 및 공포증 치료의 핵심이며(Foa & Kozak, 1986), 우울한 기분을 충분히 경험하는 것이 우울상태에서 자연스럽게 벗어나게 하는 요소임이 시사된 바(Hunt, 1998)있다(문현미, 2005에서 재인용). 또한, 경험을 생각을 통해 분석하지 않고, 있는 그대로 알아차리고 경험하는 것이 우울이나 불안과 같은 정서적 문제를 해결하는데 유용한 주의 양식 혹은 정보처리 양식이라는 것을 보여주는 많은 실험적 연구들이 있다(Hayes et al, 1999; Teasdale, 1999b; Watkins & Teasdale, 2004).
이완반응
서양의 심리학자들에 의해 마음챙김의 배양이 어떠한 매개과정을 거쳐 심리적 장애의 완화나 행동변화 그리고 심리적 건강의 증진에 도움이 되는가에 대해 여러 가지의 가설이 제안되어 왔다. 마음챙김 훈련의 치료효과를 발생시키는 생리적 메카니즘으로 이완반응(relaxation response)으로 알려진 ‘생리적 이완상태’ 가 폭넓게 지지되고 있다(Benson, 1975, 1985; Kabat-Zinn, Wheeler, Light, Skillings, Scharf, Cropley 등, 1998). 명상중의 생리적 메카니즘에 대해서는 많은 연구(Banquet, 1973; Kras, 1977; Wallace, 1970, Wallace & Benson, 1972, 김기석, 1978, 장현갑, 1996, 2004)가 이루어졌다. 명상 과정 동안 명상자의 신체 내에서는 생리적 변화가 일어나는데, 여기에는 심장 박동수 감소, 산소소비량 감소, 혈압강하, 호흡률 하락, 피부저항력 증가, 알파파 활동의 규칙성과 진폭의 증가 등이 포함된다. 이러한 생리적 변화는 수면이나 최면상태의 변화와 구분되는 것으로서 명상수행은 근본적으로 깊은 생리적 이완 상태와 더불어 매우 뚜렷한 각성상태를 이끌었다. 명상에서 유도된 이완 상태는 스트레스 관리, 중독물질 사용 감소, 과도한 긴장의 감소 그리고 심리치료에 보조적 도움을 주는 등의 임상적 효과를 매개하는 것으로 확인되었다.
깊은 생리적 이완 상태와 높은 각성상태는 삼매의 상태에서 명상수행자들이 경험하는 惺惺寂寂의 상태를 기술하는 것으로 보인다. 이러한 생리적 상태는 주의의 집중능력과 주의의 통제능력을 향상시킬 수 있는 신체적 기반이 된다. 강렬한 외부자극, 강한 정서와 연결된 사고, 발산되지 못한 감정에 주의가 끌려가며, 이렇게 끌려가는 주의를 의지에 의해 통제할 수 없는 상태는 심리적 장애를 가진 사람들의 공통적인 특징이다. 명상수행은 원치 않는 부적절한 대상에게서 주의를 빼앗기지 않고 원하는 대상에 의식을 집중하는 능력을 향상시키는 주의훈련이라고 할 수 있다(김 정호, 1994). 이러한 주의통제능력은 인간의 심리적 능력을 조절하기 위해 필수적이고 중요한 능력이며, 심리치료에서 요구되는 내성(introspection)능력의 기초라고 할 수 있다.
노출효과
Goleman(1971)은 마음챙김의 심리 치료적 메카니즘을 노출효과(exposure)에 따른 전반적인 탈-민감화(desensitization)과정으로 설명한다. 그는 행동주의적 심리치료의 대표적 방법인 체계적 둔감화와 유사한 과정이 마음챙김의 훈련과정에서 발생한다고 가정했다. 명상수행자는 반복적인 호흡에 대한 집중을 통해 이완상태에 도달하는 것을 학습하게 되고, 이완상태에서 불안을 야기하는 다양한 내적 경험들(느낌, 사고, 정서 등)을 주시하는 것을 또한 학습하게 된다. 이완상태와 불안은 양립할 수 없으므로 상호억제(reciprocal inhibition)작용이 일어나며 이에 따라 불안을 일으켰던 사고나 상황을 통제할 수 있게 됨으로써 불안자극에 대한 탈민감화가 일어난다고 본 것이다. Kabat-Zinn(1982) 또한 마음챙김 훈련에서 노출효과가 주요한 작용을 할 것으로 주장한다. 마음챙김 훈련을 통해 통증감각을 관찰하는 능력이 배양되고, 통증에 의해 유발되는 정서적 반응에 비판단적으로 반응하는 법을 배움으로써, 점차 과도한 정서적 반응 없이도 통증 감각을 경험할 수 있게 되는 탈민감화(de-sensitization)가 일어난다. 비록, 통증 감각이 감소되지 않을지라도, 그에 따른 정신적 고통이나 스트레스는 완화될 수 있다는 것이다. Linehan(1993a, 1993b)도 마음챙김 훈련이 노출 효과를 매개요인으로 하는데 동의하고 있다. 현재 나타난 사고와 정서에 대해 회피하거나 탈출하려 하지 않고 지속적인 관찰을 하는 것은, 이들에 의해 유발되는 공포반응과 회피행동을 감소시키게 된다. 따라서, 마음챙김 훈련은 부정적인 정서 상태를 인내할 수 있는 능력과 함께 그러한 정서 상태에 적절하게 대처할 능력을 증진시킬 수 있다.
