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ㆍ10년 동안 종교인 4% 줄어
ㆍ2030세대 이탈 현상 가속화
ㆍ일부 교단 일탈… 불신 키워
“리퍼트 대사님 사랑합니다.” 지난 7일 서울 도심에서 때 아닌 춤공연이 벌어졌다. 대한예수교 장로회 합동한성총회 소속 신도들이 리퍼트 주한 미국대사의 쾌유를 비는 행사였다. 개신교 내부에서도 “과하다, 거북하다”는 비판이 흘러나왔다. 지난 9일자 뉴욕타임스는 이 춤공연을 ‘광기’라고 깎아내렸고 ‘미국에 대한 숭배주의’가 원인이라고 지적했다.
세상을 보듬고 약자를 위로하던 종교가 점점 변해가고 있다. 성직자 막말 파문, 성추문, 이익집단화까지 일부 종교단체와 지도자들의 추한 민낯을 어렵지 않게 볼 수 있는 상황이다. ‘조찬기도회’라 이름붙인 무대는 정치 선전의 장으로 변질되고 있다. 종교계 내부도 바람 잘 날이 없다. 지난 18일 한국교회언론회는 “서울 지하철 봉은사역 명칭을 당장 개정해야 한다. 특정 종교 사찰 명칭을 지하철 역명에 사용할 수 없다”는 성명서를 냈다.
사람들이 종교를 걱정하고 종교에 등을 돌리고 있다. 지난 1월 발표된 한국갤럽의 ‘한국 종교 실태’ 조사 결과는 싸늘한 민심을 담고 있다. 2014년 현재 종교인은 인구의 50%로, 10년 전보다 4%포인트 줄어들었다. 종교 자체에 관심이 없어졌고(45%), 종교에 대한 불신과 실망(19%)이 깊어졌기 때문이다.
특히 2030세대의 종교 이탈 현상이 가속화하고 있다. 응답자들은 종교를 등지는 이유로 ‘정신적·시간적 여유가 없다’(18%)고 답했다. 이런 경향은 특히 ‘먹고살기’ 바쁜 젊은층에서 두드러진다. 갤럽 조사를 보면 2004년 45%에 이르던 20대 종교인이 2014년엔 31%로 줄어들었다. 30대 종교인도 같은 기간 49%에서 38%로 감소했다.
하지만 ‘종교’에 대한 그리움은 더욱 깊어지고 있다. 탈(脫)종교인들은 새로운 ‘믿음’을 찾고 있다. 불안한 현실, 잡히지 않는 미래, 그리고 삶과 죽음의 문제는 여전하기 때문이다. 나홀로 신앙, 인문학, 템플스테이, 명상 등에서 삶의 의미를 찾는 행보는 계속되고 있다.
한편에선 기존 종교의 쇄신과 다양한 종교적 대안을 존중해야 한다는 요구가 동시에 나온다. 윤승용 한국종교문화연구소 이사는 “근대 이후 한국 종교가 마치 사회와 분리되는 폐쇄공간인 것처럼 집단의 양적 팽창에만 집중하고 있다. 개인의 영적 욕구를 받아들이는 방식을 모색할 때”라고 말했다.
성해영 서울대 인문학연구원 교수는 “전통적 종교는 쇠퇴하고 있지만 사람들의 종교적 관심은 사라지지 않는다”며 “종교는 인류의 지혜이자 역사적 자산이다. 보존과 성찰을 통해 거듭나야 한다”고 말했다.
글 이윤정·박은하·사진 김창길 기자 yyj@kyunghyang.com
2015-03-20 경향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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