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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넷을 항해하면서 발견한 다시 읽고 싶은 글을 스크랩했습니다. 인터넷 공간이 워낙 넓다보니 전에 봐 두었던 글을 다시 찾기가 여간 어려운 게 아닙니다. 그래서 스크랩할만한 글을 갈무리합니다. (출처 표시를 하지 않으면 글이 게시가 안됩니다.) |
출처 : | 김학현(연서교회목사)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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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에 박힌 총알보다 더 끔찍한 것은?
[책 뒤안길] <왜 용서해야 하는가> 통해 본 용서해야할 이유
김학현(연서교회목사) 2015.10.12 15:16
<왜 용서해야 하는가>
(요한 크리스토퍼 아놀드 지음 / 원마루 옮김 / 포이에마 펴냄 / 2015. 9 / 272쪽 / 1만1000 원)
여보! 등에 박힌 총알보다 더 끔찍한 게 뭔지 아세요? 이 표현은 실은 내 표현이 아니라오. 요한 크리스토퍼 아놀드가 그의 책 <왜 용서해야 하는가>에서 한 말이오. 아놀드는 기독교 공동체 ‘브루더호프’를 섬기는 목사요 작가라오.
40년간 상담하면서 용서하기가 얼마나 어려운지, 용서를 하면 얼마나 자유로워지는지 등을 경험으로 느낀 그는 상담사례를 들어 용서를 촉구하는 <왜 용서해야 하는가>를 썼소. 이 책은 특히 1999년부터 ‘폭력의 고리 끊기(Breaking the Cycle)’라는 프로그램을 통해 얻은 지식을 정리한 것이오. 이미 오래 전에 우리나라에서도 출간되었는데 다시 ‘포이에마’에서 출판했다오.
용서는 자신을 위한 것
여보! 서두에 한 질문, 등에 박힌 총알보다 더 끔찍한 것? 그래요. ‘복수심’이라오. 가슴속에 남아 점점 커지는 복수심이야말로 육신을 상하게 할 뿐 아니라 마음과 영혼을 좀먹죠. 저자는 단호히 말하고 있소.
“분노와 불신 속에 사는 것보다 용서를 선택하는 것이 낫다.”
책을 읽으며 용서는 어떻게 하는 것인지 방법론을 알려 하면 번지수를 잘못 짚는다오. 책은 ‘어떻게’의 문제가 아니라 ‘용서의 당위성’에 관한 것이오. 용서하기는 힘들다오. 그러나 힘든 것이니 이루고 나면 그만큼 즐거움도 크죠. 용서는 상대를 위해 있는 게 아니고 바로 자신을 위해 있다는 저자의 말에 백배 공감하오.
여보! 넬슨 만델라는 “원한은 스스로 독약을 마시고 적이 죽기를 바라는 것과 같다”고 했소. 왜 용서해야 하는지의 문제는 만델라의 말에 잘 녹아있다고 생각하오. 자기가 독을 마시고 상대가 죽기를 바라는 어리석음이 원한에 있다는 거지요. 심지어 책은 ‘원한은 암 덩어리’라고 표현하오.
그래서 용서해야 하는 거라오. 용서하지 못하는 사람에게는 마음과 영혼의 상처, 서운한 감정, 가슴에 남은 응어리, 자신을 파괴하는 소외감 등 모두가 자신을 해치는 것들로 가득하오. 이런 것을 단번에 없애 쓰레기통에 쳐 넣을 수 있는 게 바로 ‘용서’라는 거지요.
“여러분에게 일어난 일이 여러분 인생이 10퍼센트를 차지한다면, 그 일에 여러분이 어떻게 반응하는지가 나머지 90퍼센트를 차지합니다.” -<왜 용서해야 하는가> 본문 22쪽에서
여보! 이 말은 저자와 함께 ‘폭력의 고리 끊기(Breaking the Cycle)’ 프로그램을 진행한 찰스 윌리엄스의 말이오. 항상 범죄자들을 상담하던 전직 경찰서장인 그가 이런 말을 하는 것은 진즉 죄 자체보다 그 죄에 대한 여타의 반응 때문에 사람들이 실패하는 걸 너무 많이 보아왔기 때문일 게요.
용서하지 않으면 결국 그 상처는 상대를 다치게 하는 게 아니고 자신을 좀먹게 되오. 책에는 여러 사례들이 나오는데 뉴욕시 경찰로 일하다 총을 맞고 전신이 마비된 스티븐 맥도널드의 이야기도 등장하오. 그는 결국 용서를 택했소. “등에 박힌 총알보다 가슴속에서 자라는 복수심이 더 끔찍하다”고 믿었기에.
용서로 범죄를 막을 수 있어
여보! 책에는 한국의 예들도 꽤 등장하오. 이들은 한결같이 죄에 대한 응징과 정의감에 대한 집착을 내려놓고 마음의 평화를 경험하게 하는 것이 바로 용서의 힘이라고 말하고 있소. 용서만이 상실을 이기는 유일한 길이며, 폭력이나 범죄의 고리를 끊는 유일한 방법이라고.
