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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넷을 항해하면서 발견한 다시 읽고 싶은 글을 스크랩했습니다. 인터넷 공간이 워낙 넓다보니 전에 봐 두었던 글을 다시 찾기가 여간 어려운 게 아닙니다. 그래서 스크랩할만한 글을 갈무리합니다. (출처 표시를 하지 않으면 글이 게시가 안됩니다.) |
[책 뒤안길] 나이 듦의 학문적 접근 <늙는다는 건 우주의 일>
목회독서교육 김학현 목사............... 조회 수 533 추천 수 0 2016.05.14 22:07:17출처 : | 김학현 목사 http://omn.kr/i6vt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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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이를 먹는다는 건... 숙명일 뿐
[책 뒤안길] 나이 듦의 학문적 접근 <늙는다는 건 우주의 일>
제1차 세계대전이 한창인 1918년 여름, 미국의 뉴올리언스에서 희한한 한 아기가 태어났다. 이제 막 태어난 아기 얼굴이 '쭈그렁 밤탱이'다. 아기 엄마는 아기를 낳고는 이내 죽는다. 아이 아버지는 아내를 숨지게 하며 태어난 아기에게 분노하여 아기를 양로원 현관 앞에 버린다.
80세의 외모를 가지고 태어난 이 아이는 양로원 직원 퀴니에 의해 양아들로 키워진다. 양로원 할머니, 할아버지들과 친구로 지내면서 자란다. 하지만 아이는 자라면서 점점 젊어진다. 브래드 피트가 열연한 영화 <벤자민 버튼의 시간은 거꾸로 간다>(데이비드 핀처, 2009)의 내용이다.
어른 아이 벤자민은 할머니를 만나려고 양로원을 방문한 6살 여아 데이지를 보고 사랑에 빠진다. 하지만 결코 쉽지 않은 사랑이다. 하나는 늙어가고, 하나는 젊어가니 말이다. 후에 둘의 나이가 사랑을 제대로 느낄 수 있는 '스윗 스팟(Sweet Spot)'의 시간에 도달했을 때 둘은 불 같은 사랑에 빠진다.
2009년 2월, 전 세계 극장가를 강타했던 <벤자민 버튼의 시간은 거꾸로 간다>는 지금도 내 가슴에 그 여운이 남아 있다. '나이를 거꾸로 먹는다면 참 좋겠다'는 말도 안 되는 상상을 하게 만들 정도로... 나이가 든다는 것, 나이를 먹는다는 것, 늙는다는 게 무엇일까. 그 누구도 '나이 듦'을 긍정적으로 받아들이는 상황이 아닌 게 지금 우리의 현실이다.
죽음학, 노화학... 과학적 접근이 필요하다?
아직 나이 듦에 준비가 안 된 상태로 나는 늙어가고 있다. 예전 같으면 장수했다고 환갑잔치를 할 나이다. 누구의 말마따나 아직 '마음은 청춘'인데 말이다. '나이는 숫자에 불과하다'는 식상한 멘트로는 커버할 수 없는 고혈압과 관절염, 기력 저하현상은 무엇이란 말이냐. 또 노안은?
이렇게 지금 난 늙어가고 있다. 고상하게 말하면, 나이 들어가고 있다. 나이 들어감을 순수하게 받아들이지 못하는 나 같은 인간을 향하여, '지구 위 수많은 생물종의 하나에 불과한 인간'이 늙어가는 것은 '과학적 객관화를 통과하면 어느덧 사라지는 필멸의 무거움'이라고 좀 유식하고 철학적으로 말하는 사람이 있다.
우주의 다른 생물들의 노화현상을 분석하면 사람의 노화도 이해할 수 있다는 논리다. 책은 그리 쉽게 읽히지 않는다. 철학책을 대하듯 대해야 좀 이해되는 부분들도 많다. 예전에 신학을 배우며 어느 교수가 한 말이 새삼 생각났다. '신학자는 쉬운 성경을 어렵게 말하는 사람이고, 목사는 어려운 성경을 쉽게 말하는 사람'이라는.
