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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9에 실려갔다.

풍경일기2018 최용우............... 조회 수 110 추천 수 0 2018.03.23 20:34: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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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풍경일기82-3.23】 119에 실려갔다


글 몇 조각 쓰고 조금 늦게 잠자리에 들었다. 그런데 2시쯤 기침이 너무 나와 잠에서 깼다. 기침이 멈추지 않고 한 30분쯤 계속 나오더니 갑자기 숨을 쉴 수 없었다.
빨리 운전하여 선병원 응급실로 가야겠다는 판단이 섰다. 무조건 자동차 키를 들고 밖으로 뛰어 나갔다. 그러나 숨을 쉴 수가 없어서 운전석에 앉자마자 핸드폰으로 119를 불렀다.
5분 만에 엠블란스가 와서 코에 간이 호흡기를 끼워준다. 아내와 좋은이가 놀라서 일어나 구급차에 탔다. 응급조치를 하면서 호흡기 전문의가 있는 대전을지대학교 병원 응급실로 실려 갔다.
산소를 공급하면서 여러 가지 검사를 하고 찍고 피를 뽑고 안정제를 맞고 나니 그제야 조금 숨을 쉴 수 있었다. 사람은 숨을 못 쉬면 죽는다는 것은 끝까지 확인 안 해도 정말 확실한 것 같다.
양쪽 폐가 잔뜩 부어 있고, 아직 정확한 원인을 알 수 없어 13층 1인 격리병동에 수용(?)되었다. ⓒ최용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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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 입원혔다. ㅠㅠ


폭풍우 같은 시간들이 지나갔다. 격리병동에서 운명공동체인 아내와 마스크를 쓰고 마주보며 그냥 너무 황당해 하다. 나의 아버지가 결핵으로 돌아가신 가족력이 있어 일단 잠깐 격리되었었는데, 아침 8시에 출근하여 나를 배정받은 주치의가 밤새 일어난 기록을 확인하고 결핵은 아닌 것 같으니 ‘집중관리실’로 옮겨서 상태를 보다가 만일의 사태가 벌어지면 중환자실로 간다고 한다.
지난밤에 아내가 너무 놀라 급한 상황에서 앞뒤 따질 겨를도 없이... 교회 사모님, 아우 목사에게 문자를 보냈다고 했다.
목사님과 박권사님이 달려 오셨다. 참 면목 없다. 지난 두 달 동안 기침이 안 떨어지고 계속 골골거렸었다. 아마도 그것이 급성 폐렴으로 발전한 것 같다.
오른쪽 왼쪽 팔에 주사기가 주렁주렁 달리고... 주사약을 내 몸에 넣을 때마다 무슨 무슨 약이라고 했는데 하나도 기억은 안 난다. 그나마 정신이 말짱하여 의사에게 나의 의사표현을 할 수 있으니 다행이다. 아내가 급한 대로 편의점에서 몇 가지 필요한 것을 사 왔다.
아내가 잠깐 집에 간 사이에 6인이 사용하는 집중관리실로 옮겼다.
병원학교는 의대생으로 와야 하는데, 환자로 입학 하다니...
아이고, 도대체 지금 나에게 무슨 일이 벌어진 것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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병원 풍경


내 앞의 환자는 폐에 물이 차서 계속 기계로 뽑아낸다. 그 앞의 환자는 영동에서 실려 온 할머니인데, 주사 바늘을 마구 뽑아버려 의사가 팔을 묶어 놓았다.
오후에 아내와 좋은이가 왔다. 호흡은 거의 잡혀서 크게 움직이지만 않으면 숨이 가쁘지는 않았다. 어항 속에 기포 발생기처럼 증류수로 산소를 만들어주는 호흡기를 떼어냈다. 링거까지 떼어내니 이제 환자복을 입은 것으로만 내가 환자인 것을 알 수 있게 되었다.
아내와 좋은이가 집으로 돌아가고 오후 내내 목사님이 가져온 다니엘서를 풀어 쓴<바벨론의 비밀요원> 책을 읽었다.
책을 읽다가 커텐을 치고 앉아 핸드폰 어플에서 찬송가 가사를 불러내어 부르기 시작하다. 소리 내서 부르지는 못하고 그냥 붕어처럼 입만 벙긋거리며 찬송을 불렀다. 북한의 지하교인들이 이렇게 찬송을 불렀다는 얘기를 들은 것 같다. 한 50곡 정도 불렀다. 긴장이 풀려서인지 8시부터 졸음이 몰려온다.
비몽사몽 잠결에 “예수님 제 가슴을 만져 주세요... 제 가슴에 손을 얹어 주세요. 양쪽을 동시에 누르면 아프니까 한쪽씩 안수하여 주세요...” 하고 기도했더니 예수님이 나의 가슴을 한쪽씩 눌러 주셨다. 뭔가 시원해지는 느낌이 들었다. ⓒ최용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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