탈자동화
Deikman(1966)은 습관적 형태의 자동적 지각, 인지, 행동 양식이 탈자동화 (deautomatization)되는 과정이 명상 중에 일어나며, 이에 따라 세계를 있는 그대로 보게 되는 지각상의 변화가 일어난다고 제안했다. 과거에 의식되지 않은 채 자신의 삶을 움직여 왔던 자동적이고 습관적이었던 인지과정이 약화됨에 따라 과거에 지니고 있던 욕망, 감정, 신념, 습관으로부터의 집착과 구속으로부터 보다 자유로워진다는 것이다. 자동적인 인지 과정이 제지되고 대신 수용적인 지각이 그 자리를 대치하게 되는데 Deikman은 이 과정을 적극적인 지적 양식 (active intellectual style)이 수용적인 지각적 양식(receptive perceptual mode)으로 변화하게 된다고 설명했다. Segal, Williams와 Teasdale(2002)도 마음챙김은 육체적 정신적 현상에 대한 비판단적이고 즉각적인 알아차림과 주시를 통해, 육체적, 정신적 현상에 의해 유발되는 느낌이나 감정에 강박적으로 집착하거나 회피하는 것을 막아주며, 습관화되고 자동적인 사고양식으로부터 벗어날 수 있는 새로운 시야를 제공한다고 주장한다.
수용
Deikman(1971)은 ‘양면적인 의식(bimodal consciousness)'이라는 개념을 발전시켰다. 인간의 의식은 적극적 양식과 수용적 양식으로 구성된다. 적극적 양식은 개인적인 목표의 성취를 향해 지향된 추구의 상태로서 상대적으로 언어적, 행동적이며 골-근육 체계가 관여된다. 수용적 양식은 내적으로 지향된 내성적이고 반성적인 태도로서 지각적 수용과 관련되며 비-행동적 수준에서 작용한다. 적극적 양식은 부정적인 정서를 일으키는 자극에 대해 그러한 자극을 제거하려고 하거나 회피하는 태도를 말한다. 대부분의 심리적 장애를 갖는 사람들은 자신의 인식의 왜곡으로부터 기인하는 부정적 자극이나 경험에 대해 회피하거나 투쟁하려고 함으로써 자신의 문제들을 오히려 지속시키거나 악화시킨다. 수용적 양식은 경험이 흘러가도록 허용하는(letting-go) 태도이다. 마음챙김 명상은 비판단적이고 비선택적으로 마음에서 경험되는 모든 사고, 감정, 느낌, 심상들을 그것이 긍정적이든 부정적이든 있는 그대로 수용하고 관찰하도록 함으로써 수용적 양식을 증진시킨다. Maupin(1969) 또한 명상이 자각과 결합된 깊은 수용성을 생산한다고 기술했다. 명상동안 일어나는 모든 경험에 대해 수용적이고 비-집착적 태도를 발전시킴으로서 수용적인 집중이 고양된다.
Hayes(1994)는 마음챙김 훈련을 통해 부정적인 정서를 있는 그대로 완전하게 경험하는 수용능력이 배양되며, 이를 통해 심리적 문제의 공통 원인인 회피행동이 감소된다고 주장한다. 그에 따르면 수용은 크게 세 수준으로 구분될 수 있다. 가장 낮은 수준은 부정적 정서를 인내(tolerance)하는 단계이다. 보다 발전된 수용의 단계는 부정적 경험을 기꺼이 경험(willingness)하는 단계이다. 수용의 가장 높은 수준은 인지적 탈융합(cognitive defusion)의 단계이다. 이 단계에서는 자신의 사고가 진실을 반영하거나 중요하다는 가정 그리고 항상 생각의 내용대로 행동해야 한다는 가정을 버리고, 자신의 생각과 사고과정을 단순히 관찰될 수 있는 정신적 사건으로 보게 된다. 사고란 그 내용이 아무리 혐오스럽다 해도 본래 해롭지 않으며 관찰될 수 있고 왔다가 지나가도록 허용될 수 있는 것이라고 이해하는 단계이다. 수용의 가장 높은 수준은 메타-인지적인 통찰을 포함하고 있다. Linehan(1993a)은 수용을 순간순간의 사적인 경험을 향하는 적극적인 과정으로 보았다. 근본적인 수용(radical acceptance)은 제한이나 왜곡, 판단, 평가, 유지하려고 애씀, 제거하려고 애씀 없이, 경험에 있는 그대로 완전히 열려있는 것이며, 무언가를 원함이나 원치 않음 없이 경험하는 것이라고 정의하였다. 마음챙김의 훈련은 자신의 사적경험에 대한 수용능력을 배양시킴으로써, 경험회피로 인해 유지되는 정신장애를 치료할 뿐 아니라, 심리적 안녕감을 증진시킬 수 있게 된다.