'늙으면 죽는' 쉬운 죽음을 저자는 참 어렵게 말한다. '노화학'이 이렇게 발달되었나 하고 고개를 갸우뚱할 정도로 우주만물을 다 섭렵한다. 대양백합조개, 그와리나무, 자이언트메타세쿼이아, 예쁜 꼬마선충, 독거성 땃쥐, 초파리 등 수명이 길거나 짧거나 한 동식물들을 총 망라한다.
<늙는다는 건 우주의 일>은 노화와 죽음에 관한 총정리 종합백과 쯤으로 생각하면 된다. 상당히 논리적이고 과학적인 방식으로 접근하여 노화의 우울함을 생태계 전체로 확장시키고, 우주론으로 재생산한다. 우주 생명의 신비로 확장시킨 '인간의 노화와 죽음의 숙명적 객관화'라고 할까.
자연사박물관장인 이정모가 추천사에서 "'죽음' 역시 생명의 중요한 특징 가운데 하나임을 분명히 밝히고 있다"고 소개한 것은 너무 자연스럽다. 그러면서도 "이 책은 과학책이다"라고 힘줘 말하는 것은 죽음이 그리 쉽게 말할 수 있는 게 아니란 뜻이다.
수명에 관한 진실... 믿을 만할까?
우리는 흔히 거북이가 장수 한다는 걸 알고 있다. 그건 느려서 그렇다고 어렸을 때 배웠다. 빨리 살면 수명이 짧고, 느리게 살면 수명이 길다는 게 사실일까.
저자는 빠른 음악을 하는 '록음악인은 27세에 죽는다'는 가설을 검증하며 "이 패턴이 허구임을 밝혀냈다"고 단언한다. 저자는 독거성 땃쥐의 예를 든다.
"독거성 땃쥐는 격렬한 삶에 연료를 공급하기 위해 필사적으로 먹어야 한다. 매일 자기 몸무게의 두세 배를 먹어야 하며, 열두 시간 동안 굶으면 아사한다. 이에 반해 인간은 물만 마시면서 몇 주를 버틸 수 있다. 인도의 사회·정치 운동가 마하트마 간디는 74세에 스무하루 동안 단식했다."(본문 166쪽)
빨리 살면 일찍 죽는다는 가설이 맞기도 하지만 틀리기도 한다고 말한다. 루브너의 대사 실험을 예로 들며, "평생 쓸 수 있는 에너지의 양이 일정하면 에너지가 얼마나 오래 가느냐는 얼마나 빨리 써버리느냐"에 달려있다. 하지만 인간의 노화는 기계의 그것과는 다르다며 '삶의 속도 가설'의 허점을 지적한다. 그는 "삶의 속도 가설은 한물갔다. 대사 속도는 수명을 결정하지 않는다"(178쪽)고 말한다.
저자는 속도보다는 체중에 무게를 둔다. 몸집이 큰 생물과 작은 생물은 수명이 다르다는 것이다. 몸집이 크면 수명이 길고 몸집이 작으면 대체로 수명이 짧다는 주장이다. 저자는 "몸집과 수명은 비례하는 듯하다. 하나만 예를 들자면 큰 동물은 작은 동물보다 암에 대한 대비책이 많다"(54쪽)고 말한다. 하지만 모두 그런 것은 아니고 이 이론도 예외가 있다고 말한다.
책은 수명, 노화, 유전, 식물, 자연선택, 단회번식, 삶의 속도 가설, 산화 스트레스 가설 등 여러 가지를 총망라하며 인간의 수명과 죽음을 풀어 논한다. 노화학과 진화생물학의 역사를 총 정리했다고 할 수 있다. 이미 언급했듯이 조너선은 과학을 문학적으로 풀어쓰는 재주가 있다. 하지만 역시 학자로서의 접근은 그의 유려한 필력에도 불구하고 순조로운 독서에는 방해가 된다.
