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 |||
개인적인 맨토들의 글을 모았습니다. 천천히 읽으면 더 좋은 글들입니다. |
|||||
[시골편지] 라울 따뷔랭 아저씨
과거 대학만 나와도 취업이 잘되던 때가 있었어. 한 학생이 도무지 취업을 못하고 코가 석 자나 빠져 지내자 교수 면담. “교수님! 취업 게시판을 한번 보세요. 불문학을 전공했어야 하는데, 길을 잘못 든 것 같습니다. 흑흑.” 학교 앞 취업 게시판을 보니 대부분 ‘전공 불문’이라고 쓰여 있었대나 어쨌대나. 지금은 대부분 대졸 이상. 하버드 유학파도 많아. 학벌만 높고 교양이나 따뜻한 심성이 없어 보인다. 학연, 지연에다가 직업이 같은 직연, 개신교 교회가 같은 개연(?)까지 쌓이면 막강 라인이 형성돼. 패거리 집단들이 어디서나 완장 행짜를 부리는지 몰라. 이런 세상을 뒤로하고, 자전거를 몰면서 변두릴 여행하는 사람들을 만나곤 해. 볼일이 있어 나온 김에 자전거포에 들렀다. 카센터를 애용해야 차를 오래 타는 것처럼 자전거도 살펴줘야 해. 장자크 상페 아저씨의 그림책 <자전거포 아저씨 라울 따뷔랭>을 보면, 자전거포 주인이 되는 것도 참 재밌겠단 생각이 들었다.
따뷔랭 아저씨는 직접 자전거 타기도 좋아해. 아니 자전거를 끼고 걷기를 즐기지. 자전거 핸들만 잡고 지면에 두 발로 걷는 산책. 아저씨에게 사는 재미를 물으면 자전거 타는 재미라 답하고, 돈벌이는 어떻게 하냐 물으면 자전거 고치는 일로 먹고산다 대답. 하루는 따뷔랭 아저씨가 내리막길을 달리다 데구르르. 석 달을 병상에 누워 지냈지. 자전거를 사랑하다 보면 한번은 치르는 통과의례.
한 도시에 참한 아가씨가 있었대. 절뚝거리며 걷는 장애인 선생님을 사랑했지. 부모님에게 이 친구를 소개해야겠는데 어찌 운을 뗄지 밤새 고심. “다리를 모두 절지 않은 것도 감사해요. 게다가 걸을 때만 다리를 절 뿐이랍니다.” 입에서 말이 떨어지기도 전에 엄마가 딸을 꼭 안아주었대. 그래도 아빠는 매섭게 물었지. “몸도 성치 않은데, 건강을 어떻게 챙길 작정인가?” “네 그래서 저는 매일 운동 삼아 걷고 있습니다. 길을 걷다가 따님도 만났죠. 다른 사람들보다 느리게 걷고, 또 땅을 보고 걷노라니 행운의 돈을 주울 때도 있답니다.” 총각의 대답에 아빠가 꼭 안아주었대.
임의진 목사·시인 경향신문 2022.03.31
|
|
|
|
|
개인적인 맨토들의 글을 모았습니다. 천천히 읽으면 더 좋은 글들입니다. |
|
(글의 저작권은 각 저자들에게 있습니다. 여기에 있는 글을 다른데로 옮기면 안됩니다) |
최신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