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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경남신문] 친구되던 날 (김태경)

신춘문예 김태경............... 조회 수 75 추천 수 0 2018.10.19 09:44: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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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태경


아빠의 얼굴과 목에 땀이 시냇물처럼 줄줄 흐르고, 벌겋게 부푼 얼굴은 터지기 일보 직전이다.

나는 멀찍이 그 모습을 지켜보다가 이내 가방을 덜컹거리며 아파트 입구 쪽으로 뛰어갔다. 차라리 이렇게 아빠와 마주치지 않았으면 좋겠다. 내가 아무리 짜증내고 화를 내어도 아빠는 기어이 내 도움을 거절할 게 뻔하니까.

“아빠.”

아빠가 숨을 몰아쉬며 돌아보았다. 무릎 위에 있는 까만 비닐봉지 안에는 자두가 새초롬한 얼굴을 내보이고 있었다.

“민석아! 학교 수업이 벌써 끝난 거냐? 아차차, 맞다. 오늘이 토요일이지?”

아빠가 봉지를 달랑 들어 보이며 하얀 이를 한껏 드러낸 채 웃었다.

“향기가 달콤해서 오는 내내 군침 흘렸다니까. 하하하.”

지금 나는 자두가 중요한 게 아니다. 빨리 이 뙤약볕에서 벗어나고 싶은 마음뿐이다.

“내가 밀어줄게. 나 더워서 쓰러지면 아빠가 책임질 거야?”

내가 아빠를 밀어준다는 것은, 바로 아빠가 타고 있는 휠체어를 밀어준다는 것이다. 그리고 곧 예상대로 장난꾸러기처럼 웃던 아빠의 얼굴이 살짝 심각해졌다.

“아빠가 무슨 말 할지 알지? 자꾸 도움을 받으면 나중에 아빠가 더 약해져.”

“그럼 저쪽 아파트 후문으로 오면 되잖아. 왜 항상 정문으로 오는 건데?”

아들인 나도 아빠를 정말 이해할 수가 없다. 우리 아파트 정문은 경사가 있기 때문에 자전거를 타는 꼬마들도 쉽게 올라가지 못한다. 반면, 후문으로 들어가는 길은 평평해서 힘을 들이지 않고도 편하게 갈 수가 있다.

항상 잔소리처럼 아빠에게 말하지만, 절대 내 말은 듣지 않는다. 나는 또다시 실랑이를 벌이고 싶지 않아 이쯤해서 그만 포기를 했다.

“알았어. 아빠를 누가 말려, 휴. 나 먼저 갈 테니까 빨리 와!”

나는 볼멘소리를 꽥 하고는 후다닥 아파트 안으로 뛰어 들어갔다.

“아들! 자두는 미워하지 말고 들고 가줘라.”

뒤를 돌아보니 아빠가 비닐봉지를 살랑살랑 흔들어 보이며 씨익 웃고 있었다.

어휴, 아빠는 내 속도 모르고 저렇게 웃고 싶을까!


우리 아빠는 시인이다. 아빠 이름으로 나온 책을 나도 두 권 가지고 있다. 내가 아빠를 얼마나 자랑스러워하는지 쑥스러워서 말하지 못했지만, 나는 정말 우리 아빠가 최고였다. 물론, 지금도 최고이지만…….

지난겨울, 비까지 내리던 늦은 밤. 아빠가 늦게까지 들어오지 않아 걱정하던 우리는 결국 불길한 전화 한 통을 받았다. 그리고 쿵쾅대는 심장을 겨우 끌어안은 채 병원으로 향했다.

하반신 마비. 아빠 몸 상태에 대한 진단이었다.

그날 동료들과 중요한 모임을 끝내고 집으로 돌아오는 길, 갑자기 신호를 무시하고 달려오던 차와 사고가 났고 아빠는 정신을 잃었다.

휴, 그 뒤 이야기는 더 하고 싶지 않다. 아빠가 얼마나 아파하고 힘들어했는지, 그리고 엄마와 내가 얼마나 울었는지 말이다…….


