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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아야 면장
"악귀가 대답하여 이르되 내가 예수도 알고 바울도 알거니와 너희는 누구냐 하며"(행 19:15)
불교 고승들에게는 벽을 바라보고 앉아서 도를 깨우치는 면벽(面壁) 득도 방법이 있다고 합니다. 벽만
바라보며 도를 닦는 과정은 매우 답답한 과정일 것입니다. 그러나 득도하면 아주 홀가분한 마음으로
면벽(免壁)하여 벽에서 떠날 수 있다고 합니다. 우리 글이 한자어에서 유래된 단어들이 많아서 한자와
같이 쓰이지 않으면 오해를 할 수있는 단어들이 많이 있습니다. 우리는 '알아야 면장'이라는 격언을 작은
고을의 책임자인 면장(面長) 직무라도 무언가 아는 것이 있어야 올바로 수행할 수 있다는 말로 보통 알고
있는데, 사실은 벗어날 '면'자와 답답할 '장'을 써서 면장(免牆)이며, 무엇인가 알게 되면 답답함을
면할 수 있다는 말이라고 합니다. 어릴 때부터 제 꿈이 면장이 되는 것이었는데, 이 격언의 뜻도 제대로
알지 못한 것이 부끄럽습니다. 무엇을 안다고 생각할 때, 정확히 아는 것이 얼마나 중요한지를 배웁니다.
무언가 알아보려고 할 때, 대상이 사물이냐 사람이냐에 따라 강조되는 내용이 달라진다는 사실을 생각해
보려고 합니다. 사물일 경우에는 오직 ‘정확성’만이 중요합니다. 그러나 사람일 경우에는 ‘정확성’보다
그에 못지않게 상호 관계성이 중요하다는 점을 생각해야 합니다. 나는 상대를 안다고 생각하는데 상대쪽이
나를 모른다면 상호 관계적 앎이 아니고 단지 표면적 앎에 불과할 뿐입니다. 성경에서의 ‘알다’라는 말은
더 깊은 뜻을 내포합니다. 서로 상대를 안다는 것을 전제하지만, 서로의 '필요성'이라는 요건이 추가되어
있습니다. 본문은 바울이 축사 사역을 행하자 유대 제사장 스게와의 일곱 아들도 이 일을 흉내 내려고
했던 사건의 기록입니다. 그런데 악귀가 그들을 제압하며 한 말이 흥미롭습니다. “예수도 내가 알고
바울도 내가 알거니와 너희는 누구냐”물었습니다. 영적 존재인 악귀는 "나는 당신이 누구인 줄 아노니"
(막 1:24)함으로 예수님의 신분을 정확히 알고 있다고 말합니다. 악귀는 예수님을 알고는 있었지만,
"우리가 당신과 무슨 상관이 있나이까"(막 1:24)한 것처럼 서로 필요한 관계가 아니었습니다. 결국
예수님과 악귀의 앎은 서로 아는 정도이지 ‘서로의 필요성’이 확인되지 못했습니다. 믿음은 하나님을
‘바르게 아는 것’을 기초하여 '서로의 필요성'을 깨닫는 것이라는 생각입니다. 전지 전능하신 하나님은
우리들의 모든 것을 정확히 알고 계시며 우리들이 필요하다고 성경은 말씀하십니다. 우리들도 하나님을
바르게 알아 올바른 관계를 확보해야 할 것이라 생각합니다. 우리들 모두 하나님을 알되 바르게 앎으로써
면장(免牆)이 되어 평안한 마음을 갖게되면 좋겠습니다. 저는 언제나 면장(面長)이 되어 꿈을 이룰 수
있을지 답답한 마음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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