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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에서 가장 귀한 세가지 금은 황금, 소금, 지금 이라고 한다. 나도 좋아하는 세가지 금이 있다. 현금, 지금, 입금 이다 ㅋㅋㅋ(햇볕같은이야기 사역 후원 클릭!) |
기부천사 철가방- 故 김우수 씨
한달 70만원 벌이의 변두리 중국집 배달부. 창문도 없는 약 1.5평짜리 고시원 쪽방에 살면서 어려운 형편의 어린이들을 돕던 후원자. 주말마다 오전 8시부터 13시간 배달 일을 하고, 오후 9시 일당 9만원을 받아 마을버스를 타고 아무도 없는 고시원 쪽방으로 돌아갔다. 휴대전화에는 단 하나의 단축 번호도 저장돼 있지 않고 단 한 통의 문자 메시지도 없었다. 부산이 고향인 김씨는 미혼모의 아이였고, 7세에 고아원에 맡겨졌다. 12세 때 고아원을 뛰쳐나온 탓에 초등학교도 마치지 못했다. 구걸, 양조장 허드렛일, 시장 지게꾼 등 어렵고 힘든 생활을 했다. 소년원도 몇 차례 갔고, 2005년 한 술집에서 "무시한다"며 불을 지르려다 1년 6개월간 징역을 살았다.
그가 새 삶을 살기로 한 것은 감방 안에서 어린이재단 발간 '사과나무'를 읽으면서였다. "잡지에서 불우한 환경에 처해있는 어린이들의 사연을 읽고 며칠을 울었다"고 전한다. 그의 어릴 때가 생각났으리라. 돕고 싶은 아이들이 생기자 제대로 살고 싶어졌다. 그렇게 시작된 제2의 인생, 마지막 5년은 누구보다 뜨거웠다. 하루 담배 2갑을 피우고, 소주 2병을 마셨지만, 아이들을 후원하면서 "술, 담배 살 돈이면 1명 더 도울 수 있다"며 끊었다.
배달 일이 없는 날은 새벽 5시 반에 일어나 경제면을 보면서 전 재산인 300만원어치 주식이 올랐는지, 떨어졌는지 확인하고 오전 8시 반에 시작하는 조조영화를 혼자 보는 게 낙이었다. 영화관을 나서면서는 2000원짜리 스포츠복권을 1장 사는 버릇이 있었다. 동료들은 "'당첨금액이 큰 로또를 사지' 하면, '내 운이 거기까지는 닿지 않을 것 같다'며 웃곤 했다"고.
오후에는 자전거로 한강변을 달렸고, 한 달에 한번 정도는 자전거를 타고 의정부, 속초 등 장거리 여행을 떠났다. 비오는 날이면 근처 풍물시장에서 1만~2만원 짜리 운동화, 옷가지를 샀다. 동료 박산(37)씨는 "'좋은 물건 샀다'며 새 시계를 찬 팔목을 내밀던 아이같은 모습이 눈에 선하다"고.
그의 외로움을 생각하면 아프지만 그래도 기사를 보니 이 사람 참 재미있게 잘 살았다는 생각에 미소가 지어진다. 일없는 날엔 거의 매일 조조영화 관람, 집 근처의 풍물시장 순례, 자전거 여행 같은 소소한 일상을 즐긴 것을 보면 삶을 즐길 줄 아는 멋이 있었다. 소액이지만 주식투자, 복권 구매, 연금납부 같은 일들은 미래의 삶에 대한 꿈을 가진 사람이었다.
그런 그가 지난 24일 교통사고를 당한 뒤 이틀간 아무도 찾지 않은 병실에서 쓸쓸하게 숨졌다. 빈소를 찾아와 "돈을 허튼데 쓰고 살았다"며 오열하는 중년, "고인보다 잘 살았던 시절에도 아무것도 하지 못했다" 라며 미안해하는 아저씨. 초록우산 어린이 재단 후원회장 최불암씨가 상주가 되어 장례를 치뤘다고 한다. 그냥 지나치기엔 뭔가 찡한 생을 산 사람. 신앙의 유무를 떠나서 삶은 본받아야겠다.
최한주 목사<푸른숲교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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