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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복일기017-1.17】 왁 왁 거리며
그냥 산에 올랐다. 꼭 무슨 이유가 있어야 하나? 그냥 아무 이유 없이 그냥 산에 올랐다. 산은 조용하다. 산은 매일 가도, 오랜만에 가도 언제나 나를 거절하는 법이 없다. 그냥 조용히 그 자리에 있을 뿐이다.
산은 여럿이 가도 좋지만 혼자 가도 좋다. 여럿이 가면 이런저런 세상 돌아가는 이야기를 할 수 있어 좋고, 혼자 가면 내 안에 있는 오만가지 번뇌를 떨쳐버릴 수 있어 좋다. 내 마음에 탁한 기운들이 헉 헉 거리는 숨결에 다 빠져 나가고 어느새 마음이 맑아진다.
오늘은 좀 답답한 일이 있어 나도 모르게 ‘왁 왁’ 소리를 친다. 나가지 않으려는 내 안의 어두운 기운들을 그렇게 왁 왁 토해놓는 것이다. 그렇게 마치 목에 달라붙은 가래를 떨어내듯 왁왁거리며 산을 올랐다.
발 밑으로 가랑잎들이 바스락거리면서 밟힌다.
멀리 억새가 바람에 살랑살랑 하얀 머리를 흔든다. ⓒ최용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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