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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도 일기1 -긴 두레박을 하늘에 대며

이해인 이해인............... 조회 수 2144 추천 수 0 2011.12.07 09:45: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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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80.-1088

 

기도 일기1 -긴 두레박을 하늘에 대며

 

1
하늘은 구름을 안고 움직이고 있다. 나는 세월을 안고 움직이고 있다. 내가 살아 있는 날엔 항상 하늘이 열려 있다. 살아 있는 모든 것들이 하늘과 함께 움직이고 있다. 

 

2
그 푸른 빛이 너무 좋아 창가에서 올려다본 나의 하늘은 어제는 바다가 되고 오늘은 숲이 되고 내일은 또 무엇이 될까. 몹시 갑갑하고 울고 싶을 때 문득 쳐다본 나의 하늘이 지금은 집이 되고 호수가 되고 들판이 된다. 그 들판에서 꿈을 꾸는 내 마음. 파랗게 파랗게 부서지지 않는 빛깔. 

 

3
아아 하늘, 하늘에다 나를 맡기고 싶다. 구름처럼 안기고 싶다. 서러울 때는 하늘에 얼굴을 묻고 아이처럼 순하게 흑흑 느껴 울고 싶다. 

 

4
하늘에 노을이 타고 있다. 사랑하는 사람들의 가슴을 온통 피로 물들이듯 타오르는 노을. 나의 아픈 그리움도 일제히 일어서서 가슴 속에 노을로 타고 있다. 

 

5
하늘에 노을이 지고 있다. 타다가 타다가 검붉은 재로 남은 나의 그리움이 숨어서 숨어서 노을로 지고 있다. 

 

6
'하늘’이란 말에서 조용히 피어오르는 하늘빛 향기. 하늘의 향기에 나는 늘 취하고 싶어 ‘하늘’, ‘하늘’ 하고 수없이 뇌어 보다가 잠이 들었다. 자면서도 또 하늘을 생각했다. 

 

7
하늘을 생각하다 잠이 들면 나는 하늘을 나는 한 마리 새, 연두색 부리로 꿈을 쪼으며 하늘을 집으로 삼은 따뜻하고 즐거운 새. 

 

8
하늘은 환희의 바다. 날마다 구름으로 닻을 올리고 당신과 함께 내가 떠나는 무한의 바다. 하늘은 이별의 강. 울어도 젖지 않고, 흐르지 않는 늘 푸른, 말이 없는 강. 

 

9
하늘은 속일 수 없는 당신과 나의 거울. 당신이 하늘을 볼 때 보이는 나의 얼굴. 내가 하늘을 볼 때 보이는 당신 얼굴. 하늘은 모든 걸 다 알고 있어도 흔들림이 없다. 깨어지지 않는다. 자주 들여다보기가 갈수록 두려워지는 너무 크고 투명한 나의 거울. 

 

10 .
지구 위에 살다가 사라져 간 이들의 숱한 이야기를 알고 있는 하늘. 오늘을 살고 있는 이들의 모든 이야기를 또한 기억하는 하늘. 하늘은 그래서 죽음과 삶을 지켜보는 역사의 증인. 


11
하늘이 내려 준 하늘의 진리―
하늘은 단순한 자에게 열린다는 것.
하늘은 날마다 노래를 들려 준다. 티없는 목소리로 그가 부르는 노래. 나 같은 음치도 따라할 수 있는 맑고 푸른 노래. 온몸으로 그가 노래를 하면 나는 그의 노래가 되어 하늘로 오르고 싶다. 

 

12
오늘도 하늘을 안고 잠을 잔다. 내일도 하늘을 안고 깨어나리라. 나의 모든 것, 유일한 기쁨인 사랑. 사랑엔 말이 소용없음을 하늘이 알려 주도다. 살아 있는 동안은 오직 사랑하는 일뿐임을 하늘이 알려 주도다. 

 

13
오늘, 당신은 몹시 울고 있군요. 나의 모든 이를 위해서 통곡하고 있군요. 그래요, 실컷 쏟아 버리세요. 눈물 비를 쏟아 버리세요. 세차게, 아주 세차게. 당신이 울고 있는 날은 나도 일을 할 수가 없어요. 마음으로 함께 울고 있어요. 

 

14
하늘의 파도 소리. 나를 부르는 소리. 오늘의 내 슬픔 위에 빛으로 떨어지는 당신의 푸른 소리. 당신의 파도 소리. 

 

15
나는 늘 구름이 되어 당신에게 말하고 싶었지. “나의 집이 하늘인 것도 다 당신을 위해서임을 잊지 말아요. 높이 떠도는 외로움도 어느 날 비 되어 당신께 가기 위해서임을 잊지 말아요. 멀리 멀리 있어도 부르면 가까운 구름인 것을.” 

 

16
꼭 말하고 싶었어요. 지나가는 세상 것에 너무 마음 붙이지 말고 좀더 자유로워지라고. 날마다 자라는 욕심의 키를 아주 조금씩 줄여 가며 가볍게 사는 법을 구름에게 배우라고― 

 

17.
구름처럼 쉬임 없이 흘러가며 쉬임 없이 사라지는 연습을 하라고 꼭 말하고 싶었어요. 내가 당신의 구름이라면. 

 

18
하늘은 희망이 고인 푸른 호수. 나는 날마다 희망을 긷고 싶어 땅에서 긴 두레박을 하늘에 댄다. 내가 물을 많이 퍼 가도 늘 말이 없는 하늘. 

 

19.
내가 소리로 말을 걸면 침묵으로 대답하는 당신. 당신을 부르도록 나를 지으셨으며 나의 첫 그리움인 동시에 마지막 그리움이기도 한 당신. 당신은 산보다도 더 높은 내 욕심을 여지없이 무너뜨리고, 세상에서 치닫는 나의 허영의 불길을 단숨에 꺼 버리셨습니다.
인간에 대한 일체의 그리움도 당신이 거두어 가신 뒤에 나는 세상에서의 자유를 잃었으나 당신 안에서의 자유를 찾았습니다. 당신의 가슴에서 희망을 날리는 노란 새가 되었습니다. 

 

20
하늘색 연필을 깎아 하늘이 들어오는 창가에서 글을 쓰는 아침. 행복은 이런 것일까. 향나무 연필 한 자루에도 온 세상을 얻은 듯 가득 찬 마음. 내 하얀 종이 위에 끝없이 펼쳐지는 하늘빛 바다. 나에겐 왜 이리 하늘도 많고, 바다도 많을까. 어쩌다 기도도 할 수 없는 우울한 날은 색연필을 깎아서 그림을 그렸지. 그러노라면 봉숭아 꽃물 들여 주시던 엄마의 얼굴이 보이고, 소꿉친구의 웃음소리도 들렸지. 오늘도 나는 하늘을 본다. 하늘을 생각한다. 하늘을 기다린다. 하늘에 안겨 꿈을 꾸는 동시인(童詩人)이 된다. 끝없이 탄생하는 내 푸른 생명의 시를 하늘 위에 그대로 펼쳐두는 시인이 된다.  ⓒ이해인(수녀) <두레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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