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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넷을 항해하면서 발견한 다시 읽고 싶은 글을 스크랩했습니다. 인터넷 공간이 워낙 넓다보니 전에 봐 두었던 글을 다시 찾기가 여간 어려운 게 아닙니다. 그래서 스크랩할만한 글을 갈무리합니다. (출처 표시를 하지 않으면 글이 게시가 안됩니다.)

양 한 마리, 양 두 마리...

경포호수가에서 피러한............... 조회 수 110 추천 수 0 2018.08.08 14:26: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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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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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 한 마리, 양 두 마리... 텃밭에 키웠던 옥수수가 처음엔 더디게 자란 것 같았는데 어느 순간 어른 키만큼 커버렸다. 그런데 이상하게도 키에 비해 열매는 갑자기 성장을 멈춘 듯 더 이상 크질 않는다. 자세히 살펴보니 옥수수 밭 바로 위에 가로등이 있었다. 시골에서 농사짓는 어르신들이 가로등 때문에 관공서에 항의를 많이 하신다고 것을 보면 밤에 가로수 등이 식물에게 피해를 주는 것이 분명했다. 물론 식물은 동물처럼 잠들게 하는 호르몬은 없지만 빛의 파장에 따라 수면운동 기능이 있다고 한다. 이런 연유로 밤에도 계속 빛을 비춰주면 식물이 혼란이 와 성장 장애를 일으킨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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식물조차 이렇게 밤에 잠을 자지 못하면 발육하지 못하는데 하물며 사람은 어떠하겠는가. 미국의학연구소 통계에 의하면 인구의 약 24%가 수면장애로 고통을 겪는다고 했다. 물론 한국도 약 1/4이 불면증 증세가 있는데 60세 이상에선 50%가 여기에 해당된다. 그런데 이런 외적 통계보다도 더 큰 문제는 대다수 국민들이 수면장애를 병으로 인식하지 못한 채 방치하다가 암보다 더 무서운 일을 만나게 된다. 일단 잠을 제대로 못 자면 일상생활 속 불편을 넘어서 장기화 될수록 만사가 뒤틀리기 시작한다. 밥을 보약이라 하듯 수면도 보약이라고 말하는 것은 잠은 가장 효과적인 피로회복제 뿐 아니라 감정을 조절하는 해독성까지 갖추고 있기에 행복지수에 결정적인 영향을 주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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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을 희생하는 대가는 생각 이상으로 크다. 사흘을 굶고도 일할 수 있지만 하루만 못 자도 만사가 귀찮아 얼굴은 찌푸릴 수밖에 없다. 그들에겐 일상적인 신선한 공기와 햇빛, 자연의 향기, 새들의 지저귐조차 아무 감흥을 주지 못한다. 만약 누가 작은 일에도 신경을 곤두세우거나 호의를 거부했다면 분명히 상대는 전날 밤에 잠을 제대로 못 잤음을 알고 이해하려고 노력해야 한다. 정상적인 컨디션이라면 아무리 힘들어도 잠만 자고나면 언제 그랬냐하듯, 처음 만난사람처럼 새로운 소망과 열정을 갖고 어떤 일이든 두려워하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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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공평한 세상은 잠에서도 동일하게 작용한다. 누구에게는 그 일이 가장 쉽게 여기나 누구는 그것이 세상에서 가장 어려운 일로 느껴진다. 세상만사 뜻대로 되지 않는 것에 대해선 어느 정도 용납할 각오가 되어있다고 하지만 잠자는 일에 대해선 쉬운 문제를 풀지 못하여 답답함을 넘어 너무도 억울한 심정이다. 양 한 마리, 양 두 마리, 양 세 마리... 세어 봐도 잠은커녕 정신만 더 말똥해진다. 마치 지옥의 몸부림 같은 불면의 고통을 어느 남자는 40년 동안 앓아오면서 <잠 못 드는 고통에 관하여> 책을 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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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그 책에선 문제에 대한 답이 아니라 질문만 있다. 저자는 불면에 대해 개인적인 습관, 부작용 그리고 사회문화적인 상황까지 연결시켜보지만 답은 제시하지 못했다. 그렇다면 숙면은 보통 부류 외에는 불가능한 일일까? 아니다. 