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냉수

이현주 이현주............... 조회 수 38 추천 수 0 2021.04.21 00:13: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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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현주2790.<사랑 아니면 두려움/분도>


97.냉수


북산北山이 신문을 펼쳐 들고 낭랑한 목소리로 말한다. -내 친구 이오二吾가 오십오년 전 「조선일보」 신춘문예로 등단했는데 주책없이 올해 또 신춘문예에 응모하였다. 이제부터 내가 읽을 테니 잘 들어 보아라. ‘시우야, 시우야, 시시우우야, 일찍이 모악母岳 부인 너를 두고 노래하였지. 시우야, 시우야, 시시우우야, 시우야, 시우야, 시시우우야···.’ 북산은 천연덕스럽게 같은 말을 되풀이하고 이오는 슬그머니 꿈에서 깨어난다. 짧은 꿈이다.
시우時雨는 가뭄으로 대지가 목마를 때 마침맞게 하늘에서 내리는 비다. 시우의 생명은 때맞추어 내리는 데 있다. 하지만 제때에 내린다 해도 그 양이 모자라거나 넘치면 그 또한 재앙이 다. 사람이 누구에게 시우로 존재하려면 먼저 상대의 형편을 살피고 나중에도 상대의 형편을 살펴서, 줄 때 주고 거둘 때 거둘 줄 알아야 한다. 아, 천하에 누가 과연 이 일을 제대로 할 것인가?
목이 마르다. 냉수 한잔 마시고 다시 생각한다. 아무리 생각해도 자신이 없다. 스스로 세상에 시우 되기를 포기하라. 포기하고 너를 온전히 하늘에 맡겨라. 땅이 저를 하늘에 맡기고 하늘이 저를 길에 맡기고 길이 저를 자연에 맡기듯이, 너를 놓아 버려라. ⓒ이현주 (목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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