나이는 숫자에 불과하다고 생각하는가. 늙는 게 두려운가. 나이를 먹으면서 왜 여기저기 아픈지 궁금한가. 이 책을 추천한다. 읽기는 버겁지만 읽고 나면 무언가 잡히는 게 있으리라. 그리고 늙어 감을 받아들일 수 있으리라. 벤자민 버튼처럼 나이를 뒤로 돌릴 수는 없지만 늙어가는 걸 수용할 수는 있으리라.
80세의 외모를 가지고 태어난 이 아이는 양로원 직원 퀴니에 의해 양아들로 키워진다. 양로원 할머니, 할아버지들과 친구로 지내면서 자란다. 하지만 아이는 자라면서 점점 젊어진다. 브래드 피트가 열연한 영화 <벤자민 버튼의 시간은 거꾸로 간다>(데이비드 핀처, 2009)의 내용이다.
어른 아이 벤자민은 할머니를 만나려고 양로원을 방문한 6살 여아 데이지를 보고 사랑에 빠진다. 하지만 결코 쉽지 않은 사랑이다. 하나는 늙어가고, 하나는 젊어가니 말이다. 후에 둘의 나이가 사랑을 제대로 느낄 수 있는 '스윗 스팟(Sweet Spot)'의 시간에 도달했을 때 둘은 불 같은 사랑에 빠진다.
2009년 2월, 전 세계 극장가를 강타했던 <벤자민 버튼의 시간은 거꾸로 간다>는 지금도 내 가슴에 그 여운이 남아 있다. '나이를 거꾸로 먹는다면 참 좋겠다'는 말도 안 되는 상상을 하게 만들 정도로... 나이가 든다는 것, 나이를 먹는다는 것, 늙는다는 게 무엇일까. 그 누구도 '나이 듦'을 긍정적으로 받아들이는 상황이 아닌 게 지금 우리의 현실이다.
죽음학, 노화학... 과학적 접근이 필요하다?
아직 나이 듦에 준비가 안 된 상태로 나는 늙어가고 있다. 예전 같으면 장수했다고 환갑잔치를 할 나이다. 누구의 말마따나 아직 '마음은 청춘'인데 말이다. '나이는 숫자에 불과하다'는 식상한 멘트로는 커버할 수 없는 고혈압과 관절염, 기력 저하현상은 무엇이란 말이냐. 또 노안은?
이렇게 지금 난 늙어가고 있다. 고상하게 말하면, 나이 들어가고 있다. 나이 들어감을 순수하게 받아들이지 못하는 나 같은 인간을 향하여, '지구 위 수많은 생물종의 하나에 불과한 인간'이 늙어가는 것은 '과학적 객관화를 통과하면 어느덧 사라지는 필멸의 무거움'이라고 좀 유식하고 철학적으로 말하는 사람이 있다.
우주의 다른 생물들의 노화현상을 분석하면 사람의 노화도 이해할 수 있다는 논리다. 책은 그리 쉽게 읽히지 않는다. 철학책을 대하듯 대해야 좀 이해되는 부분들도 많다. 예전에 신학을 배우며 어느 교수가 한 말이 새삼 생각났다. '신학자는 쉬운 성경을 어렵게 말하는 사람이고, 목사는 어려운 성경을 쉽게 말하는 사람'이라는.
'늙으면 죽는' 쉬운 죽음을 저자는 참 어렵게 말한다. '노화학'이 이렇게 발달되었나 하고 고개를 갸우뚱할 정도로 우주만물을 다 섭렵한다. 대양백합조개, 그와리나무, 자이언트메타세쿼이아, 예쁜 꼬마선충, 독거성 땃쥐, 초파리 등 수명이 길거나 짧거나 한 동식물들을 총 망라한다.
<늙는다는 건 우주의 일>은 노화와 죽음에 관한 총정리 종합백과 쯤으로 생각하면 된다. 상당히 논리적이고 과학적인 방식으로 접근하여 노화의 우울함을 생태계 전체로 확장시키고, 우주론으로 재생산한다. 우주 생명의 신비로 확장시킨 '인간의 노화와 죽음의 숙명적 객관화'라고 할까.
