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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인적인 맨토들의 글을 모았습니다. 천천히 읽으면 더 좋은 글들입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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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현주2727.<사랑 아니면 두려움/분도>
34.날씨가 개면
정향丁香이 어디론가 여행을 떠났는데 돌아오기로 한 날 돌아오지 않고 연락도 되지 않는다. 이리저리 서성거리며 기다려도 종무소식이다. 집에 전화기가 없으니 저쪽에서도 연락할 길이 없겠다는 건 알지만, 죽었는지 살았는지조차 궁금하여 괜히 컴컴한 숲길 같은 데를 헤매다가 웬 태국 남자아이를 만난다.
20만 원만 주면 자기가 여자로 돼서 “손님을 즐겁게” 해 드리겠단다. “내가 미쳤냐?” 그러고는 먼 타국까지 와서 먹고살겠다고 애쓰는 게 딱하니 이거 받으라고, 5천원권 한 장 건네주고 나오는데, 갑자기 외할머니가 집에 계시고 어머니도 있고 웬 아이들도 올망졸망 있다. “어떻게 된 거예요?” 하고 물으니 어머니가 대답하신다. “장마 때문이다. 그래서 연락할 수 없었어.” “그 사람 집에 왔어요?” “그래, 저기 있다.”
고개 돌려 보니 처녀 시절의 정향이 검은 스웨터 차림으로 고개 숙인 채 저만큼 서서 흐느낀다. 우선 반갑고 이제 안심이라는 표시다. “됐어, 돌아왔으니 됐다고. 울긴···.” 그러고 바라 보다가 급히 꿈에서 깨어난다.
그렇다. 세상에 ‘죽은 사람’이란 없는 거다. 단지 장마 때문에, 서로 간의 연락을 가로막는 날씨 때문에 통하지 못하는 것뿐이다. 날씨만 개면 언제든지 서로 만날 수 있다. 소크라테스가 죽으면서 울고 있는 자녀들에게 남겼다는 말이 생각난다. “울지 마라. 지난번 내가 크레타섬으로 여행 떠날 때와 하나도 다를 것 없다.” ⓒ이현주 (목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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