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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넷을 항해하면서 발견한 다시 읽고 싶은 글을 스크랩했습니다. 인터넷 공간이 워낙 넓다보니 전에 봐 두었던 글을 다시 찾기가 여간 어려운 게 아닙니다. 그래서 스크랩할만한 글을 갈무리합니다. (출처 표시를 하지 않으면 글이 게시가 안됩니다.) |
출처 : | https://news.khan.kr/3JNf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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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늘에서
별똥별 한 개 떨어지듯
나뭇잎에
바람 한번 스쳐가듯
빨리 왔던 시간들은
빨리도 떠나가지요?
나이 들수록 시간은
더 빨리 간다고
내게 말했던 벗이여
어서 잊을 것은 잊고
용서할 것은 용서하며
그리운 이들을 만나야겠어요
목숨까지 떨어지기 전
미루지 않고 사랑하는 일
그것만이 중요하다고
내게 말했던 벗이여
눈길은 고요하게
마음은 뜨겁게
아름다운 삶을
오늘이 마지막인 듯이
충실히 살다보면
첫새벽의 기쁨이
새해에도 항상
우리 길을 밝혀 주겠지요?
-시집 <다른 옷은 입을 수가 없네>에서
해마다 12월이 되면 제가 쓴 이 시를 본인의 마음과 같은 걸로 공감해서인지 무척 많은 사람들이 애용하는 것을 볼 수 있습니다. 어떤 이는 엽서를 만들어 송년카드로 쓰기도 하고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엔 여러 종류의 영상시가 떠다닙니다.
요즘은 만나는 사람마다 ‘아니 왜 이리도 시간이 빨리 가는 거지요?’ ‘일년이 마치 한 달처럼 빠른 것 같아요’라고 푸념 섞인 한숨을 쉬고 또 어떤 이는 ‘어떻게 사는 게 잘 사는 건지!’라고 말하기도 합니다.
몇주 전 남자고등학생들과 대화하는 시간이 있었는데 질문시간에 한 학생이 지금껏 수녀님이 써 온 글이나 삶에 자주 인용하거나 영향을 받았던 명언을 구체적으로 소개해 달라고 했습니다. 어쩜 이것은 한 해를 마무리하는데 어울리는 명언일지도 모르겠습니다.
하나는 <단순한 기쁨>의 저자 아베 피에르 신부가 남긴 말 ‘삶이란 사랑하기 위해 주어진 얼마간의 자유시간이다’이고 또 하나는 중국 격언으로 알려져있는 ‘촛불 한개라도 켜는 것이 어둡다고 불평하는 것보다 낫다’는 말입니다.
지난 한 해 동안 사랑하라고 주어진 자유시간을 나는 얼마나 알뜰하게 사용했는가? 힘들다고 못 살겠다고 불평할 수 있는 상황에서 그래도 내가 노력한 희망의 촛불 켜기엔 어떤 것이 있었나? 힘든 일들도 나름대로 잘 인내하며 살아 낸 일년의 시간을 감사하면서 각자 겸허한 마음으로 자기만의 송년엽서를 써 보면 좋을 것 같습니다. 그동안 저의 시편지를 사랑으로 읽어주신 독자 여러분께도 감사드리며 아래의 글로 송년엽서를 대신하고 싶습니다. 저의 첫 산문집인 <두레박> 중 ‘기도일기2’에 나와 있는 이 구절은 정호승 시인과 얼마 전 세상을 떠나신 차동엽 신부님이 저서나 강연에 많이 인용을 해서 사랑받은 글귀이기도 합니다.
사람들로부터 사랑을 많이 받았지만/ 미움도 더러 받았습니다/ 이해도 많이 받았지만/ 오해도 더러 받았습니다/ 기쁜 일도 많았지만/ 슬픈 일도 많았습니다/ 결국 모든 것이 다 소중하고 필요했습니다/ 선뜻 이렇게 고백하기 위해서 왜 그리도 오랜 시간이 걸렸는지요!
이해인 수녀
경향신문 2019.12.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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