탈동일시 (dis-identification)
Shapiro(1976)는 인식되지 않고 통제되지 않았던 사고들이 필터로 작용함으로써 실재에 대한 지각을 왜곡하고 있음을 명상훈련을 통해 자각하게 된다고 말한다. 따라서 자동적으로 떠오르는 사고를 실재에 대한 정확한 반영이 아니라 정신의 장에서 일어나는 단지 하나의 정신작용으로 관찰할 수 있게 된다고 한다. 그는 사고로부터 떨어져 사고를 바라보고, 수용하며, 흘러가게 두는 과정을 '상위 인지(meta-cognition)'의 기능으로 설명한다. 이것은 나는 나의 사고가 아니며, 사고는 단지 어떠한 조건에 의해 형성된 정신현상으로 자각하는 과정을 말한다. 불교의 연기설에서 말하는 法有無我 즉 오온의 연기적 현상(생각 혹은 사고)만 존재할 뿐, 실체적 혹은 형이상학적 주체(나)는 없다는 것을 자각하게 되는 과정이라고 말할 수 있다. Kabat-Zinn(1982, 1990)도 마음챙김 훈련동안 통증이나 불안과 관련된 사고들을 비판단적으로 관찰함으로써, 참여자들은 그것들이 실재에 대한 반영이 아니라 '단지 생각일 뿐'임을 보게 되며 따라서 그것들을 회피하거나 제거하기 위한 불필요한 행동을 할 필요가 없다는 것을 이해하게 된다고 주장한다. Epstein(1987)은 마음챙김을 매 순간의 의식에 대한 철저하고 집요한 관찰을 촉진함으로써 궁극적으로는 세밀한 수준의 지각에 의해 모든 경험의 비-영구적 본성에 대한 지혜를 제공하는 방법으로 본다. 마음챙김은 순간순간의 경험의 변화를 알아차리는 관찰자아의 능력을 강화함으로써 자아의 치료적 분리를 촉진하게 된다. 마음챙김 명상에서 강조되는 것은 사고의 비합리성 여부가 아니라 사고의 비실체성, 그것의 순간성 그리고 명상자가 생각의 행위자라고 동일시하는 양식에 대한 검증이다. 이러한 '탈동일시(dis-identification)'과정 이야말로 마음챙김 명상의 독특한 심리치료기제라고 본다.
마음챙김을 근거로 한 심리치료
최근 수 십 년간, 서양의 정신건강 전문가들은 불교 용어나 전통을 받아들이는 데에 관심이 없는 서양인들이 접근할 수 있는 방식으로 마음챙김을 계발하는 처치 프로그램들을 만들어 왔다. 이러한 처치들에는 마음챙김에 근거한 스트레스 감소 프로그램(MBSR; Mindfulness-Based Stress Reduction. Kabat-Zinn, 1982; 1990), 마음챙김에 근거한 인지치료(MBCT; Mindfulness-Based Cognitive Therapy. Segal, Williams, & Teasdale, 2002), 변증법적 행동치료(DBT; Dialectical Behavior Therapy. Linehan, 1993 a; 1993b), 그리고 수용과 참여 치료(ACT; Acceptance and Commitment Therapy. Hayes, Strosahl, & Wilson(1999) 등이 있다. 마음챙김에 근거한 처치들에는 마음챙김을 가르치기 위한 많은 방법을 포함된다.