“민석아, 오늘 저녁은 우리끼리 오붓하게 먹어야겠다. 엄마가 늦는다고 연락 왔거든.”

실내용 휠체어로 갈아타면서 아빠가 말했다.

“엄마는 혼자 맛있는 거 먹으러 다니는 것 같아. 우리 걱정은 안 되나?”

“인석아, 걱정을 왜 해. 이렇게 멀쩡한 사나이가 둘이나 있는데!”

내 시선이 나도 모르게 아빠의 다리 쪽으로 옮겨갔다. 아빠가 눈치를 채고는 바퀴를 밀어 부엌으로 쓰르륵 들어갔다.

“오늘 저녁 메뉴는 뭘 하면 좋을까? 김치찌개? 닭볶음탕? 아니지, 카레! 너 카레 좋아하잖아. 카레 해먹자.”

“싫어. 손 많이 가잖아. 귀찮아…….”

심드렁한 내 대답에 아빠는 목청을 높이며 자신만만하게 말했다.

“걱정 마, 아빠가 다 할 테니까!”

내가 소파에 털썩 앉자마자 아빠가 분주히 주방을 왔다 갔다 했다. 냉장고 문 열기를 수십 번. 텔레비전 프로그램도 눈에 들어오지 않았다. 결국 나도 팔을 걷어붙이고 아빠를 돕기 시작했다.

영어 학원이 끝나고 나는 곧장 태권도 학원으로 갔다. 태권도 학원을 마치면 집으로 쏜살같이 뛰어갈 생각이다.

오늘이 내 생일이기 때문이다. 내 생일을 핑계 삼아 뷔페 식사권을 엄마로부터 어렵게 얻어내었다. 엄마는 아빠가 불편할 것이라고 내키지 않아 했지만 아빠는 무조건 좋다고 했다.

태권도 학원까지 마치고 밖으로 나오니 아직도 햇볕이 뜨겁기만 했다. 나는 마트에 들어가서 아이스크림을 사들고 나왔다.

아파트 정문으로 막 들어서려고 할 때 아빠 목소리가 들렸다.

“어이, 아들!”

“이번엔 또 토마토야?”

까만 비닐봉지 안에 새빨간 토마토가 담뿍 담겨져 있었다.

“아빠가 동네 나가면 얼마나 인기가 많은데. 어떤 아주머니는 사인까지 부탁하더라.”

“칫, 아빠가 무슨 연예인이야? 사인까지 하게?”

나는 부러 입을 삐죽 내밀었지만 가슴은 왈랑왈랑 기분 좋게 뛰기 시작했다.

“야, 최민석!”

그때였다. 태권도 도복을 입고 나에게 걸어오는 호준이가 보였다.

호준이는 4학년 때 같은 반을 했었고, 태권도 학원을 다니면서 종종 마주쳤지만 친한 사이는 아니다. 그런 호준이가 나를 보고 다가오는 게 이상했다.

“어, 그래.”

내가 어색하게 인사를 받자 호준이는 아빠가 타고 있는 휠체어를 뚫어져라 바라봤다. 근데 녀석의 표정이 이상했다. 신기한 듯 쳐다보는 얼굴이 영 맘에 들지 않았다.

“너네 아빠, 장애인이었어?”

장애인, 장애인…… 장애인!

처음이었다. 누군가 아빠를 보고 장애인이라고 말한 것은. 순간 나는 눈을 홉뜬 채 호준이를 노려보았다.

아빠를 앞에 두고 신기한 듯 구경하는 녀석의 얼굴에 내 주먹이 날아간 건, 번개가 번쩍 지나가는 것만큼 순식간의 일이었다.

‘퍽’하는 소리와 함께 호준이가 뒤로 나자빠졌다. 그리고 녀석의 입술에서 피가 흘러내리기 시작했다.

“민석아! 무슨 짓이야!”

