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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인적인 맨토들의 글을 모았습니다. 천천히 읽으면 더 좋은 글들입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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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의진의 시골편지] 졸업장
예전에 다방을 전전하면서 돈을 꽤 번 마담이 있었는데, ‘다방면에 재주가 많은 여인’이었지. 다종 예술가인 나보다 다방면에 뛰어난 마담이 돈도 훨씬 잘 벌고 인기도 짱. 나도 아재들에 끌려 들어가 쌍화차를 얻어 마신 기억. 우리나라 가수 가운데 잠이 가장 많은 가수 이미자 샘의 노래가 흘러나왔지. 졸업식 시즌엔 ‘열아홉 순정’. “보기만 하여도 울렁. 생각만 하여도 울렁. 수줍은 열아홉 살 움트는 첫사랑을 몰라주세요. 세상에 그 누구도 다 모르게 내 가슴속에만 숨어 있는 응~ 내 가슴에 응~ 숨어 있는, 장미꽃보다 더 붉은 열아홉 순정이래요~”
북미에 원주민 이누이트족이나 체로키족, 티베트고원에 장족이 있다면 한국엔 카공족이 있다. 열아홉 청춘들을 비롯하여 카페에 틀어박혀 노트북을 한 대식 꿰차고 열공 모드. 친구들과 간만에 만나 수다를 한번 떨어볼까 카페를 찾았는데, 카공족들이 어디든 죽치고 앉아 있어. 귀막이를 하고 공부를 하면 좋겠는데, 좀 말을 할라치면 일제히 째려봐. 어쩌다가 카페가 공부하는 장소로 변했을꼬. 어서 공부를 마치고 졸업하길. 피가 되고 살이 되는 책 한 권 읽으면서 커피향을 즐긴다면 오죽 좋으련만.
졸업 시즌이다. 인간이라면 누구나 인생학교 졸업을 남겨놓고 있긴 해. 성적이 형편없어 표창장은 기대도 하지 않아. 성적이랑 졸업장은 e메일로 보내줘요~ 하늘나라에 PC방이 있을까 모르겠네.
지혜로운 수도사가 살고 있다는 소문에 먼 길을 찾아왔나봐. “만약 당신이 제 문제를 해결해줄 수 있다면 이 수도원에 큰돈을 기부하겠소.” 그러자 수도사는 동네 공동묘지로 그를 데리고 갔다. “보세요. 문제가 없는 사람은 여기 누워 있는 사람들뿐이랍니다.” 인생은 시험문제, 갖가지 문제로 가득해. 졸업해야 될 게 학교만이 아니야. 생각만 해도 머리가 지끈거리는 오만가지 난제들. 그래도 문제는 풀어보자고. 꼴찌면 또 어때. 공동묘지에서 1등 해봐야 뭐해.
임의진 목사·시인 2023.02.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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