MBSR과 MBCT는 공식적 명상과 비공식적인 수행 모두가 포함되는데 반해, DBT와 ACT는 공식적 명상을 포함하지 않고, 주로 짧고도 덜 공식적인 활동과 훈련을 강조한다. 이러한 차이가 있지만, 모든 마음챙김에 근거한 치료법들의 일반적 지침은 참가자들이 자신의 일상적인 행동과 함께 내적 경험들―느낌, 감정, 생각 등―을 수용적인 태도로 주의를 기울여 알아차리는 것이다. 참가자들은 자신들에게 일어나는 사적인 경험들을 알아차리되, 또한 관찰한 것을 제거하거나 변화시키려는 시도를 삼가면서, 관찰된 모든 현상에 대한 친근한 호기심, 관심 그리고 수용의 태도를 지니도록 한다. 예를 들면, 떠오르는 어떤 생각이 비합리적이라거나 왜곡되었다고 평가하려는 시도나 그러한 생각을 변화시키려는 시도, 원치 않는 생각을 없애려는 시도, 불쾌한 감정이나 감각을 줄이려는 어떠한 시도도 하지 말도록 한다. 오히려, 인지, 감각, 그리고 감정을 생겨나고 사라질 때 단순히 알아차리고 관찰하도록 격려한다.
마음챙김에 근거한 접근은 스트레스 감소 또는 웰빙을 추구하는 사람들로부터 불안이나 정서적 혼란을 가지고 있는 사람들, 그리고 정신병이 있는 사람들에게 까지 광범위한 사람들에게 적용된다(Baer, 2006.) 이 글에서는 위에서 언급한 네 가지 마음챙김에 근거한 접근법들의 특징을 간단히 살펴보고자 한다.
마음챙김에 근거한 스트레스 감소프로그램
Mindfulness-Based Stress Reduction
마음챙김에 근거한 스트레스 감소프로그램(MBSR, Kabat-Zinn, 1982; 1990)은 만성적인 통증과 스트레스와 관련된 문제를 지닌 환자들을 위해 행동의학의 배경에서 개발되었다. 프로그램의 표준 형식을 보면, 2시간 반에서 3시간 동안 진행되는 매주 한 번의 회기를 8주 클래스로 하여 시행된다. 6번 째 주 동안에 하루 종일 진행되는 마음챙김 회기가 있다. 임상적인 진단 또는 병에 따라 참가자들을 모으기보다, MBSR은 광범위한 문제를 가지고 있는 개인들을 포함하여 집단을 구성한다. 어떠한 진단을 받았느냐 와는 상관없이 모든 참가자들은 마음챙김 기법을 실천함으로써 순간순간(moment-to-moment)의 내면의 흐름을 알아차리도록 한다.
MBSR은 공식적인 위빠싸나 명상수행과 같이 좌선, 행선(걷기명상)이 포함되며, 이밖에 보디 스캔, 하타요가, 일상생활에서의 마음챙김 그리고 스트레스에 대한 교육, 수행체험에 대한 토론과 개인면담 등으로 구성된다. 공식적인 프로그램 시간동안 훈련되는 위빠싸나 명상, 보디 스캔 및 요가 등은 집에서 시간을 정하여 수행하도록 숙제를 준다.
마음챙김에 근거한 인지치료
Mindfulness-Based Cognitive Therapy
MBCT는 우울증 환자들의 재발을 방지하기 위한 목적으로 MBSR을 기반으로 하여 개발된 치료법이다(Segal, Williams & Teasdale. 2002). 참가자들은 과거에 우울증 에피소드를 경험한 사람들로서 현재는 완화된 상태에 있는 사람들로 구성된다. MBCT는 보디 스캔, 좌선, 요가, 걷기 명상 그리고 일상생활에서의 비공식적인 마음챙김 수행 모두를 포함하고 있다. 우울증에 대한 강의와 재발을 예방하기 위한 행동적 계획 그리고 전통적인 인지치료에서 사용하는 기법들 (예를 들면, 자동적 사고에 대한 탐색 등)도 포함된다. 그러나, 전통적인 인지치료에서와는 달리 부정적인 자동적 사고에 대해 보다 합리적인 사고를 개발하는 것과 같은 사고를 바꾸도록 하는 시도를 하지 않는다. 대신, 사고에 대한 탈중심적인 접근(decentered approach)을 강조한다. 예를 들어 참가자는 자신들의 사고에 대한 마음챙김을 훈련하는 과정에서 “나의 삶은 엉망이다." 와 같은 자신의 자동적 사고를 인식하게 된다. 그룹의 지도자는 이러한 자동적 사고에 대한 믿음이 기분에 따라 달라질 수 있음에 주목하도록 한다. 우울증 환자들은 우울증의 에피소드가 진행되는 동안에는 이러한 생각이 사실이라고 믿으려는 경향이 강하다. 그러나, 증세가 완화되었을 때는, 그 사고를 믿지 않는 경향이 강하다. 이러한 점은 부정적인 자동적 사고가 진실 또는 실재의 표현이라기보다는 하나의 정신적 사건일 수 있음을 깨닫도록 해준다. 생각은 단지 생각일 뿐 사실이 아니라는 것을 체험적으로 이해하는 것을 메타-인지적 통찰(meta-cognitive insight)이라고 한다. MBCT에서는 부정적으로 왜곡된 사고를 합리적으로 교정하는 것보다는 사고라는 것이 단순히 의식의 장에서 벌어지는 정신적 사건일 수 있음을 경험하게 하는데 더 초점을 둔다. 이러한 생각과 실재간의 동일시에서 벗어나게 하는 탈동일시(dis-identification)를 우울증 재발을 방지하는 치료요인으로 가정한다.
