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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넷을 항해하면서 발견한 다시 읽고 싶은 글을 스크랩했습니다. 인터넷 공간이 워낙 넓다보니 전에 봐 두었던 글을 다시 찾기가 여간 어려운 게 아닙니다. 그래서 스크랩할만한 글을 갈무리합니다. (출처 표시를 하지 않으면 글이 게시가 안됩니다.)

출처 : 김학현 목사 

전기 콘센트 뒤에 숨은 비밀, 섬뜩하다
[책 뒤안길] 피복당한 아이의 생생한 증언 <핵발전소의 비밀문과 물결이> 

김학현(연서교회목사) 2015.11.09

2751_2299_4250.jpg<핵발전소의 비밀문과 물결이>(강다민 글, 강다민·조덕환 그림 / 내일을여는책 펴냄 / 2015. 10 / 126쪽 / 1만1000 원)


"(원자력 발전소에서) 생각할 수 있는 모든 최악의 사고가 일어난다 해도 주민들은 아주 편한 마음으로 집에서 점심을 먹고, 여유롭게 낮잠을 즐길 수 있을 것이다. 직장인들은 걱정하거나 두려워할 필요가 없이 하던 일을 계속하기 위해 직장에 돌아올 수 있게 될 것이다."

- <왜 원전을 폐기해야 하는가>(게르트 로젠크란츠 지음) 25쪽에서


여보! 우리는 한 아이쯤 방사능에 노출된다 해도 눈 하나 깜짝하지 않는 원자력 발전의 시대를 살고 있소. 우리가 날마다 사용하는 전기 콘센트의 끝이 어딘지 알아요? 원자력 발전소일 확률이 40%를 넘고 있다오. 그 원전에서 사고가 나면? 상상도 할 수 없는 끔직한 일이오.


1986년 체르노빌 원전사고, 2011년 후쿠시마 원전 사고는 그 대표적인 예지요. 우리나라에서도 크고 작은 원전사고들이 자주 일어나고 있다오. 원전사고가 일어나면 잠깐은 수산물 수입을 금지한다든가 하면서 야단을 떨지만 금방 잊어버리는 게 우리의 현실이라오.


물결이 방사능에 피폭당하다


원자력 발전소에 견학을 갔던 물결이란 아이가 피폭되면서 <핵발전소의 비밀문과 물결이>는 시작되오. 아무도 그 사실을 모르오. 안다 해도 원자력 발전 찬성론자가 먼저 알 거고 당연히 아무 일도 없었다는 듯이 일상생활이 진행되겠죠. 게르트 로젠크란츠의 말처럼.


하지만 물결이의 피폭은 동화 작가 강다민에 의해 원자력 발전소의 음흉한 계획을 폭로하는 것으로 전개되오. 방사성 물질에 피폭당한 물결이가 몸속에 있는 방사성 물질들과 대화를 나누는 신비하고 모험적인 경험은 우리가 몰랐던 원자력 발전소의 내밀한 곳까지 안내한다오.


원자력 발전소에서 영웅놀이에 뛰어들었던 물결이, 그가 원자력 발전소에서 영웅놀이를 하는 게 그렇게 위험한 건지 몰랐기에 가능했던 이야기요. 천진난만한 물결이의 눈으로 들어 온 기상천외한 핵 발전의 음모는 전기 콘센트만을 이용하는 우리의 눈을 휘둥그레지게 만든다오.


여보! '영웅놀이'가 무언지 먼저 설명해야겠죠. 백화점의 직원들이 손님에 시달리다 들어가 잠깐 쉬는 출입금지구역, 놀이공원의 동물 탈을 쓴 언니오빠들이 탈을 벗고 땀을 닦는 조그마한 공간인 출입금지구역, 지금은 그런 걸 알아만 놓았다가 어른이 되면 그들을 힘든 공간에서 구해내는 사람, 바로 영웅이지요. 물결이와 친구들은 그런 영웅놀이에 빠져있었다오.


견학을 온 물결이가 이 영웅놀이를 위험천만한 핵발전소에서 했던 거요. 출입금지구역인 핵폐기물 저장 동굴에 들어갔다 방사능에 노출되고 만 거지요. 방사능 물질들은 플루토늄, 세슘, 스트론튬 등인데 이들은 각각의 파랑, 빨강, 노랑 불빛을 발하며 물결이와 대화를 나눈다오.


