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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인적인 맨토들의 글을 모았습니다. 천천히 읽으면 더 좋은 글들입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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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현주2723.<사랑 아니면 두려움/분도>
30. 죽지 않는 물건
물방개처럼 생겼는데 물방개는 아니다. 물에 뜨기도 하고 물속에 가라앉기도 하고 뭍으로 나와 바위를 기어오르기도 하면서 흐르는 개울 따라 아래로 내려가고 있다. 몸이 단단하지 않아서 쉽게 부서진다. 지나가던 오소리 발에 밟혀 부서지고 큰 바위에서 떨어져 부서진다. 하지만 그래도 죽진 않는다. 부서진 몸 조각들이 금방 다시 연결되어 언제 무슨 있었더냐 싶게 원형을 되찾기 때문이다. 마치 군대의 ‘헤쳐모여!’ 같다.
이유를 알고 보니 물방개처럼 생긴 생명체가 처음 길을 떠날 때 하느님으로부터 “바다에 이르기 전 중간에서 죽든지 아니면 바다에 이르기까지 안 죽고 그 뒤에도 계속 지금처럼 살든지 둘 중 하나를 택하라.”는 말을 들었는데 그가 안 죽는 쪽을 택했던 것이다. 몇 번이나 산산조각으로 몸이 부서졌지만 그 물건은 죽지 않는다. 아니, 죽을 수 없다. 그런데 그게 참 사정이 딱하게 됐다. 늘 같은 물에서 같은 일을 겪는 것이 지겨울 만큼 따분한데, 그 따분함과 무의미가 견딜 수 없을 만큼 역겨운데, 도무지 어떻게 벗어날 길이 없다. 누가 천둥처럼 으르렁거리는 소리 들으며 꿈에서 깨어난다. “죽음이 축복인 줄 알아라. 이 미련한 것들아!” ⓒ이현주 (목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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