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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미세먼지와 시민의 ‘목숨값’
석광훈 녹색연합 전문위원
경향신문 2018.01.21
최근 고농도 미세먼지 비상저감조치로 서울시가 무료 대중교통정책을 시행하면서, 정치권에서는 ‘포퓰리즘’이라며 서울시에 대한 비판이 연일 지속되었다. 이 대책으로 하루 50억원의 예산이 소요되니 낭비라는 주장에 대해, 서울시는 ‘시민의 생명이 달린 문제에 늑장대응보다는 차라리 과잉대응이 낫다’는 반론을 펴왔다. 사실 이 대책은 이제 시작단계라 그 실효성을 충분히 검증하기에는 아직 이르다.
그러나 반대진영이 예산에 그토록 민감하다면 미세먼지로 희생되는 ‘시민의 생명’이 가지는 금전적 가치가 얼마나 될까에 대해서 생각해볼 필요가 있다. 미세먼지로 인한 수도권의 조기사망 추정치와 사망의 사회적 손실비용을 알 수 있다면 대략 미세먼지로 희생되는 생명의 금전적 가치를 추정할 수 있다. 2015년 인하대·아주대 공동연구팀과 환경정책평가연구원이 각각 미세먼지로 인한 서울·경기지역 조기사망자가 연간 1만5000여명이라는 연구결과를 발표한 바 있다. 이 중 중국 효과와 국내 석탄발전소 등의 요인을 제외하고 10~20%만 수도권 교통부문 미세먼지로 사망한다고 가정해도, 그 숫자는 약 1500~3000명에 이른다.
그렇다면 시민의 ‘목숨값’은 어느 정도일까? 개인의 생명가치를 가늠하는 일은 주관적일 수 있지만, 매년 수천명의 교통사고 사망자를 다뤄야 하는 세계 각국의 교통당국은 이를 정량화시켜 산정하고 있다. 2013년 한국교통연구원은 국내 도로교통 사망사고로 인한 사회적 손실비용을 1인당 약 7억4000만원으로 산정한 바 있다. 이에 비해 영국 교통부는 1인당 약 33억원, 일본 내각부는 약 27억원으로 산정한다. 따라서 국내 기준으로 본다면 수도권 교통부문 미세먼지의 사회적 손실비용은 약 1조~2조원, 국제권고치로 본다면 약 5조~10조원 정도에 이른다.
물론 이 액수를 서울시의 연간 고농도 미세먼지 예상일수인 7일로 한정시킬 경우 추가적 계산이 복잡해진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서울시의 비상조치로 인한 지출이 연간 최대 400억원 정도라고 본다면 낭비라고 하기엔 근거가 궁색하다. 연간 3000억원에 육박하는 적자를 낳고도 1년 365일 시행되는 서울의 지하철 노인 무임승차제도에 비하면 시도해볼 가치는 충분하다. 심지어 아무런 차량저감 효과가 없더라도 대중교통을 이용하는 시민들에 대한 세금환급 효과가 있을지언정, 낭비라고 부를 일은 아니다.
해외의 경우 프랑스 정부와 파리시가 지난 2014년부터 고농도 미세먼지 발생 시 차량 2부제와 무상 대중교통시책을 병행해 20%의 통행량을 저감시킨 바 있다. 정치권 일각에선 파리도 실패해 지난해 그만둔 정책이라고 비난하기도 했다. 그러나 이는 파리가 기존 정책에서 센강변 도로 정체구간의 폐쇄와 공원으로의 전환, 2000년 이전 생산된 노후 경유차 파리 진입 금지 등 더 강력한 교통정책으로 전환하는 과정일 뿐 실패가 아니다. 정치권은 서울시의 새로운 시도를 두고 비아냥거리기 전에 자신은 과연 미세먼지 재난에 무엇을 해왔는지 되돌아볼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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