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신글모든게시글모음 인기글(7일간 조회수높은순서)
m-5.jpg
현재접속자

오늘의

읽을꺼리

인터넷을 항해하면서 발견한 다시 읽고 싶은 글을 스크랩했습니다. 인터넷 공간이 워낙 넓다보니 전에 봐 두었던 글을 다시 찾기가 여간 어려운 게 아닙니다. 그래서 스크랩할만한 글을 갈무리합니다. (출처 표시를 하지 않으면 글이 게시가 안됩니다.)

출처 : http://omn.kr/kadz 

20160803_230903.jpg

'세월호'에 침묵하는 건 죽었다는 뜻

[책 뒤안길] 세월호로 조명한 한국사회, <가만히 있는 자들의 비극>    

        

복사

"신이 사라진 세상에서라면 인간 자신이 신의 역할을 맡을 수밖에 없다. 원하든 원치 않든 다른 방법이 없다. 세월호를 온전히 이해하기 위해 모든 것이 남김없이 드러날 수 있도록 세월호에 무한의 빛을 보내는 것, 그것을 '지금 여기'의 우리가 떠맡아야 한다. 그렇게 우리는 우리의 힘으로 절대 지평을 열어야 한다." - 본문 126쪽

오죽하면 신이 되기를 자처할까. 신의 영역을 넘나들까. 신의 절대 지평에 서려 할까. 이토록 절대자에로 희구할 수밖에 없도록 만드는 숨막힘이 세월호 참사에 있다는 뜻이다. '절대와 영원의 빛 아래서' 만이 세월호를 말할 수 있는 것은 신이 없어서가 아니다.

'지금 여기(now and here)'에 우리는 산다. 물론 신도 '지금 여기'에 계시다(being). 하지만 세월호 사건 전에도, 사건이 난 시각에도, 지금도 신은 여전히 침묵하고 계시다. 그래서 세월호 참사는 '우리의 시선을 끊임없이 확장시키고 심화시켜야' 하기에 '절대자의 눈으로 세월호를 봐야 하는' 당위가 존재한다.

'지금 여기'가 전부가 아니지만...

철학자 이충진 교수는 철학하는 눈으로 세월호 참사를 짚어준다. 헤겔과 칸트 철학을 전공한 이 교수는 학생들을 가르치며 철학의 실천화에 힘쓰는 지식인이다. 전작 <세월호는 우리에게 무엇인가>(2015, 이학사)를 통해 이미 세월호 참사가 철학적 사유의 단초가 될 수 있음을 말했다.

이번에 내놓은 <가만히 있는 자들의 비극>을 통해서는 한층 심화된 세월호 참사의 숨은 의미들에 천착한다. 대한민국의 정치·경제·사회 전반에 걸친 불합리하고 무의미한 시스템의 필연적 결과 중 하나가 세월호 참사라고 말한다.

특히 '가만있으라'는 말이 가져다주는 철학적 의미는 이 사회의 무의미성이 얼마나 심각한지를 보여준다며, 이제 '가만있으라'는 말에 기만당하지 말고 저항해야 한다고 말한다. 신이 침묵하더라도 '지금 여기' 있는 사람이 침묵하지 않으면 된다. '이제 됐다'는 사람들을 향한 일침으로는 이 책 만 한 게 없을 듯싶다.

참으로 아이러니 한 것은 '지금 여기'만이 모든 게 아니라고 생각하는 종교인들이 세월호 참사를 알리는(가만히 있지 않는) 집회의 맨 앞에 선다는 것이다. 저자는 이를 종교인들이 "눈앞의 세월호를 피안의 세계가 존재함을 드러내는 표식"으로 이해하기 때문으로 본다.

저자는 세월호에 대하여 가만히 있지 않는 것이야말로 '다른 세계로 들어갈 수 있는 길'이며 '다른 삶을 시작할 수 있는 길'이라고 말한다. 기독교식으로 말하면 '구원받는 길, 영생을 얻는 길'이란 뜻이다. 정통 기독교 신앙으로 보면 무슨 사이비 이론 같지만 그렇지 않다.

"진실로 너희에게 이르노니 무엇이든지 너희가 땅에서 매면 하늘에서도 매일 것이요 무엇이든지 땅에서 풀면 하늘에서도 풀리리라." (마태복음 18장18절)

예수 역시 저자와 같은 맥락으로 말씀하고 있다. 땅의 부르짖음을 외면하면서 하늘의 보좌를 운운한다면 그것은 종교 사기극이다. 오늘날 기독교나 타 종교가 비난받아야 한다면 현실을 외면한 채 피안의 세계만 이야기하는 것이다. 땅과 하늘은 닿아있다. 천국도 극락도 현재의 연장선에 있다.

가만히 있는 것은 죽었다는 증거

저자는 세월호 사건을 통해 피안의 세계를 말하는 혜안을 가졌다. '지금 여기'가 전부가 아니지만, '지금 여기'에서 충실해야 '그때 거기'도 있음을 조명해 주고 있다. 저자는 그래서 '가만있으라'는 말을 토했던 그날의 세월호를 야만의 표상으로 본다. '사회적 약자에 대한 폭력' 다시 말해, '사회적 강자가 사회적 약자에게 불합리하게 행사하는 폭력'이라 말한다.

