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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지 밥그릇
히브리문명의 특징은 유물이 없다. 경전만 있을 뿐이다.
이슬람문명도 유물이 없다. 경전만 있을 뿐이다.
유교문명도 유물이 없다. 경전만 있을 뿐이다.
혹자는 성상과 성화가 신앙에 도움이 된다고 한다. 과거 동로마제국의 황제가 성상파괴령을 내렸을 때 서로마교회는 그것을 거부했다. 야만상태의 게르만족들에게 복음을 전하기 위해서는 성상과 성화가 꼭 필요하다는 것이었다. 얼마 지나지 않아 동로마 교회도 필요에 의해서 성상과 성화를 인정하고 권장했다.
십자가에 달리신 예수님 상 앞에 경건하게 손을 모은 이들, 자비로운 성모상 앞에서 간절한 기도를 하는 여신도들, 대자대비의 잔잔한 미소를 띤 부처상 앞에서 언제 끝날지 모르는 절을 계속하고 있는 불자의 모습에서 경건함을 본다.
그러나 과연 성상과 성화가 신앙에 도움이 될까? 유대교인들과 이슬람교도들은 성상과 성화가 하나님 신앙을 왜곡시키는 우상이라고 강력히 배격한다. 성상과 성화가 없지만 그들의 신앙의 깊이와 열정은 그 누구보다도 대단하다.
불교도 처음에는 불상이 없었다. 기독교도 처음에는 성상과 성화가 없었다. 그리스 문명과 만나면서 불상이 처음 만들어졌다. 기독교도 그리스 문명을 만나면서 성상과 성화가 만들어졌다. 그리스 문명은 쇠퇴했지만 그 문명은 기독교 속에 성상과 성화로, 불교 속에 불상으로 살아남아있다.
우리나라의 불교문화 속에도 그리스 문명을 볼 수 있다. 불상들은 한복을 입지 않고 있다. 중국옷도 입지 않았다. 고대 그리스인들의 복장을 하고 있다. 또한 그리스 신화의 헤라클레스는 석굴암 본존불의 수호무사로 새겨져 있다.
캄보디아가 자랑하는 세계문화유산 앙코르와트를 보았다. 참 대단하다. 천 년 전에 이렇게 거대하고, 정교하고, 멋진 작품을 만들었으니 감탄이 절로난다. 오랫동안 여운이 남지만 한편 허망하다. 거대한 유적이란 껍데기일 뿐이다. 이집트의 피라미드, 그리스와 로마의 거대한 유적들, 거대하고 감탄할 만하지만 한편으로는 쓰레기다. 눈에 보이고 손에 잡히는 문명이란 진정한 문명이 아니라 문명의 찌꺼기다. 그것을 자랑하면서 관광객들을 불러 모아 밥벌이한다. 거지의 밥그릇이다. 그 때 묻고 찌그러진 밥그릇 애지중지 한다.
소위 위대한 유적이라는 것들은 하나같이 혼이 빠져나간 껍데기들, 이집트의 피라미드에는 더 이상 파라오의 영광은 없다. 파라오 자체가 사라졌으니 피라미드는 껍데기다. 그리스의 숫한 유적들도 혼이 사라진 껍데기다. 이미 1,700여 년 전에 기독교에 의해 신화속의 신들은 장사지내졌으니 어찌 그 안에 혼이 있으랴. 소아시아의 기독교 유적들도 혼이 사라진 껍데기다. 이미 1,300 여 년 전에 이슬람교에 정복당하여 묻혀 지고 잊혀진 것이 발굴된 것이니 그 안에 무슨 정신이 남아 있겠는가? 유럽의 기독교유적도 마찬가지다. 그 크고 우람하고 호화로운 교회당들은 더 이상 교회당이 아니라 관광 상품이 된지 오래다. 눈에 보이는 거대한 유적과 정교한 아름다움이 신의 영광을 나타낸다면 오늘날 초고층 마천루들과 이루 말할 수 없이 정교한 첨단기기가 더욱 그러하다. 그것들은 인간이 만들었다. 눈에 보이고 손에 잡히는 것들은 신의 영광이 아니라 인간의 영광을 표현할 뿐 진리와는 관계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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