자연사박물관장인 이정모가 추천사에서 "'죽음' 역시 생명의 중요한 특징 가운데 하나임을 분명히 밝히고 있다"고 소개한 것은 너무 자연스럽다. 그러면서도 "이 책은 과학책이다"라고 힘줘 말하는 것은 죽음이 그리 쉽게 말할 수 있는 게 아니란 뜻이다.
수명에 관한 진실... 믿을 만할까?
우리는 흔히 거북이가 장수 한다는 걸 알고 있다. 그건 느려서 그렇다고 어렸을 때 배웠다. 빨리 살면 수명이 짧고, 느리게 살면 수명이 길다는 게 사실일까.
저자는 빠른 음악을 하는 '록음악인은 27세에 죽는다'는 가설을 검증하며 "이 패턴이 허구임을 밝혀냈다"고 단언한다. 저자는 독거성 땃쥐의 예를 든다.
"독거성 땃쥐는 격렬한 삶에 연료를 공급하기 위해 필사적으로 먹어야 한다. 매일 자기 몸무게의 두세 배를 먹어야 하며, 열두 시간 동안 굶으면 아사한다. 이에 반해 인간은 물만 마시면서 몇 주를 버틸 수 있다. 인도의 사회·정치 운동가 마하트마 간디는 74세에 스무하루 동안 단식했다."(본문 166쪽)
빨리 살면 일찍 죽는다는 가설이 맞기도 하지만 틀리기도 한다고 말한다. 루브너의 대사 실험을 예로 들며, "평생 쓸 수 있는 에너지의 양이 일정하면 에너지가 얼마나 오래 가느냐는 얼마나 빨리 써버리느냐"에 달려있다. 하지만 인간의 노화는 기계의 그것과는 다르다며 '삶의 속도 가설'의 허점을 지적한다. 그는 "삶의 속도 가설은 한물갔다. 대사 속도는 수명을 결정하지 않는다"(178쪽)고 말한다.
저자는 속도보다는 체중에 무게를 둔다. 몸집이 큰 생물과 작은 생물은 수명이 다르다는 것이다. 몸집이 크면 수명이 길고 몸집이 작으면 대체로 수명이 짧다는 주장이다. 저자는 "몸집과 수명은 비례하는 듯하다. 하나만 예를 들자면 큰 동물은 작은 동물보다 암에 대한 대비책이 많다"(54쪽)고 말한다. 하지만 모두 그런 것은 아니고 이 이론도 예외가 있다고 말한다.
책은 수명, 노화, 유전, 식물, 자연선택, 단회번식, 삶의 속도 가설, 산화 스트레스 가설 등 여러 가지를 총망라하며 인간의 수명과 죽음을 풀어 논한다. 노화학과 진화생물학의 역사를 총 정리했다고 할 수 있다. 이미 언급했듯이 조너선은 과학을 문학적으로 풀어쓰는 재주가 있다. 하지만 역시 학자로서의 접근은 그의 유려한 필력에도 불구하고 순조로운 독서에는 방해가 된다.
나이는 숫자에 불과하다고 생각하는가. 늙는 게 두려운가. 나이를 먹으면서 왜 여기저기 아픈지 궁금한가. 이 책을 추천한다. 읽기는 버겁지만 읽고 나면 무언가 잡히는 게 있으리라. 그리고 늙어 감을 받아들일 수 있으리라. 벤자민 버튼처럼 나이를 뒤로 돌릴 수는 없지만 늙어가는 걸 수용할 수는 있으리라.
덧붙이는 글 | <늙는다는 건 우주의 일> (조너선 실버타운 지음 / 노승영 옮김 / 서해문집 펴냄 / 2016. 2 / 255쪽 / 1만3500 원)
※뒤안길은 뒤쪽으로 나 있는 오롯한 오솔길입니다. 책을 읽으며 떠오르는 생각의 오솔길을 걷고 싶습니다. 함께 걸어 보지 않으시겠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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