세상진리는 생각 이상으로 단순하다. 불면증 역시 일상 속에서 접근해야 하는 것은 원인 역시 거기에서 나왔기에 그렇다. 사람은 피곤하면 잠이 오는 것이 당연한 일인데 몸을 눕혀도 멈출 수 없는 생각이 잠을 방해한다. 경제란, 자녀문제, 인간관계 그리고 노후생활 등 세상은 편리해지는데 이상하게도 마음은 더 복잡하다. 사람은 유기적 존재이므로 몸은 잠을 원하지만 근심, 염려, 두려움 등이 감정 층을 두껍게 쌓이면서 잠자는 일을 더욱 어렵게 만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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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국 어떤 고민이든지 지나가겠지만 두려움이나 노여움은 잠재되어 잠을 설치게 한다. 잠을 떠나서 행복한 인생을 위해서도 정서적 안정은 무엇보다도 중요한 관건이다. 카네기는 ‘어려운 일을 만날 때는 최악의 상황을 상상해보라!’ 그런 후에 한 단계씩 내려가라고 했다. 자연의 순리란 자신은 해결할 수 없음을 인정하고 겸손하게 신에게 맡기는 것이다. 사람은 늘 착각한다. 마음만 먹으면 무슨 일이든 다 할 수 있는 줄 알지만 내 의지와는 상관없이 자율신경이 생명활동에 기본이 되는 모든 기관을 무의식적으로 주관하기에 내가 살 수 있었다. 이렇듯 자율신경도 내 의지와 상관없듯이 잠을 방해할 정도의 감정을 내가 어떻게 조절하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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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떤 글을 보니, 면화를 실은 트럭 위에서 다리를 벌리고 자는 인부들을 보았는데, 바로 그 뒤 고급 승용차 안에는 불면증에 걸린 듯 핼쑥한 부정축재자 얼굴이 서로 대비되더라고 했다. 사람이 잠을 잘 때는 적어도 모든 욕심에서 무장 해제된 상태임에도 몸과 마음의 고뇌는 고스란히 얼굴에 나타나고 있다. 하지만 적어도 그 모습은 무의식의 표정이기에 가장 진실한 자아일 수 있다. 그래서 자는 모습을 보면 누구라도 연민의 정이 느껴진다. 누구 말대로 애써서 일해도 하루 세 끼 먹는 것은 똑 같듯이 누구라도 잠 앞에선 평준화가 이루어짐을 새삼 동감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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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 사회는 갈수록 잠 못 자게 하는 요소들이 늘어 가면서 마치 공황장애자로 만드는 것 같다. 불면증 환자처럼 그들에게 가장 효과적인 치료는 잠재우는 일이다. 안개처럼 포근하고 솜사탕처럼 달콤한 잠은 괴로운 인생에게 주어진 최고의 선물이다. 꼭 필요한 것만 갖고 사는 미니멀라이프(Minimal Life), 천천히 여유를 즐기며 사는 슬로라이프(Slow Life)가 주목받는 이유가 있다. 잠자는 시간까지 줄여가며 바쁘게 사는 것이 아닌 적당한 수면 시간을 유지하면서 여유를 갖고 살아가야 일상에서 작지만 실현 가능한 행복을 추구하는 소확행(小確幸)의 삶을 누릴 수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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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 보니 인생의 1/3을 차지하는 잠에 따라서 이생의 성과 곧 행복지수를 가름해 볼 수 있다. 하지만 우리가 기억해야 할 일이 있다. 죽음을 긴 잠이라면 육신의 잠은 영원한 잠을 자기위한 과정이라는 점이다. 인생은 태어나는 순간 죽음을 향해 달리고 있다. 죽으면 영원히 잔다. 인생은 하루 한 번씩 잠을 통해 영면(永眠)을 준비한다. 물론 세상에 태어나서 행복하고 건강한 삶의 질을 강조한 웰빙(well-being)적 삶, 치유를 통한 힐빙(heal-being)도 중요하지만, 영원한 잠을 준비케 하는 웰다잉(well-dying)은 더욱 중요하다. 천상병 시인처럼 잠시 머물렀던 이 땅의 시간들이 아름다운 소풍이라고 말할 수 있으려면, 지금 잠을 방해하는 OO을 잘 처리해야만 마지막 순간에도 편히 눈을 감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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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년 8월 8일 강릉에서 피러한(한억만) 드립니다.
사진허락작가:하누리님, 추운펭귄님, 이요셉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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