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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인적인 맨토들의 글을 모았습니다. 천천히 읽으면 더 좋은 글들입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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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현주2774.<사랑 아니면 두려움/분도>
81.목숨 걸고
제주도라고 했다. 새끼에게 나는 법 가르치는 어미 독수리를 구경한다. 깎아지른 얼음벽 아래 푸른 바다가 물결친다. 어미가 얼음벽에 발톱을 박고 서서 벼랑 위 새끼에게 말한다. 엄마가 받아 줄 테니 겁내지 말고 뛰어내리라고, 새끼가 망설이다가 뛰어내린다. 어미가 날개 벌려 새끼를 받아 주는데 자칫 잘못되면 그대로 떨어져 둘 다 죽는다.
어미 독수리들이 벼랑 여기저기에 매달려 저마다 새끼들을 훈련하고 있다. 전체 광경이 멀리 조망되면서 그대로 아스라한 파노라마가 펼쳐진 다. 독수리가 현실에서 그렇게 새끼들을 훈련하지 않는다는 건 알고 있지만 꿈에서는 너무나 당연한 장면이다.
곁에서 누군가 “음, 목숨들 걸었군” 한다. 다른 누가 말한다. “그러니 저마다 장엄한 인생이지. 사람이 목숨 걸지 않고 사는 법은 없으니까.” 이 소리를 듣는데 돌연 숨이 가빠진다. 효선이 흔들어 깨우며 와 숨을 그렇게 쉬느냐고 묻는다.
꿈에서 깨어나 생각한다. 사람이 목숨 걸지 않고 사는 법은 없다? 맞다. 그렇다. 무슨 일을 하더라도 그 일을 하다가 죽을 수 있는 게 사람이다. 길을 가다가 죽기도 하고 운전하다가 죽기도 하고 잠자다가 죽기도 한다. 다만 자기가 그러고 있다는 걸, 언제 어디서나 죽음을 코앞에 두고 있다는 걸 모르고 살 뿐이다. 이 무지가 사람을 태평하게 해 주기도 하지만 지금 여기를 옹글게 살지 못하게도 한다. 지금 이 일을 하다가 숨을 거둘 수 있다.
어떻게 건성으로 할 수 있는가? 이 친구를 만나다가 죽을 수 있다. 어떻게 아무렇게나 대할 수 있는가? 하루에도 몇 번쯤 이 엄연한 ‘진실’을 기억하는 것이 좋겠다. 오늘 저 사람 마지막으로 보는 걸 수 있다. 어떻게 함부로 상대할 것인가? 오늘 수업이 마지막 수업일 수 있다. 잊지 말자, 목숨 걸고 사는 인생인 것을. ⓒ이현주 (목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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