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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넷을 항해하면서 발견한 다시 읽고 싶은 글을 스크랩했습니다. 인터넷 공간이 워낙 넓다보니 전에 봐 두었던 글을 다시 찾기가 여간 어려운 게 아닙니다. 그래서 스크랩할만한 글을 갈무리합니다. (출처 표시를 하지 않으면 글이 게시가 안됩니다.) |
출처 : | https://news.khan.kr/Bpcn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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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해인 수녀의 詩편지](14)어떤 고백
싫어
하고 네가
누군가에게 말하는 동안은
나도 네가 싫다
미워
하고 네가
누군가에게 말하는 동안은
나도 네가 밉다
절대로 용서 못해
하고 누군가에게
네가 말하는 순간은
나도 너를 용서할 수가 없다
우리를 아프고
병들게 하는 그런 말
습관적으로 자주
하는 게 아니었어
내가 아프고 병들어보니
제일 후회되는 그런 말
우리 다신 하지 말자
고운 말만 하는데도
시간이 모자라잖니
화가 나도 이왕이면
고운 말로 사랑하는 법을
우리 다시 배우자
---시집 <희망은 깨어 있네>에서
‘싫다’ ‘밉다’ ‘지겹다’ ‘죽어도 못 참겠다’ ‘절대 용서할 수 없다’ ‘그를 다시 만나면 내가 사람이 아니다’ 등 매우 힘들고 화나는 일이 생길 때 마구 충동적으로 쏟아내는 말을 들으면 그 마음을 이해 못하는 바가 아니지만 좀 지나치다 싶을 적도 많습니다. 강하고 부정적인 표현은 되도록 안 하고 살도록 교육도 받고 실습도 하지만 그게 생각처럼 안돼 속상할 때가 있습니다. 이 시는 어느날 같은 자리에서 싫다, 밉다, 용서 못하겠다는 말을 하도 많이 반복해서 하는 어떤 사람의 말을 듣고 나서 떠오른 생각을 정리해 본 것입니다. 어쩌면 이 시는 누구에게보다 내가 나 자신에게 하고 싶은 충고입니다. 시간이 지나고 나이가 들수록, 수도연륜이 더해질수록 부정적인 말보다는 좀 더 긍정적이며 좋은 말을 듣고 또 하면서 살고 싶은데, 현실적으로는 그렇질 못하니 때로는 체념 아닌 체념을 하게 되는 자신의 모습을 봅니다.
“그 사람은 자기만큼은 절대로 국제결혼 같은 건 안 하겠다더니 동료들 중 제일 먼저 국제결혼을 했다니까요. 그러니 어떤 경우에도 절대라는 말은 쓰지 않는 게 좋겠어요.” 바로 어제 내 가까운 지인이 말하는 걸 들었습니다. 최근에 만난 어느 교사는 집중력이 부족하고 문제행동을 일삼던 학생이 다른 학생의 사소한 잘못에 흥분하는 걸 보고 “나도 너를 참아주고 화를 내지 않았으니 너도 당연히 그렇게 해야지”했더니 이내 수긍을 하더라고 했습니다.
처음에 만나자마자 온갖 일에 불평불만을 늘어놓거나 남의 흉부터 보는 사람, 심지어 친한 친구들을 만난 자리에서조차 덕담은커녕 묘하게 동료의 허물과 단점을 들추어 그의 인격을 깎아내리는 사람을 보는 건 괴로운 일입니다.
신문을 펼치면 국민에게 선한 영향력을 미쳐야 할 이들이 어찌 그리도 심한 말로 상대방을 비난할 수 있을까 싶어 마음이 답답하고 우울해지곤 합니다. 사석에서 생각이 다른 사람과 언쟁을 하게 되더라도, 공석에서 토론하다 혹시 감정이 올라오더라도 그렇게까지 분노와 증오가 가득한 인신공격적인 발언을 해야 하는 건지 당혹스러울 때가 많습니다.
“스스로 언행을 제약하여 신중히 하면 실수하는 일이 적을 것이다” “옛사람이 함부로 말을 입밖에 내지 않았던 것은 실천이 말대로 되지 못할까 부끄러워했기 때문이다”…. 오늘도 <논어>의 ‘이인’편을 다시 읽어보며 마음을 추스릅니다. 고운 말만 하기에도 모자라는 시간인데, 하고 나서 후회하기보다 미리 주의를 기울이는 편이 현명할 것입니다. 우리 모두 각자의 마음을 좀 더 순하게 길들여서 어떤 경우에도 극단적이며 충동적인 막말을 하지 않는 노력을 꾸준히 할 수 있길 바라고 또 기도합니다.
이해인 수녀
경향신문 2019.06.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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