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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 아침 차 한잔 마시면서 전해드리는 햇볕같은이야기 그 6429번째 쪽지!
□종지기 집사님
재활용 쓰레기장에 버려져 있는 큰 벽시계를 보니 어렸을 적 다녔던 시골교회 벽에 걸려있던 대형 벽시계 생각이 납니다.
옛날 시골교회에 과부에 까막눈에 가난한 김 아무개 집사님이 있었습니다. 그 남편이 마을에서 남의 집 머슴을 했었다는 이유도 동네아이들까지 그 집 식구들을 무시했습니다. 집사로 임명할 때도 이유도 없이 다른 집사님들이 반대했으나 목사님이 그대로 임명했습니다.
목사님은 매일 새벽에 새벽기도를 알리는 새벽종 치는 일을 하려고 하는 사람이 없어 본인이 치다가 어느 날 아무개 집사님에게 그 일을 한번 해 보라고 맡겼습니다. 아무개 집사님은 시계를 볼 줄 모릅니다. 당연히 집에 시계가 있을 리 없습니다.
교회 벽에 걸려있는 시계를 보고 목사님이 가르쳐준 대로 시계바늘큰놈이 어디에 작은놈이 어디에 오면 종을 쳤습니다. 아무개 집사님은 혹, 늦을까봐 처음에는 교회에서 뜬눈으로 밤을 새고 있다가 시계바늘이 도착하면 종을 쳤습니다.
아무개 집사님의 집에서 교회까지는 약 2km 떨어져 있어 공동묘지 입구를 지나야 하는 이웃 마을이었습니다. 아무개 집사님은 혹, 늦을까봐 항상 한 시간 전에 교회에 도착하여 딱히 기도하는 것도 아니고 시계바늘을 보며 종을 쳐야 될 순간을 기다렸습니다.
아무개 집사님이 기쁜 마음으로 종을 쳤는지 아니면 억지로 쳤는지 그런 건 잘 모르겠습니다. 저는 항상 잠결에 종소리를 들어서...
지금 생각하면 그때, 왜 그 집사님 집에 따르릉 시간을 알려주는 사발시계 하나 사드리고 시간 보는 방법을 가르쳐드릴 생각을 아무도 하지 못했을까? 후회가 됩니다.
사실 저는 그때 초등학생이었습니다. ⓒ최용우
♥2019.8.2 쇠날에 좋은해, 밝은달 아빠 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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