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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인적인 맨토들의 글을 모았습니다. 천천히 읽으면 더 좋은 글들입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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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현주2821.<사랑 아니면 두려움/분도>
128. 하늘 나그네
꿈이다. 소금素琴 선생 장례식에서 조사弔詞를 읽는다. 이런 내용이다. 세상은 소금 선생을 풍류 신학자라 부르지만 내 눈에 풍류 신학은 선생이 자신의 정체를 신학 언어로 밝힌 것이다. 선생은 '풍류'라는 단어를 쓰기 훨씬 전부터 이 미 뚜렷한 풍류객이었다. 교실에서 학생들에게 성서를 강의하다 말고 창밖의 시나브로 지는 은행잎에 한참 동안 말없이 눈길을 주는 사람, 수습기자 신분이라 추석 보너스 받지 못한 부하 직원을 퇴근길에 불러 세우고 오늘 너는 이것이 없고 나는 있으니 나눠 먹자며 봉투 속 돈을 대충 눈짐작으로 절반쯤 덜어 주는 사람, 오랜 혼수에서 깨어났으나 말을 잃어버린 제자 병상에서 기도하다가 더운 눈물로 뺨을 적시는 사람···
선생은 고운孤雲 최치원을 비롯하여 이 땅의 고고한 나그네들로 이어져 온 맥을 멋있고 맛있는 삶으로 계승한 당대의 풍류객, 진정한 하늘 나그네였다. 오늘 이 풍진세상에서 한백년 인연 좋아 이리저리 노닐던 하늘 나그네가 본향에서 기다리는 부인 흰돌 여사와 어머니 아버지 품으로 돌아가시는구나.
아아, 그렇다 한들 이 땅의 도도溜溜한 풍류가 선생의 귀향으로 문을 닫기 야하겠는가? 그러니 안심, 안심하시라. ⓒ이현주 (목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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