우리가 위험하기만 한 물질로 알고 있는 방사성 물질들의 변신은 작가가 만든 동화적 상상력이지요. 이미 피폭된 물결이와는 친근한 친구가 되어 핵발전소의 비밀을 털어놓는다오. 핵 발전이라는 어려운 주제가 작가의 동화적 담금질을 통해 녹록한 이야기 꾸러미가 되어 독자 앞으로 다가온다오.


물결이 진짜 영웅이 되다


 모든 힘든 이들을 구한다는 야멸찬 아이들의 영웅 이야기. 아이들은 원자력 발전소라고 하는 예기치 못한 함정에 빠져 실패하고 만다오. 실패한 영웅, 그렇소. 실패한 영웅이 실은 실패한 것이 아니었소. 만약 물결이가 영웅이 되려고  핵폐기물 저장소에 들어가지 않았다면 밝힐 수 없었던 원자력 발전소의 은밀하고 음흉한 비밀을 밝혀냈으니까요.


여보! 수십 권의 원자력 관련 서적을 탐독한 나로서는 물결이와 그 친구들이 원자력 발전소를 견학한다는 책의 전개를 보면서 '혹시 거기서 영웅놀이 하는 거 야냐'라며 심히 염려했소. 왜 아니겠소. 결국 읽는 이의 마음을 조마조마하게 하며 물결이는 원자력 발전소에서 영웅놀이를 했던 거요. 물론 물결이만 화장실 핑계로 성공(?)했지만.


"냄새도 없고, 만질 수도 없고, 우리가 내는 소리를 들을 수도 없어. 인간은."


불빛 중 하나인 세슘이 잘난 체하며 한 말이오. 방사능의 위험성은 여기서부터 시작되지요. 인간은 만지지도 못하고 냄새도 못 맡고 소리도 들을 수 없으면서 그걸 이용하겠다고 덤비니 말이오. 위험성을 지적하자 되레 인간이 자신들을 괴롭혔다며 플루토늄은 비웃으며 말하오.


"그래, 우리는 땅속에서 평온하게 지내고 있었어. 우라늄으로 말이야. 그런데 인간이 우라늄에서 우리를 만들어 낸 거야. 과학자들이 말이지. 우리를 이용해서 전기를 만들고, 병원에서도 쓰고, 전쟁에 이용할 무기도 만들고, 그렇게 신나게 써놓고는, 이제 와서 우리가 인간을 괴롭힌다고?"

- <핵발전소의 비밀문과 물결이> 57쪽에서


 조금조근 따지는 방사능 물질들의 항변이 꽤나 논리적이오. 여보, 맞지 않소? 그냥 땅속에 묻어두면 위험성이 없는 물질들을 캐내어 위험물질로 만든 게 인간이지요. 조용히 잠자고 있던 자신들을 인간들이 깨우고 괴롭혔다는 방사능 물질의 항변은 타당하오.


전기 콘센트의 끝에서 벌어지는 원자력 발전소의 위험한 이야기. 그걸 발견한 물결이는 진짜 영웅이 되오. 여보! 휴대폰 충전할 때, TV 볼 때, 전등을 켤 때, 밥 지을 때, 컴퓨터 할 때, 청소기 돌릴 때... 그냥 콘센트에 꽂으면 되는 줄 알았던 잘못을 회개해야 할 것 같소.


책은 지구 환경과 생태계를 위협하는 방사능 물질, 송전탑에서 뛰어내린 할아버지, 우라늄 채굴 광부들, 채굴로 오염된 마을, 송전탑을 반대하는 할머니들 등등. 다른 사람들을 고통스럽게 하고 생산되는 핵 발전 전기의 진짜 모습을 보여준다오. 플루토늄이 전해주는 이야기를 경고문으로 내걸며 글을 마치겠소.


"우리는 인간을 지배하고 그 힘으로 온 우주를 지배할 것이다. 우리는 강력한 힘으로 이 우주를 지배할 것이다. 더 이상 우주의 끝없는 시간 속에 갇혀서 살 수 없다."

- <핵발전소의 비밀문과 물결이> 101쪽에서


※뒤안길은 뒤쪽으로 나 있는 오롯한 오솔길입니다. 책을 읽으며 떠오르는 생각의 오솔길을 걷고 싶습니다. 함께 걸어

보지 않으시겠어요. 이 글에서 말하는 '여보'는 제 아내만이 아닙니다. '너'요 '나'요 '우리'입니다.

김학현(연서교회목사)  nazunja@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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