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신글모든게시글모음 인기글(7일간 조회수높은순서)
m-5.jpg
현재접속자

영혼의 샘터

옹달샘

 

개인적인 맨토들의 글을 모았습니다. 천천히 읽으면 더 좋은 글들입니다.

편지를 쓰면 어떨까요?

한희철 한희철............... 조회 수 19 추천 수 0 2022.12.14 21:30:53
.........

편지를 쓰면 어떨까요?

 

한 번 생각해 보시겠어요? 손으로 편지를 쓴 적이 언제였는지요? 조심스레 연필을 깎고 연필심을 갈아서, 혹은 만년필에 잉크를 채워서 누군가를 수시로 떠올리며 하얀 종이 위에 한 자 한 자 마음을 적어간 적이 언제였는지요? 혹은 그렇게 쓴 편지를 받은 적이 언제였는지요?

카톡이나 문자나 메일처럼 자판을 두드려 쓴 소식 말고, 누군가가 그의 손으로 쓴 편지 말입니다. 글씨체만 보아도 그 사람의 마음이 물씬 묻어나는, 편지를 쓴 사람의 마음이 밀려드는 편지를 마지막으로 받은 적이 언제였을까 모르겠습니다.

편지를 통해 마음을 나눈 소중한 편지를 모아놓은 책이 있습니다. 가장 먼저 떠오르는 것은 <퇴계와 고봉 편지를 쓰다>입니다.

지금의 국립대 총장 격인 성균관 대사성이었던 대학자 퇴계 이황과, 이제 막 과거에 급제한 청년 고봉 기대승 사이에 오간 편지를 묶은 책입니다. 나이나 직위로 보자면 감히 이루어지기 힘든 일이었지만, 두 사람 사이의 편지는 퇴계가 세상을 떠날 때까지 13년 동안 변함없이 이어집니다.

두 사람이 얼마나 지극한 마음으로 편지를 주고받는지를 느낄 수 있는 대목이 있습니다. 퇴계가 둘째 아들의 죽음과 시대를 향한 괴로운 심경을 밝히던 날, 몸소 뵙고 여쭙지 못하는 것을 한스럽게 여기며 고봉은 편지를 부치는데, 편지 말미에 '삼가 백 번 절하고 올립니다'라고 쓰고 있습니다. 백 번을 절하고 전하는 편지가 어찌 자판을 통해 오가는 소식과 같을 수가 있을까 싶습니다.

<영혼의 편지>도 빠뜨릴 수 없지 싶습니다. 화가 고흐는 동생에게 마음을 쏟아놓듯 모두 668통의 편지를 써서 보냅니다. 물감을 아껴 써야 할 만큼 고흐가 얼마나 지독하게 가난했는지, 자신의 그림을 알아주는 이 없는 삶을 이어가기가 얼마나 고독했는지, 그러면서도 예술혼을 꺼뜨리지 않기 위해 얼마나 분투했는지를 고스란히 느낄 수가 있습니다.

그러고 보면 테오는 고흐의 동생이면서도 생의 유일한 말벗이었던 것 같습니다. 테오 또한 형이 죽은 지 6개월 만에 갑자기 건강이 악화되어 33살의 나이로 세상을 떠나 형의 무덤 옆에 눕게 되었으니, 형제간의 우애가 참으로 깊다 싶습니다.

최근에 읽은 <헨쇼 선생님께>는 참으로 마음이 따뜻해지는 책입니다. 아동문학의 노벨상이라 불리는 ‘뉴베리상’을 받은 책입니다.

주인공인 소년 리 보츠는 불행한 환경에서 살아갑니다. 엄마와 아빠가 이혼을 하여 낯선 동네로 이사를 온 리 보츠는 엄마와 둘이서 작은 집에서 삽니다. 엄마는 고장 난 TV를 고쳐주지 않는데, 리 보츠는 누구와도 가까워지지 못합니다. 트럭 운전을 하는 아빠와 아빠가 데리고 간 애견 ‘산적’을 늘 그리워하지만 아빠는 연락조차 자주 하지를 않습니다.

비록 학교 숙제로 시작한 일이었지만 자신이 재미있게 읽은 책의 저자인 헨쇼 선생님께 편지를 쓰기 시작하면서 리 보츠는 달라지기 시작합니다.

