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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사일기320-11.16】어쩌면 좋아
일출봉 올라가는데 중광사 아랫길 은행나무 밤새 바람에 잎사귀와 열매가 몽땅 떨어져 버렸다. 은행나무는 신기하게도 잎이 다 떨어지는데 하루도 안 걸린다. 그냥 한꺼번에 왕창 쏟아져내린다.
아무도 밟지 않은 노란 은행잎 양탄자가 깔린 길을 도저히 그냥 밟고 지나가지 못하고 멈추어 섰다. 이거 지나가야 돼 말아야 돼.
어떤 시인은 이런 길에 서서 “그냥 밟고 지나갈까요, 신발 벗고 지나갈까요?” 하고 시를 썼다. 그 시인의 마음이 이해가 된다.
어떤 분이 뒤따라오다가 내가 서 있으니까 그분도 그냥 서버린다.
“이거 미안해서 못 밟겠네요.” 그랬더니 그분도 “사진이나 한 장 찍어주쇼” 해서 바닥에 쫙 깔린 은행잎을 배경으로 사진 한 장 찍어 주었다. 나도 찍어준다는 걸 그냥 사양했다. 할 수 없이 둘이 되돌아가 절 마당으로 난 길로 올라가며 서로 어이가 없어서 웃었다. ⓒ최용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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