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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 부활절 설교(중앙루터교회) 최주훈 목사

칼럼수필 LAvey............... 조회 수 93 추천 수 0 2020.04.13 23:42: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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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 부활절 설교


우리는 지금 코로나 사태 때문에, 한 번도 경험해 본 적 없는 고요한 부활절을 맞고 있습니다. 이 자리에 열명 남짓 모인 여러분들과, 인터넷을 통해 이 예배에 참여하는 모든 교우 여러분들에게 주님의 평화가 함께하길 축원합니다.

한두 달 전만 해도 이런 부활절을 맞게 될지 아무도 예상 못 했습니다. 주일 아침 활동실엔 베델성서 공부하는 교인들로 북적이고, 식당엔 박00 권사님과 함께 모인 교우들이 애찬을 준비하느라 쉴새 없이 토닥거리며 울리는 칼도마 소리, 불판에서 기름 지글거리는 소리, 교회 복도는 식당 문틈을 비집고 나오는 맛난 냄새로 가득했습니다. 조금 지나면, 성가대 연습에 늦지 않을까 허겁지겁 뛰어가는 성가대원들의 모습, 건물 안팎에선 말썽꾸러기 아이들의 웃음소리, 한 시간 이상 차를 타고 온 어른들이 서로 안부 묻는 소리, 그리고 이내 11시가 되면, 예배당의 좌석은 점점 가득 차고, 촛불 점화를 기다리며 상기된 아이가 뒷문 곁에서 서성...거렸습니다. 불과 한두 달 전입니다.

하지만 지금은 모든 것이 완전히 변했습니다. 북적이던 모습도, 애찬음식의 맛난 냄새도, 촛불점화를 준비하며 서성거리던 긴장한 아이의 모습도, 교회당을 가득 채우던 밝고 기쁜 기운도, 그 무엇하나 오늘은 만날 수 없습니다. 비단, 우리 교회만 그런 것이 아니라 전국, 온 지구가 그렇게 기운을 잃었습니다. 언제 다시 그렇게 북적이던 주일을 맞을 수 있을지 아무도 예상 못 합니다.

기쁨으로 가득하고 떠들썩해야 할 오늘 부활절 예배도 무척이나 고요합니다. 봄은 언제 다 지났는지, 교회 앞 목련도 반대편 큰 벚꽃도 다 져버렸습니다. 우리의 사순절 봄은 그렇게 다 지나가 버렸습니다.

작년 부활절 예배가 기억나시는지요? 예배 시작을 알리는 입당부터 이 인사로 시작했습니다. “그리스도께서 부활하셨습니다.”(christo anesti) “정말로 부활하셨습니다”(Alithos anesti). 부활절이 되면 기쁘게 나누던 인사말입니다. 실제로 이 부활절 인사는 최소한 천오백년 이상 거슬러 올라갈 정도로 오래되었습니다.

낯설고 당혹스런 부활의 아침에 부활에 대한 솔직한 물음을 여러분께 해야 할 것 같습니다. 부활절마다 나누던 인사, ‘주님이 정말 부활했다.’고 말하던 그 인사말을 여러분은 정말 믿으시는지요?

부활은 교회 다니는 사람들에게 진리입니다. 그런데 정말 그럴까요? 좀 솔직해져 보려고 합니다. 이젠 교회에서조차 부활을 믿는다고 확고하게 말하면 뭔가 지적으로 문제가 있는 것처럼 생각하는 분들을 보게 됩니다. 그저 종교적 상징 정도로 넘겨야 한다는 겁니다. 과학적으로 증명하거나 설명할 수 없으니, 어쩌면 그게 당연할지도 모르겠습니다.

분명히 부활은 정상적인 사건이 아닙니다. 그러니 못 믿는 것도 당연합니다. 실제로 낙망한 제자들의 ‘눈이 열리기’ 전까지 아무도 이 부활을 믿지 못했다고 성경은 전합니다. 그러니 부활에 대한 믿음은 절대 자연스런 현상이 아닙니다. 그럼 부활절 아침 제자들은 이 사건을 어떻게 받아들였을까요?

예수께서 십자가에 달려 죽은 뒤 제자들의 상황을 돌아봅시다. 제자들이 극심한 절망 가운데 빠져 있었다는 건 제자들의 행적을 되짚어 보면 분명해집니다. 지난 시간을 돌이켜 보니, 차라리 끔찍한 악몽을 꾸었다는 게 나을 것 같습니다. 집도 고향도 다 버리고 예수를 스승이라고 따라왔는데, 사랑하는 선생이 죽기 직전까지 매를 맞고, 거리를 질질 끌려다니고 십자가에 못 박힌 채로 버려져서 예루살렘에 사는 모든 사람에게 터무니없는 조롱을 당하면서 괴로워하는 모습을 지켜봤습니다.

한때는 수많은 군중을 몰고 다닐 정도로 인기 있던 그분 곁에서 그 인기를 한껏 누리기도 했습니다. 그러나 갑작스런 비극이 무대배경을 바꾼 것처럼 모든 게 변했습니다. 스승이라고 믿고 따르던 그분은 인간이 궁리할 수 있는 가장 비극적인 죽음을 맞게 됩니다. 세상을 손에 귄 권력가들은 그렇게 내가 믿고 따르던 스승을 보잘것없는 존재로, 범죄자로, 세상의 쓰레기로 판정해 버렸습니다.

엊그제까지만 해도 예수 때문에 서로 죽고 못 살던 동료들이 하루아침에 사라졌습니다. 사기를 당해도 이렇게까지 비참하진 않았을 겁니다....

* 2020 부활절 설교(중앙루터교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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