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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성민의 정치 인사이드] 정치는 '책임지는 것’…

뉴스언론 경향신문............... 조회 수 288 추천 수 0 2018.06.03 08:50: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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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성민의 정치 인사이드]‘정치는 책임지는 것’…
물러나야 할 ‘친박’이 여전한데, 누가 지지할까
 ▶박성민의 2018 정치 기상도 “한국의 주인이 바뀌고 있다” 
2018.06.02 06:00:06


보수의 시대는 끝났다
한국 보수는 비전도 전략도 리더십도 책임감도 없다
20~40대뿐 아니라 베이비부머들도 등을 돌리고 있다
이번 선거에선 한강전선을 포기했고, 대구 방어도 힘겨워 보인다
만일 ‘궤멸적 참패’를 당한다면 ‘정계 은퇴’가 정치의 기본이다
그러나, 단언컨대 그들은 그렇게 하지 않을 것이다
하나회 숙청보다 어려운 것이 ‘친박’ 제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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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러스트 | 김상민기자

  
<삼십세>의 작가 잉게보르크 바하만이 쓴 시 ‘추락하는 것은 날개가 있다’의 원제는 ‘놀이는 끝났다’이다. 같은 제목으로 소설을 쓴 이문열과 ‘서른, 잔치는 끝났다’라는 시를 쓴 최영미도 영감을 받은 듯하다. ‘추락하는 것은 날개가 있다’는 두 개의 메시지를 담고 있다. 날개가 있어 올라갈 수 있었다는 것과 그 날개에 문제가 생겨 추락하고 있다는 것이다. 그리스 신화에 나오는 이카로스는 아버지 다이달로스의 경고를 무시하고 (태양 가까이) 너무 높게 날아 올랐다가 (밀랍으로 만든) 날개가 녹아서 추락한다.


민심의 중력에 이끌려 보수가 추락하고 있다. 보수의 잔치는 끝났다. 대선에 이어 지방선거에서도 역사적 참패가 예고되고 있다. 경영전략가인 짐 콜린스는 <위대한 기업은 다 어디로 갔을까>라는 책에서 강하고 능력있는 기업의 몰락을 5단계로 설명했다. 1단계는 성공으로부터 자만심이 생겨나는 단계, 2단계는 원칙 없이 더 많은 욕심을 내는 단계, 3단계는 위험과 위기 가능성을 부정하는 단계, 4단계는 (공포와 절망 속에) 구원을 찾아 헤매는 단계, 5단계는 유명무실해지거나 생명이 끝나는 단계다.


한때 세계를 지배했던 위대한 기업들도 이런 단계를 거치면서 몰락했다. 휴대전화 시장을 지배했던 노키아와 모토로라도 시장의 변화를 읽지 못하고 과거의 성공에 집착하다 스마트폰의 신흥 강자 애플과 삼성에 시장을 완전히 빼앗겼다.


한국의 보수는 4단계에서 5단계로 넘어가고 있다. 시대의 흐름을 읽는 ‘통찰’도 없고, 자신을 향한 ‘성찰’도 없다. 나라 걱정도 없고, 당 걱정도 없다. 오로지 자기 걱정뿐이다. 자기들이 ‘모신’ 두 명의 대통령이 감옥에 있는데도 그만두는 국회의원이 단 한 명도 없다. 비행기는 이륙할 때와 착륙할 때가 위험하다. 정당도 잘나갈 때 오만해지고, 어려울 때 서로 네 탓한다. 자유한국당이 자중지란에 빠졌다.


홍준표 대표가 광역단체장 6곳을 사수하지 못하면 그만두겠다고 하자 홍준표 대표의 ‘백의종군’을 요구하는 당내 인사들은 (홍준표 대표가) 그만둬야 6곳을 사수할 수 있다고 맞선다. 당이 위기라는 데는 동의하지만 원인과 해결책은 전혀 다르다. 반홍의원들은 홍준표 대표의 막말과 대북 강경 발언이 (지지율 하락의) 원인이므로 대표가 뒤로 물러나기 전에는 지지율이 오르지 않을 거라고 주장한다. 과연 그럴까.