학교폭력이나 집단따돌림이 문제가 되고 있는데 한 판사가 이를 해결하는 방법이 바로 ‘용서’라고 말하는 내용을 책은 소개하고 있소. 점점 잔인해지는 학교폭력을 막아보려고 정부차원의 대책도 마련하지만 그렇게 쉽게 진정되고 있지 않는 게 현실이오.
“부산가정법원 소년부 천종호 부장판사는 화해와 용서가 학교 폭력 문제를 푸는 해답이라고 확신한다. 공적영역인 법정에서도 대화와 화해, 관용과 용서를 적용할 수 있으며, 이를 통해 학교폭력의 고리를 끊을 수 있다고 본다.” -<왜 용서해야 하는가> 본문 172쪽에서
천종호 부장 판사(SBS 갈무리)
여보! 천종호 판사는 우리나라에서 ‘호통판사’로 알려진 분이오. 천 판사가 법정과 법정 밖에서 비행청소년들과 함께한 이야기가 <학교의 눈물>(SBS TV) 을 통해 소개되면서 우리가 청소년문제의 현실을 인식하는 계기가 됐다오.(<국민일보> 참조)
그는 “비행 청소년 뒤에는 외로워하는 아이들에게 손 내밀지 않는 어른과 사회의 책임이 더 크다”고 말하오. ‘문제아가 있는 게 아니고 문제 부모가 있을 뿐’이라는 말이 갑자기 떠오르는구려. 천 판사는 때로는 아이들에게 호통을 치고, 때로는 편지나 시를 읽어 법정을 화해와 용서의 장으로 만드는 것으로 유명한 분이오.
여보! 우리는 이 사회의 문제를 해결하려는 방법에 몰두하지요. 그리고 내놓다는 것이
교도소나 경찰을 늘리자는 거지요. 이런 방법으로 범죄가 없어지고 죄악이 사라질까요? 대부분은 ‘아니라’고 대답하지요. 하지만 결국 자신이 그 문제 앞에 맞닥뜨리면 그런 대책을 내놓는다오. 경찰과 교도소가 아니라 용서가 문제를 해결한다고 책은 말하는 듯하오.
용서하려면 강한 의지 필요해
일곱 살짜리 여자아이가 유괴당해 성폭행당한 뒤 암매장되었소. 그 파렴치범을 만난 저자는 “이런 사람도 용서받을 수 있을까?”라는 생각으로 혼란에 빠졌소. 하지만 결론은 용서하는 길밖에 다른 길이 없다는 거였소.
여보! 책은 참 여러 사람의 이야기를 들려주고 있소. 촉망받는 축구선수가 폭행당해 하루아침에 하반신 마비 환자가 된 어버린 글렌 필더, 어린 시절 갱단에 발을 디뎠다가 친구들에게 배신당한 하심 개럿, 인종차별의 피해자이자 가해자였던 자레드, 결혼식을 열흘 앞두고 약혼자에게 버림받은 켈리... 이들 모두는 ‘용서’를 통해 새로운 인생의 환희를 경험했소.
용서는 말처럼 쉬운 것이 아니라오. 용서하면 아픔을 잊을 수 있소. 하지만 그게 그리 쉽지가 않소. 그렇기에 의지가 필요하오. 용서하기로 결단하고 억지로라도 힘써야 가능하오. 저자의 말처럼, “용서는 평화와 행복으로 가는 문”이지만, “낮고 좁아서 몸을 구부리지 않으면 들어갈 수 없”소. 구부리려면 훈련이 필요하고 의지가 따라야 하오.
여보! 용서는 누구나 해야 하는 것이라오. 의지 약한 사람도, 의지 강한 사람도, 죄를 저지른 사람도, 피해를 입은 사람도... 모두 말이오. 예수께서는 일곱 번을 일흔 번이라도 용서하라 하셨죠. 예루살렘에서 사역하고 있는 나임 아틱 신부의 말을 인용하며 글을 마치겠소.
“누군가를 미워하면, 증오의 힘이 그를 사로잡고 탈진시킵니다. 증오와 원한에 사로잡히지 않기 위해 몸부림치십시오. 가끔은 그 싸움에서 이기기도 하고, 가끔은 훔씬 두들겨 맞기도 할 것입니다. 그 과정이 너무 힘들고 어려워도, 증오가 당신을 잡아 삼키지 못하게 하십시오.” -<왜 용서해야 하는가> 본문 60쪽에서
※뒤안길은 뒤쪽으로 나 있는 오롯한 오솔길입니다. 책을 읽으며 떠오르는 생각의 오솔길을 걷고 싶습니다. 함께 걸어 보지 않으시겠어요. 이 글에서 말하는 ‘여보’는 제 아내만이 아닙니다. ‘너’요 ‘나’요 ‘우리’입니다.
김학현(연서교회목사) nazunja@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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