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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네 사람들의 정담이 오고가는 대청마루입니다. 무슨 글이든 좋아요. |
저는 최근에 ‘꽃으로 만나 갈대로 헤어지다’(시선사)는 시집을 출간하였습니다.
그 중에 ‘꽃’이라는 시가 있습니다.
이제 곧 봄이 오려나봐
너는 웃고 있는데
난 이별의 말을 생각하고 있었던 거야
겨울나무도 아무 말이 없어
숲 속 나무의자에 앉아
우리가 함께 지나온 시간들을 회상하는데
바람이 분다
꽃이 나만 홀로 남겨놓고
산을 내려가네
나는 산에 있고
꽃은 마을로 간다.”
언젠가 교회 뒷산에 가니까 연분홍 진달래가 꽃몽우리를 맺고 있었고, 양지 바른 곳에 있는 진달래가 한 송이, 두 송이 너무 아름답게 피기 시작하는 것입니다. 제가 그 꽃을 보면서 쓴 시입니다.
코로나의 공포감과 우울함 사이에서 스스로 고독과 고립을 숙명으로 여기며 은둔과 외로움을 선택하고 싶어 하는 시적화자의 모습이 보입니다. 어느 곳으로도 피할 수 없고, 누구도 믿을 수 없는 폐허와 같은 세상 속에서 혼자 남기를 원한 것이지요. 그러나 ...우울한 감성과 고독, 정서의 격리에 머무르지 않고 시적 반전을 모색하고 있습니다.
꽃이 나만 홀로 남겨놓고
산을 내려가네
나는 산에 있고
꽃은 마을로 간다.”
꽃이 마을로 내려가면 어떻게 되겠습니까? 사람들에게 봄이 확실하게 오는 것이지요. 그리고 시적화자도 어쩔 수 없이 꽃과 합일이 되어 마을로 내려가서 꽃으로 만나고 꽃과 같은 세상을 이루게 되는 것이죠. 이처럼 ‘꽃’라는 시는 그냥 서정으로만 끝나는 것이 아니라 여백과 절제, 은닉을 통하여 코로나 이후에 함께 맞을 봄을 기다리는 예언자적 희망의 메시지를 담고 있습니다. 지금 사람들은 추운 겨울에 화려한 왕관을 쓰고 찾아온 코로나19 때문에 어쩔 수 없이 갈대처럼 헤어져 있지만 꽃이 마을로 내려가니까 시적 화자 역시 꽃을 따라가게 되고 다시 마을에서 꽃으로 만나는 화해의 봄, 희망의 봄, 미래의 봄을 꿈꾸고 있는 것이죠.
이번 시집은 미리 써 놓은 시도 있지만 코로나 상황에 맞추어서 예견하고 코로나 이후까지 대비하는 제사장적 위로와 선지자적 희망의 시들이 담겨 있습니다. 요즘 같은 코로나 상황에도 이번 주는 시집을 10쇄나 찍었습니다. 현대시가 너무 어려워 독자들과 멀어졌는데, 자기 혼자만의 독백을 한 것이 아니라 코로나사태로 인하여 고립된 사람들과 소통하고 외로움을 어루만지는 서정시들이어서 서점가에서 반향이 큰 것 같습니다. 저의 시집을 통해서 많은 분들이 코로나를 극복하는 정서적 힐링을 받고 희망을 꿈꾸었으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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