4선의 정우택 의원은 “남북관계와 동북아의 정세가 송두리째 뒤바뀔 수 있는 외교안보적 급변상황이 전개되고 있음에도 당 지도부가 설득력 있는 논리와 대안 제시 없이 무조건 반대하는 식으로 비쳐짐으로써 국민의 염원에 부응한 당의 미래지향적 좌표 설정에 실패했다”고 비판했지만 홍 대표와 ‘다른’ 설득력 있는 논리와 대안을 들어본 적이 없는 국민들에게는 별로 설득력이 없다.


북핵 위기가 본격화된 1994년 이후 한국의 보수는 (북한 붕괴론에 기반한 흡수통일론 외에는) 한반도 평화에 대한 담대한 구상이 없었다. 군 출신인 노태우 대통령의 북방 정책이 한반도의 빅픽처였다는 것을 생각하면 놀라운 일이다. 1990년 9월 한·소수교, 1991년 9월 남북한 유엔동시가입, 1991년 12월 남북기본합의서, 1992년 한·중수교를 주도한 보수 정당이 1994년 김일성 사후 조문정국에서 ‘색깔론’으로 되돌아간 것은 역사적 패착이다. 이후 한반도 이슈 주도권은 민주·진보 진영으로 넘어갔다. 남북정상회담을 한 세 명의 대통령이 모두 민주당인 것은 보수의 전략적 실패를 상징한다.


“평화는 힘의 균형으로 얻어지는 것이지 말의 성찬으로 얻어지는 것은 결코 아닙니다”라는 홍준표 대표의 말에 전적으로 동의한다. 하지만 통상을 통해서 (전쟁을 할 수 없을 정도로) 상호이익이 걸리게 하는 것도 평화를 얻는 훌륭한 전략이 될 수 있다. 국민 정서가 통일에서 평화로 움직이는 것을 예민하게 관찰했다면 ‘다음 세대를 위한 평화’라는 한반도 평화 독트린을 구상했어야 한다. 그러나 한국의 보수는 단 한 발짝도 앞으로 가지 않았다.


문재인 대통령의 한반도 운전자론은 한반도 대리운전자라는 조롱을 받았지만 지금 협상장 밖에서 구경꾼으로 전락한 것은 한·미동맹의 굳건한 신봉자인 한국 보수다. 홍준표 대표가 트럼프 대통령에게 (편지를 통해) 보수의 우려를 전달했다고 하지만 트럼프 대통령이 ‘동맹파’의 딱한(?) 사정을 얼마나 배려해 줄지는 알 수 없다. 냉정하게 평가하자면 한국의 보수는 한반도 평화체제에 대한 비전도 없고, 전략도 없고, 리더십도 없다.


불과 얼마 전까지만 하더라도 한반도의 운명이 문재인, 트럼프, 김정은 세 사람에 의해 결정될 거라고 누가 상상이나 했겠는가. 세계사의 한 페이지를 장식하게 될 역사적 담판의 주인공이 되기에는 뭔가 부족해 보였지만 자리와 상황이 짧은 시간에 세 명 모두를 뛰어난 전략가로 변모시켰다. 놀라운 반전이다. 불확실성이 너무 큰 상황이라 내일 또 무슨 일이 벌어질지는 알 수 없지만 이들이 이미 한반도의 게임 체인저가 되고 있는 것만은 분명하다.


통제할 수 없는 변수가 해일처럼 몰려오자 한국의 보수는 속수무책으로 떠내려 가고 있다. 지방선거를 불과 10일 앞둔 현재 선거 전망은 암울하다. (지금의 여론조사대로라면) 2006년 지방 선거에서 (열린우리당이 당한 해방 이후 최악의 참패에 버금가는) 패배가 예고되고 있다. 자유한국당의 지방선거 슬로건인 “나라를 통째로 넘기시겠습니까?”와 김문수 서울시장 후보의 슬로건 “서울은 자유다”가 폐기된 것에서 우왕좌왕의 당혹이 드러난다. 보수 진영이 선거에서 이토록 무기력한 모습은 처음 본다. 공포와 절망 속에 구원을 찾아 헤매는 초라한 모습이다.


