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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넷을 항해하면서 발견한 다시 읽고 싶은 글을 스크랩했습니다. 인터넷 공간이 워낙 넓다보니 전에 봐 두었던 글을 다시 찾기가 여간 어려운 게 아닙니다. 그래서 스크랩할만한 글을 갈무리합니다. (출처 표시를 하지 않으면 글이 게시가 안됩니다.) |
출처 : | 조성돈 교수 페이스북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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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배당 내 자리
예전에 제가 알고 있는 한 권사님이 계셨습니다. 정말 여장부셨고 교회에서 열심이었던 분이셨습니다. 그런데 장수의 복은 없으셔서 일찍 돌아가셨습니다. 남은 남편 분이 항상 교회에 오시면 맨 앞자리, 전에 권사님이 앉으시던 그 자리에서 예배를 드리셨습니다. 그런데 어느날 예배 전에 난리가 났습니다. 그 자리에 누군가 앉은 겁니다. 그 교회 오래 다니신 분들은 그 자리가 돌아가신 그 권사님의 자리이고, 이제는 그 아내를 그리워하는 그 남편의 자리라는 것을 알고 있습니다. 그런데 누군가 그 자리를 차지한 것입니다. 남편 분이 그 자리는 우리 0권사의 자리라고 소리소리를 지른 것입니다.
교회당 자리에 누구 이름 붙은 것도 아니고, 그 권사님 돌아가신지도 몇 년이 되었는데 어떻게 그 분의 자리겠습니까? 그런데 남편 되신 그 분은 그 권사님의 자리였습니다. 그 자리에서 드렸던 권사님의 기도를 그 분은 아셨던 거겠죠.
역사가 있는 교회에 부임을 하면 몇 년 동안 교회의 물품을 치우지 말라고 합니다. 못 하나에도 사연이 있다고 합니다. 제가 아는 목사님은 나무로 된 무거운 강대상을 치우고 크리스탈로 된 세련된 강대상을 놓았다가 큰 어려움을 겪은 적이 있습니다. 많은 성도들은 그 강대상에서 울려나는 말씀으로 신앙생활을 했던 것이죠. 거기서 나온 말씀에 감동 받고, 결단했던 기억이 있는 것입니다. 그리고 무엇보다 그 강대상에 몇 십년 서셨던 원로목사님도 있고, 그걸 헌물하셨던 분도 있는 것이죠.
요즘 교회당에 모이지를 못하고 있습니다. 별 수 없이 인터넷으로 생중계를 하며 예배를 이어가고 있습니다. 이러한 상황이 되니 여러 분들이 정당화에 나섰습니다. 신학적으로 예배당은 의미가 없다고 합니다. 초대교회에 예배당이 어디 있었느냐고 반문을 하기도 합니다. 그래도 그들의 신앙이 우리보다 더 좋았다고 합니다. 교회는 건물이 아니라 사람이라고, 공동체라고도 합니다. 실은 어디 하나 틀린 말은 아닙니다.
그런데 그렇게 쉽게 이야기할 건 아닙니다. 예배당에는 우리의 삶이 있기 때문입니다. 인생의 굴곡 가운데 그 예배당에 엎드려 눈물로 하나님께 기도했던 자리가 있습니다. 내가 그곳에서 하나님을 만나고, 세례를 받은 은혜가 있습니다. 우리 아이가 유아세례를 받고, 성탄절에 주일학교 장기자랑도 했던 자리입니다.
우리 신앙인들은 삶의 매 순간이 이 예배당과 얽혀 있습니다. 저는 교역자 생활을 하며 여러 교회를 옮겨 다녔습니다. 그래서 딱히 인생의 모든 순간을 담을 교회는 없습니다. 그러나 유학 가기 전까지, 그러니까 예수 믿은 중학교 1학년부터 대학 3년까지 다닌 교회가 있습니다. 제겐 그 교회, 영은교회가 모교회이고 신앙의 뿌리이고, 삶의 정착지입니다. 이제는 현대식 건물로 대체되어 아쉬움이 있지만 얼마 전까지 있었던 빨간벽돌의 예배당은 볼 때마다 내 신앙을 일깨워주곤 했습니다.
저는 지금도 처음 설교자로 그 예배당에 섰을 때를 기억합니다. 강단에 서니 내가 항상 앉았던 바로 그 자리가 제일 먼저 보였습니다. 그리고 절로 눈물이 나서 설교 전에 그 이야기를 했습니다. '저기가 전에 내 자리였다고'고 말입니다. 내가 눈물이 났던 건 그 자리를 보며 내가 쌓았던 예배와 기도를 기억했기 때문입니다.
많은 분들이 요즘 바벨론 포로기를 지나는 것 같습니다. 이스라엘 백성들이 바벨론에서 시온을 그리워했던 것처럼 교회당에서 예배 드리기를 간절히 원하고 있습니다. 이스라엘 백성이 포로 가운데 있으며 예루살렘 성전에서 다 함께 모여 주님께 제사 드리기를 간절히 원했던 것처럼 에배당에서 예배 드리기를 간절히 사모하고 있습니다.
예배당이 구약의 성전은 아니지만 우리의 삶과 신앙이 쌓여 있는 귀한 삶의 자리임은 분명합니다. 우리는 이 어려움이 지나면 다시 그 교회당에 모여 하나님께 예배 드리며 교회를 만들어 갈 것입니다.
조성돈 교수(실천신학대학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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