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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넷을 항해하면서 발견한 다시 읽고 싶은 글을 스크랩했습니다. 인터넷 공간이 워낙 넓다보니 전에 봐 두었던 글을 다시 찾기가 여간 어려운 게 아닙니다. 그래서 스크랩할만한 글을 갈무리합니다. (출처 표시를 하지 않으면 글이 게시가 안됩니다.)

[김교신7] 망해도, 살아내기

수필칼럼사설 백소영 교수............... 조회 수 309 추천 수 0 2015.05.10 09:53: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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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 http://fzari.com/1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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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소영의 다시 김교신을 생각한다(7)

망해도, 살아내기

-「망하면 망하리라」 1934. 4월 -


“난 한 마리 똥개가 될 거예요. 우직하게 그러나 컹컹 계속 짖으면서, 도둑들로부터 우리 집 사람들을 지키면서…”

지난 주 한 집필 원고의 공동 기획을 위해 모인 자리에서 나이 지긋하신 어느 목사님께서 하신 말씀이다. 대략의 집필 방향과 각자의 몫을 나눈 뒤에 자연스레 ‘요즘 나라꼴’에 대한 한탄이 이어지던 중간이었다. 반(反)생명적인 정치·경제 시스템이 너무나 견고하고 높은 벽과 같다고 모두가 속상해했다. ‘우리 집’이란 은유가 정확히 무엇을 지칭하는지 물을 기회는 없었지만, 대략 짐작은 되었다.


예수께서 기도하셨듯이 ‘하나님의 뜻이 이 땅에도 이루어지길’ 소망하는 그리스도인들로서 ‘우리 집’이 어디겠는가? 생명을 살리고 권위와 소유를 나누며 서로를 존중하는 평등한 통치 질서로서의 ‘하나님 나라’를 지켜내는 일이 귀하고 절실한데, 한국 교회가 다 달라붙어 힘을 모아도 현실의 시스템이 너무 ‘강적’인데, 도무지 ‘짖지 않는’ 교회와 신앙인들을 보면서 드신 생각이라 하셨다. “그런데요, 그렇게 열심히 짖으면서 집 지킨 똥개의 말로가 어찌 되는지 아세요?”


나도 모르게 몸서리치며 이어지는 말씀을 막았다. “아, 너무 슬퍼요. 하지 마세요!” 내 탄식에 잠시 격려 가득한 눈빛을 보이신 목사님은 기어이 말씀을 다 토해내셨다. “어느 복 날, 물씬 두드려 맞고 푹 고아져서 밥이 되겠지.” 충분히 예상되는, 너무나 현실적인 ‘엔딩’을 함께 수긍하며 거기 모여 앉은 대여섯 ‘그리스도인’들은 울음 대신 허탈하게 그저 웃어버렸다. 뭐, 어차피 죽는 인생… 우리 집 사람들 배부르게 밥이라도 되면 좋은 일이지. 그래, 그저 성실하게 내 몫을 다 하다가 때 되면 먹거리라도 되는 좋은 일 하고 가자! 일어나 각자의 자리로 돌아가며 그리 마음들을 모았다.


같은 표현을 난 ‘생명의 숨구멍’을 뚫는 각개 전투로 설명하곤 했었다. 현재의 시스템에서 그저 태어난 순서가 늦었다는 이유만으로 잔인한 청춘을 보내고 있는 대학부, 청년부 아이들이 마음을 다치고 희망을 잃어 내 앞에서 탄식할 때, “아, 교수님… 하나님 나라는 정말 오는 게 맞나요? 아무래도 안 올 것 같아요.” 그리 울먹일 때, 어른들이 하는 같은 말을 반복했었다. “하나님 나라는 우릴 통해 오는 거야.” 그 말에도 여전히 채워지지 않는 눈빛을 대면하면 난 그렇게 말했었다.


각자의 자리에서 각자가 할 수 있는 만큼만이라도 나와 이웃의 숨구멍을 뚫어주자꾸나! 그렇게 여기저기서 저 콘크리트 같은 벽에 숨구멍을 뚫다보면, 무너지겠지. 여기 뚫리고 저기 뚫리고 자꾸 구멍이 나다보면 어느 날인가는 환하게 벽 너머의 생명의 빛이 뚫려 비취겠지. 단번에 무너뜨릴 ‘수퍼-울트라-파워-망치’가 없음에 좌절하지 말고, 예수께서 그러셨듯이 하루하루 내 곁을 지나가는 이웃들을 ‘살리며’ 그렇게 생명의 숨구멍을 뚫어보자꾸나!


그러나 두려웠다. 예쁘고 순수한 아이들이 이 말을 고이 담아 반(反)생명적 경쟁 트랙을 벗어나 자신을 살리고 이웃을 살리는 생명의 삶을 살아내려 애쓰는 모습을 보며, 저리 살면 어찌 되는지 너무나 뻔히 알아서 그래서 실은 마음이 무거웠다. “아, 슬퍼요. 하지마세요!” 내가 말렸던 그 마지막을 나도 충분히 알기에 반짝반짝 빛나는 청춘들에게 그 말만큼은 할 수 없었다. 잔인하고 처절하고 슬픈 ‘말로’의 가능성만큼은 선명한 언어로 차마 내뱉을 용기가 나지 않았다. 그런데, 하는 게 맞는 거 같다는 생각이 오늘 문득 든 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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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류연복 판화