나는 보수의 시대가 저물고 있다는 징후를 오래전부터 느껴왔는데 2012년에 쓴 <정치의 몰락>이라는 책의 부제를 ‘보수시대의 종언과 새로운 권력의 탄생’으로 붙인 것도 그 때문이다. 2018년 1월2일 경향신문에 ‘한국의 주인이 바뀌고 있다’는 칼럼도 기고했다.


“영원한 제국 같았던 보수의 시대가 끝나가고 있다. (…) 히말라야가 무너지면 에베레스트의 아우라도 사라진다. 보수의 페르소나 박근혜가 몰락하자 보수의 아우라도 사라졌다. 지난 70년간 보수 우위 시대를 지탱해온 보수의 히말라야인 일곱 개 기반이 모두 흔들리고 있다. 지식인, 보수 언론, 문화, 재벌, 권력기관, 기독교, 보수 정당의 물적 토대가 뿌리째 흔들리고 있다. 2000년대 이후 담론 시장에서 경쟁력 있는 보수 지식인은 찾아 보기 힘들다. 젊은이들에게 영향력 있는 문화계 인사들은 블랙리스트에 오른 사실을 자랑스러워하며 보수 권력을 조롱한다. 숫자가 너무 많아 (보수 정권은) 리스트를 만들고 관리하기도 버거웠다. 존경받는 (보수) 언론인, 종교인, 기업인도 보이지 않는다. 젊은이들에게 보수에 대한 이미지를 물어보면 “존경할 인물이 없다” “부패했다” “촌스럽다”는 것이었는데 최근에는 “능력도 없다”가 추가됐다.”


한국의 보수가 하드 파워(물리력)와 소프트 파워(매력)를 모두 잃은 상태에서 박근혜 정권에서는 국정원 댓글, 언론 통제, 블랙리스트, 사법 거래 등의 불법적 ‘샤프 파워(Sharp Power)’를 동원했다가 탄핵이라는 비참한 종말을 맞았다.


미국의 신학자 라인홀드 니버는 1932년 출간한 <도덕적 인간과 비도덕적 사회>라는 명저에서 (진보주의자들이 흔히 빠지는) 도덕적 이상주의를 신랄하게 비판했다. 실제로 진보는 비도덕적 문제도 도덕적 방식으로 해결하려는 경향이 있다. 그는 인간의 본성을 무시하고 유토피아적 낙관주의를 설파하는 이상주의자들과 싸웠다. 한국의 민주·진보 진영은 경제, 외교, 안보와 같은 비도덕적 영역도 추상적이고 도덕적인 슬로건으로 해결하려는 위험한 경향이 있다. 개인과 집단의 윤리가 다르다는 사실을 구분하지 못하기 때문이다.


반면 한국의 보수는 도덕적 문제를 비도덕적 방법으로 해결하려는 경향이 있다. 문학, 영화, 예술을 사법처리하고, 블랙리스트를 만들고, 정치적 반대자들을 불법적으로 처벌하기 위해 사법 거래를 하는 등 회유, 협박, 불법 감시의 ‘샤프 파워’를 거리낌 없이 동원한다. 그 결과 한국의 보수는 20~40대의 젊은 사람들에게 철저하게 외면당하는 매력 없는 제품(집단)이 되었다. 최근에는 ‘베이버부머’까지도 등을 돌리는 상황이다. (기업의 몰락으로 치면) 사실상 유명무실해지거나 생명이 끝나는 단계다. 2010년 지방선거 이후 20~40대에서는 단 한 번도 이기지 못했는데, 2017년 대선에서는 50대마저 잃었다.