편지를 쓰며 자신이 이해할 수 없었던 것들을 이해하며, 좋아하는 선생님이 보내주신 편지를 읽으며 마음의 상처를 치유하며 위로와 용기를 얻게 됩니다.

굳이 공개할 것도 아니고 책으로 묶을 것도 아니지만, 누군가에게 마음이 담긴 편지를 쓰면 어떨지요? 어쩌면 그 편지가 벗어나기 힘들었던 웅덩이에서 나를 꺼내줄지도 모를 테니까요. 

 

한희철 목사 <교차로> 2022.12.14

List of Articles
번호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수
3226 한희철 누군가 너를 생각할 때 한희철 2024-12-08 7
3225 한희철 얘기마을 file 한희철 2024-11-09 14
3224 한희철 배수진너 신진서 한희철 2024-03-06 15
» 한희철 편지를 쓰면 어떨까요? 한희철 2022-12-14 19
3222 한희철 비밀스런 빛, 비밀스런 손길 한희철 2022-08-31 19
3221 한희철 어떤 성찬 한희철 2024-10-07 19
3220 한희철 시(詩)로 하는 시위(示威) 한희철 2022-04-14 19
3219 한희철 할아버지, 연어를 따라오면 한국입니다 한희철 2022-08-29 19
3218 한희철 수묵화 같은 새 file 한희철 2023-02-14 19
3217 한희철 입벌구 한희철 2023-07-20 20
3216 한희철 선생님들, 힘내세요 한희철 2023-12-08 20
3215 한희철 또 하나의 대장별 한희철 2024-01-24 20
3214 한희철 내 맘 아는 이, 내 맘 아뢸 이 한희철 2023-07-10 20
3213 한희철 경이가 가득한 꽃밭 한희철 2023-11-08 21
3212 한희철 수묵화를 닮은 새 한희철 2023-02-22 22
3211 한희철 뿌듯함과 부끄러움 한희철 2024-10-11 22
3210 한희철 별이 된 강아지똥 한희철 2023-07-26 22
3209 한희철 탕, 탕, 탕! 한희철 2023-12-13 22
3208 한희철 고들빼기와 씀바귀 한희철 2023-06-08 22
3207 한희철 그건 제 돈이 아니잖아요 한희철 2023-11-29 23
3206 한희철 동네 한 바퀴를 돌다보면 한희철 2022-06-01 24
3205 한희철 하나님의 어릿광대 file 한희철 2023-02-13 25
3204 한희철 오래 가는 것에 대한 그리움 한희철 2022-11-30 25
3203 한희철 잊을 수 없는 얼굴 한희철 2024-10-10 26
3202 한희철 제 위에는 하늘이 있습니다 한희철 2023-08-02 26
3201 한희철 가까운 곳에 있는 거룩함 한희철 2022-06-29 26
3200 한희철 호미 씻으면 김이 무성하다 한희철 2023-08-23 26
3199 한희철 천원집이라고 불리는 집 한희철 2023-11-07 27
3198 한희철 자기 집이 없으면 한희철 2022-06-09 27
3197 한희철 은유로서의 질병 file 한희철 2023-03-01 27
3196 한희철 방탄조끼 입고 씨 뿌리는 농부들 한희철 2022-05-04 27
3195 한희철 녹색 파도 한희철 2024-03-27 28
3194 한희철 봄은 어디에서 올까 한희철 2024-03-13 28
3193 한희철 동네 도서관에서 만난 공의 한희철 2023-08-30 29
3192 한희철 웃을 수 있다면 한희철 2023-01-25 30

 

 

 

저자 프로필 ㅣ 이현주한희철이해인김남준임의진홍승표ㅣ 사막교부ㅣ ㅣ

 

개인적인 맨토들의 글을 모았습니다. 천천히 읽으면 더 좋은 글들입니다.

 

(글의 저작권은 각 저자들에게 있습니다. 여기에 있는 글을 다른데로 옮기면 안됩니다)

    본 홈페이지는 조건없이 주고가신 예수님 처럼, 조건없이 퍼가기, 인용, 링크 모두 허용합니다.(단, 이단단체나, 상업적, 불법이용은 엄금)
    *운영자: 최용우 (010-7162-3514) * 9191az@hanmail.net * 30083 세종특별시 금남면 용포쑥티2길 5-7 (용포리 53-3)
XE Logi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