변증법적 행동 치료
Dialectical Behavior Therapy
DBT는 경계선 성격장애 환자를 위해 개발된 프로그램이며, 최근에는 다른 심리장애를 가진 사람들에게도 적용되어지고 있다. DBT는 대립되는 사상들의 균형, 통합 또는 합성을 강조하는 변증법적 세계관에 근거를 두고 있다. DBT에서 중심적인 변증법은 수용과 변화의 통합이다. DBT는 내담자들이 자신의 사고, 정서 및 행동을 변화하도록 돕기 위해 고안된 다양한 인지-행동적 전략들을 포함한다. 또한 수용과 변화의 합성을 촉진하기 위해 마음챙김 기술을 훈련시킨다. Linehan(1993a)은 경계선 성격장애를 갖는 내담자들이 장시간의 명상 훈련을 견디는 것이 어려우므로, 보다 짧고 덜 공식적인 마음챙김 훈련들을 사용하는 방식을 취한다. Linehan은 경계선 성격장애자들의 자해나 자살시도와 같은 문제행동들의 근원에는 사소한 부정적인 정서상태도 인내할 수 없는 정서공포증(emotion phobia)이 자리하고 있다는데 주목했다. 따라서, 부정적인 정서가 생겼을 때 이를 인내하도록 돕는 방법으로서 마음챙김을 훈련한다. 참가자들은 자신의 정서상태에 주의를 지향하는 훈련을 한다. 여기에는 세 가지의 마음챙김 “무엇” 기술들 (Mindfulness "What" Skills)이 포함된다. 관찰하기, 기술하기 그리고 참여하기가 세 가지 기술이다. 관찰하기(Observing)는 현재 순간에 일어나는 경험들에 대해 그것을 변화시키거나 그것으로부터 벗어나려고 시도하지 않고, 경험을 알아차리고, 느끼며, 경험에 주의를 기울이는 것을 말한다. 관찰하기의 표적은 생각, 신체감각, 정서적 상태 혹은 충동과 같은 내적 경험이 될 수도 있으며, 보이는 것, 소리, 그리고 냄새와 같은 환경의 자극이 될 수도 있다. 기술하기(Describing)는 관찰된 경험에 말을 사용하여 이름붙이기를 하는 것을 말한다. 생각을 생각으로 이름붙이는 것은 생각이 반드시 사실이거나 중요하지 않다는 것을 인식하도록 돕는다. 예를 들어, “나는 이것을 할 수 없어”라는 생각은 그것을 할 수 없는 상태와 같지 않다. 그러한 사고들에 이름을 붙이는 훈련은 습관적이고 자동적으로 사고를 믿는 경향 혹은 사고에 따라 행동하려는 경향을 줄여준다고 한다. 동일한 원리가 정서나 충동에도 적용된다. 참여자들은 자신의 느낌과 충동에도 불구하고 어떤 행동을 할지 안할지를 선택할 수 있다는 점을 배우게 된다.
참여하기(Participating)는 현재 순간의 활동에 완전히 참여하는 것, 그리고 자발적으로 자의식 없이 활동하는 것을 말한다. 참여하기는 집단회기에서 그룹 활동-노래 부르기 또는 간단한 게임과 같은-에 참여하는 훈련을 통해 이루어진다. 참여자들은 스스로를 할 수 있는 한 완전히 그 활동에 던지도록 격려된다. 집단원들은 또한 운동, 춤, 요가, 음악, 기술이나 공예, 요리 또는 다른 활동과 같은 그들이 집단회기 밖에서 참여하기를 연습할 수 있는 활동들을 찾아보도록 격려될 수 있다.
수용과 참여 치료
(Acceptance and Commitment Therapy)
ACT는 마음챙김-수용 과정과 행동-변화 과정을 통합하는데 초점을 두며, 다양한 범위의 문제와 장애에 적용될 수 있는 포괄적 심리치료 접근방법이다. ACT의 중심개념은 경험 회피이다. ACT는 많은 형태의 정신병리들이 부정적인 내적 경험들을 회피하기 위한 부질없고 역효과를 가져오는 노력들-물질 남용, 해리, 폭식 또는 부정적 경험을 불러오는 대인, 장소 및 상황을 회피하는 행동을 함으로써-과 관련되어 있다고 주장한다(Hayes, Wilson, Gifford, Follette, & Strosahl, 1996). 경험회피 상황에서, ACT는 심리적 유연성을 가르친다. 여기에는 현재 순간의 경험을 있는 그대로 기꺼이 경험하는 것과 함께 은유적인 언어를 통해 교육되는 마음챙김 과정을 포함하고 있다.