앞의 칼럼을 조금 더 인용해보자. “6·13 지방선거에서는 아마도 자유한국당으로 대표되는 보수, 즉 ‘북한에는 강경하고 시장에는 관대한’ 전통적 보수의 몰락을 볼 수도 있다. (…) 2000년대 이후 이회창·이명박·박근혜를 거치면서 보수 정당 주도권이 자유주의 세력에서 보수 세력으로 넘어가면서 보수는 몰락의 길을 걷기 시작했다. 1990년 3당 합당 이후 보수 정당 안에서는 자유주의 세력과 보수 세력이 ‘개혁’과 ‘보수’로 충돌하면서 만들어낸 다양성이 당을 강하게 만들었고 승리를 가져다주었다. (…)그러나 이명박·박근혜 정권을 거치면서 다른 목소리를 허용하지 않고 한목소리로 충성을 보이라고 몰아붙이더니 급기야 국정교과서라는 자폐적 광기의 정점으로 치닫고 말았다. 그때 보수는 끝났다.”


중도 보수, 합리적 보수, 중도 우파, 자유주의 우파 등으로 불리는 유권자가 보수 정당으로부터 완전히 이탈한 상태다. 자유한국당은 이들이 돌아올 것으로 믿는 모양이지만 그럴 가능성은 거의 없다. 이미 자유한국당은 전의를 상실하고 한강 전선은 포기했다. 충청, 부산, 경남, 강원은 민주당의 텃밭으로 바뀌고 있다. 솔직히 강남과 대구 방어도 힘겨운 상황이다.


한국의 보수가 이렇게 철저하게 망가진 책임은 단언컨대 ‘친박’이라는 기이한 집단 때문이다. 신념도 없고, 정치윤리도 없으니 ‘결사’로 부르기도 어렵다. 아마도 정치적 계파연 하는 집단 중에서도 가장 불가사의한 집단으로 기록될 것이다. 혁신도 없고, 반성도 없고, 책임도 없고, 비전도 없고, 부끄러움도 없고, 물러가지도 않는다. 2015년에는 새누리당을 쑥대밭으로 만들더니 2016년 총선에서는 정당 역사상 들은 적도, 본 적도 없는 공천 난장의 후과로 참패를 당한 뒤에도 책임을 지기는커녕 전당대회에서 당 대표를 장악했다. 최소한의 정치윤리도 없는 막가파식 행태를 보인 것이다. 박근혜 대통령이 헌정 사상 최초로 탄핵당하고 감옥에 가 있는 상황에서도 단 한 명도 (의리상이라도) 국회의원을 그만두지 않았다.


경악할 일은 지방선거에 출마한 후보 대부분이 민주당 후보에게 30%씩 지는 여론조사가 발표 되는 상황에서도 당 대표를 흔들면서 당권 잡을 궁리만 하고 있다는 점이다. 홍준표 대표의 언행이 당의 지지율을 끌어내리는 것은 사실이다. 처음부터 안보 프레임이 아니라 경제 프레임으로 전략 방향을 잡았다면 지금보다는 상황이 덜 나빴을지도 모른다. 그러나 본질적 문제는 그게 아니다. 지금처럼 젊은층에게 철저하게 외면당하는 상황이 계속된다면 2020년 총선에서 자유한국당은 소멸될 것이다. 정치는 책임을 지는 것이다. 2007년 정권을 빼앗긴 후 친노도 (스스로 폐족이라 하며) 책임을 지고 뒤로 물러났다. (자신들이 모신 대통령이 탄핵되어 감옥에 있는 상황에서) 2016년 총선, 2017년 대선, 그리고 2018년 지방선거에서 자신이 속한 당이 궤멸적 참패를 당한다면 모두가 책임을 지고 물러나는 것이 정치의 기본이지만 단언컨대 ‘친박’이라 불리는 정치 집단이 그렇게 할 리가 없다. ‘하나회’ 숙청보다 어려운 것이 ‘친박’ 제거다. 보수의 시대는 끝났다.


▶필자 박성민
1991년 설립한 정치컨설팅그룹 ‘민’의 대표이자, 한국의 대표적인 정치컨설턴트다. 30년 이상 선거를 치르면서 익힌 감각과 예리하고 독창적인 시각을 평가받고 있다. 정치게임에서 승리하는 법칙을 담은 <강한 것이 옳은 것을 이긴다> <정치의 몰락> 등을 썼다.

원문보기:
http://news.khan.co.kr/kh_news/khan_art_view.html?artid=201806020600065&code=910100&sat_menu=A074#csidx9c8bfbdec1445f386e3373cdb7e79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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