현대인들-신자, 불신자의 구별이 없이-의 가장 원하는 것은 ‘땅 짚고 헤엄치는 일’이다. 은급 제도, 보험 제도는 물론하고 자질의 교육, 실업의 경영, 종교에 귀의 등등의 결국은, 개인적으로나 단체적으로나 ‘땅 짚고 헤엄치자’는 목적을 달하려는 과정일 것뿐이다. 그러나 우리가 실제로 유영(遊泳)할진대, 땅 짚고 할 동안은 유영의 참맛은 영구히 알 수 없다. 빠지면 익사할 위험 있는 창파(滄波)에서라야 비로소 유영의 쾌미가 난다. 생물이 그 생명을 발육하여 종족을 보지함에는 ‘땅 짚고 헤엄치는’ 주의가 안전하기는 안전하나, 거기서는 기계 윤전의 마찰 소리를 들릴망정 생명 약동의 기쁨의 노래는 나올 수 없다.


김교신이 1934년에 쓴 글의 일부다. 제목은 “망하면 망하리라.” 에스더만큼의 비장한 각오와 결기가 묻어난다. 그러고 보니 그의 시절이나 우리 시절이나, 아니 실은 예수의 시절부터도(알고 보면 창조 이후에 쭉), 이 땅에 존재로 태어나 생명의 바다를 헤엄치는 인생은 늘 그랬나 보다. 은유나 비유는 달라질지언정 하나님 없는 세상의 시스템이 어떠한지, 그 안에서 사는 신앙인의 삶의 결단은 어찌해야하는지에 대해 결국은 한 목소리를 내고 있으니 말이다.


김교신은 세상 시스템을 ‘얕은 바다’라는 은유로 표현했다. 은급 제도, 보험제도, 교육, 기업경영 등의 ‘안전한’ 디딜 곳을 만들어 물의 깊이를 얕게 하는 것, 하여 손으로 바닥을 짚고 수영하듯 편안하게 힘 안 들이고 살다 가는 인생을 ‘땅 짚고 헤엄치기’라고 했다. 땅을 짚었으니 빠져 죽을 염려는 없을 터이다. 인생살이가 불안하기는커녕 삶의 자세는 얼마나 여유롭고 당당하겠는가! 이리 사는 사람들은 제 생명이 위태롭지 않으니 자연 하나님을 향한 간절한 ‘앙망(仰望)’이 있을 리 없다. 뭐든 ‘내 손 안에’ 있으니… 그리 오래 살다보면 자기가 신(神)인 것도 같고 어디서나 이웃 생명들을 향해 무소불위의 힘을 발휘하게 된다. 사회적 생명은 물론 물리적 생명조차 살리고 죽이는 결정이 ‘땅 짚고 헤엄치는’ 자들에 의해서 원칙 없이, 자비 없이 행해진다. 오늘날 그러하고, 오늘날만 그러하지 않던 일이다.


그러나 김교신이 단언하듯이, 물의 깊이가 얕은 곳에서 들리는 소리는 “기계 윤전의 마찰 소리”일 뿐이다. 그 곳에는 생명이 약동하는 기쁨의 노래가 없다. ‘안전한 삶’을 대가로, 난 대로의 생명이 누려야할 자유를 빼앗긴 삶이니 말이다. 그것이 ‘기독교(종교)’의 이름으로라 해도 인간들이 만든 ‘얕은 물’에는 생명이 없다. 신앙에 어찌 “우리 목사님이 그러셨어요.” “우리 교회는 원래 그래요”가 있을까? 살아 약동하는 팔팔한 나의 신앙 고백을 하려면, 나대로의 삶을 살아내지 못하도록 제한당하고 조정당하는 ‘얕은 물’을 떠나 창파로 헤엄쳐 갈 일이다.


물론, 익사할 위험은 있다. 그러나 펄떡펄떡 뛰는 생명은 늘 그런 것 아니겠나? 그게 무서워 이집트의 시스템 아래 머물고, 바빌로니아 왕의 질서에 편입된다면, 행여 ‘땅 짚고 헤엄치며’ 오래오래 삶을 영위한들 어찌 그것이 하나님께 받은 대로의 생명이며 인생 가운데 하나님을 붙드는 삶일까? 아브라함과, 모세와, 다니엘이 “미리 보장받은 후에” 창파로 나간 것이 아님을 역설하는 김교신은 글을 이렇게 맺었다.


다만 망하면 망할지라도 의(義)에 마땅한 것, 신의에 합당한 일이면 감행하고, 땅 짚고 헤엄치듯이 안전한 일이라도 불의한 것은 거절한 것뿐이다. … 신앙생활이라 하여 복술자(卜術者)처럼 길흉화복을 예측하거나 특별한 청탁으로써 하나님의 총애를 편취(偏取)하는 것을 능사로 아는 것은 대단한 오해이다. 신앙생활은 기술(奇術)이 아니라, 천하의 대도공의(大道公義)를 활보하는 생활이다. ‘망하면 망하리라’는 각오로써.


미안하다, 얘들아. 그래도 할 수 없다. 이것이 생명을 풍성하게, 난 대로 자유롭게, 그리고 결국에는 하나님 나라가 이 땅에 도래하도록 생명이 살아가는 방식이니 어쩌겠니? 새로이 시작되는 새 학기에도 난 어쩔 수 없이 또 나와 만나는 팔팔한 생명들을 향해 이렇게 말할 수밖에 없을 것 같다. 이 땅에서 망해도, 결국은 살아 내야하는 삶의 방향성이 너무 자명하므로.

백소영/이화여자대학교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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