아빠의 고함소리가 벼락처럼 컸다. 당황해하며 호준이를 일으켜 주려고 아빠가 다가가자 호준이가 벌떡 일어섰다.

“야, 너…….”

나는 터져 나오려는 울음을 겨우 삼키고는 씩씩대며 아파트 안으로 뛰어갔다. 뒤도 돌아보지 않았다. 그리고 내 방문을 꼭꼭 걸어 잠갔다.

그렇게 내 생일은 호준이란 녀석 때문에 허무하게 지나가버렸다.

며칠 동안 아빠는 나를 보고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그냥 얼굴을 보고 ‘흠’하는 소리와 함께 잠시 바라보기만 했다.


“너, 친구 입술을 아주 찢어 놓았다면서?”

저녁을 먹고 있는데 엄마가 눈을 살짝 흘긴 채 말했다. 그 일을 엄마는 모르고 있었는데 아빠가 얘기했나 보다.

“…….”

“근데 이상하지? 왜 걔네 엄마한테서 연락이 안 올까? 내가 먼저 전화를 걸어서 사과해야겠지?”

엄마의 말에 아빠가 발끈해서는 말했다.

“당신이 왜 전화해! 우리 잘못도 있지만 민석이가 먼저 반성하고 사과해야지.”

“그건 그렇지만…….”

목구멍으로 넘어가던 밥이 콱 막힐 것만 같았다. 꾸역꾸역 밥을 밀어 놓고는 내 방으로 들어와 버렸다.

태권도 학원에서 호준이와 꽤 자주 마주쳤다. 하지만 그때마다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아니, 차라리 무시하고 지나가면 되는데 며칠 전부터는 나를 보고 씩 웃고 지나가는 게 아닌가!

그 웃음이 썩 유쾌하지도 않았고 뭔가 꺼림칙한 기분이 들었다.

아빠가 알면 혼날 것 같아서 말은 못했지만, 나는 호준이가 먼저 사과를 해야 된다고 생각한다. 분명 녀석이 잘못 말했으니까…….

“우산 챙겨 가라. 오후부터 비 온단다.”

운동화를 신고 있는데 거실에서 책을 보던 아빠가 말했다.

“다녀올게요…….”

나는 그대로 현관문을 열고 나와 버렸다.

오후가 되자 먹구름이 스멀스멀 모여들기 시작했다. 그리고 태권도 수업이 마칠 때쯤 굵은 빗방울이 툭툭 떨어지는 것이다.

아이들이 우르르 빠져나갈 때까지 기다렸다. 우산을 가져가라는 아빠 말을 한 번만 들을걸, 내심 후회가 되었다.

비는 곧 그칠 것 같지 않았다. 신나게 빗금을 쳐대며 쏟아져 내렸다. 나는 학원 건물 입구에 팻말처럼 서 있었다.

그때였다. 누가 내 어깨를 툭 치는 것이다.

“우산 안 가져왔냐?”

호준이었다. 녀석이 갑자기 말을 걸자 가슴이 툭탁툭탁 뛰기 시작했다.

“무, 무슨 상관인데…….”

내가 우물쭈물 말하자 녀석이 픽 웃었다.

“왜 웃어?”

나는 뾰족한 눈으로 녀석을 째려보았다.

“나도 그랬거든. 너랑 똑같이. 그래서 좀 웃기다구.”

“도대체 무슨 말이야? 뭐가 똑같다는 건데?”

“나도 친구 입술을 이 모양으로 만든 적이 있단 말이야. 아야야. 지금도 좀 아프긴 하다.”

녀석이 엄살을 떠는 건지, 얼굴을 살짝 찌푸리더니 손을 입술에 가져다댔다. 나도 같이 인상을 쓰면서 녀석을 바라봤다. 많이 아물긴 했지만 딱지가 붙은 입술 언저리가 아파 보이긴 했다.

