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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홍한 목사
“나는 김홍한 입니다. 내 자랑을 들어 보세요. 나는 생각이 깊은 사람입니다. 나는 나름대로 학식이 많은 사람입니다. 나름대로 경전에 밝고 역사에 밝고 신화에 밝고 인문학적 소양을 갖춘 사람입니다. 글도 잘 씁니다.”
내가 과도하게 내 자랑을 늘어놓았다. 그러나 내가 교만하다고는 생각하지 않는다. 적극적으로 자기를 알리는 작업은 홍보다. 자신의 잘남을 알아주기를 기다리면서 도도하게 기다리는 것이 오히려 교만이다. 어떤이는 자신을 과대 포장한다. 허위가 아니라면 과대광고는 그런대로 봐 줄만하다....
재물은 도둑이 훔쳐갈 수 있지만 지식은 그럴 수 없다. 나의 지식을 누군가가 탐내려면 나를 등용해야 할 것이다. 여인이 미모를 자랑하면 몸을 빼앗길 수 있지만 그 덕을 자랑하면 청혼을 받을 수 있다.
자신을 자랑하고 선전해야 한다. 나는 아직 사람들이 알아주지 않는 필부에 지나지 않으니 마땅히 그래야 한다. 겸양의 미덕이란 무엇인가를 크게 이룬 이에게 해당하는 말이다. 아무것도 이룬 것이 없고 자랑할 것도 없는 이는 겸손할 것이 없다. 이룬 것도 없고 알려진 것도 없으면서 자신의 조그만 재주를 사람들이 알아주고 인정해 주기를 바란다면 한심한 일이다. 자존심 있는 행위일지는 몰라도 세상은 그런 이를 알아줄 정도로 여유가 있지 않다.
잘난 사람이 “나는 이렇게 잘났다” 하는 것은 교만이 아니다. 자신의 모습을 그대로 표현하는 것이 어찌 교만이겠는가? 사회 초년생인 젊은이가 “나도 잘할 수 있다”는 것도 교만이 아니라 젊은이의 패기다.
교만이란, 자신이 이룬 성과를 자신만의 것으로 붙잡고 놓지 않는 것이 교만이다. 나만 할 수 있다는 것이 교만이다. 남을 무시하고 얕잡아 보고 그 위에 군림하려는 것이 교만이다.
권력을 행사하는 것이 교만이 아니라 권력을 남용하는 것이 교만이다. 재력이 있음이 교만이 아니라 사치하고 낭비함이 교만이다. 자신을 자랑하고 높이는 것이 교만이 아니라 남을 짓누름으로 자신을 높이려는 것이 교만이다.
겸손이란, 흔히 말하기를 자신을 낮추고 남을 높이는 것이라 한다. 짧은 생각이다. 억지로 그렇게 한다면 가식적인 행위다. 조직사회에서 그렇게 한다면 조직의 질서가 흔들릴 수 있다. 선배가 후배보다 자신을 낮출 수 없다. 직장상사가 부하직원 보다 자신을 낮출 수는 없다. 그것은 서로에게 불편하다. 겸손이란 사람을 존중하는 것이다. 아비가 자식을 존중하고 직장상사와 부하직원이 서로를 존중하는 것이 겸손이다. 내가 귀한 만큼 남도 귀하게 여기는 것이 겸손이다.
자신을 숨기는 것이 겸손인가? 역시 짧은 생각이다. 그것은 겸손이라기보다는 처세술이다. 잘난 사람이 시기당하고 죽임당하는 시대라면 마땅히 자신의 재능을 숨겨야 살아남을 수 있기 때문이다. 한신이 토사구팽 당한 것은 그가 교만해서가 아니라 처세술이 부족해서다.
- 이야기신학 159호 중에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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