세월호 참사는 한 사건을 넘어 야만의 사회인 헬조선의 바로미터다. 그렇게 된 이유는 권력을 감시하고 자본을 비판하던 지식인이 이 땅에서 사라졌기 때문이라고 한다. 이미 지식인들은 권력과 한 몸이 되어 힘없는 자들을 비판하고 있다. 저자는 지식인의 한 사람으로 올바로 보고 자성하고 있다.

나 또한 종교인으로 같은 생각이다. 이 땅의 헬조선화는 종교인들이 권력에 빌붙었기 때문이다. 피안의 세계만 말하지 현재 어떻게 살아야 정당한 건지를 말하지 않기 때문이다. 물질의 맘몬이즘을 섬기느라 진정한 신을 외면했다.

저자는 책에서 세월호 발생 때 보여준 한국사회의 야만적 민낯과 사건 이후에 나타난 아픈 자들의 인권, 이후 공동체의 움직임을 통한 자율적 연대 그리고 세월호를 진정으로 만나기 위한 '영원의 빛'을 말한다. 저자의 철학적 고뇌는 결국 신에게 닿아있다.

세월호 사건을 보며 우리가 무엇을 할 것인가. 저자는 이리 주문한다. 먼저 법치국가를 만들어야 한다. 시장 활동의 야만성을 극복하고 공정성을 확보해야 한다. 약자 친화적 감성을 강화해야 한다. 하지만 감성은 오래 가지 못한다고 경고한다.

"감성은 아무리 강렬해도 지속되지 않는다. 시간이 지나면 흔적은 남아도 강도는 약해지고 망각되진 않아도 일상 속에 묻혀버린다. 예민해진 감성이 내게 가져온 충격, 그것으로부터 무엇인가를 새롭게 만들어내려면 감성과는 다른 능력이 필요하다. 그것은 사유능력이다." - 본문 36쪽

철학자다운 지적이다. 세월호 참사를 겪고도 무사유, 무뇌의 인간으로 남는다면 헬조선은 영원할 것이다. 세월호의 눈으로 인권을 들여다봐야 한다. 세월호로 아파하는 이들을 '대한민국을 반국가 세력에 넘기려는 주범'으로 내모는 권력, 진상규명 요구가 친북좌파 짓으로 규정되는 사회, 이 사회에서 필요한 것은 인권 친화적 생각이다.

제대로 사유하지 못하는 인간은 죽은 것이다. 마찬가지로 제대로 사유하지 못하는 사회는 죽은 것이다. 그러므로 세월호 참사를 겪고도 의미를 사유하지 못한다면 그것만큼 끔직한 것은 없다. 세월호 참사의 원인이 '생각하지 않음, 즉 무사유 때문'이라는 지적이 설득력 있는 이유다.

세월호를 빨리 잊고 미래로 가자는 이들의 무뇌적 발언이 난무하지만 그건 바른 생각이 아니다. 저자는 "망각의 속도는 참으로 빠르다"며 안타까워한다. 세월호는 장은주(<세월호 이후의 한국교육>에서)의 지적처럼 "메리토크라시, 곧 능력자 지배체제에 대한 우리 사회의 광범위하고 강고한 공감대" 때문이다.

"가만있으라"는 말에 순종하도록 배운 학생들이 순종했다 희생되었다. 이젠 가만있으라는 말에 순종할 게 아니라 생각해야 한다. 희생자 가족을 종북으로 모는 이들은 "어떤 경우에도 타인의 생각과 행동에 '왜?'라는 물음을 던지지 못하는 사람들"(148쪽)이라며, 저자는 공감능력이 아니라 사유능력을 주문한다.

자, 이제 세월호를 잊지 말고 생각하자. 사유하자. "무엇이라도 해주셔야 합니다, 1년 뒤에도, 10년 뒤에도 잊지 않겠다고 말해주십시오"라고 부르짖는 희생자 유가족의 절규를 잊지 말자. 그것이 바로 우리가 살았다는 것을 증명하는 것이기에.

덧붙이는 글 | <가만히 있는 자들의 비극> (이충진 지음 / 컵앤캡 펴냄 / 2016. 3 / 159쪽 / 9000 원)

※뒤안길은 뒤쪽으로 나 있는 오롯한 오솔길입니다. 책을 읽으며 떠오르는 생각의 오솔길을 걷고 싶습니다. 함께 걸어 보지 않으시겠어요.