“3학년 때 진짜 친한 친구가 있었거든. 우리 집에 초대한 유일한 녀석이었어. 그날 친구랑 거실에서 레고를 쌓고 있는데, 계속 내 동생을 신기하게 쳐다보는 거야. 그게 맘에 안 들었지만 신경 쓰지 않았지. 근데 갑자기 이러는 거야, ‘네 동생 장애인이야?’ 그 말에 나도 모르게 주먹으로, 퍽! 녀석의 입술을 찢어 버렸지.”

“뭐어?”

나는 갑자기 동생 이야기를 하는 호준이가 당황스러워 말이 나오지 않았다.

“그리고 녀석은 엄마한테 다 이를 거라면서 울면서 뛰쳐나갔어. 그리고 진짜 걔네 엄마가 화가 나서 우리 집에 온 거 있지. 그때 나는 정말 억울했거든……. 아무튼 그래서 너도 나랑 똑같다고.”

“그, 그러냐…….”

“미안하다. 사실 놀라서 물어 본건데 네 기분을 나쁘게 했으니까. 너네 아빠가 시인이라는 건 알고 있었는데, 그렇게 휠체어를 타고 있는 모습에 놀라서 그만…….”

그 얘기를 듣자 마자 머릿속에 호준이의 표정이 다시 그려졌다. 아빠를 신기하게 바라보던 게 아닌, 놀라서 어리둥절해하던 표정으로 말이다.

“내 동생은 소아마비거든. 그래서 휠체어 타고 다녀. 너네 아빠 모습을 보고 나도 모르게 다가간건데. 암튼 미안하다.”

“야!”

나는 성질을 버럭 내며 소리쳤다.

“왜 그래?”

눈을 동그랗게 뜨고 호준이가 물었다.

“내가 먼저 사과하려고 했는데, 네가 먼저 하면 난 아빠한테 뭐라 그러냐. 내가 미안하다. 아무리 그래도 때리면 안 되는 건데…….”

“그래서 내가 일주일씩이나 기다렸구만. 너 솔직히 말해 봐. 사과할 마음 없었지? 내가 먼저 사과하길 기다린 거지?”

순간 가슴이 뜨끔했다. 녀석이 살살 웃으면서 내 어깨를 툭툭 쳤다.

“어? 야, 너 우산 있잖아. 근데 왜 안 가고 있었어?”

그때서야 오른손에 달랑달랑 흔들리고 있는 파란색 우산이 눈에 들어왔다.

“아, 맞다. 나 우산 있었지. 그럼 나 먼저 간다!”

“엥? 야, 우산 씌어주려고 했던 거 아니냐? 이 배신자 같이 가!”

빗속으로 먼저 뛰어 들어간 호준이의 뒤꽁무니를 쫓아 뛰어갔다.

찰박거리는 빗물이 가슴을 다 시원하게 만들어 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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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선소감>


아이들 가슴을 꿈틀거리게 할 이야기


몸은 자꾸만 움츠러들고, 꿈을 향하던 마음은 한풀 꺾여 주춤거리고 있었습니다. 언제나 마음만 앞서가고 있는 나 자신을 탓하기도 했습니다. 신춘문예로 향하는 길은 저에게 아득하게만 느껴졌지요. 감히 기대조차 못했는데, 당선 소식을 알리는 전화에 얼마나 놀라고 행복하던지요.

동화를 쓴다는 것은 또 하나의 삶이었고, 따스한 햇볕을 잔뜩 쬐는 것처럼 나 자신을 치유해 가는 길이기도 했습니다.

꿈을 향해 가는 모험의 길, 당선의 기쁨을 저에게 주신 심사위원님과 경남신문 관계자 분들께 온 진심을 다해 감사드립니다. 혼자만의 시간으로 글을 써왔기에 막막했고, 또한 부족함을 절실히 느꼈습니다. 그 모든 것을 채워 가기 위해 호된 담금질의 시간을 보낼 것입니다.

