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동네 사람들의 정담이 오고가는 대청마루입니다. 무슨 글이든 좋아요. |
.........
“돌이켜 여러 가지 일을 하나하나 생각하니 이렇게 살아서 어찌할 것인가? / 등불을 돌려놓고 푸른 거문고를 비스듬이 안고서 / 벽련화 한 곡조를 시름으로 함께 섞어서 연주하니 / 소상강 밤비에 댓잎 소리가 섞여 들리는 듯 / 망주석에 천 년 만에 찾아온 이별한 학이 울고 있는 듯 / 아름다운 여인네의 손으로 타는 솜씨는 옛날 가락 그대로 이건만은 / 연꽃무늬 휘장이 드리워진 방 안이 텅 비었으니, 누구의 귀에 들리겠는가? / 간장이 구곡되어 굽이굽이 끊어질 듯 애통하구나.”
위 시는 조선 중기에 지어진 가사 <규원가(閨怨歌)>를 현대어로 뒤친 일부인데 ‘원부사(怨夫詞, 怨婦詞)’ 또는 ‘원부가(怨婦歌)’라고도 합니다. ≪고금가곡 古今歌曲≫과 ≪교주가곡집 校註歌曲集≫에 실려 전하지요. 작자는 송계연월옹(松桂烟月翁)의 ≪고금가곡≫과 ≪교주가곡집≫에는 허난설헌이 지은 것으로 되어 있고, 홍만종(洪萬宗)의 ≪순오지≫에서는 <원부사>를 허균(許筠)의 첩 무옥(巫玉)이 지은 것으로 전하고 있습니다.
아름답던 자신이 늙어버리자 남편은 떠나가고 이미 떠난 임인데도 그가 어느 여인에게 머물고 있는지 안타까워하고, 얼굴을 볼 수 없는 신세인데도 더욱 그리워지는 여인네의 한입니다. 한을 승화시키려 애절한 거문고를 타니 즈믄 해 만에 찾아온 이별한 학이 우는 듯합니다. 그러나 아무도 없는 방안에서 들어줄 임은 없으니 간장이 끊어질 듯 애통합니다. 찬 겨울밤, 길고 긴 여름밤, 경치가 시름을 안겨주는 봄밤, 달빛 비치고 귀뚜라미 우는 가을밤이 모두 그녀에게는 슬픔의 시간이 되는데 조선조 봉건제도 아래서 빈 방(空閨)을 지키며 눈물로 지새 버림받은 여인의 한이 잘 드러납니다.
첫 페이지
48
49
50
51
52
53
54
55
56
57
58
59
60
61
62
63
64
65
66
67
68
69
70
71
72
73
74
75
76
77
78
79
80
81
82
83
84
85
86
87
88
89
90
91
92
93
94
95
96
97
98
99
100
101
102
103
104
105
106
107
108
109
110
111
112
113
114
115
116
117
118
119
120
121
122
123
124
125
126
127
128
129
130
131
132
133
134
135
136
137
138
139
140
141
142
143
144
145
146
147
끝 페이지
최신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