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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인적인 맨토들의 글을 모았습니다. 천천히 읽으면 더 좋은 글들입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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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현주2758.<사랑 아니면 두려움/분도>
65.부고
초등학교 동창 태순의 부고가 날아왔다. 그런데 보내는 사람이 본인이다. 자기 죽음을 자기가 알린 거다. 꿈이니 그럴 수 있겠지만 하나도 이상하지 않았다. 당연하다는 생각도 물론 없었다. 다만 부고에 앞으로 어떻게 하겠다는 내용이 들어 있는데 문장을 조금 바꿨다는 말을 들었다. 그것도 본인이 바꾼 게 아니라 아무가 바꿔 주면서 '세상에 하나밖에 없는 이를 대신하여 관옥 날인'이라고 도장까지 박았다는 거다. 무엇을 바꿨냐 하면, "날마다 눈물로"라는 말을 "날마다 기꺼이"라는 말로 바꿨단다. 그러면서 '눈물로'는 부고에 어울리는 단어가 아니라고 했단다. 전혀 기억나지 않는다고 말하다가 꿈에서 까 어난다.
'눈물로'와 '기꺼이'가 어떻게 다른가? 앞의 것이 어찐지 어렵고 힘들어 보이는 반면 뒤의 것은 가볍고 쉬워 보인다. 그렇다. 뭘 해도 좋다. 그것이 어렵고 힘들다면 아직 중력(안팎에서 밀고 당기는 힘)의 지배 아래 있다는 표시다. 중력을 벗어나면 뭐든지 가볍고 쉬워진다. 낡은 세상의 종결과 함께 새로운 세상의 시 작을 알리는 것이 부고다. 누구 장례식에 갔다가 방명록에 축 졸업, 축 입학'이라고 쓴게 생각난다. 대부분 경우에 후자는 생략되거나 망각되지만, 실제로 인생이란 날마다 자기 부고를 띄 우면서 살아가는 '하루'의 연속 아닌가? ⓒ이현주 (목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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