ACT에서는 경험의 회피가 인지적 융합(cognitive fusion)이라고 하는 언어적 과정을 통해 생긴다고 한다. 인지적 융합이란 인간이 현실 혹은 실재를 있는 그대로 보는 것이 아니라 상징적인 언어를 통해 지각하는 상황을 말한다. 고양이에게 할퀸 경험이 있는 사람은 현재 경험하는 고양이를 현재의 고양이로 지각하는 것이 아니라 과거의 경험에 의해 언어화된(상징화된) 고양이로서 지각한다. 이러한 인지적 융합이 지나치게 일어나면 고양이라는 생각만으로도 공포를 형성하게 된다. 따라서, 불쾌한 감정을 동반하는 생각을 회피하려는 자동적인 반응양식이 고착화되게 된다. 따라서, 경험의 회피를 방지하기 위해서는 인지적 탈융합(cognitive defusion)이 일어나야 한다. 인지적 탈융합을 촉진하기 위해 ACT는 마음챙김의 원리를 이용한다. 참가자들은 자신의 사고가 진실을 반영하며 혹은 중요하다는 가정 그리고 항상 사고내용대로 행동해야 한다는 가정을 버리고 자신의 생각과 사고과정을 관찰하도록 배운다. 참가자들은 그들의 사고를 관찰될 수 있는 사건으로 보게 되며, 반드시 믿을 필요는 없다는 것을 알게 된다. 예를 들어, 시냇물위의 나뭇잎 훈련에서는 참가자들은 눈을 감고 시냇물과 그 위에 떠다니는 나뭇잎들을 상상하도록 한다. 생각이 떠오를 때, 참가자들은 각각의 생각을 하나의 나뭇잎위에 올려놓고 시냇물을 따라 떠가는 생각을 바라본다. 인지적 탈융합의 궁극적인 목적은 원하지 않는 생각들이 현존함에도 불구하고 건설적인 행동을 하도록 하는 것이다. 예를 들어, 복잡하고 어려운 문제에 닥쳤을 때 “재앙이 일어날거야”라는 생각과 융합된 사람은 그 생각을 믿게 되고, 관련된 정서(공포와 같은)를 경험하며, 그에 따른 행동을 취하게 될 것이다. 탈융합은 그 사람이 그 생각을 하나의 생각으로서 인식하도록 하며, 건설적인 행동을 추구하면서 그 생각이 왔다가 지나가도록 허용하게 한다.
결어
지금까지 위빠싸나 명상과 마음챙김, 그리고 마음챙김에 근거한 심리치료법들에 대해 간략하게 살펴보았다. 서양 심리치료자들은 위빠싸나 명상의 심리치유적 기능에 주목하고, 그 핵심원리인 마음챙김의 구성요소들을 심리치료 이론 및 실제에 접목시키는 시도를 하여왔다. 국내에서도 심리학자들에 의해 마음챙김 명상을 심리치료의 이론과 실제에 통합하려는 연구들이 늘어나고 있다(김정규, 2003; 김정호, 2001; 장현갑; 2004). 불교학계에서도 불교이론이나 명상을 심리치료적인 시각에서 접근하려는 시도가 등장하고 있다(김재성, 2006).
