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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네 사람들의 정담이 오고가는 대청마루입니다. 무슨 글이든 좋아요. |
“자유보다 평등이 먼저다”
“아무것도 바라지 않는다, 아무것도 두렵지 않다, 나는 자유다.” 니코스카잔차키스의 묘비에 적혀 있다는 문구를 가끔 생각했고, 또 자주 경탄(敬歎)했습니다. 아주 오래 전부터 그렇게 ‘자유의 혼’이 되기를 소망해왔지요! 또 그래서 가끔씩 영화 <빠삐용>의 마지막 장면을 상상하면서 ‘바람처럼 자유한 삶’을 음미해 왔었던 것입니다. 절벽 위에서 빠삐용과 드가는 마지막 포옹을 나눕니다. 그 감옥의 섬에 드가는 남고, 빠삐용은 온 몸을 날려 바다위에 넘실거리는 탈출용 포대 자루 묶음으로 떨어집니다. 사납게 요동치는 바도 위로 빠삐용은 넘실넘실 빠져나가고, 영화 화면 위로 그 유명한 노래가 울려퍼집니다. “바람처럼 자유롭게(free as the wind)”.
“바람처럼 자유로운 인간!” 얼마나 멋지고 아름다운 삶일까요? 우리는 예전이나 지금이나 그리고 앞으로도 영원히 그 바람처럼 자유한 인격을 꿈꾸면서 살 것입니다. 그런데 최근 들어서 드는 또다른 생각 하나가 있어 이 글을 씁니다. 어찌 보면 지극히 상식적인 이야기이기도 하지만, 그래서 대수롭지 않은 이야기꺼리 일 수도 있지만, ‘자유’만큼이나 소중한 것이 ‘평등’이라는 점입니다. 아니 이야기를 좀더 진전시켜보자면, 평등에의 투쟁이 곧 자유에 이르는 길이며, 그렇기 때문에 평등해야 비로소 자유할 수 있다는 것입니다.
얼마 전 TV를 보다가 깜짝 놀란 적이 있습니다. 우리나라 어느 대기업의 주주총회 장면이었는데, 회장이라는 분이 앉아있는 풍경이 충격적이었습니다. 그 회의에 참석한 직원들 대다수는 검정색 계통의 양복을 입고 있었고, 또 그 회의실 내부의 의자나 벽면 인테리어 등이 온통 밤색 계통의 색깔이었는데, 유독 ‘회장님’이 앉아 있는 널찍한 소파는 새 하얀 색이었습니다. 모두들 거의 부동자세(不動姿勢)의 긴장된 표정으로 앉아있거나 서 있었는데, 그 회장님은 그 특유의 여유롭고 거만해 보이는 표정으로 ‘흰색 소파’에서 자유를 만끽하면서 앉아 있더군요. 글쎄요. 다른 분들은 어떨지 모르지만 우리는 깜짝 놀랐습니다. 왜냐하면 그런 식의 사회 속에서는 그 누구도 자유의 존재로서 살 수 없기 때문입니다. 어찌 보면 그 회장님이 한껏 누리고 있는 자유도 사실은 자유가 아니라 ‘교만’일 것입니다.
성서의 가르침처럼, 높은 산은 낮아지고 낮은 골짜기는 메꿔져서 ‘산과 골짜기’가 비로소 평등하게 되는 세상, 그것이 필요한 것입니다. ‘너희들’ 위에 ‘나’가 군림해서 나만 자유로운 존재가 되는 것이 아니라, ‘너와 나’가 모두 똑 같은 지위를 갖는 세상, ‘너’도 자유롭고 ‘나’도 자유로워서 결국 ‘우리’ 모두가 똑같이 평등하게 자유로울 수 있는 세상, 그것이 진정한 자유의 풍경인 것입니다.
이즈음에서 공자님에게 가해지는 비판에 조용하지만 굳건한 지지를 표하게 됩니다. 몇해전 <공자가 죽어야 나라가 산다>는 책을 쓰신 분이 있었지요. 그 책의 요지는 무엇이었나요? 저자인 김경일 선생은 “공자의 도덕은 사람을 위한 도덕이 아닌 정치의 도덕이었고 기득권자를 위한 도덕임을 비판하며, 새로운 문화적 개방성”을 주장했습니다. 깊이 공감합니다. 공자께서는 인간을 ‘군자(君子)와 소자(小子)’로 이분화해서 그 자신의 이야기를 풀어나갔습니다만, 과연 이게 적절한 패러다임이었을까요? 인간은 다만 인간일뿐, 군자도 없고 소자도 없습니다. 소자와 구별되는 군자라든가, 군자에 미치지 못하는 소자라든가 하는 구분법 자체가 문제가 되는 것입니다. 물론 공자님의 선의(善意)를 모르지는 않습니다만, 그래서 가혹한 비난은 삼가겠습니다만, 우리 동아시아에 평등에의 정신을 무력화 시키는 공자의 영향력이 너무 커져 있는 실상을 목도한 이상 가만히 있을 수는 없는 것입니다. 조금 거창한 맥락에서 말씀드리자면, 우리 남한과 저 북한, 그리고 일본사회와 중국, 그리고 동남아시아에 폭넓게 퍼져 있는 공자 이데올로기를 가만히 놔둔 채로, 우리가 뭘 할 수 있을까요? 아무 것도 할 수 없을 것입니다.
“우리는 평등해야 자유로울 수 있습니다.” 너무나 당연한 이 진리, 별 것 아닌 이 진리를 생각해내는데, 우리에게 꽤 오랜 세월이 필요했던 것인가 봅니다.
<김부겸>
http://blog.naver.com/malsoom/220337009588
들꽃편지555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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