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돈값, 사람값

이현주 이현주............... 조회 수 59 추천 수 0 2021.04.21 00:13: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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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현주2791.<사랑 아니면 두려움/분도>


98.돈값, 사람값


 무슨 신문사인지 방송국인지 기자 고희범을 만나러 간다. 희범은 자리에 없고 선배이자 사장인 아무 장로가 반가이 맞으며 오랜만에 점심이나 같이하잔다. 서너명이 어울려 식당에서 음식을 시키는데 귀한 후배가 왔으니 한상에 30 만 원짜리 정식으로 하잔다. 무슨 밥을 한 그릇에 30만 원씩이나? 그런 밥 안 먹겠다고 하자 장로가 웃으며 말한다. "이 목사, 어쩌겠나? 돈으로 사람의 품위가 결정되는 세상인걸."
그의 징글맞은 웃음 앞에서 치밀어 오르는 분통을 터뜨리며 "돈값 오르는 만큼 사람값 떨어지는 거야!" 외치다가 꿈에서 깨어난다. "헉" 소리가 입에서 나온다. 효선이 놀란 목소리로 왜 그러냐고 어디 아프냐고 묻는다. "음, 꿈꿨어." "그 꿈 좀 안 꾸면 안되나? 꿈꾸지 않게 해 달라고 기도해요“ 여전히 꿈결이지만 웃고 만다.
다시 꿈속이다. 깊은 산골 어느 부부의 작은 집에서 젊은이, 늙은이 스무명 남짓 경을 읽고 명상하고 산책도 하며 이 세상 어떻게 살 것인지를 공부한다. 조용하고 아늑하다. 부부가 살림 하는 안채로 들어가는데 사방이 거미줄 천지다. 호박녕쿨이 벽을기어오르고 돌절구와 맷돌이 마당에 놓여 있다. 가난하다. 그리고 풍성하다. 헤어지는 자리에서 누가 말한다. "관옥 선생 기분이 어떠십니까?" 질문받은 건 알겠는데 뭐라고 답했는지는 생각나지 않는다. 어떻게 꿈에서 나왔는지도 모르겠다. 누가 곁에서 속삭이듯 묻는다. "유다가 예수의 목숨 팔아넘긴 것과 목사가 그의 가르침 팔아먹는 것이 어떻게 다른가?" 대답할 말을 찾지 못하겠다. 부끄럽다. 송구하다. 몸둘 바를 모르겠다. ⓒ이현주 (목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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