동양 명상과 서양 심리학을 접목하려는 노력은 이제 이론적인 성과뿐 아니라 실제 치료의 영역에서도 괄목할 만한 성과를 보여주고 있다. 마음챙김에 근거한 심리치료 방법들의 유망한 결과는 앞으로의 심리치료이론과 실제가 나아가야 할 방향에 대해 여러 가지 시사점을 던진다. 첫째, 마음챙김에 근거한 치료법들은 인간을 이해하기 위해 동양의 지혜와 서양의 기술이 어떻게 통합될 수 있는가에 대한 하나의 모형을 제시하고 있다. 서양 심리학은 문제행동에 대한 체계화된 진단과 그에 따른 치료전략을 평가할 수 있는 과학적인 방법론을 발달시켜왔다. 또한, 서양 심리학은 정서조절이나 행동변화와 관련된 경험적인 지식들을 제공할 수 있다. 반면, 동양의 명상은 치료의 핵심요소로서 그간 서양 심리학에서 다소 간과되어왔던 주의(attention) 혹은 의식(consciousness)의 계발에 대한 방법을 제공한다. 동양의 지혜는 인간이 행복해지기 위해서는 효율적으로 욕망을 충족시키는 법을 배우는 것보다, 자신의 현재를 있는 그대로 자각하고 수용하며 충분히 존재하는 법을 배워야 한다고 가르친다. Segal 등(2002)은 인간의 삶의 양식에는 두 가지가 있다고 한다. 하나는 행위양식(Doing Mode)이며, 다른 하나는 존재양식(Being Mode)이다. 행위양식에서는 자신의 현재상태와 자신이 바라는 이상적인 상태를 끊임없이 비교하고 평가함으로써, 그 둘 사이의 괴리를 해소하기 위해 목표성취를 위한 행위를 하게 된다. 행위양식은 그것이 적절하게 작동될 경우, 인간이 성장하고 변화하고 발전하기 위해서 필수불가결한 삶의 방식이다. 그러나 때로 행위양식에 적합하지 않은 문제에 대해서도 경직되고 습관적으로 행위양식을 통해 문제해결을 시도할 경우 부작용이 발생할 수 있다. 우울증이 반복적으로 재발하는 환자들은 현실과 목표의 괴리에 지나치게 예민하며, 이에 따라 발생하는 부정적 감정을 회피하거나 제거하기 위해 끊임없이 괴리와 관련된 생각들을 반복하게 된다. 이러한 반복적이고도 부정적인 사고패턴을 반추적인 사고양식이라고 부른다. 이러한 반추적인 사고양식은 우울증을 지속시키는 부정적인 반응양식으로 알려져 있다(Nolen-Hoeksema, 1991). 성취 지향적이고 경쟁적인 현대사회에서 행위양식은 생존을 위해 어린시절부터 배워왔던 매우 익숙한 양식이다. 그러나, 모든 삶의 문제들에 대해 해결지향적인 행위양식이 답을 제공해 주지는 않는다.
때로는 현재의 경험이 원하지 않는 상태일지라도 그것을 있는 그대로 허용하고 머무는 방식이 더 효과적일 수 있다. 존재양식(Being Mode)은 현재의 상태를 이상적인 상태와 비교하거나 평가하려는 시도를 멈추는 곳에서부터 출발한다. 자신의 주의 혹은 의식을 현재의 상태(그것이 어떤 것이든)에 두고, 그것을 변화시키려는 의도를 내지 않은 채, 단순히 순간순간의 경험을 충분히 경험하고자 한다. 이것을 노력없는 노력(effortless effort)이라고 한다. 마음챙김의 훈련을 통해 행위양식에만 과도하게 의존했던 삶의 방식이 존재양식으로 바뀌게 된다. 존재양식이 배양되면 현 상태와 이상적인 목표 간의 괴리로 인한 부정적인 정서가 나타나더라도 부정적인 정서를 변화시키기 위한 습관적이고 반응적인 사고나 행동패턴에 휩쓸리지 않게 된다. 반면, 부정적인 정서를 있는 그대로 기꺼이 경험하면서도 그것에 휩싸이지 않는 탈-중심적인 관찰능력이 증가하게 된다. 자신의 내적인 경험과 어느 정도의 주의 공간이 확보됨으로써, 반응적이고 자동적으로 자신의 정서에 휩쓸려 행동하기 보다는 보다 유연하고 선택적으로 자신의 행동을 결정할 수 있게 된다.
마음챙김에 근거한 심리치료에서는 존재양식과 행위양식의 균형과 조화를 강조한다. 마음챙김이나 수용을 강조하는 치료자들은 행위양식이 과도하고 경직된 방식으로 적용될 경우 심리적 문제를 지속시키지만, 내담자들이 자신의 가치가 반영된 활동이나 목표에 적극적으로 참여하고 변화를 추구하도록 격려하는 것이 치료효과를 높일 수 있다는데 동의한다. 하지만, 내담자들은 우선 마음챙김과 수용에 대한 훈련을 통해 존재양식을 익혀야 한다. Linehan(1993a)은 수용은 변화의 형이라고 말한다. 이것은 자신의 사적인 경험이나 삶의 문제에 대해 수용적인 태도를 배우는 것은 자신의 가치와 의미가 반영된 삶으로의 변화를 가능하게 하는 토대가 된다는 말일 것이다.
