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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기호의 다독다독(多讀多讀)]오장칠부가 된 인간의 글쓰기
한기호 | 한국출판마케팅연구소장
2018.07.09
“문장 훈련에 관한 한, 남다른 비법은 없다. 남들처럼 많이 읽고 많이 쓰는 것 말고는. 틈틈이 책을 보고 일정 분량 글을 쓴다. 테마를 정해 자유로운 형식으로 쓰든, 일기를 쓰든, 청탁 원고를 쓰든, 필사를 하든. (…) 사전은 종류별로 갖고 있지만 어휘력을 목적으로 들춰보지 않는다. 그보다는 다독과 필사가 더 좋다고 생각한다. 한 문장에 복수의 의미를 담는 방법, 평범한 단어를 기발하게 활용하는 방식, 문장 순서를 바꾸는 법, 위트와 유머 등을 동시에 배울 수 있다.”
정유정 작가는 21세기 한국 문단을 선도하고 있습니다. 그가 인터뷰어 지승호의 질문에 답하며 소설 창작의 비밀을 털어놓은 <정유정, 이야기를 이야기하다>(은행나무)에서 “본인만의 소설 창작의 비밀”이라고 밝힌 내용입니다.
글쓰기 책이 범람하고 있습니다. 이 책들이 공통적으로 제안하는 글쓰기 방법론은 꾸준히 쓰라는 것입니다. 화학자 출신의 소설가인 곽재식은 <항상 앞부분만 쓰다가 그만두는 당신을 위한 어떻게든 글쓰기>(위즈덤하우스)에서 이렇게 말합니다.
“글을 쓰는 것이 정 어렵다면, 좋은 글을 써야 한다는 생각을 버리고 대충 쓰자! 품질을 떨어뜨려도 된다. 써서는 안 된다고 했던 상투적인 표현이나 수십 번도 더 봤던 거들떠보기도 싫은 이야기도 어쩔 수 없다면 눈 딱 감고 갖다 써도 된다. 그렇게 해서 넝마 같은 글일지언정 하여간 써나가는 것이다.”
평범한 직장인에게 글쓰기의 중요성을 일깨워준 이는 강원국입니다. 청와대에 근무했던 그는 김대중, 노무현 전 대통령에게서 배운, 사람을 움직이는 글쓰기 비법을 담은 <대통령의 글쓰기>(메디치)를 내놓아 일약 글쓰기의 ‘대가’로 떠올랐습니다. 그는 최근에 자신만의 글쓰기 방법론을 담은 <강원국의 글쓰기>(이상 메디치)를 내놓았습니다. 28년 경험을 녹여서 썼다는 그는 이 책에서 고백합니다.
“2014년 2월 첫 책 <대통령의 글쓰기>를 내고 1000번 가까이 강연을 했다. 블로그, 홈페이지에 2000개가 넘는 글을 썼다. 모두 글쓰기에 관한 내용이다. 첫 책 출간 이후 1500일 가까이 글쓰기에 관해서만 생각하며 살았다. 그리고 글쓰기로 고통받는 이들과 만나 대화를 나눴다.”
강원국이 말하는 글 잘 쓰는 비결은 ‘3습’입니다.
“학습, 연습, 습관이다. 그중 하나를 꼽으라면 단연코 습관이다. 단순 무식하게 반복하고 지속하는 것이다. 글쓰기 트랙 위에 자신을 올려놓고 글쓰기를 일상의 일부로, 습관으로 만드는 것이다. 밑 빠진 독에서도 콩나물은 자란다.”
포항에서 교사로 일하는 박균호는 <사람들이 저보고 작가라네요>(북바이북)에서 강원국의 강연을 기획해서 겪었던 경험을 털어놓았습니다. “강연장을 나선 외부 손님들의 표정이 강원국 선생의 그것과 같았다. 사람이 행복하면 저런 표정이 나오는구나 싶었다. 강연이 너무 유익했고 재미났다는 것이다. 놀라운 일이었다. (…) ‘강의가 무척 고급지다’ ‘오늘이 내 인생에서 가장 뜻깊은 날이었다’ ‘오늘은 내 인생의 전환점이 될 것 같다’라는 강의 평이 이어졌다.”
그날 박균호는 오후의 마지막 수업에 들어갔다가 중학교 2학년 애제자에게서 한 줄로 요약된 강연 후기를 들었습니다. “처음에는 조금 낯설었는데 후반으로 가면 갈수록 재미있었고 강연을 다 들으니까 아무 글이라도 꼭 쓰고 싶어졌다.”
그렇습니다. 이제 누구든 아무 글이라도 써야만 합니다. 과거에 작동했던 프레임은 더 이상 통하지 않으니 스스로 생존비법을 터득해야 합니다. 평생직장을 구하는 일은 하늘의 별을 따는 것만큼 어렵습니다. 비혼과 비출산이 급증하면서 가족마저 무너지고 있습니다. 혼자 사는 삶을 기꺼이 받아들이며 살다가 혼자 죽어가야만 하는 세상입니다. 그런데도 우리는 소셜미디어를 통해 누군가와 반드시 연결해야만 합니다. 그야말로 초연결사회입니다. 우리는 무엇으로 연결할까요? 바로 글입니다.
류대성은 <사적인 글쓰기>(휴머니스트)에서 “모든 사람이 읽고 쓰는 시대”, 그야말로 ‘쓰는 인간’이 대세가 되었다고 말합니다. “네트워크 시대를 사는 현대인은 단 한순간도 홀로 지내기 어렵다. 오장육부에 스마트폰까지 부착한 ‘오장칠부’의 인간이 바로 지금 우리의 자화상이다. 함께 모여 이야기를 나눌 때도 뭔가 의견이 다르면 동시에 스마트폰을 꺼낸다. 마치 경쟁이라도 하듯 실시간으로 흡입한 정보를 주고받으며 대화를 이어 간다.”
대화는 주로 글쓰기로 이뤄집니다. 우리는 엄지손가락으로 스마트폰 자판을 누르며 글을 쓰면서 상대의 마음을 얻어야 합니다. 한 줄의 어록은 문자언어가 아니라 영상이미지인 세상입니다. 요즘은 사진 한 장만으로도 상대의 마음을 얻을 수 있지만 감동의 글은 그 마음을 제대로 얻어낼 수 있습니다.
그러니 글쓰기는 “자기 존재에 대한 확인이며, 삶의 목적과 방향을 고민하는 과정”이 되어야 합니다.
“글쓰기는 동일한 사물과 사건을 다르게 보는 과정이다. 나만의 관점으로 인간과 세상을 바라보고 그것을 표현하고 싶은 욕망, 타인에게 감동을 주고 누구나 고개를 끄덕일 만큼 공감할 수 있는 글을 쓰고 싶은 욕망이 사적인 글쓰기”라고 정의를 내린 류대성은 사적인 글쓰기에서는 문학적 상상력보다 창의력이 중요하다고 말합니다. “‘실제로 경험하지 않은 현상이나 사물에 대하여 마음속으로 그려 보는 힘’이 상상력이라면, ‘새로운 것을 생각해 내는 능력’이 창의력”이라니 우리는 ‘사적인 글쓰기’로 창조적 사고력을 키워야만 합니다.
그러니 우리는 글쓰기가 바로 만병통치약인 시대, 누구나 저자가 되어야 하는 시대를 살고 있는 셈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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