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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 속으로]종교 위기 아닌 ‘제도 종교’ 위기일 뿐… 기성 종교 축적된 지혜 살려야
박은하 기자 eunha999@kyunghyang.com
ㆍ전문가가 본 ‘한국 종교’… 종교는 사라질 것인가
종교에 대한 불신이 커지고, 예배·제사 등 종교의례에 참여하는 사람들이 줄고 있다. 과연 종교는 사라지는 것일까.
전문가들은 “2000년대 이후 두드러진 신도 감소 현상 등은 제도화된 종교의 위기지 종교 자체의 위기는 아니다”라고 말했다. 인간이 삶과 죽음의 의미를 고민하는 이상 종교는 존재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신뢰를 잃은 기성 종교는 혁신이 요구되고, 다양한 종교적 대안을 수용하는 태도가 필요하다.
기독교·불교 등 제도화된 종교가 위기라는 진단에 이견은 거의 없다. 성해영 서울대 인문학연구원 교수는 “제도적 종교가 사회발전에 따라 변화된 사람들의 마음을 충족시켜주지 못했다”고 밝혔다. 성 교수는 이어 “한국은 단일종교가 지배하는 사회가 아니기 때문에 제도권 종교에서 이탈하기가 더 쉽다”고 덧붙였다. 종교가 정치화·대형화한 것도 탈종교를 부추기는 요인이다. 김호기 연세대 교수는 “노무현·이명박 정부를 거치면서 종교집단이 정치에 과도하게 연관되고 논란이 되면서 종교에 대한 인식이 나빠졌다”면서 “몸집 커진 종교집단이 약자 보호에 소홀했던 것도 원인”이라고 분석했다.
그렇다고 종교에 대한 관심 자체가 줄어든 것은 아니다. 다양한 대안적 종교활동이 이를 방증한다. 성 교수는 “종교는 신의 유무보다 운명, 역사, 이념 등 눈에 보이지 않는 것을 통해 죽음에 대한 두려움을 극복하고 삶의 의미를 찾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나미 심리분석연구원 원장은 “고도성장기에 뒤를 돌아볼 여유가 없고 물질적 가치 추구를 우선시했던 1970~1980년대보다 오히려 요즘 젊은이들이 종교적 문제에 관심을 갖는 경향이 강하다”고 말했다.
대안적 종교를 추구하는 흐름과 별개로 기존 종교의 개혁 필요성도 제기된다. 성 교수는 “기성 종교에는 축적된 삶의 지혜가 녹아 있다”며 “무조건 배척하는 것은 ‘목욕물 버리다 아이도 버리는 격’이다. 기성 종교가 장점을 살리면서 변화를 받아들이는 것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김 교수는 “종교가 담당하던 기능이 시민사회단체 등으로 분산됐지만 마음의 평화·구원 등은 완전히 해결해줄 수 없다”며 “종교를 통해 사회정의와 구원을 동시에 잡으려는 욕구는 상존한다”고 밝혔다. 종교계 내부의 자정노력은 이런 요구에 대한 화답이다. 김진호 제3시대그리스도교연구소 연구실장은 “방대해진 교회를 해체하거나 교회 재정을 투명하게 운영하자는 개신교 내부의 움직임도 있다”고 말했다.
2015-03-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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