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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치미라는 말의 유래
우리가 쓰는 말 중에 ‘시치미’라는 말이 있다. “‘시치미’ 떼면 안되죠”“시치미 떼지마”와 같은 말을 자주 사용한다. 그러나 그 뜻을 정확하게 할고 사용하는 사람은 많지 않다. 일반 단어와는 다르게 특별한 의미를 주는 단어는 그 말의 유래를 알고 사용하면 더 확실하게 사용할 수 있다.
동서양을 막론하고 날아다니는 새인 “매”는 사람들에게 많이 친숙해져 있다. 매가 야생에 속하는 것이지만 매를 길들이므로 생활에서 유용하게 사용하였기 때문이다. 특별히 오늘날과 같은 메스컴이나 통신이 발달하지 못하였던 시대에 매는 정보를 주고받는 도구로 많이 사용되었다.
그런데 이 매는 사용하는 방법에 따라 여러 가지 이름이 있다. 남도민요 ‘남원산성’의 가사에 보면 “남원산성 올라가 이화문전 바라보니 수지니 날지니 해동청 보라매....”라는 말이 있다. ‘수지니 날지니 해동청 보라매’는 모두 매를 일컫는 말이다. 날지니는 야생으로 사는 매를 가리키고, 보라매는 길들여 사냥에 쓰는 매를 일컫는 데, 1년이 안된 새끼 매를 길들여 사냥에 쓰는 매로 아주 용맨한 매를 가리킨다, 우리나라 공군을 가리켜 ‘보라매’라고 하고 공사가 위치했던 곳을 보라매 공원이라고 하는 이유도 이에 연유된다. 수지니는 새끼 때부터 길들여진 매이고 해동청은 사냥용 매이다.
이와 같이 유용한 매를 길들여 토끼나 꿩을 잡는 데 사용하는 사람들이 많아졌다. 그런데 매가 많아질수록 문제 역시 많아졌다. 때론 매가 뒤섞이거나 자기 집에서 길들여 수지니나 보라매로 키웠는데, 다른 집으로 날아가버리는 사건이 생겼던 것이다. 남의 매인 줄 알고 주인이 찾을 때 돌려주면 되지만 그런 매를 갖는다는 게 쉽지 않기 때문에 자기 매로 슬쩍 감추는 일들이 생긴 것이다.
이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방법을 생각하였는데, 수지니나 보라매를 훈련시켜 자기 매인 것을 표시하기 위해 네모난 뿔에 이름과 주소를 적어 매의 꽁지깃털 속에 매어두었다. 이것을 가리켜 바로 ‘시치미’라고 한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시치미를 보고 주인에게 돌려주었지만 간혹 번지수를 잘못 찾은 매를 잡아 원 주인의 ‘시치미’를 떼어버리고 자기 ‘시치미’를 매다는 사람들이 생긴 것이다. 이런 사람들을 가리켜 한 말이 “‘시치미’ 떼지마”라는 말이다. 옛날에는 지문을 체취하거나 일이나 유전자를 검색하므로 원 주인을 밝힐 수 없었기 때문에 알면서도 어찌할 수 없었다.
예나 지금이나 남의 것을 탐하는 사람들이 있다. 자기가 하고도 아니한 체, 알고도 모르는 체하는 ‘시치미’를 떼는 사람들이 오늘날에도 많이 있다. 이런 류에 대하여 근래에는 지문을 체취하거나 유전자를 검색하거나 또는 CCTV를 통해 진위를 가린다. 그러나 말의 ‘시치미’나 표정의 ‘시치미’는 이런 기구로서는 진위를 가리지 못한다. 단지 하나님이 주신 ‘양심’으로 체크할 뿐이다.
어쨌던 ‘시치미’를 떼는 것은 좋지 못하다. 생활 속에 ‘시치미’를 떼는 일이 없는지 잘 살펴보아야 할 것이다.
최한주 목사 <푸른숲교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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