사랑하는 가족들에게 고마운 마음 가득하고, 우리 엄마, 황순옥 여사님 사랑합니다! 그리고 저의 꿈을 지지하고 함께 걸어가 주는 강군에게도 고맙다는 인사를 전합니다. 믿고 응원해주는 소중한 분들이 있었기에 막막한 현실 안에서도 꿋꿋하게 나아갈 수 있었습니다.

생명 있는 모든 것을 애틋한 마음으로 돌아볼 수 있고 사랑할 수 있는 이야기, 그런 동화를 쓰는 것이 저의 꿈입니다. 동화를 통해 아이들의 가슴을 꿈틀거리게 하고, 저마다의 꽃등을 따스하게 밝혀주고 싶습니다. 앞으로 펼쳐질 시간들에 더욱 치열해질 것이라 나 자신과 약속하며, 가슴속에서 발화되기 시작한 이야기의 씨앗들을 잘 보듬어 향기로운 꽃을 피워 내리라 다짐해 봅니다.

△1983년 밀양 출생
△경남대 사회복지학과 졸업
△보람요양병원 사회복지사 근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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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사평>

감칠맛 나는 문장·새로운 발상 돋보여


이번 신춘문예 동화 응모작은 70여 편이었는데, 하나같이 문장이 반듯해서 읽기가 수월했다. 그런데 읽기가 수월한 동화가 좋은 동화가 아니라 읽기가 즐거운 동화가 좋은 동화다. 읽기가 즐거운 동화란 글쓴이의 생각과 느낌이 참신하고 발랄한 동화를 말한다. 아쉽게도 이런 참신하고 발랄한 생각과 느낌을 이야기로 다스려낸 응모작은 그리 많지 않았다. 바른 문장 쓰기와 같은 표현 공부는 어느 정도 된 듯하다. 이제 이야기를 엮어내는 힘의 원천인 발상 공부로 넘어가자.

당선작으로 뽑은 ‘친구 되던 날’은 표현도 흠잡을 데 없었고 발상도 추어줄 만한 것이었다. 오해라는 흔한 모티프, 반전이라는 전통적인 구성 기법, 친구에 대한 이해와 공감이라는 뻔한 주제…. 그런데 이 상투적인 것들도 이 동화에서는 감칠맛 나게 읽힌다. 장애인을 가족으로 두었다는 점에서 동질감을 느낀 한 아이의 친구에 대한 엉뚱한 반가움, 그것으로 위의 것들을 잘 버무려 놓았기 때문이다. ‘친구 되던 날’은 장애인을 가족으로 둔 아이에 대한 새로운 발상이 돋보이는 작품이다.

당선작과 함께 심사위원이 마지막까지 만지작거린 응모작 세 편에 대해서도 조금만 더 힘을 내라는 뜻에서 몇 마디 말을 해 둔다. ‘장님 삼촌의 시력’은 눈먼 사람이 눈이 성한 사람보다 더 잘 보고 더 많이 본다는 메시지를 전하는 동화이다. 그런데 왜 그런지에 대한 진지한 탐구가 부족했다. 그냥 그렇다는 투의 서술로 일관했다는 것이다. 한편, 장님 삼촌이 마음으로 보는 세상은 작위적으로 느껴져서 공감하기가 어려웠다.

‘토끼후드와 거북이’는 주제 의식이 또렷하지 않아서 왜 이런 이야기를 하는 거지 하는 의문이 들었다. 수족관에서 30년이나 갇혀 지냈던 거북이가 바다를 찾아 탈출해 놓곤 우연히 만난 아이한테 다시 수족관으로 데려다 달라고 하는데, 글쎄다. 그리고 거북이는 자기가 살던 용궁 수족관을 아이한테 용궁이라 하여 진짜 용궁으로 알아듣게 만드는데, 이런 말장난에 기대는 이야기는 그리 바람직하지 않다.

당선자한테는 축하의 말을, 낙선자한테는 위로의 말을 전한다. 당선자든 낙선자든 다시 시작한다는 생각을 해 주셨으면 좋겠다. (심사위원 이지호·최미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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