List of Articles
번호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수
3088 순전한신앙이야기 좁은 땅 좁은 마음들 황부일목사 2016-11-27 341
3087 순전한신앙이야기 성시화 운동은 기독교 이상주의 황부일목사 2016-11-07 295
3086 순전한신앙이야기 교회성장은 그리스도로 온전해져 감에 있다 황부일목사 2016-11-01 405
3085 순전한신앙이야기 《올바른 신앙의 뿌리를 찾아서》 황부일목사 2016-10-29 727
3084 더깊은신앙으로 이현주의 최후의 심판(5) 존경하는 재판장 각하! 이현주 2016-10-11 492
3083 논문신학성경 칭의를 주시는 분은 반드시 성화를 이루신다 운영자 2016-10-01 523
3082 순전한신앙이야기 인본적인 개혁주의와 복음적인 개혁주의 황부일목사 2016-09-30 455
3081 더깊은신앙으로 예수도 제자들을 편애하셨나? 이현주 2016-09-28 486
3080 목회독서교육 [책 뒤안길] 박노자의 <대한민국 주식회사>로 본 박근혜 정권 file 김학현 목사 2016-09-24 480
3079 더깊은신앙으로 약은 청지기의 처세술 file 이현주 2016-09-18 697
3078 목회독서교육 [책 뒤안길] 유시민의 글쓰기 이론 <공감필법> file 김학현 목사 2016-09-08 600
3077 목회독서교육 [책 뒤안길] 진중권의 새 인문학 패러다임 <테크노 인문학의 구상> file 김학현 목사 2016-09-06 533
3076 목회독서교육 [책 뒤안길] 최병성 목사의 <길 위의 십자가> file 김학현 목사 2016-09-01 736
3075 순전한신앙이야기 "구원을 얻고 구원을 살아 가는 믿음에 대해" 황부일목사 2016-08-28 622
3074 목회독서교육 [책 뒤안길] 강수돌의 착한 경제학 책 <지구를 구하는 소비> file 김학현 목사 2016-08-24 535
3073 순전한신앙이야기 이시대 우리들의 심각한 예배문제 황부일목사 2016-08-20 544
3072 목회독서교육 [책 뒤안길] 정욱식의 실험 소설<말과 칼>통해 본 정권의 속내 file 김학현 목사 2016-08-06 416
» 목회독서교육 [책 뒤안길] 세월호로 조명한 한국사회, <가만히 있는 자들의 비극> file 김학현 목사 2016-08-03 456
3070 순전한신앙이야기 "우리교회인가? 주의교회인가?" 황부일목사 2016-08-02 537
3069 순전한신앙이야기 교회안에있는 불의한 사조직 황부일목사 2016-07-15 497
3068 목회독서교육 [책 뒤안길] 소재원의 소설 <균- 가습기 살균제와 말해지지 않는 것> file 김학현 목사 2016-07-08 448
3067 목회독서교육 [책 뒤안길] 종자 주권과 생물 다양성 다룬 <씨앗을 부탁해> file 김학현 목사 2016-07-05 749
3066 목회독서교육 [책 뒤안길] 북파이중간첩 구광렬 소설 <각하, 죽은 듯이 살겠습니다> file 김학현 목사 2016-07-01 399
3065 수필칼럼사설 [김교신20] 비진리가 진리를 대하는 태도 file 백소영 2016-06-24 410
3064 순전한신앙이야기 우리는 세상을 지키는 자인가! 교회를 지키는 자인가! 황부일목사 2016-06-22 466
3063 목회독서교육 [책 뒤안길] 강원대 교수네트워크의 <세월호가 남긴 절망과 희망> file 김학현 목사 2016-06-20 406
3062 목회독서교육 [책 뒤안길 - 물에게 2] <녹조라떼 드실래요>를 읽고 file 김학현 목사 2016-06-16 432
3061 100가지,50가지 유태인의 자녀교육 40가지 영자 2016-06-11 493
3060 영성묵상훈련 조나단 에드워즈가 말하는 12가지 참된 신앙의 표지 file 이상웅 교수 2016-06-10 792
3059 목회독서교육 [책 뒤안길] <또 하나의 복지, 물>을 읽고 file 김학현 목사 2016-06-09 382
3058 목회독서교육 [책 뒤안길] 중년의 위기를 넘는 법 <중년의 배신> file 김학현 목사 2016-06-05 782
3057 논문신학성경 성경편찬 역사 다복솔 2016-05-27 547
3056 목회독서교육 [책 뒤안길] 노년을 위한 준비서 <나는 이제 백발도 사랑하게 되었네> file 김학현 목사 2016-05-25 664
3055 순전한신앙이야기 복음이있는 곳에만 참 은혜가있다 황부일목사 2016-05-23 879
3054 목회독서교육 [책 뒤안길] 김덕수 교수의 <이순신의 진실> file 김학현 목사 2016-05-20 594

 

 혹 글을 퍼오실 때는 경로 (url)까지 함께 퍼와서 올려 주세요

자료를 올릴 때는 반드시 출처를 밝혀 주세요. 이단 자료는 통보 없이 즉시 삭제합니다.

    본 홈페이지는 조건없이 주고가신 예수님 처럼, 조건없이 퍼가기, 인용, 링크 모두 허용합니다.(단, 이단단체나, 상업적, 불법이용은 엄금)
    *운영자: 최용우 (010-7162-3514) * 9191az@hanmail.net * 30150 세종시 보람1길12 호려울마을2단지 201동 1608호
XE Logi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