둘째, 마음챙김에 근거한 심리치료는 몸과 마음이 서로 긴밀히 연결되어 있다는 심신치유적 관점을 강조한다. 일찍이 프로이드는 마음의 문제가 신체적인 장애로 표현될 수 있음을 보여주었다. 무의식속에 억압된 정서적 갈등이 다양한 신체화 장애의 원인이 될 수 있다는 것은 이미 상식적인 지식이 되었다. 동양의 명상은 정신적 깨달음을 목표로 하고 있으나 몸에 대한 절제와 더불어 몸의 현상에 대한 면밀한 관찰을 수행의 출발점으로 삼는다. 불교에서는 육체에 집착하지 않으면서도 육체를 보호해야 한다고 말한다. 이는 육체를 돌보지 않으면 정신적 향상을 이룰 수 없기 때문이다(김재성, 2006). 불교에서는 육체와 정신적 현상은 서로에 의지하여 존재하는 것으로 인식한다. 육체는 마음의 상태와 의지작용에 의해 영향을 받는다. 육체가 외부의 대상세계와 만나는 것 즉 보고, 듣고, 만지는 접촉이 육체에 영향을 주므로 이를 잘 주의하고 살피는 것이 필요하다. 마음챙김에 근거한 심리치료에서는 자신의 마음뿐 아니라 신체에서 일어나는 현상들(통증, 가려움을 포함하는 신체감각들)에 대해 주의를 모으고, 그것을 수용하는 마음으로 관찰하는 훈련을 한다. 공식적인 명상이 포함되지 않는 경우는 자신의 일상생활의 활동들을 한번에 한 가지씩 행하면서 온 마음을 기울여 그 활동에 집중하도록 격려한다.
셋째, 마음챙김에 근거한 심리치료는 마음의 부정적인 요소를 제거하는 것 보다는 마음의 긍정적인 요소를 배양시킴으로써 심리증상을 해결하는 긍정심리학적 지향을 가지고 있다(Shapiro 등, 2002). Walsh(2000)는 동양 심리치료의 기제로서 마음을 가라앉히기, 정신적 요소를 재 균형잡기 및 탈동일시 세 가지를 들고 있다. 이 중 마음을 가라앉히기(tranquility)는 과거와 미래에 대한 생각과 환상에서 방황하는 훈련되지 않는 마음을 집중시키고 가라앉히는 과정을 말한다. 정신적 요소를 재 균형잡기는 마음챙김이나 인내와 같은 건강한 정신기능들을 증가시키는 것이다. 이와 같이 동양의 명상은 긍정적인 마음의 힘을 키움으로써 부정적인 정신기능을 치유하는 전략을 취한다고 할 수 있다.
마지막으로, 마음챙김에 근거한 심리치료는 우리의 몸과 마음 그리고 세계의 본질에 대한 의식의 확장과 통찰을 핵심적인 치유요인으로 가정한다. Kornfield(1979)는 마음챙김 명상이란 한 인간이 어떻게 세상을 바라보고 관계하는가에 대해 특정한 변화를 초래하기 위한 정신적 훈련이라고 정의한다. 마음챙김 명상을 통해 단순한 이완반응을 넘어서는 보다 넓은 범위의 의식의 확장이 일어난다고 한다. 명상을 연구하는 것은 인간 의식의 성장 과정을 이해하는 것이고, 인간 정신의 한계에 대한 우리의 이해를 확장하는 것이라고 한다. 현대 심리학자들도 마음챙김 명상이 이완반응이나 집중력의 개발뿐만 아니라, 자신과 세계에 대한 통찰을 가져옴으로써 스스로를 보다 자유롭고 성숙하게 해주는 방법을 제공한다는데 의견을 같이 하고 있다(김정호, 1994a, 1996; 권석만, 1997, 1998; Kabat-Zinn, 1990). 마음챙김에 근거한 심리치료자들이 치료요인으로 강조하는 탈동일시(dis-identification), 인지적 탈융합(cognitive defusion), 그리고 상위 인지적 통찰(meta-cognitive insight)은 거의 동일한 의미를 담고 있다. 즉, 자신의 의식에서 일어나는 정신적 내용과 과정을 현실이나 자신과 동일시하지 않고, 단지 정신적인 사건일 뿐이라고 자각하는 것이다. 이러한 통찰은 과거의 성장환경과 관계경험에 의해 형성된 자기를 보다 확장된 관점에서 바라볼 수 있을 때 일어날 수 있으므로, 자기초월적인 자기이해라고 할 수 있다. 이는 불교에서 말하는 깨달음의 요체인 무상(無常)과 무아(無我)의 심리학적 표현이라고 할 수 있다.
21세기는 동양과 서양의 통합의 시대라고 한다. 인간이해에 대한 동서양의 지혜가 통합적으로 연구되고 실천되는 장이 심리치료의 영역에서도 이미 시작되었다고 할 수 있다. 과학적 방법론과 종교적 수행의 접목, 몸과 마음의 연결성을 강조하기, 수용과 변화의 변증법적 통합, 긍정적인 마음의 힘에 대한 관심 그리고 자기초월적인 의식의 확장에 대한 관심이 보다 폭넓은 인간이해에 기반한 효과적인 심리치료의 가능성을 높일 것으로 생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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