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매일 아침 차 한잔 마시면서 전해드리는 햇볕같은이야기
♣♣그 5669번째 쪽지!
□지렁이와 멸치
어릴 적 다녔던 교회의 장로님은 기도를 할 때 꼭 “하나님 아버지! 이 똥버럭지만도 못하고 거시랑 같은 불초 소생을 불쌍히 여기시어서 한번만 용서해 주시고....” 하고 기도하셨습니다. 어린 나이에 왜 하필이면 징그럽게 ‘똥버러지만도 못하다 하시고 자신을 거시랑 같다고 하실까?’ 하고 고개를 갸웃거렸습니다. 전라도 사투리로 똥버럭지는 ‘똥벌레’이고 ‘거시랑’은 ‘지렁이’입니다.
한번은 주일학교에서 기도를 하는데 나도 모르게 “똥버럭지만도...”하고 장로님 기도가 갑자기 튀어나왔습니다. 깜짝 놀라... 얼른 “멸치만도 못하고...” 하고 바꾸어서 기도했습니다. 하필 그 순간에 내 입에서 ‘멸치’가 튀어나왔는지 모르겠습니다. 아마도 뼈도 없고 눈도 없는 지렁이 보다 그래도 멸치는 뼈도 있고 눈도 있어 더 낫다는 생각이 들었던 것 같습니다.
그런데 성경을 읽다보니 성경에도 “나는 지렁이만도 못하고... 똥벌레 구더기만도 못하다.”고 기도했던 사람이 있었네요. 바로 욥입니다. 욥기25장 5-6절에 나옵니다. 또 있습니다. 이사야서41장 14절에는 하나님께서 “지렁이 같은 너 야곱아”하고 부르십니다. 오메... 하나님도 지렁이라고 하셨네???? 다윗도 “나는 벌레요 사람이 아니라 사람의 비방 거리요 백성의 조롱거리니이다.”(시22:6) 라고 했습니다.
눈이 없어 한치 앞도 내다볼 수 없는 지렁이처럼 인생도 한치 앞을 내다볼 수 없습니다. 꿈틀거리는 지렁이처럼 인생도 무지와 교만에 빠져 자아가 꿈틀꿈틀 하면서 죄를 짓습니다.
누가 나를 조금만 무시해도, 조금만 손해를 봐도, 조금만 서운한 말을 들어도 버럭 화를 내는 것이 맞네요. 우리는 멸치라기보다는 지렁이에 더 가깝네요.ⓒ최용우
♥2016.12.16. 쇠날에 좋은해, 밝은달 아빠 드립니다.
최신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