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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 아침 차 한잔 마시면서 전해드리는 햇볕같은이야기
♣♣그 6105번째 쪽지!
□항아리와 냉장고
어제 말갛게 닦아놓은 항아리들을 어머니는 오늘도 닦고 또 닦으신다. 지상의 어느 성소인들 저보다 깨끗할까 맑은 물이 뚝뚝 흐르는 행주를 쥔 주름투성이의 손을 항아리에 앉고 세례를 베풀 듯, 어머니는 어머니의 성소를 닦고 또 닦으신다. -고진하<어머니의 성소>중
홈페이지의 가족 게시판 타이틀 사진은 우리 집 장독대 모습인데, 매월 1일에 같은 장소에서 같은 장면을 찍습니다. 벌써 10년이 넘었으니 120장의 사진을 쭉 이어서 동영상처럼 만들면 10년의 세월이 바람처럼 흘러가는 모습을 볼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장독대의 항아리는 2층에 사시는 웅이 할머니의 것입니다. 처음에는 행주로 항아리를 닦는 모습을 자주 볼 수 있었으나, 지금은 80이 넘으셔서 힘에 부치는지 자주 사용하는 항아리를 대문 옆 수돗가에 가져다 놓기 시작하였고 장독대가 두 곳이 되었습니다.
그 집 여자들이 얼마나 부지런한지는 장독대 항아리가 얼마나 반짝이는지를 보면 된다는 옛말이 있습니다. 현대인의 장독대는 ‘냉장고’입니다. 아내가 냉장고를 어찌나 애지중지 하는지 마치 할머니가 항아리를 애지중지 하는 것 같습니다. 비록 오래 된 냉장고라 골골거려서 언제 갈지 모르지만 정갈한 냉장고를 보면 평소에 단정한 아내의 성품을 보는 것 같습니다. 보통 냉장고 문을 열면 ‘냉장고 냄새’가 나는데 우리 집 냉장고는 아내가 어떻게 하는지 모르겠지만 그런 냄새가 전혀 안 납니다.
냉장고는 아내의 영역이기 때문에 냉장고에 대해 이러쿵 저러쿵 하지 말라고 합니다. (음.. 그런데 지금 나는 겁도 없이 이러쿵 저러쿵 하고 있다.) 아내는 냉장고를 닦으면서 마음도 닦는 것일까요? 저도 뭐든 닦을 것을 만들어야 마음이 깨끗해질 것 같습니다. ⓒ최용우
♥2018.6.19. 불날에 좋은해, 밝은달 아빠 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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